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에르 드 부아르 14호 Maniere de voir Vol.14
2024년 03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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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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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며 - 추리문학의 은밀한 도발성 ― 성일권
1부 무법자의 유혹
불멸의 전설, 콜트 권총의 불꽃, 반항의 불꽃 ― 루이 세풀베다
―――― 세리 누아르의 철학
가벼운 편집증? ― 피에르 르파페
하류 인생에 대한 클로즈업 ― 에블린 피예에
마피아가 우울증에 걸렸을 때 ― 제프리 오브라이언
폭력도, 범죄소설도 변했다 ― 프랑수아 코테
왕좌의 추리소설 5선 ― 다니엘 파리클라벨
해커, 탐색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한 또 한번의 노력 ― 장마르크 마나크
[만화] 피난처 ― 글 · 기욤 바루, 그림·잔 푸콜
2부 추리소설과 정치의 뒤틀린 결합
극우성향의 가톨릭 단체 ― 프랑수아 노르망
무고한 자 또는 잠재적인 범죄자 ― 닐 다비
공공서비스로서의 탐정소설 ― 필리프 비들리에
―――― ‘데리크(Derrick)’ 수사관의 시대는 갔다
스카페이스, 성공의 모델 ― 이냐시오 라모네
―――― 스크린 속의 부랑아와 정치
[단편소설] ― 사브리나 칼보
3부 허구를 초월하는 현실
혁명가를 제거하는 방법 ― 르네 갈리소
당신은 진보인가? 그럼 비디오 게임을 즐겨라 ― 스티븐 던컴
―――― 팬픽션(Fan fiction)이 뜬다
독재자 피노체트에게는 아랑, 어산지에게는 처벌? ― 닐스 멜저
멕시코 흉악범죄, 무장 괴한 두 명이 내게로 다가왔다 ― 세르히오 곤잘레스 로드리게스
살인면허 ― 세르주 알리미
다오와 마오 사이, 중국의 탐정소설 ― 미셸 앵베르
[미출간 단편소설] 아무 일 없어요. 가던 길 가세요 ― 도미니크 마노티
[부록] 진실의 목소리
후원자 명단
누구나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멋진 탐정을 꿈꾸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내가 만일 탐정이라면, 어느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는 미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말입니다. 막대한 정보력과 물리력을 갖춘 국가 권력은 만능 해결사처럼 보이지만 정보의 독점 또는 무능력으로 인해 사건의 진실을 어지럽히기 십상입니다. 우리가 경험한 바로는 국가 권력은 스스로 범법행위의 당사자로서 진실을 왜곡시키기도 하고, 때론 범법 행위자들의 긴밀한 공모자로서 진실 규명을 위해 일하는 이들의 노력을 무산시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국가 공권력이 무력한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은밀하게 찾아가는 곳이 사설탐정입니다(우리나라에서는 사설탐정 도입을 놓고 논의만 몇 년째 진행 중입니다). 탐정소설에서 비상한 추리력과 돌파력을 갖춘 사설탐정이 아무리 어려운 사건이라도 멋지게 해결하는 대목을 읽으면, 무릎을 치며 감탄하게 됩니다. 추리문학은 흔히 미스터리문학이나 범죄문학이라고도 합니다. 추리문학은 프랑스에서는 흔히 ‘폴라르’(Polar)라고 통칭되고, 영미권에서는 ‘탐정 픽션’(Detective Fiction)이나 ‘탐정소설(Detective Novel)’로 불립니다.
흔히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이 추리소설의 출발로 평가되며, 추리문학이 하나의 장르로 정립된 것은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부터라고 합니다. 다만, ‘추리’라는 인간의 사고가 인간의 역사만큼 오래 존재해왔다는 사실에 비추어 추리 내용이 가득한 소포클래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추리문학의 원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오이디푸스가 신탁을 통해, 때로는 자신의 추리를 통해 자신의 출생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이 추리문학의 구성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초창기 영미권 탐정소설은 급격한 도시화가 초래한 사회 치안의 불안 속에 경찰도 손을 못 대는 복잡미묘한 사건을 놀라운 추리력으로 해결하는 슈퍼히어로 같은 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단편 중심의 에피소드로 시작했다가 1920년을 전후로 장편 추리소설들이 속속 발간되었고, 특히 애거서 크리스티, 반 다인, 엘러리 퀸 등을 선두주자로 하는 장편 걸작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붐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근현대 사법체계가 빠르게 자리를 잡고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립 탐정들의 ‘초현실적’ 추리 능력에 현실성 결여의 비판이 일고, 이후 탐정소설은 스파이 소설이나 CSI 등 보다 논리적인 ‘전문가형 소설’로 진화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평론가들 사이에 추리소설이 기존의 독창성을 잃으며 문학장르로서의 정통적인 추리문학이 점점 쇠퇴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추리문학은 일반문학에 비해 논리력과 추리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명징한 과학성이 지나치게 요구되면, 상상력과 창의력이 무디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에 추리소설이 의학처방전이나 정보통신 설명서, 또는 판결문처럼 논리적인 기승전결로 쓰인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답답할까요? 하지만 이런 류의 추리소설이 복잡한 현대를 살아야 하는 독자들의 취향이라면 누가 뭐라할 수 있을까요? 추리문학의 ‘화려한’ 변신에 비평을 할 수 있을지언정 비판을 가하긴 곤란할 것입니다.
서점가에서는 출판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추리문학의 인기는 쉽게 꺾이지 않습니다. 이번 14호의 『추리소설의 뤼미에르』 편에서는 세계적인 평론가들이 추리문학의 매력과 가치, 현실 속 범죄와 추리문학의 기록에 관한 글을 기고합니다. 추리문학의 도발성에 매혹을 갖거나, 삶의 무미건조함과 삭막함에 염증을 느끼는 모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에블린 피예에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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