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
2024년 03월 2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3월 0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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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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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의 경험으로 서술한 사우디 사회ㆍ정치ㆍ경제 보고서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BTS 콘서트, 35년 만의 상업 영화 〈블랙 팬서〉 상영, 호날두와 네이마르 등 축구 스타들의 사우디 프로페셔널 리그 진출, 관광비자 발급, 여성 복장 규제완화… 사우디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변화의 시작은 2015년, 살만 빈 압둘아지즈의 국왕 즉위 후 그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이 혜성처럼 등장해 개혁 정책을 펼쳐나간다. ‘비전 2030’ 발표를 통해 수많은 거대 프로젝트가 개시되었고, 수천억 달러 규모의 개혁과 개발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특히 홍해 인근 도시에 지어지는 170 킬로미터 길이의 거대한 건물 ‘더 라인’을 포함한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막대한 규모와 투입 비용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수많은 언론 기사의 타이틀처럼 ‘제2의 중동 붐’이 온 걸까? 사우디와 무함마드 빈 살만(MBS)의 계획에 우려할 점은 없는 걸까?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 건설사 현지법인에서 13년간 근무한 저자 박인식이 사우디 사회의 변화와 현실을 기록한 책이다. 사우디에 첫발을 내딛고 오해와 진실을 마주했던 일화에서부터 살만 국왕이 즉위하고 그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이 등장했던 격변의 풍경과 급변하는 사우디 사회ㆍ정치ㆍ경제에 대한 분석까지 사우디의 총체가 온전히 담겼다.
특히 저자는 사우디 거대사업들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그 실현 가능성은 어떤지 분석하고, 왕국의 실권자이자 현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이 사우디를 변화시킨 과정과 궁극적으로 그가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상세히 들여다본다. 사우디 사회의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면서 동시에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는 저자의 서술은 막연한 오해와 동경으로 지어진 중동과 사우디에 대한 우리의 프레임을 현시점으로 거침없이 동기화하는 가장 생생하고 객관적인 리포트이다. 그래서 지금 현재 사우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한 사우디 사회 및 국가 프로젝트의 유래와 향방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선의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1부 어제의 사우디
중동 신화의 실체 ㆍ 024
대단한 부자 사우디 ㆍ 031
외국인 노동자로 돌아가는 나라 ㆍ 037
중요한 건 사람 ㆍ 044
만연한 불공정 ㆍ 051
정말 넓은 나라 ㆍ 057
한없이 가벼운 죽음 ㆍ 064
사람이 한없이 작아지는 곳 ㆍ 070
열사의 사막 ㆍ 077
고통의 총량이 같다면 ㆍ 084
이슬람 종주국의 조건 ㆍ 091
사막의 무법자 ㆍ 098
체면 깎이고는 못 살지 ㆍ 105
2부 빈 살만의 등장과 오늘의 사우디
세계 유일의 전제왕정국가 ㆍ 114
사우디 부자가 진짜 부자 ㆍ 121
왕자의 나라 ㆍ 126
수다이리 세븐 ㆍ 131
실패한 친위 쿠데타 ㆍ 136
슈퍼요트 ‘세레네’에 걸린 〈살바토르 문디〉 ㆍ 142
미스터 에브리싱 ㆍ 148
카슈끄지는 반체제 인사인가 ㆍ 154
출국도 입국만큼 어려운 곳 ㆍ 160
영어 아닌 영어 ㆍ 167
라마단의 역설 ㆍ 173
옛말이 된 아바야, 여전한 도브 ㆍ 180
대문 둘 달린 집 ㆍ 188
기업 하기 좋은 나라 ㆍ 195
세금 낸 보람 ㆍ 202
기름값보다 비쌌던 물값 ㆍ 209
병원은 좋은데 ㆍ 214
꼬리 제노비아 ㆍ 220
3부 빈 살만 개혁의 실체와 내일의 사우디
건국기념일 소동 ㆍ 230
무서운 무타와, 더 무서운 왕세자 ㆍ 235
무슬림의 나라에서 사는 일 ㆍ 242
일주일이 7일에서 3일로 ㆍ 249
개혁의 깃발 ㆍ 255
네옴 살펴보기 ㆍ 261
거대사업의 빛과 그림자 ㆍ 268
스포츠 워싱 ㆍ 274
K팝은 예외 없이 ㆍ 282
법에도 없는 여성운전 금지 ㆍ 289
#내가내후견인이다 #IamMyOwnGuardian ㆍ 296
해방구 아람코 ㆍ 303
왕세자 지지도의 정체 ㆍ 309
에필로그 ㆍ 316
감사의 글 ㆍ 319
참고문헌 ㆍ 322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de facto ruler’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아버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즉위한 이듬해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국가개혁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2016년 6월 경제개혁 5개년 계획인 ‘국가개조계획 NTP, National Transformation Program 2020’을 발표해 2020년까지 이룰 청사진을 제시했고, 뒤이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비전 Vision 2030’을 발표해 사우디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산업다각화 정책을 마무리 지었다.
