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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은 힘이 없다는 착각

린 스타우트 지음 | 왕수민 옮김
원더박스

2024년 04월 05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2월 0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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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8.17MB)
ISBN 9791192953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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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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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게 당연한 지금 사회에서 양심에 호소하는 건 다소 촌스럽거나 순진한 일로 여겨진다. 양심을 강조하는 건 교육계나 종교계에서나 할 일이지, 법과 제도의 영역에서 양심을 말하는 이는 세상 물정 모르는 이로 비웃음을 사기 쉽다. 사람들을 규제하고 움직이는 건 보상과 처벌과 같은 실질적인 것들이지, 보이지 않고 힘도 약한 양심이 아니라는 믿음이 넓게 퍼져 있다.
그러나 존경받는 법학자 린 스타우트는 양심은 힘이 없다는 건 우리의 착각이며, 오히려 양심이야말로 사회를 유지시키는 강력한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양심은 일상생활 어디에나 스며들어 있기에, 우리는 “마치 중력이 우리 몸이 우주 공간을 떠돌지 않게 붙잡아주는 것을 당연시하듯” 양심이 하는 역할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최근의 과학적 증거는 신뢰, 정직, 협동, 배려와 같은 덕목들이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경제적 번영과도 연관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양심의 힘에 주목하며, 양심을 키우고 또 활용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추천의 글

1부

1장 착하게 살기로 선택하다
호모 에코노미쿠스 개념 입문∥양심의 표시들∥친사회적 행동이라는 수수께끼∥‘착한’ 행동을 설명하는 과학이 나타나다∥용어와 관련하여∥왜 양심 연구인가?∥이 책의 범위와 구성

2장 양심을 버리다: ‘호모 에코노미쿠스’ 모델의 어리석음
찰스강의 냉소주의자∥경제주의자 홈스∥호모 에코노미쿠스, 경계를 뛰어넘다∥‘법경제학’의 부상“∥(오로지) 유인책으로서의 법∥날을 무디게 하기∥법규범학파∥“모델을 부수려면 모델이 필요하다”∥결론: 홈스의 승리

3장 착함 감지 불능: 우리는 왜 양심을 못 보나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사이코패스다∥사이코패스는 드물다∥착함 감지 불능∥실험실의 비이기적 친사회성∥죄수의 딜레마로 본 냉전∥친사회성은 어디에나 있다∥이유 1: 이타적 행위와 이타적 감정의 혼동∥이유 2: ‘도덕’에 대한 오해∥이유 3: 착함은 어디에나 있다∥이유 4: 작은 희생은 눈에 띄지 않는다∥이유 5: 속임수는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이유 6: 소박한 실재론∥이유 7: 외적 제재와 내적 제재 사이의 상관성∥이유 8: 이타주의자는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진화론의 의구심∥이유 9: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연구하는 이들은 누구인가?∥결론: 눈에 잘 보이는 이기성, 잘 보이지 않는 이타성

2부

4장 양심을 보여주는 실험과 게임들
행동경제학 입문∥친사회적인 행동을 실험실 안에서 연구할 때의 장점∥몇 가지 단점∥사회적 딜레마 게임과 이타주의∥최후통첩 게임과 복수심∥독재자 게임과 2차 효과∥결론: 실험실의 가르침

5장 지킬/하이드 증후군: 우리는 어떨 때 양심적으로 행동하나
지킬/하이드 증후군∥비이기성의 묘약∥사회적 맥락에 대한 3-요인 접근법∥왜 이 세 가지 사회적 변수인가∥복종과 권위자로부터의 지시∥타인의 행동에 대한 동조와 기대∥평판과 상호성만으로는 동조가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공감과 남이 얻는 혜택∥자기 이익의 역할∥양심 비용 낮추기∥요약: 양심의 3-요인 사회적 모델

6장 양심의 기원
개인 안에서의 도덕성 발달∥종(種) 안에서의 도덕성 발달∥친족 선택∥상호 이타주의∥커다란 실수 이론∥파트너 선택∥집단 차원의 선택∥값비싼 신호와 성 선택∥결론: 진화의 세 가지 가르침

