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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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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3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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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5.98MB)
ISBN 979117213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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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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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실천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2010년 첫 장편소설인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이름을 알린 지 십수 년 남짓. 처연한 비관의 세계에서 시작한 그는 2023년 이상문학상을 받으며 “등단 이후 십여 년간 한결같은 걸음걸이로 걸어온 작가의 작품 세계가 마침내 새로운 경지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눈이 부시다”(소설가 윤대녕)라는 평을 받았다. 같은 해 출간한 장편소설 《단 한 사람》을 통해서는 십여 년간 곱씹은 질문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으며 작가적 전환점을 맞기도 했다.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크고 오래 사는 생물, 수천 년 무성한 나무의 수명 가운데 이파리 한 장만큼을 빌려 죽을 위기에 처한 단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나무와 인간 사이 수명 중개인’의 이야기인 《단 한 사람》은 출간되자마자 쇄를 거듭하며 하반기 최대 베스트셀러로 등극했음은 물론, 〈한겨레21〉 〈시사인〉 〈채널예스〉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20여만 부가 판매되며 역주행 열풍을 이끈 《구의 증명》에서부터 소설적 성취의 완결을 보여준《단 한 사람》까지, 발표하는 소설마다 특유의 거침없는 서사와 긴 여운을 남기는 서정으로 최진영 유니버스는 바야흐로 점점 더 확장 중이다.
그렇다면 최진영 유니버스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 《원도》가 그 실마리가 되어줄 것이다. 2013년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짧게 독자를 만나고 절판된 채 중고책 시장에서 수만 원을 호가하며 판매되는 등 내내 복간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이 장편소설이 11년 만에 새 옷을 입고 독자를 찾아온다. 《원도》는 최진영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구의 증명》 바로 전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구의 증명》의 모티프가 선연한데, 특유의 강력하고 거침없는 파토스로 몰아치는 생동감은 작가의 여느 책을 능가한다. 작가 또한 “그때 원도의 이야기를 썼기 때문에 다음 질문으로 건너갈 수 있었음을” ‘새로 쓴 작가의 말’에 밝혀두었다.
살갗을 찢어내는 차디찬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골목길에 “불법 쓰레기”처럼 처박힌 한 남자. 횡령과 사기, 탈세와 살인혐의로 길거리와 여관방을 전전하는, 검붉은 피를 목구멍으로 토해내는 자, 그의 이름은 원도.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가. 그는 한때 아내도 딸도, 집도 재산도 있었다.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이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여섯 살에 목도한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무관심? 열등감으로 몸부림 치게 만들었던 그 녀석? 끝내 실패를 안겼던 사랑? 원도는 뒤틀려버린 인생의 한 조각 구멍을 찾으려 안간힘을 쓴다.
이 책은 이미 끝나버렸다고 판결된 삶이라도 어떻게든 복원해서 다시 한번 살고자 하는 한 남자의 생에 대한 갈구를 마치 시지프 신화의 비극처럼 쏟아낸다. 이 사람 원도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모두 그와 다르지 않은 자신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질문할 것이다.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어쨌든 나에겐 사랑이 필요하다는 호소. 그것을 전하려고 계속 소설을 쓰는 것만 같다.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가’라는 문장은 ‘이렇게 계속 사랑해도 되는가’라는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핍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넘쳐흘렀다. 언제나 흐르고 있었다. 이 소설은 어쩌면 흐르는 그것을 잠시라도 막아서 내 안에 가두어보자는 안간힘이었는지도. 이 소설을 들여다보며 다시금 깨달았다. 그때 원도의 이야기를 썼기 때문에 다음 질문으로 건너갈 수 있었음을._‘새로 쓴 작가의 말’에서
원도

초판 작가의 말
새로 쓴 작가의 말

이제 원도는 어른이다. 먹을거리를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어른. 배고프면 직접 밥을 차려 먹고 설거지까지 해야 하는 어른. 설거지하다가 그릇을 깨면, 깨진 그것을 직접 치워야 하는 어른. 가끔은 자기 아닌 타인에게 너 밥은 먹었니 물어보는 어른.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는 어른._10쪽

사는 동안, 잊을 만하면 튀어나와 원도를 궁지로 몰아넣던 질문. 때론 가소롭고, 때론 무섭고, 때론 고통스럽던 질문. 글자나 소리로 이루어진 대답이 아닌, 원도 자체를 요구하던 그것.
왜 사는가.
이것은 원도의 질문이 아니다.
왜 죽지 않았는가.
이것이다._15쪽

