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순의 고전강의 :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2024년 03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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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8688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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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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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디우스가 숨겨놓은 생각을 발견하는 강독!
《변신 이야기》를 그저 흔한 그리스‧로마 신화 모음집 중의 하나로 접하는 사람이 많다. 각 나라의 다양한 작가나 출판사에서 편집한 모음집으로 만나는 경험이 많다. 아무래도 대중적인 요구와 취향을 고려하다 보니 손쉽게 손이 가는 면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이러한 독서 경험의 결함도 크다. 고대 신화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서구적 사고방식의 원형을 담고 있는 문화적인 저수지다. 그 시대의 역사,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겉으로 드러난 줄거리 이면에 깔려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제일 좋은 선택은 고대 작가의 작품 가운데 좋은 만남의 기회를 찾는 일이다.
적어도 그리스·로마 신화의 다양한 이야기를 한 자리에 모으면서도 시대정신의 세밀한 문제의식과 만나기에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가 가장 적합하다. 다른 기록보다 풍부하게 풀어내면서 작가 나름의 문제의식이 담긴 부분을 종종 만나게 된다. 다른 지역에서 통용되는 신화를 접하면서 넓어진 이해의 폭이 작용한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의하여 살펴야 하는 부분이다.
대신 오비디우스는 각각의 신화에 자기 생각을 숨겨놓았기에 엄밀한 해석을 동반하는 독서여야 그 의미를 제대로 찾아낼 수 있다. 그리스와 로마의 기존 신화 작가와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고, 오비디우스의 독자성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과정이 결합할 때 더 깊은 독서가 가능하다. 또한 오비디우스가 가진 시대 정신을 찾아내며 읽을 때 진수를 접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독자들에게 인식의 지평을 넓혀준다.
변신 이야기를 어떻게 읽을까?
강독1 : 역사의 황금시대는 언제인가?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역사는 인류 행복을 향해 진보했는가?
차별과 억압의 영웅시대가 시작되다
강독2 : 나르시시즘은 미성숙 징표인가?
자기애는 성격장애인가?
우리는 나르키소스인가, 에코인가?
자기애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강독3 : 디오니소스는 타락의 길인가?
완전 듣보잡 취급을 받던 신
디오니소스는 누구의 벗인가?
디오니소스 욕망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강독4 : 마르시아스는 왜 처형당했나?
그리스신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결말
아폴론은 왜 그리 잔인했어야 했는가?
마르시아스 비극은 과거의 일인가?
강독5 : 메데이아는 최악의 마녀인가?
그리스신화의 대표적인 마녀 메데이아
메데이아는 희대의 악녀일 뿐인가?
여성의 도전과 반란을 묘사하다
강독6 : 이카로스의 교훈은 무엇인가?
왜 크레타에서 탈출했는가?
이카로스 날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추락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강독7 : 헤라클레스로 역사를 만나다
서구인의 영원한 영웅 헤라클레스
열두 과업에서 국가의 탄생을 보다
왜 헤라클레스의 죽음에 주목했을까?
강독8 : 오르페우스가 종교의 길을 열다
인간이 살아서 저승으로 가다
사후세계와 지옥으로 종교의 길을 열다
부활과 순교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다
강독9 : 피그말리온은 누구의 욕망인가?
왜 여자 조각상을 사랑했는가?
갈라테아는 인류에게 어떤 의미인가?
아프로디테는 왜 소원을 들어줬는가?
강독10 : 키르케가 현대인을 노리다
오디세우스 부하들이 동물로 변하다
키르케 신화는 무엇을 말하는가?