3부

7장 우리는 왜 남에게 해를 끼치려 하지 않을까: 불법행위법과 양심의 역할
외부 비용의 문제∥불법행위에 대한 경제적 접근∥과실과 B<PL 공식∥정확한 손해배상금의 필요성∥손해배상금이 너무 낮을 때: 과소집행의 문제∥손해배상금이 너무 높을 때: 징벌적 손해배상금 및 과대집행∥불법행위법과 친사회적 행동의 가정∥친사회적 행동과 ‘교정적 정의’∥친사회성과 징벌적 손해배상∥회사는 사이코패스라는 생각∥‘회사인’의 문제∥다른 실체에 다른 법률을∥결론 : 불법행위법의 친사회적 토대

8장 좋은 파트너 고르기: 관계적 계약 이야기
이기심이 시장 교환에 주는 혜택∥계약법이 필요한 이유∥불완전 계약의 문제∥불완전 계약은 어디에나 있다∥계약 분쟁에서 법원은 무능하다∥사람들은 왜 계약을 지킬까?∥평판의 힘은 한계가 있다∥관계적 계약과 지킬/하이드 증후군∥파트너 선택의 중요성∥사회적 프레이밍의 중요성, 변호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철저히 무능한 법정이 도움을 주는 방법: 법정 권고의 역할∥철저히 무능한 법정이 주는 추가적 도움: 복수의 역할∥결론: 유인책 그 이상

9장 범죄, 처벌, 공동체
형법은 가격일까?∥감옥이라는 난제∥범죄 동기라는 난제∥불법행위/범죄 구별의 난제∥형법은 잘못 만들어졌다?∥다시 지킬/하이드 증후군으로∥감옥, 하이드 씨 문제를 처리할 해결책∥친사회성과 의도의 중요성∥지킬/하이드 증후군과 불법행위/범죄의 구별∥친사회적 행동을 활용한 형법 개선∥권위자로부터의 지시: 형법의 ‘표현적’ 기능∥동조와 ‘깨진 유리창’∥공감, 남들에게 가는 혜택, ‘피해자 없는’ 범죄의 문제∥결론: 선호-형성 정책으로서의 형법

결론 태양의 전차
성인군자와 사이코패스∥법과 양심∥양심과 번영∥양심과 행복∥퇴조하는 양심∥호모 에코노미쿠스를 강조하는 것의 위험성∥첫 번째 위험: 이기심을 가르치는 것은 자기실현적 예언이나 다름없다∥두 번째 위험: 유인책 강조는 양심을 억누른다∥양심 키우기: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넘어

미주
참고문헌

오로지 당근과 채찍에만 의지해서는 건강하고 생산적인 사회가 될 수 없다. 사회는 반드시 양심도 함께 키워, 비이기적으로 남을 돕는 인간의 잠재력도 충분히 발휘하게 해야 하고, 더욱 중요하게는 되도록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윤리도 정착시켜야 한다. 이는 다른 데보다도 특히 대규모의 다양한 인구군, 자유로운 이주, 복잡한 생산, 익명의 교환이 특징인 사회들 -다시 말해 우리 미국 같은 사회-에서 더없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39쪽

100년 전 올리버 웬들 홈스가 연단에서 목소리 높여 『법의 길』을 말했을 때만 해도, 법은 양심과는 상관없다는 그의 생각은 청중석의 많은 이들에게 다소 충격적으로 들렸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홈스의 이 ‘나쁜 사람’ 논제가 학자, 법률가, 정책 입안자, 규제감독관, 판사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홈스가 『법의 길』에서 명백하게 펼치고 있는 주장은-법은 오로지 물질적 결과를 통해서만 행동을 변화시킨다-흔히 추가 검증이 더는 필요 없는 진리인 것처럼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많은 전문가가 이제는 법이라고 하면 보상을 통해 어떤 행동은 독려하고 벌을 통해 어떤 행동은 억제하는 모종의 유인책 체계라고 자동으로 떠올린다. 그리고 홈스와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양심이라는 현상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도 좋은 어떤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66~67쪽

시민 사회의 삶은, 곳곳에 파고들어 있지만 눈에는 안 보이는 이런 이타성 없이는 잘 돌아가지 않는 면이 많다. 주변에 보는 이가 없어도 현관 앞에 신문이 그냥 놓여 있는 것도, 무장 안전요원을 따로 고용해 지키지 않아도 노약자들이 얼마든 ATM기(현금자동입출금기)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상점들에서 선반에 값비싼 물건들을 쟁여놓고 팔면서도 고작 몇 사람의 점원에게 지키게 하면 충분한 것도 다 그런 맥락에서다. 알고 보면 우리 주변의 이 흔한 상황들은 하나같이, 남의 것을 가져와서라도 자기는 어떻게든 더 잘 살겠다는 욕망을 대다수 사람이 억눌러야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즉 사회학의 무미건조한 용어를 빌리면, 대다수의 사람이 생활 대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비이기적이고 친사회적 방식으로 행동을 해줘야만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매일 마주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소극적 이타주의의 행위들을 우리가 제대로 알아차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는 어쩌다 비이기심을 마주쳐도, 정작 그걸 보지는 못한다. -80쪽

