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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집

아무튼 시리즈 62
김미리 지음
코난북스

2024년 04월 0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3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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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2.43MB)
ISBN 9791160895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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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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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 62번째 이야기는 ‘집’이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를 담는 아무튼 시리즈에 집만큼 잘 어울리는 주제가 있을까. 누구나 주어진 집에서 자라면서 자기 자신을 만들어간다. 또 어느 때부터는 집이라 부르는 장소, 공간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간다.
자기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기에 집은 가장 알맞은 대상이다. 내가 살아온 집들을 헤아려보고, 집에서의 나를 떠올리는 것. 가장 구체적인 특별한 대상이면서 또 보편적인 생애의 궤적을 따르는 곳이기에 작가가 조심스레 꺼내놓은 흔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 위에 저마다의 기억과 경험들이 자연스레 포개어진다.
집을 떠올린다는 건 자신을 대면하는 일이자, 결국 그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얼굴을 그려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집을 “스스로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곳”이라 말하면서도 이 책의 모든 글은 모노드라마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겪은 일들로 채워진다.
집에 올 때까지 울음을 참았다

닮은 집

울다가도 밥을 지었다

예민한 사람입니다

이사록(移徙錄)

방황하는 장바구니

우리 각자의 화장실에서

어디 사세요

니가 사는 그 집

집에서 한 달 살기

선명한 얼굴

오늘을 짓는 마음

포개진 집들

집의 크기와 모양, 함께 사는 이, 살아가는 모양도 계속 바뀌고 있다.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면 스스로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곳은 결국 집이라는 사실이다. 오늘 어떤 일이 있었건 집은 나에게 반드시 익숙한 위로를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14쪽

슬퍼할 새도 없이 장례 절차는 시작되었고 나는 할머니의 마지막 새옷인 수의를 챙기러 할머니 집에 갔다. 우리 집이었다가 할머니 집이 된 집. 식탁 위에 물에 만 밥 한 그릇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숟가락이 꽂힌 채로. 김치 하나 없이. 일순간 쓰러진 할머니의 흔적이었다. 목 놓아 울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진짜’ 장례를 치를 땐 울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상상 속 장례식에서는 알지 못했다. 22-23쪽

물을 수 있다면 묻고 싶었다. 무엇이 김용수 씨를 그렇게 좌절하게 했느냐고. 사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지금 내 안의 무엇이 당신의 그것과 같은 것인가였을 테지만. 영원히 30대 초반인 채로 재가 된 그는 나에게 사랑과 애정 대신 우울과 자살 유전자 같은 걸 준 게 분명했다. 32쪽

수풀집을 정리하고 고치는 일은 생각보다 더뎠다. 가을을 지나고 겨울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해 봄이 되어서야 몸을 누일 수 있는 집이 되었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꿋꿋이 해나갈 수 있었던 건 바스락거리는 마음 덕분이었다. 일과 사람, 도시 생활에 지쳐 피폐해진 마음. 그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 그 마음들이 원동력이 되었다. 65쪽

너무 지친 날에는 먹고 마시는 일, 자는 일, 싸는 일, 삶을 위해 필요한 이런 기본적인 일들조차 번잡스럽게 느껴지고 벅찼다. 그런 날이 다시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쩔 수 없이 또 맞닥뜨리게 될 것을 안다. 그런 순간이 다시 오면 이제 나는 이 순간을 떠올릴 것 같다. 소망이와 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고, 성실했던 이 순간을. 83쪽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도, 이국적인 향기와 음악이 가득한 의류 브랜드 매장도,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오는 크리스피도넛도 모두 서울에 있었으니까. 주말이면 경춘선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나는 강원도의 아름다운 산과 강에서 시속 백 킬로미터로 멀어지며 서울의 고시원을 그려보곤 했다. 89쪽

자기만의 방이 있다는 것은 그런 것 아닐까. 작은 방에 스스로를 가뒀던 내가 그 문을 열고 나온 것은 어느 회사의 최종합격 소식이 들려온 날이 아니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이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도착하지는 않는다는 걸, 이렇게 울며불며 살아낸 만큼만 앞으로 간다는 걸 깨닫게 된 날이었다. 140쪽

