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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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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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보다 더 심오한 것,
즉 감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20세기 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보르헤스가
아르헨티나의 정신을 형성한 탱고에 대해 말하다
12 첫 번째 강연-탱고의 기원
에바리스토 카리에고 / 가우초와 탱고 : 아르헨티나 역사의 상징 / 비센테 로시와 『흑인들의 음악 세계』 / 휘트먼의 언급 / 마르셀로 델 마소의 「탱고 삼부작」 / 옛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모습과 기억 / 콤파드리토들 / 동네와 거리, 그리고 광장 / ‘못된 집’ / 탱고의 악기들 / 어원 / 루고네스의 생각
54 두 번째 강연-콤파드리토와 건달에 관해
콤파드리토에 반영된 가우초 / 일라리오 아스카수비의 시구들 / 호세 에르난데스와 에두아르도 구티에레스 / 북유럽의 전설 중 스칸디나비아의 어느 인용문 / 심리 기법 / 콤파드리토와 건달의 특징 / ‘단도와 용기의 교파’ : 역사와 이야기들 / 니콜라스 파레데스 / 탱고의 인물들 / 밀롱가에서 찾는 탱고의 뿌리 / ‘학술 단체들’
90 세 번째 강연-발전과 확장
독립 혁명 100주년의 아르헨티나 / 기념행사와 핼리 혜성 / 세계에서 인정받은 아르헨티나 / 탱고, 유럽에 가다 / 탱고의 발전에 관한 생각 / 부단히 발전하는 슬픔 : 밀롱가, 초기 탱고, 잘난 체하는 노래와 ‘눈물 짜는’ 탱고 / 카를로스 가르델 / 서사시가 될 수 있는 조각들 / 로마스 데 사모라 외곽의 일화들
130 네 번째 강연-아르헨티나의 정신
일본과 동양에서의 탱고 / 탱고의 인물들 : 콤파드레, 길거리의 여자, ‘부잣집 도련님들’ / 리카르도 구이랄데스와 아델리나 델 카릴을 떠올리면서 / 탱고의 특성 : 루고네스, 미겔 안드레스 카미노, 실바 발데스, 비오이 카사레스 / 문학 작품 주제로서의 탱고 / 「장밋빛 모퉁이의 남자」 : 단편 소설과 영화 / 말도나도 개울 / 도발과 싸움 / 행복의 상징
188 옮긴이의 말
그렇다면 탱고는 어디에서 생겼을까요? 모든 사람의 말에 따르면, 탱고는 몇 년 뒤에 미국에서 ‘재즈’가 태어난 바로 그런 장소에서 태어납니다. 다시 말하면, ‘못된 집’에서 나옵니다. 당시 그런 집들은 도시의 모든 동네에 있었지만, 특별히 그런 동네가 몇 군데 있었습니다. (39쪽)
전쟁과 추방, 그리고 질병이나 죽음, 그러니까 모든 인간의 운명이 의미하는 마지막 비극을 생각해 봅시다. 그 모든 것이 150년이 조금 넘는 시간에 들어 있습니다. 그 모든 일이 다소 비밀스럽게 일어났는데, 그건 알려지지 못한 채 세계적 차원으로 거의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3쪽)
영화가 만든 값싼 감상주의 소설의 운명과 달리, 가난한 사람들은 탱고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점잖거나 잘사는 사람들에게 탱고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탱고는 우리가 봤던 것처럼 파렴치하고 수치스러운 뿌리를 지니고 있는데, 정확하게 반대의 일이 일어납니다. (49쪽)
탱고는 변두리의 것이라고, 탱고는 교외 지역에서 탄생했다는 주장이 반복되었고, 이렇게 주장하는 영화도 많습니다. 물론 변두리는 당시 중심가에서 아주 가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대화를 나누어 본 바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 모두가 ‘변두리의(arrabalero)’라는 단어는 전혀 지리적 의미를 내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그래서 나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38~39쪽)
커플은 뜨겁고 용맹스러운 리듬에 맞춰 나아갔다.