비이기성은 윤리적인 규제(소극적 이타주의)의 형태를 취하고 있을 때 시선을 끌지 못할 가능성이 특히 크다. 적극적 이타주의 -돈, 시간 등 귀중한 자원을 들여 남을 돕는 것 -는 비교적 드물고, 따라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쉽다. 반대로 소극적 이타주의(다른 이가 곤란해지는 상황을 이용하면서까지 이득을 취하려 하지는 않는 것)는 그야말로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라, 말 그대로 우리는 그런 일이 있어도 보지 못한다. 미국에서만 해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퀴고 지나가 무법천지가 되었을 때 뉴올리언스 길거리 곳곳에서는 수백 명의 약탈자 무리가 날뛰었다. 하지만 약탈에 가담하지 않은 뉴올리언스의 주민들도 수만 명에 달했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신기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92~93쪽

사회학자들이 보기에 대부분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제일차적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체포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양심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는 덕에 사회는 ‘과소집행’을 해서 법 집행에 드는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경찰관, 검사, 판사를 비교적 소수만 둬도 될 뿐만 아니라, 적어도 초범에게는 비교적 가벼운 형을 내릴 수 있다. 형사 처벌은 처벌의 강도도 약한 데다 다소 마구잡이로 집행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럼에도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이 평생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막아주기에는 충분하다. (우리가 7장에서 살펴봤듯) 약하고 엉성한 불법행위 책임의 원칙들이 대부분의 부주의 과실을 억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296쪽

이 말은 우리가 비이기적인 친사회적 행동이 더 많이 일어나길 원한다면, 사람들에게 적절한 사회적 신호를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의도치 않게라도 ‘양심’의 비용이 올라가는 일이 없도록 확실히 방법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사람들이 착하길 원한다면, 나쁜 사람이 되도록 유혹하지 말아야 한다. 물질적 유인책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거의 백이면 백 유혹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343~344쪽

어디에나 존재하는 양심의 강력한 힘

사람들은 양심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양심적으로 사는 건 드물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양심적으로 사는 건 손해만 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람을 ‘합리적으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존재’로 보는 호모 에코노미쿠스 모델은 오늘날 학자, 법률가, 정책 입안자, 규제감독관, 경영가 등 온갖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지만 저자는 양심적인 행동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흔하게 나타나며 그걸 알아보지 못할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큰 희생을 감수하고 남을 돕는 것만이 양심적인 행동이 아니다. 양심은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행위에서 무수히 나타난다. 사람들은 대부분 무인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지 않고, 새치기를 하지 않고, 길을 묻는 이를 돕고, 분실된 핸드폰을 주인에게 찾아준다. 사실 양심적인 행동은 일상의 표준에 가까워서 사람들이 인식 못 할 때가 많고, 반대로 남에 해를 입히며 자기 욕심만 차리는 비양심적인 행동은 특이한 행동이라서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양심이 드물고,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건 그래서다.
이 책은 양심이 약하다는 사람들의 착각을 깨고, 양심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강력한 힘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양심의 힘을 인식하고 그것을 법과 정책에 활용한다면, 이기심에만 기초할 때보다 더 정의롭고 생산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양심을 움직이는 세 가지 레버

사람들은 언제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또 언제 비이기적으로 행동하며 남을 도우려 할까? 저자는 양심을 움직이는 세 가지 레버를 제시한다. (1) 권위자로부터의 지시 (2) 다른 사람들이 친사회적으로 행동하리라는 믿음 (3) 다른 사람들이 받는 혜택의 크기가 그 세 가지다.
예를 들어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 같은 명망 있는 사회 지도층들이 난민도 우리 이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면 사람들은 난민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권위자로부터의 지시) 또 주위에서 다들 뇌물을 받는 등 비리가 횡행하면 뇌물을 받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아무도 뇌물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는 욕심이 있더라도 스스로 자제하게 된다.(다른 사람들이 친사회적으로 행동한다는 믿음) 그리고 아기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상황이면 누구나 그 아기를 구하려 할 것이다.(다른 사람들이 받는 혜택의 크기)
이 세 변수가 중요한 이유는 입법자와 정책 입안자가 현실에서 영향을 미치기 쉽기 때문이다. 나이나 젠더, 종교 등처럼 같은 개인의 친사회적 행동과 관련이 있는 다른 변수들에는 입법자와 정책 입안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 세 가지 변수는 아래와 같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다.