아내가 있었고, 딸이 있었다. 잊을 수 없는 모욕과 경멸, 쉽게 잊고 만 실패와 감동, 주체할 수 없는 원망과 분노, 비열한 순간과 절망의 날들. 그리고 희망. 꿈. 하고 싶고 갖고 싶고 이루고 싶었던 것들. 하지만 그때의 경멸이 정말 경멸이었는지, 감동이 정말 감동이었는지, 절망이, 희망이 정말 그것이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 아내가 무엇인지, 동료가 뭐고 선생이 무언지, 그들이 어떤 자들인지. 결국 다 한통속이고, 진흙처럼 엉긴 덩어리일 뿐이다. 그 안에서 각자의 자리를 바꾸더라도 크게 다를 바 없는, 결국 나를 배신하거나 기만하거나 파멸시키기 위해, 아니 꼭 그것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래야만 생존할 수 있는 자들의 덩어리라는, 그런 느낌뿐이다. 괴롭다. 그 무엇도 명확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 존재할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이. 내 인생이 뒤틀려버린 단 한 순간이. 알아야 한다. 그때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_21~22쪽

살면서 단 한 번도 나를 직접 본 적이 없는 나는 죽어서 나를 볼 수 있을까. 내가 보는 나는 언제나 거울 속의 나였다. 혹은 유리 속의 나. 좌우가 뒤바뀐 나. 그것은 나지만 내가 아니기도 했다. 비친 나에 불과했다. 그것 아닌 나를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었다. 나를 보고 싶다. 남처럼 보고 싶다._27쪽

실패의 기억. 그것에 답이 있을 것이다. 실패는 많았다. 성공보다 많았다. 실패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좌절이나 절망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그것.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이 실패다. 사랑했으나 헤어졌고 응시했으나 떨어졌고 돈을 가졌으나 파산했고 결혼했으나 이혼했고, 이혼하지 않았더라도 그것은 실패고, 태어났으나 죽을 것이다. 아니, 태어났으니 죽을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은 기억에 없다. 죽는 순간 역시 기억에 없을 것이다. 시작과 끝이 텅 빈 구멍이다. 그 구멍으로 온 생이 콸콸 쏟아져 사라질 것이다._30쪽

때가 되면 차고 넘치는 것. 의미를 잃으면 쓰레기에 불과한 것. 동그라미 하나에 인생이, 인상이, 체면이, 대접이 달라졌다._34쪽

원도의 머릿속에는 버튼 하나로 원도를 박살 내버릴 시소가 있다. 죽어야겠다는 생각과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같은 무게로 시소의 양 끝에 앉아 있고, 원도는 어느 쪽으로 몸을 기울일지 선택하지 못한 채 그 중간에 위태롭게 서 있다. 생각은 무게가 없다. 유령처럼 존재하는 그것은 유령처럼 사람을 홀린다._42쪽

원도의 틀린 점을 일일이 기록하는 오답 노트가 있다면,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읽어도 다 읽을 수 없는, 너무 두꺼워서 읽다 보면 무슨 노트를 읽는지조차 망각할 만큼 기나긴, 오답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흡사 정답 같기도 한 목록이기에 결국 오답을 정답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는 그런 노트가 될 것이었다. 오답 노트의 39405837쪽 정도에 기록될, 아이도 어른도 아닌 원도가 생각한다._56쪽

뭔가가 나를 뚫고 지나갔어. 그게 뭔지는 모르겠는데 확 지나가버렸는데 여기 구멍이 있어. 여기로 자꾸 아픈 바람이 불어와. 여기 있어야 할 게 없어. 내 몸에 이게, 이게 대체 뭐야 엄마. 원도가 운다. 무서워서 운다._67쪽

한순간 한꺼번에 닥치는 불행이란 없다. 징조가 있다. 시작이 있다. 보고도 본 줄 몰랐던, 겪고도 겪은 줄 몰랐던, 듣고도 들은 줄 몰랐던 유령 같은 시작. 단 한 방울의 독으로 모든 그림이 바뀐다. 분명 그럴 것이다. 그것을 찾아야 한다. 죽지 않기 위해 기억해야 한다. 이 지옥에서 탈출해야 한다._74쪽

죽는 순간에야 멈출 것이다. 좌절도 절망도 두려움도, 감정의 태풍과 해일도 그제야 끝날 것이다. 죽음은 모든 것을 제압하는 절대 패, 가장 강력한 조커다._75쪽