머리카락을 베개 삼아 이마를 기대고서.
어깨에 세 개의 손, 그리고 허리에 하나의 손,
그것이 최신 유행의 변두리 탱고. (43쪽)
가난한 사람들은 탱고를 만들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점잖거나 잘사는 사람들에게 탱고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탱고는 우리가 봤던 것처럼 파렴치하고 수치스러운 뿌리를 지니고 있는데, 정확하게 반대의 일이 일어납니다. 그러고서 점잖은 가문의 젊은이들, 그러니까 ‘부잣집 도련님들’인 젊은 불량배들이, 그러니까 무기를 가지고 다니기도 했고, 우리 나라 최초의 권투선수들로서 주먹을 자랑하기도 했던 그들이 탱고를 파리로 가져갑니다. (49쪽)
탱고는 밀롱가에서 비롯됩니다. 다시 말하면, 탱고에 담긴 그 모든 슬픔 때문에 사람들은 탱고가 “춤추는 슬픈 생각”이라고 말하게 되었지요. 음악이 감정이 아니라, 생각에서 나온다는 듯이 말입니다. (50쪽)
아마도 나는 좀 전에 이 단어가 아프리카 말에 어원을 두고 있다고 말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스페인 음악 중에서도 ‘탱고’라는 이름의 음악이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내 생각에 그 음악은 우리의 탱고와 다릅니다. 아니 우리의 탱고들과 다릅니다. 사실 「엘 초클로」나 「라 쿰파르시타」, 그리고 전위적 음악가들이 만든 최근의 실험적인 탱고 사이에는 거의 극복할 수 없는 차이가 있습니다. (51쪽)
지난 강연에서, 그러니까 지난 대담에서 ‘아르헨티나의’라는 단어, 즉 ‘아르헨티나의’라고 밝히면 이 세상 어디에서든 두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고, 사람에 해당하는 단어 하나와 음악과 관련된 단어 하나가 연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단어는 바로 ‘가우초’와 ‘탱고’입니다. (56쪽)
그러나 탱고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건달이 아니라, 오히려 여자들에 기대어 사는 기둥서방이나 뚜쟁이입니다. 물론 건달을 흉내 내려고 했고, 때로는 건달인 적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경쟁은 치열했고, 그 경쟁을 칼싸움으로 해결하곤 했기 때문입니다. (77쪽)
몇몇 여자들은 아르헨티나 태생의 백인이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초에는 이미 외국에서 들어온 가난한 여자들로 대부분 바뀌어 있었습니다. 프랑스 여자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몇몇 탱고에 자기 이름을 남겼습니다. 탱고 ‘제르맹’을 떠올려봅시다. 탱고 ‘이베트’도 기억해 봅시다. 그러고는 중부 유럽에서 온 여자들도 있었지요. 폴란드 여자들이었습니다. ‘발레스카스’라고 불렸는데, 내가 이 말을 카리에고에서 들은 것인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폴란드 여자들도 있었습니다. 이 세 인물과 함께 탱고가 나타납니다. (85쪽)
지금 우리는 탱고의 장소를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타락한 삶의 집이며, 교도소 근처에 있던 아델라의 천막이었는데, 그곳에서 유명한 춤 파티가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칠레 거리에 있던 무도장, 그리고 벤투라 린치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가장 큰 문제에 관한 그의 책에서 명명하는 것처럼, ‘저질’ 카지노들이 바로 탱고와 관련된 장소입니다. (84쪽)
나는 탱고의 그 오래되고 희미하며 소박하고 비천하며 선구적인 가사를 직접 듣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여러분이 내게 새롭고 과감한 수사법을 써도 좋다고 허락한다면, 이제 가르시아 선생님에게 황금 핀으로 꽂아 달라고, 그러니까 몇몇 밀롱가를, 그러고서 오래된 탱고 몇 곡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으로 이 강연을 멋지게 마무리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88쪽)