집이라는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시리즈 62번째 이야기는 ‘집’이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를 담는 아무튼 시리즈에 집만큼 잘 어울리는 주제가 있을까. 누구나 주어진 집에서 자라면서 자기 자신을 만들어간다. 또 어느 때부터는 집이라 부르는 장소, 공간을 자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간다.
물론 집을 ‘생각만 해도 좋은’ 곳으로만 여길 수는 없다. 작가 자신도 “결핍이었다가, 갈망이었다가, 절망이었다가, 포기였다가, 기쁨이었다가, 집착이었다가, 감사였다가, 사랑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사랑이라는 종착점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그 사이를 오가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집이란 안온하고 안전하고 애틋한 대상이면서 때로는 벗어나고 싶고, 원망하고, 걱정의 원천이 되는 곳이다. 그렇기에 나의 집에 대해 말하기란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작가 역시 ‘아무튼, 나의 집’을 쓴다는 마음으로, 집에 얽힌 역사와 생각을 조심스럽게 책에 담았다.

“괜찮아질 거라고 마냥 낙관할 수도, 될 대로 돼라 체념할 수도 없는 때. 그때마다 나는 집을 떠올렸다. 여전한 표정으로 나를 품어주는 익숙한 공간을. 그 속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낸 시간을. 집에서 환대받았던 힘으로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소망할 수 있었다. 집에 단단히 뿌리내릴수록 나는 삶의 더 멀리까지 안전히 갈 수 있었다. 내가 모르는 세계로 건너가서 가끔 타인의 안부를 물을 수도 있게 되었다.”

누구나의 역사는 집에 깃들어 있다

꼭대기집이라 부르는 서울의 거처와 수풀집이라 부르는 왕복 400킬로미터 거리 시골집을 오가는 지금의 5도2촌 생활부터 여기에 이르기까지 네 가족이 살던 집, 할머니 손에서 자란 집, 일자리를 구하러 떠나 룸메이트와 함께 산 수도권의 원룸, 조금 더 서울 복판으로 진입한 투룸까지. 달리 말하면 임대주택, 월세, 전세, 자가에 이르기까지.
구성원과 주소지, 소유 관계가 바뀌는 만큼 작가의 삶 또한 다채롭게 변화한다. 어린이였다가 학생이었다가 취준생이었다가 직장인이었다가 이제는 프리랜서로. 그때그때의 눈으로 담아두었던 풍경과 이제 다시 회고한 모습은 포개지기도 하고 엇갈리기도 한다. 자기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기에 집은 가장 알맞은 대상이다. 내가 살아온 집들을 헤아려보고, 집에서의 나를 떠올리는 것. 가장 구체적인 저마다의 특별한 대상이면서 또 가장 보편적인 역사의 궤적을 따르는 곳이기에 작가가 조심스레 꺼내놓은 흔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 위에 저마다의 기억과 경험들이 자연스레 포개어진다.

“사무용 책상에 하늘색 시트지를 붙여 만들었던 나의 첫 책상, 해바라기꽃이 피고 지던 대문 옆 담장, 원룸 창틀에서 조각 햇빛을 먹고 자라던 상추 모종들, 몸을 담그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던 접이식 반신욕조, 소망이의 숙면 공간이었던 복층 다락…. 내가 사랑했던 그 한구석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여전히 내 안에서 나를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게 나는 과거의 집, 현재의 집, 미래의 집을 포개어가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없이 선명하게 떠오른 얼굴들

‘아이고, 평생 말 안 듣는 애새끼들만 쎄빠지게 키우다 늙어 디지것네’를 연발하면서도 어린 두 남매를 어엿하게 성장시키고 떠난 할머니, 우울 유전자를 남긴 것은 아닌가 싶게 원망스러웠던 아빠, 그런 작가가 울다가도 밥을 짓게 만든 룸메이트, 수풀집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시골생활의 선생님이 된 동네 할머니,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 고양이 소망이 그리고 세상과 나를 이어주며 내 집을 돌봐주는 수많은 이들.
집을 떠올린다는 건 자신을 대면하는 일이자, 결국 그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얼굴을 그려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집을 “스스로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곳”이라 말하면서도 이 책의 모든 글은 모노드라마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겪은 일들로 채워진다.

“나는 이제 그들을 선명하게 떠올린다. 나의 다정하고 안온한 세계를 소리 없이 지탱하는 사람들을. 나의 집을 집답게 해주는 사람들을.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사람들을. 그들 하나하나의 얼굴을.”

작가정보

저자(글) 김미리

집에 있는 시간과 집을 그리워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진 하루를 산다. 좋아하는 것은 집밥과 집술, 침대, 파자마 그리고 반려묘 소망이. 매일 아침 마당을 쓰는 노인처럼 사소한 꾸준함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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