양심에 근거한 법, 양심을 활용하는 법

저자는 불법행위법, 계약법, 형법의 이해와 활용에서 이 세 가지 변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불법행위법: 불법행위법은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행위를 규제하는 법이다. 이 법에서는 타인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그 피해를 배상하게 함으로써, 불법행위를 억제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 법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가해자가 입힌 손해를 온전히 다 배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법정에서 책임 입증이 어려울 수도 있다. 또 가해자가 돈이 없다면 배상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작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불법행위법이 작동하는 건 단지 금전적인 배상 책임을 묻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양심이 존재하기에, 약한 정도의 배상 책임만 있어도 법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법정의 배상 판결은 이런 양심의 작동을 돕는 추가적인 유인책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뉴질랜드에서는 사고로 인한 신체 상해에 대해 개인이 배상 책임을 지지 않고 국가가 대신 배상하는 정책을 시행했는데도 사고율은 미미한 정도로만 증가했다.
한편으로 같은 이유에서 기업에 적용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정당화될 수 있다. 사람과 달리 기업에는 스스로를 제어해줄 양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입힌 피해보다 더 많은 배상금을 내도록 해야,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하여 사람들과 자연 환경을 해치는 걸 막을 수 있다.

계약법: 계약법 역시 양심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고용 계약이나 공동 사업 계약, 서비스 제공 계약 같은 관계적 계약들은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 계약들은 계약서에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다 담을 수가 없고, 계약 이행 내용을 검증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불성실한 직원은 해고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있을 때 불성실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이런 계약에서 상대방이 마음먹고 계약서의 빈틈을 이용해서 자기 이득을 보려 할 때 법정은 제어할 방법이 없다. 그런 이기적인 사람들만 사는 사회에서는 계약법이 쓸모없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하지만 실제 사람들은 약속했을 때 되도록 지키려고 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기에,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계약이 잘 이뤄지도록 하는 데는 계약법이 꽤 유용할 수 있다.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서로를 믿고 협력하는 것인데, 계약법은 계약 당사자들에게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걸 일깨우는 권위자의 지시가 된다. “계약을 맺었을 때는 파트너의 행복에도 관심을 보여야 하는 것이 도리임을 관계적 계약의 당사자들에게 일러주기만 해도, 법정은 따로 물질적 제재를 가하지 않고도 계약 당사자들이 그렇게 행동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형법: 권위자의 지시, 타인이 친사회적으로 행동한다는 믿음, 타인이 받는 혜택이라는 3요인을 이용하면 형법을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할 수 있다.
먼저, 형법은 기본적으로 어떤 행동(절도, 강간, 살인 등)이 매우 나쁜 행동이며 이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아주 강력하게 알려주는 권위자의 지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권위자의 지시는 그 권위자가 자기 집단에 속한 존경받는 인물일 때 가장 잘 따른다. 반면에 피부색 등으로 구분되는 어떤 소수집단에게 법 집행이 가혹하게 이뤄지면, 차별당하는 집단은 입법가와 판사 등의 권위자를 외부인으로 인식하게 되고 법에 복종해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도 약해진다. 분열된 사회에서는 형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
둘째로, 주변에서 다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범죄를 저지르게끔 부추긴다. 예를 들어, 납세자들에게 세금 회피가 많이 일어나고 있음을 강조하는 정보를 제공하자 납세자들은 자신도 세금 회피를 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범죄에는 전염성이 있다. 이런 예측에 따르면 범죄와 그에 대한 처벌을 널리 알리는 것은 도리어 위험할 수 있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보다 범죄가 만연해 있다는 인식이 더 크게 작용해 더 많은 범죄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타인이 받는 혜택이 클수록 친사회적 행동을 할 의향이 커진다는 예측은 이른바 ‘피해자 없는 범죄’를 억제하기 어려운 이유를 알려준다. 매춘, 도박, 일부다처제, 안락사, 마약성 약물 사용 등이 그런 범죄이다. 이 범죄들은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지 분명하지 않고, 그런 범죄를 금지하는 법을 잘 지킬 때 남들이 어떤 혜택을 얻는지도 설명하기가 더 어렵다. 미국에서 과거의 금주령이나 마약과의 전쟁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도 그런 예이다.
이런 피해자 없는 범죄를 막을 유일한 희망은, 알고 보면 그런 범죄들에도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것이다. 간접 흡연의 위험을 강조하면 사람들이 흡연금지구역에서 담배를 덜 피우게 되는 것처럼, 교육과 홍보를 통해 보이지 않는 피해자를 가시화함으로써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을 품게 만들 수 있다.

