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시대의 전쟁론
2024년 03월 3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2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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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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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시에 자제라는 덕목은 단호한 결의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자제란 현존하는 동맹을 보호하면서도 과도하게 동맹의 범위가 확장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북한이나 이란과의 핵 협상에 임할 때는 강경하지만 현실적인 타협안을 모색함을 뜻한다.
또한 필자는 현재 미국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4+1 위협모델, 즉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및 초국가적 극단주의 또는 테러리즘에 중점을 두는 방안에 더해 두 번째 4+1 목록을 보완할 것을 제안한다. 두 번째 4+1 목록은 생물학적, 핵, 기후, 디지털 및 국내 및 경제적 위험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다.
역자 서문 xvii
지도 xx
제1장 깨지기 쉬운 평화의 시대와 불확실한 미국 1
제2장 단호한 자제의 대전략 21
제3장 유럽과 러시아 60
제4장 태평양과 중국 88
제5장 한 국 117
제6장 중동과 중부사령부 141
제7장 그 밖에 4+1-생물학, 핵, 기후, 디지털 및 국내 위험요인들 168
제8장 미 군 198
결 론 219
Notes 223
찾아보기 293(QR코드)
머리말: 어느 국방전문가의 경험
필자가 워싱턴에서 일한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 그간 총 4번의 전 세계를 뒤흔들 만한 지정학적 사건이 발생했다. 바르샤바 조약 기구와 소련의 해체에 이어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고 전 세계가 9.11 테러를 생생히 목격했다. 이어 금융위기와 함께 경기침체를 겪었고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중국은 점진적이기는 하나 역사적인 기준에서 보면 매우 빠른 속도로 수 세기 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위대한 부흥이라는 속내를 다시금 드러내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과거의 경쟁적이고 위험한 지정학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지정학적 사건들은 디지털 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얽히고설켜 보다 복잡한 성격을 띤다. 한편 미국에서는 최초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대통령이 탄생하는가 하면 역사상 가장 독단적인 대통령이 그 뒤를 이었다. 1989년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교수가 예언했듯이 현시대는 본디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과도 같은 시기여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련의 사건들이 숨 쉴 새 없이 휘몰아치고 있다.
이렇듯 1989년 이래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미칠 영향력은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할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금융위기나 9.11 테러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판단되나 러시아와 중국이 가져올 지정학적 변화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확신하기는 이르다. 최근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가 향후 많은 분야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나 필자가 이 책을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바와 그 근거는 단지 이러한 최근의 변화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님을 밝혀 둔다.
이 책은 필자가 약 10년간 미국의 대전략(grand strategy)이라는 주제에 끊임없이 매달리고 씨름한 노력의 결과이다. 여기서 대전략이란 국가의 안전(safety)과 안보(security)를 보장하기 위한 미국의 포괄적인 계획을 말한다. 필자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아직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미국 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Donald J. Trump)의 임기가 끝나기 전부터 미국의 대전략에 대해 고민해왔다. 