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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풍경이 묻다

김범석 지음
인티N

2024년 03월 2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2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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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9.95MB)
ISBN 979119374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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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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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암병원 종양내과 의사이자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저자 김범석 교수의 에세이. 저자는 자신이 지켜봐온 죽음은 암으로 인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어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늘 모호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과정 속에서 의사인 저자는 환자와 보호자들, 그들이 가진 사연을 지켜볼 수밖에 없고,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터져 나오는 복잡한 사정들을 보고 들어야 했다. 저자는 이번에도 그들의 이야기를 흘려보내지 않고 그 속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유효한 질문들을 건져올렸다. 사랑하는 가족을 어떻게 떠나보내야 할 것인가, 나는 떠날 때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영원한 상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서부터 돌봄과 간병, 입원으로 발생하는 문제들, 외주화되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이 책에 담아낸 이야기는 인간이라면 꼭 한 번 생각해봐야 하는 질문들이다. 저자는 전작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에 이어 남겨두지 않으면 그 모든 것이 흘러가버린다는 것을 알기에 기록으로 남겼다. 1부에서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떠나보내야 하고 떠나야 할지를 이야기해보았고, 2부에서는 병과 죽음에 수반되는 현실적인 이슈에 관한 생각을 담았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I. 어떻게 떠나보내고, 떠나야 할까
리추얼
상실과 애도
1이 사라지지 않는 카톡
생전 만남과 장례식장에서의 만남
가족이라는 이름, 조건과 사랑 사이
울지 말아라
신여성
편안한 이별과 정 떼는 시간
임종을 보여주는 자식
‘무엇’과 ‘어떻게’의 차이
지나고 보면 그때가 좋았다
목구멍에 밥을 들이민다는 것
이어달리기

II. 우리를 향한 또 다른 질문들
영 케어러를 위하여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1: 누가 진짜 가족인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2: ‘거의’ 남편
섣불리 위로하지 말기
외주화되는 죽음들
집에서 평온히 임종하는 일
돌봄과 간병에 대한 짧은 생각
타인의 불행을 마주하는 태도
약보다 중요한 것
고령 환자의 병원 입원에 관하여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이야기를 마치며

● 삶과 죽음의 경계에는 비슷하면서도 저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우리는 반드시 언젠가 그 풍경 속에 서게 된다.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의 어제가 누군가의 오늘에, 누군가의 오늘이 누군가의 내일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면, 우리에게는 삶을 관찰할 기회가 많고, 우리는 그렇게 다양한 삶을 거울삼아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아질 수 있다. - 9쪽

● 사람들은 보통 삶과 죽음이 명확히 경계가 나뉘어지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경계가 어디인지는 늘 모호했다. 삶과 죽음은 정확히 이분할 수 없다. 임종을 목전에 둔 환자도 이미 죽었는지 아직 살아 있는지 애매할 때가 많았다. -22쪽

● 사람들은 성스러운 절차를 통해 보통의 순간을 의미 있는 순간으로 만들곤 한다. 리추얼은 그것이 행해지는 순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는 때로 삶이 이어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 그때를 되돌아보면 그날 환자의 사망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남은 사람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들만의 리추얼을 치를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환자가 객사하지 않고 집에서 임종하는 것이 환자를 위해서만 필요했던 게 아니었다. 남은 사람들이 고인을 온전히 떠나보낼 수 있는지가 중요했고, 그러기 위해 그들만의 의식이 필요했던 거였다.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를 위해 환자를 집으로 모셔왔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준비한 의식을 마친 셈이었다. 나는 그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그와 같은 리추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8~29쪽

● 진정한 애도는 떠난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사랑했던 나 자신’을 잘 놓아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떠난 사람도, 그를 사랑했던 나도 흘러가는 강물에 놓아주고, 그 강물이 흘러가는 것을 담담히 바라보는 일. 더 이상 과거가 현재와 미래를 잡아먹지 않도록 보내주는 일. 과거를 살지 않고 현재를 사는 일. 지나간 시간 속의 나를 포함해 그 시간을 용서하는 일.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애도가 아닐까? -42쪽