-프롤로그 「나는 놀라지 않았다」/5쪽
이제는 모든 언론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망설임 없이 ‘실질적인 통치자’라고 지칭한다. 지금도 국왕의 동정이 보도되고는 있지만 그 모두 국왕의 결정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단지 이름만 필요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실질적인 통치자에 오른 왕세자는 열정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실제로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나는 사우디에 2009년 초에 부임해 2021년 말에 돌아왔는데, 그 13년 동안 바뀐 것이 이전 수십 년 동안 바뀐 것보다 크다고 했다. 그런데도 내가 사우디에서 돌아온 지난 2년 사이에 바뀐 것이 이전 13년 동안 바뀐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중심에 바로 왕세자가 있었다. 사우디의 모습이 왕세자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다.
-프롤로그 「나는 놀라지 않았다」/12쪽
사막이 때로는 연한 녹색의 바다가 되고 때로는 황홀한 황혼으로 물들어 고단한 일상에 위로가 되었다. 그래도 사막은 사막이어서 사람이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걸 깨닫게 했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신의 뜻대로’라는 뜻을 가진 ‘인샬라Inshallah’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1부 어제의 사우디 「사람이 한없이 작아지는 곳」/71쪽
사우디의 실질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가 추진하는 거대사업도 그렇다. 석유화학 일변도의 산업구조를 다각화해서 위험을 분산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이다. 하지만 그 대안이 왜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사업이나 관광사업 일변도인지 의아하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인 합의는커녕 내부에서라도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흔적은 어느 보도에도 보이지 않는다. 왕세자가 결정하고 외국 컨설턴트들이 이를 구체화해 나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2부 빈 살만의 등장과 오늘의 사우디 「세계 유일의 전제왕정국가」/116쪽
라마단은 이슬람에서 사용하는 헤지라력의 아홉 번째 달이다. 라마단이 되면 모든 무슬림은 한 달 내내 해가 떠 있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음식뿐만 아니라 어떤 것도 입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물도 못 마시고 담배도 못 피운다. 이야기로 들은 것이지만 극단적인 사람은 침도 삼키지 않고 뱉는다고 한다.
-2부 빈 살만의 등장과 오늘의 사우디 「라마단의 역설」/174쪽
언젠가부터 우리 노래가 K팝이라는 이름으로 사우디에서 붐을 일으키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고, 한국말을 배우는 사우디 젊은 여성도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벌써 오래전 일이 되었지만 슈퍼주니어가 공연 온다고 들썩인 것이나 BTS가 온다고 했을 때 슈퍼주니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온 도시가 발칵 뒤집힌 것도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귀국할 무렵에도 지나가면 어떻게 알아보는지 우리말로 인사를 건네는 젊은 여성들을 심심치 않게 만났다. 나는 10년이 넘게 사우디 말이라고는 간단한 인사 한두 마디 하는 게 전부였는데 K팝, K드라마로 우리말을 배웠다는 이들은 똑떨어지게 한국말을 했다.
-2부 빈 살만의 등장과 오늘의 사우디 「꼬리 제노비아」/222~223쪽
결국 파운딩 데이라는 새로운 건국기념일을 제정한 것은 사우디가 ‘와하비즘의 나라’가 아니라 ‘사우드 왕가의 나라’라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아울러 이슬람 율법을 해석하는 권한이 종교지도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국왕에게 있다는 것은 이슬람을 국왕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선언이다. 그러고 보면 기념일 하나 추가한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 건국기념일 소동이 사실은 사우디의 사회적·종교적·정치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인 셈이다.
