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품보』가 그린 왕정과 인간
2024년 03월 29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6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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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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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품보』가 그린 왕정과 인간』은 1894년부터 1906년까지 기록된 조선의 공문서첩 『사법품보』를 살펴본다. 사회 전반의 사법행정 사례를 다양한 사건별로 검토하면서 외세의 침탈상, 사람들이 실제 맞닥뜨린 사회상뿐만 아니라 조선의 자주적 근대지향 사법개혁 과정을 살펴본다. 사법제도가 출현하는 역사적 배경과 전통적 맥락, 실제 제도적 운영문제 등을 폭넓게 알아보면서 서구의 기준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시각으로 우리의 근대 사법체계의 성격을 고찰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근대사 연구 방식을 재고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1부 왕정의 근대사법체계 등장배경
제1장 고종대 내우외환
1. 19세기사 인식의 문제점
1) 일본제국이 만들어낸 왕정의 이미지: 만선사관(滿鮮史觀)의 폐해
2) 대립적인 타자의 시선: 일본제국이 설계한 오리엔탈리즘의 여파
2. 구체제 비판론과 실상
1) 17~19세기 한일 간 경제상황
2) 세도정치기의 폐단
3) 흥선대원군의 공(功)·과(過)
(1) 사회안정화 추구
(2) 쇄국을 넘어서
4) 기독교 도입사
(1) 정부공인하 조화로운 수용시대
(2) 자의적 교리해석의 문제점
3. 개화정책의 함정
1) 고종친정후 성과와 한계
(1) 개화정책의 특징
(2) 왕정의 실패요인
2) 외세의 침탈방식
(1) 반복되는 군사적 침공
① 침탈과 저항
② 데칼코마니(decalcomanie) 전쟁
(2) 일본제국의 왜곡활동
① 조선의 야만성 선전
②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바꾸기
제2장 왕정의 자기변신과 사법개혁
1. 외세간섭하 갑오개혁
1) 1~3차 갑오개혁의 배경: 청일전쟁의 경과
2) 갑오개혁의 실상
(1) 대내외 국가위상 개편
(2) 광범위한 왕실제한
(3) 중앙·지방제도 개편
(4) 사회개혁
(5) 사법개혁
(6) 경제개혁
2. 자주적 광무개혁의 추진
1) 우리 안의 ‘근대성’ 찾기 경쟁
(1) 입헌군주제 헌법의 존재 여부
(2) 통일적 사법제도의 실시
(3) 고신과 연좌제 문제
(4) 비교잣대의 균일성
2) 광무개혁기 사법제도의 개편양상
(1) 개혁의 지속과 변형
(2) 근대사법제도의 확대와 변질
3. 준거법의 선정: 전통법과 근대법
1) 전통시대 유산의 계승
2) 근대 형법체계로의 전환
(1) 「형률명례」·「적도처단례」 제정
(2) 『형법대전』의 성격
제2부 근대 법치사회의 실상
제3장 전통형정의 계승과 신제도의 도입
1. 사법제도의 운영변화
1) 운영체계의 재편
(1) 사법행정의 재정비
(2) 법부-관찰부의 수직구조화
(3) 범죄분류와 형벌제도의 변화
(4) 정기보고체계의 세밀화
2) 기능의 분화
(1) 경찰의 독립
(2) 검사의 등장
(3) 변호사의 제도화
(4) 감옥의 재편
(5) 군률의 분리
3) 제반비용의 대두
(1) 감옥비용
(2) 검안비용
(3) 기타비용
2. 인명사건
1) 살인사건 처리과정
2) 문서 작성원칙
3) 병사·도주 처리
3. 율문의 적용과 형량의 조정
1) 사면의 실행
2) 감형의 제문제
(1) 감형 형식
(2) 고의성 검토
(3) 복수와 구호
제4장 타자의 ‘관습법’정의 재검토
1. 전통과 근대의 시각차이