이익을 강조하면 사람은 이익을 탐하고,
양심을 강조하면 사람은 선해진다

사람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고, 물질적인 유인책을 이용해 사람을 제어하려고 하면 실제로 사람은 이기적으로 변하게 된다. 예컨대 미국에서 교사의 봉급을 학생들의 성적과 연계시키는 정책을 시행하자, 교사들이 시험 성적이 나쁜 학생들은 자신의 학급에 넣지 않거나 학생들이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도록 돕는 일이 벌어졌다. 세계 금융 위기를 불러온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탐욕적인 행동도, 이윤을 얻기 위한 기업들의 부당 행위도 자기 이익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기심을 강조하는 건 자기실현적 예언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을 오로지 자신의 물질적 보상만 염두에 두는 존재인 것처럼 대하면, 우리는 사람들을 정말 그런 존재로 만들고 만다.” 이 책이 인간의 양심에 주목하고 양심을 키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총 3파트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저자는 먼저 오늘날 공공 정책과 토론에서 왜 그리고 어떻게 양심을 간과하게 되었는지 살피고, 2부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비이기적인 친사회적 행동을 하게 되는가와 관련해 최근 수십 년에 걸쳐 나온 과학적 증거들을 점검하면서, 양심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3부에서는 현대 사회의 주요한 세 가지 법 영역(불법행위법, 계약법, 형법)에서 양심이 어떤 통찰력을 보여주고, 나아가 어떻게 양심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실례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에서는 오늘날 법률 및 정책 전문가들이 왜 자신들의 분석에 양심의 개념을 통합시키려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가 하는지 역설한다. 독자들도 이런 논의를 따라가면서 양심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법과 사회 제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저자의 주장에 자연스레 공감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 성장과 개인적 충족을 위한 레시피에 양심은 꼭 들어가야 할 중요 성분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앞에서도 함께 살펴봤듯, 비이기적인 친사회적 행동을 유발하는 주요 인자 중 하나는 바로 남들 역시 비이기적이고 친사회적 존재라는 인식이다. 여기서 우리가 필연적으로 도달하는 섬뜩한 결론은, 남들이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인식은 결국 더 많은 이기적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우리 동료 시민들이 대부분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기는 순간, 우리 자신도 대부분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나락을 향하는 소용돌이가 시작돼 풍요와 행복은 하나둘 망가질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우리 사회의 친사회성 감소가 부디 회복 불능한, 자기실현적 예언이라는 임계점에 도달한 것만은 아니기를 바라야만 할 것이다. -346쪽

작가정보

Lynn Stout. 프린스턴대학교와 예일대학교에서 공부했다. 코넬대학교 로스쿨 교수였으며 기업 지배 구조, 금융 규제, 법과 경제, 도덕적 행동 등에 대해 40편 이상의 책과 논문을 썼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에도 글을 썼으며 애스펀 연구소, 브루킹스 연구소, 슬론 재단에 객원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폭넓은 활동을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학자이며, 글로벌 기업 윤리 연구소 에티스피어 인스티튜트(Ethisphere Institute)가 선정한 기업 윤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었다.
양심을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에 주목하고, 양심이 사람들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최초의 학자 중 한 명이다. 미국 법률가협회 위원, 로스쿨협회 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2018년 작고했다. 지은 책으로 『주주 자본주의의 배신』 등이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철학과 역사를 전공했다. 주로 인문 분야의 영문 도서를 맡아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문명이야기 1, 4』)공역), 『더 타임스 세계사』(공역), 『바른 마음』, 『나쁜 교육』, 『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 『유럽: 하나의 역사』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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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양심은 힘이 없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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