인간의 마음에는,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 중심에는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은 어떤 공간이 있는데, 아주 사소한, 빗방울 하나보다도 작은 공간이 있는데, 마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딱딱한 맨틀 같은 것이 둘러싸고 있어서 무엇도 그 중심에 닿을 수 없고, 닿을 수 없으니 채울 수도 없고, 그래서 그 공간은 텅 비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닿을 수도 채울 수도 볼 수도 없지만 그곳에 있기에 분명 느껴지는 그 빈 곳은 결국 저주이고, 신이 인간을 완벽하게 사랑하기보다, 사랑하면서도 증오하여 만든 마음의 구멍이고,_91~92쪽

그런 기억은 느닷없이 벽을 뚫고 튀어나오는 주먹과 같다. 누구의 것인지도, 무엇을 겨냥하는지도 모를 단단한 주먹. 피해야 할지 잡아야 할지 펴야 할지, 편다면 그 안에 꽃잎이 있을지 잘린 혀가 있을지 터진 눈알이 있을지 다이아몬드가 있을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 당신이 최고라는 말, 사랑한다는 말, 성취감, 얄팍한 위로, 마지못한 인정, 신기루 같은 환상, 모두 거짓이었다. 그리워 돌아보면 터무니없이 황폐한 그 자리. 순간의 진심 따위 아무짝에도 쓸모없다.태어나자마자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생명. 완성하기도 전에 썩어가는 음식. 진심이란, 감정이란, 그런 것이다. 일 초 전의 세상과 일 초 후의 세상은 다르다. 절대 같을 수 없다.
결국 혼자 남았다._94쪽

피할 수 없는 악취와 독기 속에서, 원도는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차차 괴물이 되어갔다._102쪽

울고 싶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울고 싶진 않다._128쪽

아무리 탕진해도 넘쳐나는 생. 바닥없는 기억. 전체가 그림자인 검은 방에 내던져진 원도. 내내 떤다. 고독하게 떤다. 고독하게 떨며 그리워한다. 그리워하며 원망한다. 그날 그 밤 아프도록 환했던 당신의 웃음을. 이건 게임이다. 전 재산을 건 게임이다._149쪽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육체와 정신은 살짝 미치면서 강해진다. 싸우려는 것이다. 내 안에 침투한 그것, 나를 해치려는 병균, 흔히들 사랑이라고, 당신이라고 부르는 그것과. 사랑에 빠져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증상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고열, 두통, 근육통에 시달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타인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랑할 수는 없다. 때로는 그것에 완벽하게 삼켜지길 바라는데, 결국 완전히 삼켜지지 못하고 팔이나 다리나 머리통만 씹힌 채 뱉어지고 만다. 불구가 되어 다시 나를 삼켜줄 또 다른 괴물의 입 주변을 기웃거린다._153쪽

그것은 잘못이라기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그저 삶이었다. 하루하루였다._163쪽

인간은 단 한 순간도 역할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은 생명에 대한 담보와 같다. 역할 혹은 상징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자유를 뺏긴다. 아니다. 원래 없는 것이므로 뺏긴다는 말은 적당하지 않다. 살아 있는 이상 자유는 없다._168쪽

파산자에 범죄자에 도망자가 되어, 가족에게 버려진 채 매일 피를 토하면서도, 이 지경으로도 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이유인가._175쪽

무조건 존재하는 것은 사랑이나 희망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아닌 공포나 불안인지도 모른다._187쪽

미래는 없다. 현재는 순간이다. 기댈 것은 차곡차곡 쌓인 기억뿐이다. 죽거나 살아야 하는 데 이유가 있다면, 이유가 필요하다면, 과거를 뒤질 수밖에 없다. 눈을 감으며, 원도는 쉬지 않고 기억한다._192쪽

돌고래는 어째서 돌고래고 나는 어째서 나야? 하고 물을 만큼 세상 모든 것이 궁금했고 세상 전부를 이해할 수 없었던 원도는 어느 날부터 질문을 참는 아이가 되었고 순식간에 질문을 두려워하는 어른이 되었다._218쪽

원도에게 어머니는 분명 존재했지만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 텅 빈 그곳을 온갖 상상과 환상으로 채우다 어느 순간 잊었다. 잊고 살다 가끔 절감했다. 절감할 때마다 사랑하고 싶었다. 누구라도. 무엇이라도. 아니다. 사랑받고 싶었다. 누구에게든. 무엇에게든._221쪽