1) 부녀자약탈 원인규명의 문제
2) 조선시대 약탈사건 검토: 문학작품과 범죄기록
2. 여성 관련 범죄사건
1) 자유로운 성의식: 재혼과 간통
2) 불법에 대한 저항: 거짓소문과 폭력약탈
3) 신종범죄 유형: 과부약탈의 정형화
3. 과부약탈시 처벌규정과 대응방식
1) 국법의 엄벌주의
2) 실제 판례
(1) 명률의 원용
(2) 국전의 활용
(3) 근대형법의 적용
3) 처벌대상과 형량
(1) 가담정도와 차등적용
(2) 정범의 최종형량
제5장 대내외침탈과 백성소요
1. 비적무리의 출현과 대응
1) 의병·동학의 중층적 시선
2) 동학 빙자범죄의 대응
3) 무장강도의 엄단: 강도와 절도
2. 외세 빙자범죄의 등장
1) 종교·이념 빙자범죄
(1) 기독교 연루사건
① 독자권력의 형성
② 사익의 추구
(2) 일진회 연루사건
(3) 정토회 연루사건
2) 외국인 범죄
(1) 일본인 연루사건
(2) 러시아인 연루사건
(3) 청인 연루사건
3) 기타칭탁범죄의 성행
(1) 관원사칭·공문서위조
(2) 화폐위조
(3) 양반대상 사기범죄
3. 소송의 발달과 적극적 수사
1) 개별소송의 폭증
(1) 끊이지 않는 산송
(2) 간음사건
(3) 호소방식의 변화
2) 집단민원의 일반화
(1) 집단의 완력행사
(2) 잡세폐지와 토지세문제
(3) 공익과 사익의 경계
결론
부표
발문
찾아보기
우리나라의 역사를 예로 들면, 고려말~조선초 법의 개념이 크게 달라진다. 역성혁명은 이른바 사법개혁을 통해 추진되었으므로 법치주의 개념이 투철했다. 그들은 집권자에 따라 고무줄 같은 잣대로 처벌이 달라지는 고려의 법적용을 크게 비판하였다.
_9쪽
18세기 조선은 ‘도덕경제’로 평가절하하면서 그 근거로 20세기 미국의 자본주의 요소가 없어 정체된 사회라고 비난하거나, 15세기 『경국대전』을 필두로 한 전통법은 19세기 사적 소유권을 보장하지 않는다거나 입헌군주제의 정신이 없어 구체제라고 비판받았다.
_11쪽
『사법품보』 기록 자체가 동학농민운동·청일전쟁에서 의병운동·러일전쟁 직후까지이므로, 근대사법체계의 운영과 대내외변수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_32쪽
우리는 외국인의 시선이 담긴 외신(外信)에 유독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19세기말~20세기초 외국인의 여행기를 마치 객관적인 사료처럼 분석해 한말을 살펴보려고 했다. 하지만 타자의 시선이 반드시 객관적이다는 보장은 없으며, 단편적인 견문만으로는 역사적 사건을 정확히 서술하기는 매우 어렵다.
_63쪽
그동안 마치 「홍범」(1895.01.07.)을 ‘최초의 헌법 제정’처럼 설명해왔으나 훨씬 더 정교한 법전이 500여 년 전에 『경제육전』·『경국대전』을 필두로 만들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법은 아무런 평가도 하지 않으려 했다.
_176쪽
그동안 과부약탈 사건은 역사학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못한 주제이다. 특히 대부분의 논자들이 과부약탈을 “조정에서 법으로 금지했다”고 하면서도 “관습이었다”는 상반된 주장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과부보쌈은 과연 유구한 조선의 전통이었을까? 혹은 여성의 재혼은 법으로 금지된 것이었을까?
_389쪽
종래에는 고종대 조정은 동학을 비적으로 간주하여 부정적으로 인식했다고 알려져왔다. 그러나 『사법품보』나 연대기를 살펴보면, 강경처벌론과 위무책이 함께 나타난다. 두 가지 인식은 계속 공존했으나 시기별로 조정의 정책방향이 달랐다.
_449쪽
굳건한 조선의 사법체계가 남긴
격동기 일상의 기록들
이 책은 조선 고종 후반, 근대적 사법체계가 개편된 후 작성된 사법 관련 공문서첩인 『사법품보』를 통해 당대 사회상과 함께 근대적 사법개혁 과정을 살펴본다. 1894년 시작된 기록은 1906년에 끝난다. 이듬해 고종의 강제퇴위와 함께 자주적 사법행정도 끝난 것이다. 이 시기에는 농민봉기와 국제전쟁 등 내우외환의 소용돌이가 조선을 뒤흔들었지만, 중앙과 지방의 사법체계는 놀라우리만치 굳건했다.