탱고는 밀롱가에서 탄생하여 시작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씩씩하고 활발하며 행복한 춤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탱고는 기운을 잃고 슬퍼지다가, 얼마 전에 에르네스토 사바토가 출간한 책에서 말한 내용이 될 정도에 이릅니다. 그가 쓴 탱고 관련 서적에서는 “탱고는 춤추는 슬픈 사상”이라는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98쪽)
“겁쟁이는 천 번 죽지만, 용감한 사람은 한 번만 죽는다.” 다시 말하면, 겁쟁이는 미리 앞당겨 죽습니다. 스스로 죽는다고 상상하면서 죽습니다. 그래서 겁쟁이입니다. 반면에 용감한 사람은 더 얕고 천박합니다. 그는 죽음과 맞서 싸우고, 그래서 두려움을 가질 시간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105쪽)
실제로 내가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그러니까 가장 잘 알고 있는 주제입니다. 그건 탱고가 문학의 주제로 어떻게 사용되었는가입니다. 우선 우리는 이것을 탱고 자체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탱고가 탱고에 대해 말하는 것, 탱고가 탱고와 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147쪽)
그 용기, 그 행복, 용감함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는 행위, 낯선 사람들에 대한 그 도전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 시대와 너무나도 다른 이런 모든 것은 어디에 있을까요? 나는 그 죽은 사람들이 탱고 속에 살아 있다고 말합니다. (178쪽)
냉담한 단도와 또 다른 단도인 시간으로
그들은 흙탕 속에서 사라졌지만,
오늘날 시간과 불행한 죽음을 넘어
그 죽은 자들은 탱고 속에서 살고 있다. (186쪽)
■
사후 30년이 지나서야 출간된 귀중한 유고 강연집
전 세계에 전하는 보르헤스의 마지막 신간 『탱고』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하는 보르헤스의 마지막 신간 『탱고』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보르헤스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 만에 출간된 그의 유고 강연집으로 37년 동안이나 망각 속에 묻혀 있던 보르헤스의 강연 자료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1965년 부에노스아이레스 82번지에서 10월간 매주 월요일, 4회에 걸쳐 ‘탱고’에 대한 강연이 열렸다. 이때 녹취된 강연 테이프는 강연이 끝나고 망각 속에 묻힌다. 그리고 2002년, 이 귀중한 자료가 우연히 베르나르도 아차가라는 소설가에 의해 발견된다. 보르헤스의 아내였던 마리아 코다마를 통해 이 테이프의 목소리가 정말 보르헤스가 맞는지, 또 그런 강연이 있었는지를 확인한 후 『탱고』는 2016년 강연집으로 출간된다.
이 책은 20세기 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지성, 보르헤스의 몰랐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낯설면서도 친근한 책이다. 이 책 속에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농담을 걸고, 좋아하는 시를 낭송하거나, 때때로 탱고를 흥얼거리는 다소 짓궂고 장난기 있는 보르헤스를 만날 수 있다.
■
“‘아르헨티나의’라는 단어를 밝히면 이 세상 어디에서든 두 단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 단어는 바로 ‘가우초’와 ‘탱고’입니다.”
20세기 아르헨티나의 정신을 대표하는,
그리고 보르헤스의 정신과 그의 작품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 ‘탱고’
도서관, 미로, 나침반, 시간, 기억, 거울 등 형이상학적인 주제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각인된 아르헨티나의 눈먼 사서 보르헤스는 1929년 시인 에바리스토 카리에고 연구를 계기로 탱고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보르헤스가 말하는 탱고에서 가장 의외인 점은 우리가 흔히 아는 느리고, 우울하고, 도발적이고, 관능적이며, 쓸쓸한 탱고는 탱고의 원래 얼굴이 아니라는 점이다.