● 생각해보면 그렇다. 고인이 살아 있을 때 잘해야지 죽고 나서 장례식장에서 잘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살아 있을 때 얼굴을 봐야 하는 게 아닐까? 죽고 난 뒤 영정을 열심히 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사람이 떠나고 난 뒤 고인과 관계가 각별했음을 상주에게 말해봐야 무엇하겠는가. 오랜 시간 암 병원의 의사로 죽음 이전과 이후를 수없이 지켜봐온 나로서는 장례식장에서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임종 전의 모습으로 고인과의 진짜 친분을 가늠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많은 사람이 고인이 살아 있을 때 잘하기보다 장례식장에서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편을 택한다. -52~53쪽

● 암 환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억압적인 시선이 있다. 그녀도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돌봐줄 자식도 없는데 걱정은 안 되냐, 결혼을 했어야 했다, 얼굴이 그렇게 변해서 어떻게 하냐, 암 환자가 돼서는 왜 그렇게 대책 없이 명랑하냐 같은 말들. 대개는 그런 시선과 말에 위축되거나 더 우울해지기 쉬운데 그녀는 그 같은 시선에 반기를 든 셈이었다. 마지막까지 ‘자기다움’을 추구했던, 정말 신여성이었다. -85쪽

● 장례식장이든 임종방이든 가족이라고 마냥 울고 슬퍼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밥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 하고 밤에는 잠도 자야 한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 친인척끼리는 옛이야기도 나누고 최근의 안부도 전할 것이다. 그러면서 고인과 함께한 추억을 회상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사람의 죽음이라고 해서 마냥 슬퍼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슬픔에는 탈출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목구멍으로 음식을 밀어 넣는 행위다. -118쪽

●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들여다보면 ‘거의 남편’ 말고도 ‘거의 동생’, ‘거의 아들’, ‘거의 딸’이 현실에 있다. 세상에 뿌려진 다양한 사연만큼이나 세상에는 다양한 관계가 있다. 핏줄로 묶인 가족으로 정형화되진 못했지만 그런 가족 못지않게 서로를 위하는 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가족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법의 프레임 바깥에 존재하는 관계들. 세상으로부터 관계를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 혈통적으로 부모 자식으로 구성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이 같은 프레임 밖의 사람들을 강하게 밀어낸다. -158쪽

● 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정말로 도움을 주고 싶다면 아주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침묵하는 것이다. 섣부른 위로보다는 침묵이 차라리 낫다. (…) 환자나 환자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말 대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옆에 함께 있어주겠다는 마음가짐이다. -167쪽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저자 김범석 교수 신작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의사가 기록한 마지막 순간들
그 속에서 마주한 지금, 우리의 모습
서울대학교 암병원 종양내과 의사인 김범석 교수의 에세이. 암이란 병은 발견 후부터 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길고, 암병원 의사인 저자는 환자와 보호자들, 그들이 가진 사연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환자들이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터져 나오는 과거와 관계들, 복잡한 사정을 보고 들어야 했고, 저자가 보기에는 긴 간병에 지친 보호자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도 고통스러웠다고 말한다. 그 이야기들을 마주하며 관찰자이자 기록자로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유효한 질문들을 건져 올렸다.

“저마다 다른 인생사와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늘 물음표를 던졌다. ‘내가 죽을 때가 되면 나는 내 아이들과 아내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 같은 개인적인 질문에서부터 ‘남보다 못한 가족을 가족이라고 봐야 할까?’ ‘어린 보호자도 사실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아닌가?’ 같은 질문들, 궁극적으로 ‘죽음은 왜 삶으로부터 유리되어버렸나, 그것은 우리 삶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 같은 질문에 이르기까지, 물음표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런 물음과 마주할 때마다 나는 생각이 복잡해졌고,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어서 글을 썼다. 이 경계 속 삶과 죽음이 그려내는 풍경에서 나는 의사임과 동시에 관찰자이자 기록자였다.”

저자의 전작인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가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보기를 말했다면, 이번 책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떠남’과 ‘떠나보냄’, 그리고 병과 죽음에 수반되는 현실적인 이슈에 관한 생각들을 담았다.