기록된 사건 1만 4,218건을 분류해보면, 혼란기에 벌어진 신규범죄 14%, 통시대적으로 나타나는 기존범죄 33%, 사법행정을 다루는 일반형정 52%로 나뉜다. 여기서 신규범죄는 외세침탈과 서구문명수용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자명종·조총·전신·전보·전차 등 신문물과 연계된 범죄를 통해 개항기의 역동성을 추론해볼 수 있다. 또한 동학·의병과 무장강도가 혼재된 비적사건과 동학농민운동으로 인해 도망간 관리나 백성소요의 원인이 된 탐관오리 처벌 등 혼란스러운 사회상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특이한 점은 동학·천주교·불교 등의 종교단체가 백성의 재물을 빼앗거나 사적인 형벌을 집행하는 경우, 조정은 종교단체 자체보다 관련자 개인을 처벌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19세기 천주교 박해로 인한 사회적 소요에서 학습한 결과로 보인다.
기존범죄로 분류되는 사건은 빈도가 높은 순서대로 살인, 산송(山訟), 강도·절도, 경제사범, 왕실·관청 관련 범죄, 무고(誣告), 간음, 폭력, 화재가 있다. 여기서 살인사건의 경우 절차에 따른 상세한 시체검시가 이루어졌는데, 이를 통해 조선이 근대적 사법체계의 도입 이전부터 『경국대전』 체제하에서 중앙집권화된 사법체계가 구축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전체 범죄의 절반을 차지하는 일반형정에는 월별 정기보고뿐만 아니라 형벌의 집행보고, 각종 비용처리 등이 있다. 이를 통해 내우외환의 외부적 환경과는 별개로 조정의 시스템 자체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풍부한 판례로 복원한 전통과 근대의 사법 풍경
가치중립적인 시각으로 우리의 역사를 담다
『사법품보』는 우리 전통법에 대한 풍부한 판례를 담고 있지만, 그동안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미진하였다. 근대적 사법체계에 대한 연구가 법학이나 역사학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분량 자체가 방대했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사법품보』 판본에는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사법품보(갑)』(1894~1906)과 『사법품보(을)』(1897~1906)이 있는데 갑본은 128권, 을본은 52권에 달한다.
이 책은 이처럼 방대한 양의 『사법품보』를 분류하여 근대적 사법체계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구체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데, ‘왕정의 근대적 사법체계 등장배경’과 ‘근대 법치사회의 실상’이 그것이다. 1부에서는 동학농민운동, 일제의 왕궁점령, 청일·러일 간 국제전쟁 등 혼란기 속에 왕정이 추진한 근대화정책의 성격을 검토한다. 『승정원일기』와 『고종실록』을 비교 검토하고, 『사법품보』에 실제 활용된 법제서와 자주 인용되는 조문을 토대로 전통적 유산과 근대적 요소를 복합적으로 살펴본다. 2부에서는 『사법품보』에 기록된 판례들을 통해 법치사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본다. 근대적 사법개혁이 지속되면서 일어난 형정 운영의 변화는 무엇이고, 근대적 사법체계 개편을 통해서 어떤 점이 변화되었고, 어떤 점이 지속되었는지를 검토하면서 전통과 근대의 접합점을 찾는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우리의 기록유산은 집요하리만치 상세하고 구체적이다. 연구에서 이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책은 『사법품보』에 실린 풍부한 판례를 검토한다. 그 지난한 과정을 해냄으로써 우리의 전통법을 가치중립적인 시각에서 재평가한다. 나아가 우리의 역사를 타자가 아닌 우리의 시각에서 재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이 책은 대우재단 학술연구지원 사업 논저 부문에 선정되어 연구 및 출간 지원을 받은 저작입니다.
작가정보
부산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서 문학석사·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분야는 조선시대 법사학 및 정치사상이다. 전북대학교 HK교수,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등을 거쳐 현재 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있다. 대표저서로 『조선후기 영조의 탕평정치』(2010), 『두 얼굴의 영조』(2014), 『법치국가 조선의 탄생』(2016), 『탕평시대 법치주의 유산』(2016), 『정조의 군주상』(2023) 등이 있다. 저서를 비롯한 그간의 연구성과는 한국연구재단 우수논문(2008·2009),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세종도서(2010·2017), 역사학회 논문상(2013),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2015·2018),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2016), 대구경북연구원 우수논문(2022) 등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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