아마도 코로나19와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한 변화의 바람은 최소한 그만한 크기의 지정학적 변화가 불기 전까지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대전략은 과거 발생한 사건의 중요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으면서도 다음 찾아올 거대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을 정도의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 이상적으로 대전략은 국가의 기강을 튼튼히 하면서도 이후 마주하게 될 주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군사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제안하는 “단호한 자제(resolute restraint)”라는 대전략은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단호(resolute)”와 “자제(restraint)”라는 두 단어 모두 강조하고자 한다. 동맹에 대한 미국의 공약과 해상에서의 자유로운 항행과 같은 핵심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호한 결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자제라는 덕목은 단호한 결의 못지않게 중요하다. 여기서 자제란 현존하는 동맹을 보호하면서도 과도하게 동맹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에 주의하면서 북한이나 이란과의 핵 협상에 임할 때는 강경하지만 현실적인 타협안을 모색함을 뜻한다. 또한 필자는 현재 미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4+1 위협모델, 즉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및 초국가적 극단주의 또는 테러리즘에 중점을 두는 방안에 더해 두 번째 4+1 목록을 보완할 것을 제안한다. 이 두 번째 4+1 목록은 생물학적, 핵, 기후, 디지털 및 국내 및 경제적 위험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보완이 현재 미국의 공약을 약화시키거나 국방예산을 축소시키지 않으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두 번째 위협모델에 포함된 위협들은 기존의 위협을 뛰어넘거나 대체 또는 축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기존의 위협을 악화시키거나 더욱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필자가 1989년 이래 워싱턴에서 그간 배운 것들을 모두 종합하고자 한다. 1989년은 린든 B. 존슨(Lyndon B. Johnson) 대통령의 최고 측근이자 필자의 오래된 테니스 파트너이기도 한 해리 맥퍼슨(Harry McPherson)이 소위 정치적 교육이라고 불렀던, 즉 필자의 정규 학업이 끝난 시점이다. 그 이후 약 30년에 걸쳐 필자는 크게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 번째는 국제정치에 있어 군사력의 사용에 보다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언제든지 지난 수 세기에 걸쳐 인류가 이룩해온 놀라운 발전에 위협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 일반적으로 안보문제와 위기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들 간에 발생한다. 익숙함은 종종 경멸을 낳고 지리적 근접성은 국가들의 전략적 욕구를 자극하는 법이다. 이러한 까닭에 비록 결함이 있더라도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강대국이 보다 효과적인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거나 안정적인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교훈을 통해 필자는 미국이 지속적인 리더십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으로 관여(engagement)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면서도 일부 무력 사용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것이 이와 같은 모순적인 책 제목이 탄생한 배경이다.
워싱턴에서의 첫 직장은 워터게이트 사건 및 베트남 전쟁 직후 앨리스 리블린(Alice Rivlin)과 그녀의 보좌관 로버트 레이샤워(Robert Reischauer, 이후 필자의 상사이기도 하다)에 의해 설립된 미국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라는 곳이었다. 위 두 사람은 필자가 만나본 공무원들 중 가장 선견지명이 있었다. 1990년 8월 사담 후세인(Saddam Hussein)의 쿠웨이트 침공 이래 조지 H.W. 부시(George H.W. Bush) 대통령은 군사적 대응을 지시하였다. 그 과정에서 제임스 사서(James Sasser) 상원의원은 의회예산처로 하여금 사막의 폭풍 작전(Operation Desert Storm)이 시작되기 전 대략적인 비용을 추정토록 하였다. 미국이 쿠웨이트와 어떠한 조약 의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쿠웨이트 침공이 새로운 세계 질서 속에서 묵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의회는 이러한 개입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몇몇 의원은 참호, 화학무기 및 치열한 근접전 등 전투 방식에 있어 제1차 세계 대전과 유사할 수도 있을 것이라 믿었다. 우리는 조사 결과 당시 가치로 약 280억 달러에서 860억 달러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 예측했다.