“탱고는 밀롱가에서 탄생하여 시작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씩씩하고 활발하며 행복한 춤이었습니다.” (98쪽)
“초기 탱고의 가사는 동네의 밀롱가, 다시 말하면 잘난체하고 으스대는 그 노래들과 비슷했습니다. (...) 이것은 분명히 처량하거나 슬프지 않습니다.” (104쪽)
진짜 탱고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를 따라 1880년대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가야 한다. 대부분의 구조가 비슷한 단층집, 여전히 계급이 남아 있고 다 함께 가난했던 시절, 이 도시의 매음굴에서 탱고는 시작된다. 보르헤스가 사랑해 마지않는 아르헨티나의 싸움꾼, 불량배, 건달, 즉 콤파드레의 시절이다. 우리는 에바리스토 카리에고의, 델 마소의 시 속에서도 살아 있는 탱고를 만날 수 있다.
“커플은 뜨겁고 용맹스러운 리듬에 맞춰 나아갔다.
머리카락을 베개 삼아 이마를 기대고서.
어깨에 세 개의 손, 그리고 허리에 하나의 손,
그것이 최신 유행의 변두리 탱고.” (43쪽, 「탱고 삼부작」 중에서)
보르헤스에 의하면 파렴치하고 수치스러운 뿌리를 지닌 탱고는 ‘부잣집 도련님들’ 즉 젊은 불량배들에 의해 파리로 옮겨 갔고 그곳에서 품격이 부여된다. 그러고 나서야 탱고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전역에 유행하게 된다.
보르헤스는 이 책에서 아르헨티나의 역사를, 탱고의 어원을, 유행의 변화를,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레오폴도 안토니오 루고네스 등 당대 유명 작가들의 작품 속에 숨은 탱고의 흔적을 특유의 해박한 지식과 애정으로 탐색해 나간다. 결국 보르헤스가 ‘탱고’라 부르는 그것은 “아직도 밀롱가의 용감한 정신을 보존하고 있는” 20세기 초의 유산이며 아르헨티나의 영혼을 담은 그릇이다.
■
“보르헤스, 탱고 강연을 통해 자기의 참모습을 드러내다.”
한 소설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유고 강연집, 『탱고』
누군가의 부탁 때문인지, 자발적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떤 사람이 1965년 10월 4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보르헤스의 강연을 녹음한다. 그가 없었다면 이 강연은 “소수의 사람만 누린 호사”(「작품 해설」)로 남았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은 단연코 다정하고 인간적인 보르헤스다. 그는 강연을 시작하며 청중들에게 이 자리가 강연이 아니라 ‘대담’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건네기도 하고 강연을 마칠 때면 겸손하게 강연을 마무리하고 같이 탱고를 듣자고 권하기도 한다.
“강연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사실 다른 단어를 사용하고 싶습니다. 더 다정할 뿐만 아니라, 더 지당하고 타당한 단어를 말이지요. 그건 바로 ‘대담’이라는 단어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내가 말하는 것을 보충해 주고 확인하며 반박한다면 더없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그건 내가 가르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배우기를 소망하기 때문입니다.” (17쪽)
“이제 내 빈약하고 가련한 강연은 여기까지 하고, 멋지고 감동적인 음악을 듣겠습니다.”(128쪽)
보르헤스는 이 책 속에서 지금처럼 팽창하기 전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가난한 동네에서 자랐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듯하다. 그 시대에서 건져 올린 위대한 아르헨티나의 정신은 비록 가진 것은 많지 않았지만 용감하고 실리를 따지지 않던 콤파드레들이 간직하고 있다.
“그 용기, 그 행복, 용감함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는 행위, 낯선 사람들에 대한 그 도전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 시대와 너무나도 다른 이런 모든 것은 어디에 있을까요? 나는 그 죽은 사람들이 탱고 속에 살아 있다고 말합니다.” (178쪽)
그는 로사리오나 몬테 비데오의 변두리에 사는 콤파드레를 상상해 보자고, 싸구려 집에 사는 그 삶이 얼마나 가난했을지 생각해 보자고 권한다. 그가 들려주는 건달은 “아픔은 내가 책입집니다.”라며 수술을 참아 내는 농장의 어느 일꾼이기도 하며, 오랜 친구이자 적인 두 사람이 감옥에서 나와 만났을 때 “어디에 새겨 주면 좋겠어?”라고 자극하자 “여기.” 하며 상대의 얼굴을 베고는 얼싸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라기보다는 사람을 죽이는 불행이 일어나는, ‘불행에 빠지는’ 사람에 가까운 사람들이었으며 용기를 하나의 종파로 선택한 사람들이다.