-3부 빈 살만 개혁의 실체와 내일의 사우디 「건국기념일 소동」/234쪽
‘산업다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위험의 분산도 중요한 목표이다. 그런데 석유산업 중심에서 벗어나겠다는 정책이 ‘분산’은 고려하지 않고 관광산업으로 ‘방향’만 바꾼다면 위험은 어떻게 낮출 것이며, 관광산업에 모든 것을 걸었다가 통제 불가능한 코로나19나 자연재해가 닥칠 때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3부 빈 살만 개혁의 실체와 내일의 사우디 「거대사업의 빛과 그림자」/271쪽
그동안 왕세자가 맹렬하게 추진했던 개혁의 성과로서는 너무 초라해 보인다. 그곳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개혁 정책은 ‘국민을 위하는 것’이어야 하고 또 ‘국민에 의한것’이어야 하는데 왕세자가 추구하는 개혁 정책이 과연 그러한지 잘 모르겠다.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국민에 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취업률 지표뿐만 아니라 근로의욕 면에서도 그렇다. 국민을 개혁의 주체로 만드는 일, 아니 그렇게 거창하지 않더라도 그저 성실한 사회 구성원으로 만드는 일이 국가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모른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면서 외면한다면 저의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왕세자는 어느 쪽일까.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외면하는 것일까. 외면한다면 그 저의는 무엇일까.
-3부 빈 살만 개혁의 실체와 내일의 사우디 「왕세자 지지도의 정체」/314쪽
‘제2의 중동 붐’ 사우디 거대사업은 실현 가능한가?
네옴시티와 사우디 초대형 프로젝트의 실상을 밝히다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한 투자 컨퍼런스 ‘미래투자이니셔티브’를 통해 거대 프로젝트 ‘네옴시티(NEOM City)’ 건설 계획을 발표한다. 홍해 인근 도시 2만 6,500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지역에 초대형 친환경 주거 건물을 비롯해 각종 관광단지와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무려 650조 원이 투입되는 거대사업(Giga Project)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우디는 산업기반시설을 포함해 문화ㆍ스포츠ㆍ금융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수조 달러 규모의 개발 정책을 하나둘 실행하기 시작했다. 전례 없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을 경험한 바 있는 우리나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우디 진출을 모색 중이다. 2023년 6월 현대건설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로부터 6조 5,000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건설 계약을 체결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대통령 순방과 함께 21조 규모의 수출 계약 및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쏟아지는 국내 언론의 타이틀처럼 ‘제2의 중동 붐’이 시작된 걸까? 사우디 수출 또는 수주 경쟁에 뛰어든 우리 정부와 기업이 우려해야 할 점은 없는 걸까?
막연히 부유한 국가라고 생각하는 사우디의 실상은 우리의 상상과는 거리가 있다. 사우디의 1인당 GDP는 2021년 기준 2만 3,585달러로 우리나라 GDP 3만 4,757달러의 3분의 2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사우디 국가 경제의 동력인 석유 수출을 통한 수입은 2022년 336조 7,000억 원으로, 같은 해 삼성전자 매출 301조 8,000억 원과 비슷한 정도이다. 사우디 국가 프로젝트의 재원을 조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공공투자기금(PIF)의 보유 현금은 날로 줄어들어 2022년 500억 달러에서 최근 150억 달러로 급감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사우디 사업과 국내 기업의 진출 수혜를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국내 건설사의 사우디 현지법인에서 근무한 저자 박인식은 13년간의 현지 경험을 통해 막대한 규모의 사우디 거대사업들이 어떤 동기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그 실현 가능성은 어떤지 분석한다. 왕국의 실권자이자 현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이 사우디를 어떻게 변화시켜왔으며 궁극적으로 그가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도 상세히 들여다본다. 사우디 사회의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면서 동시에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는 저자의 서술은 막연한 오해와 동경으로 지어진 중동과 사우디에 대한 우리의 프레임을 현시점으로 거침없이 동기화하는 가장 생생하고 객관적인 리포트이다. 그래서 지금 현재 사우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한 사우디 사회 및 국가 프로젝트의 유래와 향방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선의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살만 국왕의 즉위와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등장
무함마드 빈 살만이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가 된 과정
저자가 현지법인에 부임한 지 6년이 되던 2015년, 지금의 사우디를 있게 한 결정적 사건이 일어난다. 당시 사우디를 통치하던 압둘라 국왕의 갑작스러운 서거 소식이었다. 동시에 무함마드 빈 살만의 아버지이자 현재 사우디 국왕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의 즉위도 발표되었다. 뒤이은 보도에서 이 양위가 순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사우디는 당시까지 왕위의 형제 상속 원칙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압둘라의 이복동생인 살만의 즉위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압둘라 국왕과 측근이 원칙을 깨고 추후 자신의 아들 미텝 빈 압둘라 왕자를 왕위에 앉히려 했고, 이를 위해 사망을 전후로 살만 국왕의 즉위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압둘라 국왕 측의 계획은 실패로 끝났고 살만 국왕이 즉위해 지금까지 통치를 이어오고 있다. 더 놀라운 일은 살만 국왕 즉위 후에 일어났다. 당시까지 국제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국왕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이 국정 운영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MBS는 살만 국왕 즉위 후 곧바로 사우디 최연소 국방부 장관이 되었으며, 2017년에는 삼촌과 사촌형을 몰아내고 부자상속을 예비하는 왕세자의 자리에 올라섰다. 2022년에는 사우디에서 주로 국왕이 겸직하던 총리 자리에 임명되며 명실상부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임을 드러냈다. 이후 사우디 내외를 막론하고 살만 국왕의 즉위 당시부터 이미 MBS가 고령의 아버지를 대신해 실권을 쥐고 있었다는 분석이 정설이 되었다.