일어나려면 일단 앉아야 한다. 걷기 위해선 먼저 멈춰야 한다. 함께하길 원한다면 우선 혼자여야 한다.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기억해야 한다.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기억하고 선택해야 한다. 미룰 수 없다. 거부할 수 없다. 주저앉았던 원도가 일어난다._240쪽

그러니 먼저 바라는 것은 나부터 나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 나를 배반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지금 소통의 불가능을 믿는다. 타인의 몰이해를 믿는다. 그 믿음이 나의 입구며 출구다._‘초판 작가의 말’에서

비장한 서사, 거침없는 문체, 뜨거운 주제의식…
최진영 유니버스의 시작 그리고 귀환

원도, 그는 누구인가. 엄마의 애정을 갈구했고 질문이 많았던 아이,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는 어른”. 검은 봉지에 담겨 으슥한 곳에 버려진 쓰레기처럼 병든 몸으로 길거리를 전전하는 남자. “파산자에 범죄자에 도망자가 되어, 가족에게 버려진 채 매일 피를 토하면서도, 이 지경으로도 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원도는 결정적인 순간, 인생이 뒤틀려버린 단 한 순간을 알아내려고 한다. 무슨 일이 자신에게 일어난 것인지, 대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여섯 살이 되던 해 눈앞에서 “아버지를 믿어라”라는 말을 남긴 채 물을 마시고 죽어버린 아버지, 이후 나타난 다른 아버지, 이 두 아버지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다른 아버지는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휘둘렀고, 엄마는 봉사활동을 다니며 원도 외의 존재에게 사랑을 베푸느라 부재했다. 정작 원도 앞에서는 눈물만 흘리는 엄마 때문에 죄책감을 느꼈다. 보육원의 그 녀석, 늘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해 경쟁의식을 부추긴 장민석이 시작이었나. 항상 다른 남자와 비교하던 대학 시절 여자친구 유경 때문인가. 수많은 사람을 파산시키면서 돈을 탐하게 되었던 은행에 취직한 것부터가 잘못인가. 기억의 심연을 고통스러울 정도로 파헤친 끝에 마침내 거대한 비밀의 문 앞에 이르는 원도. 과연 그가 마주한 진실은 무엇일까.
이 소설은 광활한 기억 가운데 인생의 뒤틀린 한 조각을 찾으려는 남자의 처연한 여정을 담았다. 피할 수 없는 악취와 독기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차차 괴물이 되어간 한 인간의 사투의 기록과도 같다. 조각나고 짓밝힌 기억은 “느닷없이 벽을 뚫고 튀어나오는 주먹과 같”고 “그 안에 꽃잎이 있을지 잘린 혀가 있을지 터진 눈알이 있을지 다이아몬드가 있을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삶이란 근본적으로 “시작과 끝이 텅 빈 구멍”이고 “그 구멍으로 온 생이 콸콸 쏟아져” 결국 사라질 것임을 원도를 통해 보여준다. 그가 어두운 여관방에서 홀로 목놓아 울 때 독자는 직감할 것이다. 원도는 나였다고.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은 죽고 싶지 않다는 열망의 다른 표현이었다고. 우리는 영원히 메울 수 없는 구멍 하나를 평생 들여다보며 살아야 할 거라고.
작가는 원도의 처절한 질문을 독자의 몫으로 건넨다. 죽지 않고 살아내기 위해 기억하고 선택해야 한다고. 왜 사는가, 이것은 원도의 질문이 아니고 왜 죽지 않았는가, 또한 아니며 “그것을 묻는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문장으로.
《원도》는 비장미 넘치는 서사, 날카로운 문체, 인간과 구원이라는 주제를 꿰뚫는 묵직한 통찰로 최진영 작가 초기 소설 세계의 정점을 목도할 수 있다. 이 전면개정판이 반갑고 귀한 것은 빠르게 소진되고 소비되는 출판시장에서 11년의 시간을 견디고 의연히 돌아왔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은 낡지 않았고 소설적 순정은 오히려 빛을 발한다. 주저앉지 않고 끊임없이 걸어온, 소설로서 인간과 생을 기억해온 작가의 패기 넘치는 귀환이 자못 경이롭다.