필자는 이러한 과정에서 레인 피에롯(Lane Pierrot), 프란 루시에(Fran Lussier) 그리고 내 직속 상관인 밥 헤일(Bob Hale)과 같은 훌륭한 분석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 또한 이는 프랭크 폰 히펠(Frank von Hippel), 할 파이브슨(Hal Feiveson), 조수아 엡스타인(Joshua Epstein), 애런 프리드버그(Aaron Friedberg), 리처드 울만(Richard Ullman), 배리 포젠(Barry Posen), 스티브 월트(Steve Walt)와 같은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님들께 배웠던 방법론을 적용하여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우리는 알렌 엔소벤(Alain Enthoven)과 웨인 스미스(K. Wayne Smith)와 같은 존경받는 국방 분석가들이 집필하고 여전히 영향력 있는 저서인 ??어느 정도면 충분한가(How Much Is Enough?)??에서 제시한 철학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것은 바로 국방분야 분석에 있어 “적당히 맞는 답(roughly right)”이 “완전히 틀린 답(precisely wrong)”보다 낫다는 것이다. 그들은 군사 문제의 불확실한 특성을 감안할 때 가정은 가능한 단순하고 명확해야 하며, 방법론은 누구나 이해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충분히 명료해야 한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나아가 국방 분석에 있어 모든 예측 가능한 계산식을 일정한 가치의 범위를 설정하여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국방 분석 과정에는 전쟁 간 사상자 수 또는 무기체계 비용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될 수 있다. 계산 결과 잘못된 예측을 할 소지가 있는 경우 단일 값이 아닌 상한 및 하한 또는 낙관적 및 비관적 추정이 병행되어야 한다. 사막의 폭풍 작전 수행으로 사용된 실제 비용은 거의 정확하게 연구팀이 제시한 범위 중간이었다(그리고 결과적으로 외국 정부가 대부분의 비용을 지불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사막의 폭풍 작전과 같은 제한적인 전쟁의 경우 올바른 분석틀과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유연하고 겸손한 마인드만 견지한다면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막의 폭풍 작전은 목표와 계획이 비교적 잘 정의되어 있었고 그 범위가 제한적이었으며 미국의 군사력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었다. 당시 전쟁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의회예산처의 역할이 아니었다. 주요 군사작전에 드는 비용을 사전에 신뢰할 만한 수준, 즉 가장 낮은 비용과 가장 높은 비용이 “겨우(only)” 3배 정도의 차이가 날 정도로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군사작전의 범위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결과를 예측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당시 연구 결과는 나름 훌륭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결과는 군사작전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고 우리 역시 너무 잘하려고 하거나 정확하게 예측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추후 이러한 전쟁은 예외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투키디데스(Thucydides),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와 같은 학자들이 역사 초기 전쟁에 대해 평가했듯이 전쟁은 생각보다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리적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그 범위가 급속도로 확장되기도 하고 전투 방식조차 생소한 경우도 있으며, 전쟁 초기 예상했던 기간보다 훨씬 길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사실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러한 전쟁 예측에 대한 어려움을 되새기면서 필립 골든(Philip Gordon)과 필자는 2001년 워싱턴 포스트지를 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어떠한 군사작전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의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우리의 논평 이후 다양한 반응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은 것은 켄 아델만(Ken Adelman)의 대답이었다. 그는 전쟁은 “식은 죽 먹기(cakewalk)”라고 답하였는데 이런 그의 대답은 지금까지도 악명이 높다. 불행히도 그의 전망은 틀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립과 필자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이 씁쓸할 따름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필립이 최근 그의 저서를 통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2002년 필자는 다른 기고문을 통해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는 5년간 총 150,000명의 군인이 파병되고 이 중 약 3,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개인적으로 2001년과 2002년에 예상했던 내용이 제발 틀리기를 바랐지만 실제로 거의 정확하게 적중하고 말았다(비록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이후 발생한 반란 또는 내전의 성격이나 규모에 대해서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필자는 2002년 만약 미국이 사찰을 통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 전쟁만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무자비한 사담 후세인 정권하에서 이라크 국민들이 감내할 어려움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미국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는 방안을 택했을 때 예상되는 리스크가 훨씬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사찰을 통해 대량살상무기 관련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마지못해 지지했던 2003년 이라크전에 대해 훨씬 더 회의적으로 평가해야 했다는 점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필자는 글을 통해 보다 분명하게 사담 후세인이 축출된 이후 미 국방부가 4단계 작전이라고 일컫는 이라크 안정화 단계를 대비해 더욱 적절한 준비를 촉구해야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미 국방부는 이라크전과 같은 전쟁을 1, 2, 3단계로 나누는데 1, 2단계는 준비 단계, 3단계는 주요 전투 작전 단계이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결정할 당시 이를 반대하고 비판했던 의견을 다시금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거의 대부분의 전 세계 주요 정보기관들은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는 물론 핵무기 또한 보유하고자 하는 야망이 있다고 믿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동시에 사막의 폭풍 작전 이후 시행된 제재가 점점 그 실효성을 잃어간다고 판단했다. 당시의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한 예를 들어보면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시점에 독일 정보기관은 사담 후세인이 3년 내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쟁 지지자들의 판단은 틀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결코 어리석은 사람들은 아니었다(작전의 어려움을 얕본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면).