무함마드 빈 살만은 사우디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나?
MBS가 추진하는 개혁 정책의 의도와 실체
MBS 통치 이후 사우디의 많은 것이 변화했다. 엄격한 이슬람주의 지배하에 있던 사우디 사회가 생동하기 시작했다. 전통이나 종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모든 공연을 금지했던 사우디에서 BTS의 콘서트가 열리는가 하면 35년 만에 상업 영화 〈블랙 팬서〉가 상영되기도 했다. 국부펀드를 등에 업고 호날두, 네이마르 등 축구 스타들을 사우디 프로페셔널 리그로 줄줄이 영입했다. 전에 없던 관광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으며 여성 인권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여성의 온몸을 가리는 전통 복장 아바야 규정을 폐기하고 사실상 금지되어 있던 여성의 운전도 허용했다. 무엇보다 이슬람 근본주의로 무장한 채 사회를 단속하던 종교경찰 ‘무타와’의 권한을 철저히 제한했다. 이슬람의 두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보유한 이슬람 맹주의 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개혁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혁신을 이끌어 낸 MBS를 자유와 평등의 상징으로 바라봐도 될까?
그 답은 변화의 시초인 ‘비전 2030’에 있다. 비전 2030은 2016년 사우디가 발표한 국가경제 개발계획이다. 전방위적인 국가 개혁과 개발의 계획을 밝힌 이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MBS의 속내를 살필 수 있다. 사우디 제1의 목표는 석유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자국의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MBS가 내세우고 있는 것이 관광사업과 자국 경제 활성화이다. 그래서 비전 2030에는 네옴시티 건설 계획뿐만 아니라 복합위락 시설 ‘키디야’ 조성, 왕가 발원지 ‘디리야’ 복원, 관광자원이 풍부한 홍해 개발과 같은 사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비전 2030을 통해 지금까지 실행된 MBS 개혁의 의도도 짐작할 수 있다. 여성 인권 증진은 자국민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관광비자 발급 및 이슬람 규정 완화 역시 관광사업 수입을 위한 복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외에 이슬람주의 집단에 대한 견제는 종교를 넘어서는 국왕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이해할 수 있으며, 각종 문화·스포츠 활성화 사업 역시 MBS의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파악할 수 있다.
변화하는 사우디의 현실과 전망
사우디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를 점검한다
저자는 사우디의 행보에 주의 깊게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무함마드 빈 살만은 등장 이후 국제 사회에서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지만 실상 사우디 사회의 변화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산업다각화를 내세운 사우디 개발 계획의 대부분은 관광사업 일변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입 재원은 대부분 해외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날로 줄어드는 국가 재정과 지나치게 거대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사우디가 감당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는 유례없는 초국가적 이벤트를 보다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한다. 각종 통계와 자료를 바탕으로 사우디 사회ㆍ정치·경제의 정확한 분석을 제공하는 한편 현지에서 직접 겪은 사회 변화에 대한 에세이적 서술을 통해 사우디 사회의 풍경과 개혁의 현실도 알려준다. 현재 진행 중인 초대형 개발 사업 그리고 사우디라는 나라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가졌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급격히 변화하는 사우디 사회와 그 전망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1955년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서 출생해 돈암국민학교와 신일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80년 고려대학교 지질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원전 지질조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1982년 말 벽산엔지니어링으로 옮겨 원전을 포함한 사회기반시설 지질조사와 설계에 참여했다. 2009년 초 사우디 현지법인인 벽산아라비아에 부임해 근무하다가 2021년 말 귀국한 후 현재까지 벽산엔지니어링 전문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압둘라 국왕 재임 시절부터 살만 국왕이 즉위하고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실세로 등장하기까지 사우디아라비아 격동의 세월을 현지에서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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