일어나려면 일단 앉아야 한다. 걷기 위해선 먼저 멈춰야 한다. 함께하길 원한다면 우선 혼자여야 한다.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기억해야 한다.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기억하고 선택해야 한다. 미룰 수 없다. 거부할 수 없다. 주저앉았던 원도가 일어난다._본문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최진영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끝나지 않는 노래》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이제야 언니에게》 《내가 되는 꿈》 《단 한 사람》, 소설집 《팽이》 《겨울방학》 《일주일》, 단편소설 《비상문》 《오로라》가 있다. 만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초판 발행 날짜는 2013년 12월 24일. 무척 추운 겨울이었다. 당시 나는 원도처럼 혼자였고 간절하게 기억을 헤집으며 갈등했다. 나는 왜 살아 있는가, 살아 있다고 말해도 되는가,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가 질문했다.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따라가며 소설을 쓴다. 계속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초고를 쓸 때 파일명은 ‘원도’였다. 출간하면서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다. 당시 출판사가 그 제목을 원했다. 이유를 충분히 이해했으나 반대하고 싶었다.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문장 자체가 나에게는 커다란 공포였으니까. 책이 나를 빤히 바라보며 끊임없이 질문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원도’를 원하는 사람은 나뿐이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전문가 의견을 따르는 편이다.
출간 후 책장 구석진 곳에 책을 꽂아두고 다시 펼쳐보지 않았다. 내 안에 들끓던 무서운 질문을 소설로 써서 전부 버렸다고 믿었다. 내겐 다른 이야기가 필요했다. 겨울은 끝나고, 또 다른 겨울이 도래하고, 쉼 없이 글을 쓰던 2018년 어느 날, 절판을 요청하는 메일을 출판사에 보냈다. 출판사 내부 사정과 개인적인 이유가 맞물렸다. 그렇게 이 소설은 초판으로 끝나리라 생각했다.
몇 년 전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제목의 그 책이 온라인 서점의 중고책 시장에서 정가의 서너 배 넘는 가격으로 판매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겨울밤 어둠 속에서 홀로 스러져가는 원도처럼 고요하게 잊힐 줄 알았는데…… 대체…… 왜……? 극소수일지라도 원도의 이야기를 찾아 읽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자 문득 무서워졌다. 써서 버렸다는 믿음은 착각이었다. 나는 여전히 그 질문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개정판 작업을 시작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십여 년 전에 쓴 나의 글을 다시 읽는 데는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하니까.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나조차 외면하고 있는 ‘원도’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에게. 책장 구석에서 책을 꺼내 펼쳤다. 책 속에는 십여 년 전 책갈피 삼아 만들었던 빳빳한 종이가 있었다. 그것에 다음의 두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인간은 과연 구원을 호소하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있는가?
이 문제가 바로 나의 관심의 전부다.
- 《시지프 신화》(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책세상)

소설을 쓰던 당시 골몰한 주제일 텐데, 그 또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소설 속 문장처럼 ‘느닷없이 벽을 뚫고 튀어나오는 주먹’ 같은 ‘그 안에 꽃잎이 있을지 잘린 혀가 있을지 터진 눈알이 있을지 다이아몬드가 있을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기억들. 그래서 나는 과연 구원을 호소하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있는가? 그때 내 대답은 기억에 없다. 지금 내 대답은 ‘그럴 수 없다’.
제목에 관하여, 십여 년 전과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나는 본래 제목을 유지하길 원했고 출판사에서는 ‘원도’라는 제목을 원했다. 초판과 개정판이 별 차이 없으므로 원제를 쓰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원제를 바꾸는 행위가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선택했을 극소수의 초판 독자에게 서운함을 주지 않을까 우려도 됐다.
시간이 흘러 다시 보니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라는 제목이 꽤 파격적이며 심지어 멋지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질문에서 어느 정도 멀어진 것이다. 두렵지만 피하고 싶진 않을 만큼. 하지만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를 원하는 사람은 나뿐이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전문가의 의견을 따르는 편이다. 그렇게 이 소설은 십여 년 전의 파일명을 되찾았다.

어쨌든 나에겐 사랑이 필요하다는 호소. 그것을 전하려고 계속 소설을 쓰는 것만 같다.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가’라는 문장은 ‘이렇게 계속 사랑해도 되는가’라는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핍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넘쳐흘렀다. 언제나 흐르고 있었다. 이 소설은 어쩌면 흐르는 그것을 잠시라도 막아서 내 안에 가두어보자는 안간힘이었는지도. 이 소설을 들여다보며 다시금 깨달았다. 그때 원도의 이야기를 썼기 때문에 다음 질문으로 건너갈 수 있었음을.

(…) 초판을 읽어주신 분들, 중고책을 찾아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용기 내지 못했을 거예요. 지금도 저는 소통의 불가능과 타인의 몰이해를 생각합니다. 더는 믿지 않고 그저 생각합니다. 질문을 따라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그 길 위에서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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