필자는 이라크전의 경우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군사작전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는데 1999년 나토의 코소보 전쟁이 바로 그러한 경우다. 당시에도 필자는 뉴욕 타임지를 통해 군사적 및 전략적 이유를 근거로 연합군의 최초 폭격으로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Slobodan Milosevic)의 탄압을 막기는커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상황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접근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선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결과적으로 전쟁은 나토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러한 결과는 이보 다알더(Ivo Daalder)와 필자가 같은 제목의 책에서 표현한 바와 같이 “참혹한 승리(Winning Ugly)”가 아닐까 싶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폭격 이후 밀로셰비치가 대규모 학살을 하는 시점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전쟁 초기의 피해는 이후 대부분 복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전쟁을 수행하는 대부분의 경우 항상 이렇게 운이 좋을 수만은 없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할 기회들이 있었다. 2007년 여름 이라크를 방문한 이래 영광스럽게도 동료인 켄 폴락(Ken Pollack)과 함께 책을 집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 주도 작전은 나름 성과를 내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조금이라도 빨리 누리 알말리키(Nouri al-Maliki) 총리가 그간의 성과를 얼마나 망칠 수 있었는지를 예측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전쟁 초기 성과만 보면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극적으로 안보환경이 개선되어 내부적으로 다시금 통치가 가능한 상태가 되었으며 전쟁의 상처를 서로 어루만지며 국민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David Petraeus) 장군, 라이언 크로커(Ryan Crocker) 대사, 레이먼드 오디어노(Raymond Odierno) 장군, 로이드 오스틴(Lloyd Austin) 장군 그리고 많은 미국인과 이라크인이 함께 거둔 성과를 보면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군사작전 수행 간 흘린 피와 땀 그리고 천문학적인 비용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불행하게도 값비싼 전쟁을 통해 얻은 안정과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이후 말리키 총리의 통치로 인해 대부분 사라졌다. 역사적으로 미국과 이라크인의 희생을 통해 이라크가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연구를 위해 이라크보다 오히려 아프가니스탄을 더 자주 방문하곤 했다. 이러한 방문을 통해 연구가 보다 풍성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금도 어디선가 땀 흘려 일하고 있을 군 장병, 외교관, 개발 전문가 및 국제 공화주의 연구소 및 아프간인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항상 마음 깊이 감사함을 느낀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승리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이라크, 코소보에 이어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경험들은 전쟁의 불확실성을 더욱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미국의 국가안보 정책을 위해 전쟁이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 더욱 경계하게
작가정보
저자(글) Michael O'Hanlon
저자 마이클 오핸런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국가 안보정책을 연구하는 선임연구원이다. 컬럼비아, 조지타운 및 조지워싱턴대학교의 객원교수이자 국제전략연구소의 회원이다.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일하기 전에는 미국 의회 예산국에서 국가 안보 분석가로 일했다. 그의 최근 저서로는 현대 전략가를 위한 군 역사: 1861년 이후 미국의 주요전쟁《Military History for the Modern Strategist: America’s Major Wars Since 1861》(2023)이 있다
옮긴이 조동연은 1982년 서울 출생으로 육군사관학교 60기로 졸업 및 소위로 임관하였다 (2004). 경희대학교 평화복지대학원 아태지역학 석사(2011)와 미국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스쿨 공공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2016).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컬리지 파크 국제개발 및 분쟁관리센터 방문학자(2018), 예일대학교 잭슨국제문제연구소 월드 펠로우(2018),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조교수(2021-휴직중)로 재직했다. 현재 제네바에 위치한 유엔군축연구소 선임연구원(2023-현재)으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빅 픽처 2017(2016)(공저), 우주산업의 로켓에 올라타라(2021), 번역서로는 해양전략 지침서(202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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