인간으로서 한 번은 마주하게 되는 질문
“우리는 어떻게 떠나보내고 떠날 것인가,
영원한 상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저자는 1부 첫 번째 글, 〈리추얼〉에서 서울대병원 인턴 시절, 제주대병원 파견 근무 당시의 경험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주 토박이들은 병원에서의 죽음도 객사로 여겨서 병원에서 환자가 임종이 임박하면 집으로 환자를 데리고 가 임종하도록 했는데, 당시 인턴이었던 저자는 한 말기 암 환자를 우여곡절 끝에 그의 집으로 이송했고 그 집에서 사망 선언을 하게 된다. 그때 환자의 온 가족과 친지들, 지인들이 모두 고인에게 다가와 인사하는 모습이 마치 하나의 ‘의식’ 같았다고 말한다. 나아가 이 같은 의식이 고인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은 사람들’이 고인을 잘 떠나보내고 자기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있음을 생각한다.

“그때를 되돌아보면 그날 환자의 사망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남은 사람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들만의 리추얼을 치를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환자가 객사하지 않고 집에서 임종하는 것이 환자를 위해서만 필요했던 게 아니었다. 남은 사람들이 고인을 온전히 떠나보낼 수 있는지가 중요했고, 그러기 위해 그들만의 의식이 필요했던 거였다.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를 위해 환자를 집으로 모셔왔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준비한 의식을 마친 셈이었다. 나는 그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그와 같은 리추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밖에도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는 딸 (「상실과 애도」), 고인의 휴대폰 계정에 관한 이야기((「1이 사라지지 않는 카톡」), ‘괜찮다’라는 말로 자식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결국 딸에게 의문만 남긴 환자(「편안한 이별과 정 떼는 시간」), 멀리서 사는 다른 자식들보다 늘 가까이 있는 딸 앞에서 떠난 환자(「임종을 보여주는 자식」) 이야기 등, 저자가 암병원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훗날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떠나보내야 할 것인지, 그 이후에 찾아오는 상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삶과 죽음에 수반되는 현실적인 문제들
영 케어러에서부터 노인의 입원과 약 과다 처방,
가족의 의미, 돌봄과 간병, 노인의 입원에 이르기까지
2부에서는 암병원에서 마주친 죽음에 따른 현실적인 이슈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영 케어러를 위하여〉에서는 어머니의 암 투병으로 일상을 잃어버린 20대 딸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간병을 책임지는 영 케어러 역시 이 사회에서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 혹은 청년들이 아닌지 되묻는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 1, 2〉는 과연 ‘핏줄’만이 가족의 조건인지 생각해보게 하며, 〈집에서 평온히 임종하는 일〉 〈외주화되는 죽음들〉을 통해서는 생을 마감하는 장소에 대해서, 임종기 환자를 위한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약보다 중요한 것〉 〈고령 환자의 병원 입원에 관하여〉를 통해서는 노인 환자의 건강 유지 방법과 병원 입원이 현실적으로 노인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보게 된다. 이외에도 약 과다 처방의 문제, 돌봄과 간병, 진정한 위로의 방법 등 피할 수 없는 병과 죽음 앞에서 함께 생각해봐야 할 또 다른 질문들이 담겨 있다.

김범석 교수의 신간 『경계의 풍경이 묻다』에 담긴 이야기는 말 그대로 삶과 죽의 모호한 경계에서 암 환자와 그 곁의 사람들이 그려낸 이야기이자, 그 속에서 발견한 지금,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 자신을 마주한다면, 삶과 죽음 사이에서 발견한 질문들에 답을 찾아가다 보면, 우리 삶은 더 깊고 단단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범석

서울대학교 암병원 종양내과 전문의. 암 환자의 남은 삶이 의미 있게 연장되도록 암 환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의사이자 교수, 연구자, 임상시험전문가, 글 쓰는 사람이라는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활동하며 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항암치료란 무엇인가』 『암 나는 나 너는 너』 『암 환자의 슬기로운 병원 생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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