보르헤스는 20세기 초의 이 사나운 시절을 회고하며 오히려 오늘날이 얼마나 난폭하고 흉포한 시기인지를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평화의 시기’에 있는데, 은행 강도, 엄청난 거금 횡령 등을 보고, 폭탄과 방화를 목격합니다. 이 모든 것이 석간신문을 읽는 동안, 혹은 조간신문을 읽는 동안에 일어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20세기 초의 ‘사나운 시절’보다 훨씬 난폭하고 흉포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118쪽)
현대 문학의 지성, 그 본령의 보르헤스가 탱고 강연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것은 역사의 변천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탱고를 통해 비록 가난하지만 ‘용기’를 택했던 그 시절이 아닐까.
“나는 아르헨티나의 정신 속에는 무언가가 있다고, 때때로 무명이기도 한 그 서민들이, 그 변두리의 작곡가들이 구해 낸 무언가가 있으며, 그 무언가는 곧 돌아올 거라고 믿습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탱고를 연구하는 것은 헛되고 소용없는 행위가 아니라, 아르헨티나 영혼의 다양한 변화와 변천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것입니다,”(179쪽)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작가 보르헤스는 1986년 세상을 떠났다. 그가 죽은 지 30년이 넘어서 우연히 우리에게 도착한 보르헤스의 마지막 신간을 만나 보자. ‘용감함’과 ‘즐거움’ 때문에 탱고를 즐겼던, 20세기 초 아르헨티나의 영혼을 사랑했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유고 강연집에서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자산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오래된 옛 탱고를 들으면서 용감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다음 나는 탱고가 우리 모두에게 상상의 과거를 주며, 탱고를 들으면서 우리가 모두 마술에 걸린 것처럼 ‘변두리의 길모퉁이에서 싸우다가 죽었다’고 느낀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말한 모든 것을 요약하자면 탱고는, 아니 무엇보다도 밀롱가는 행복의 상징이었습니다.” (178~179쪽)
작가정보
저자(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Jorge Luis Borges
1899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정규 교육 대신 영국계 외할머니와 가정교사에게 교육을 받았으며, 어려서부터 놀라운 언어적 재능을 보였다. 1919년 스페인으로 이주, 전위 문예 운동인 ‘최후주의’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한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돌아와 각종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며, 1931년 비오이 카사레스, 빅토리아 오캄포 등과 함께 문예지 《남부(sur)》를 창간, 아르헨티나 문단에 새로운 물결을 가져왔다.
한편 아버지의 죽음과 본인의 큰 부상을 겪은 후 보르헤스는 재활 과정에서 새로운 형식의 단편 소설들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픽션들』(1944)과 『알레프』(1949)로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그는 이후 많은 소설집과 시집, 평론집을 발표하며 문학의 본질과 형이상학적 주제들에 천착한다.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 관장으로 취임한 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1980년에는 세르반테스 상, 1956년에는 아르헨티나 국민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1986년 마리아 코다마와 결혼했고 보르헤스는 그 해 6월 14일 제네바에서 사망했다. 코다마는 유일한 상속인으로서 재혼하지 않은 채 보르헤스 국제 재단을 설립하고 그의 작품을 관리하는 데 여생을 보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다. 콜롬비아 카로이쿠에르보 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하베리아나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임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울산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보르헤스의 미로에 빠지기』 등이, 옮긴 책으로 『픽션들』, 『알레프』, 『거미여인의 키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말하는 보르헤스』, 『썩은 잎』,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모렐의 발명』, 『천사의 게임』, 『꿈을 빌려드립니다』, 『판탈레온과 특별 봉사대』, 『염소의 축제』, 『나는 여기에 연설하러 오지 않았다』, 『족장의 가을』, 『청부 살인자의 성모』 등이 있다. 제11회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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