키르케의 마법에 걸린 현대인
기존의 그리스신화나 여러 종교는 빈 공간으로서의 카오스의 자리에 무제한의 능력을 지닌 절대적 존재로서의 신을 채워 넣었다. (…) 이와 달리 오비디우스가 보기에 카오스는 고요하게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다. 카오스 상태에서 “만물은 서로 반목하고 방해”한다는 점에서 ‘혼돈’이다. 혼돈은 내부에 무언가가 있음을 전제로 하고, 스스로 변화의 근거가 된다. 무질서하게 뒤죽박죽 섞여 늘 갈등이 생겨나는 상태에서 점차 일정한 질서가 부여되고 특정한 모양을 갖춘 사물이 생겨난다. 질서는 자연 외부에서 주입된 게 아니다. 그는 “자연이라는 신”, 즉 자연 자체의 작용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대지를 비롯한 만물이 생겨났다고 한다. - 본문 중에서
나르키소스 신화에 대한 통념적 해석의 제일 큰 문제는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나오는 요정 에코와 관련한 해석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신화에서 에코의 비극은 진정한 자기를 잃은 채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허상을 좇는 행위임을 보여준다. 사랑이라는 특정한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랑이란 인간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여러 관계를 대하는 사고방식의 집중적인 표현이라는 점에서 인간관계 일반, 나아가서는 인간의 삶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 오비디우스는 자기에 관심이 집중되어서 생기는 비극보다 자기를 잃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자아가 더 큰 고통, 살아서든 죽어서든 자신의 존재조차 사라져버리는 고통이 초래됨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결국 아폴론이 처참하게 죽인 상대가 현상적으로는 마르시아스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디오니소스에 대한 살기 가득한 저주라고 봐야 한다. 즉 아폴론과 디오니소스의 대결이었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폴론이 디오니소스를 무자비하게 죽이고자 하는 혐오와 증오를 보여준다. 신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한 채 여러 차례 죽음의 위기를 겪고 온갖 박해 속에서 오랜 기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던 디오니소스의 처지가 마르시아스에게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한 발 더 들어가서 둘의 갈등이 갖는 성격까지 이해해야 한다. 디오니소스가 감성·욕망·무질서를 상징한다면, 아폴론은 이성·절제·질서를 상징한다. - 본문 중에서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가 크레타에 ‘싫증’을 내고 필사적으로 아테네로 날아간 것은 모계 요소가 남아있는 초기 문명에서 확고한 부계 문명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그리고 날개를 만들어 하늘로 날아가는 방식은 그 전환이 점진적·평화적이기보다는 단절적·폭력적 과정이었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그리스 지역에서 최초의 문명은 기원전 2000년 무렵에 왕에 의한 지배권이 확립된 크레타 문명이다. 기원전 1500년을 전후해서는 지중해 동남부 일대의 해상을 지배하는 교역국으로 최대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기원전 1100년경 미케네 문명의 지배 아래 있던 그리스 본토 세력이 남하하면서 몰락했다. - 본문 중에서
히드라가 왜 머리가 여럿이고 자르면 다시 생겨나는지, 그리고 머리가 불멸이라서 거대한 바위로 무력하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할 차례다. 고대국가의 탄생과 유지·확대는 주변의 부족 공동체나 부족 국가를 병합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동반한다. 그런데 공동체는 다양한 규모와 그에 맞는 작동 방식으로 움직인다. 인류 역사에서는 어느 국가가 다른 국가의 침입으로 멸망하여 사라지는 예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공동체는 다르다. 혈연과 문화적 관습 등으로 묶인 자연적 공동체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오래 지속된다. - 본문 중에서
오비디우스가 가진 시대 정신을 찾아내며 읽을 때 이 책의 진수를 접할 수 있다. 오비디우스는 로마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바뀌는 격변기를 겪었다. 황제 통치 체제가 시작되는 기원전 27년까지 공화정 말기에서 성장했다. 제정이 선포되고 정착되기까지의 과도기를 경험했다. 또한 원로원을 무력화하고 권력을 한 손에 장악한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영토확장을 위한 왕성한 정복 전쟁도 겪었다. 로마인 다수가 시대 변화에 취해 있을 때 오비디우스는 《변신 이야기》를 통해 상상력을 동원하여 신화를 재창조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비판적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공화정 분위기에서 성장한 경험, 여기에 자유와 개인의 감정을 중시한 작가의 정신이 작용하면서 국가주의와 획일화 경향으로 치닫는 제정 로마를 다른 시각으로 보았던 듯하다. 특히 《변신 이야기》의 앞부분 시대 구분과 평가 과정에서 비판적 생각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풍부하게 풀면서 독특한 생각을 녹여 넣기도 한다. 작가가 조심스럽게 넣어둔 생각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냄으로써 스스로 분석력과 통찰력의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변신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하여 많은 영감을 주었다. 이후 서양 문학과 미술 등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 특히 시대를 담은 거대한 서사적인 성격을 지니면서도 개별 내용에서 개인 사이의 사랑·욕망의 감정을 결합한 혁신적 구성이 후대 작가들에게 많은 자극을 주었다. 장대하고 진지한 시대정신과 문학으로서의 재미를 동시에 충족하는 획기적인 방법을 다른 시대의 이야기에 적용하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홍순
뒤돌아볼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느라 자신과 세상에 대한 성찰 기회를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허약한 인문학적 토양에 깊은 갈증을 느꼈다. 인문학적인 르네상스 없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일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어리석음이다. 그래서 인문학을 향한 관심과 탐구에 기여하고픈 마음에서 글을 써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기에 동서양 고전을 친근한 벗으로 만드는 일, 고전의 정수를 가까이하는 일을 실천하고 있다. 인문학이 생생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순간 화석으로 굳어진다는 문제의식으로 철학적 사유가 ‘지금, 여기’, 즉 오늘 나와 우리의 문제로 끌어안으며 일상의 삶에 밀착하는 방향으로 글을 써왔다. 엄밀한 독서와 치열한 토론만이 고전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라는 믿음의 결과물로서 다수의 저서를 내놓았다. 동서양 미술작품을 매개로 철학과 사회로 인식 지평을 확장한 《미술관 옆 인문학》, 우리 헌법을 인문학을 통해 해석한 《헌법의 발견》을 비롯하여 철학·심리·사회·경제·역사·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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