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아이스

양태철 지음

현대시문학 2024년 03월 18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드라이아이스Dry Ice’는 뜨거운 것에 대처할 때 침착함을 유지시켜주는 냉매입니다. 다가오는 사랑이라는 쓰나미가 지나치게 거센 상황에서 격렬한 사랑에 휩쓸릴 것인지 아니면 도망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도망치지 않으면 달콤한 사랑의 쓰나미에 사로잡혀 죽음 속으로 헤매게 되지만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고지대로 도망을 가면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과도한 사랑을 막기 위해 드라이아이스로 평정심을 찾는다면 예쁜 꽃을 따서 꽃의 수명을 단축시키기보다는 아쉽지만 눈에만 행복을 가져다주는 꽃을 원하는 것입니다. 특히 가르치는 선생님과 학생사이라면 적절한 드라이아이스를 휴대하는 통제력이 필요합니다.

공립 도서관에서 시 창작 교실을 열고 학생들을 만나 시를 감상하고 시를 통해 세상을 통찰하면서 자연스럽게 글 쓰는 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소설 속 선생님은 학창시절 테니스를 배운 선수출신이었기에 재능기부를 통해 학생들에게 테니스도 가르치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배우는 즐거움을 주는 이 책이 글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과 테니스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작은 행복을 나눠주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책 속으로

가을 들어서 시 창작 교실 첫 수업이네. 때로 시가 감각적이라서 마음속을 울리는 나팔 소리 같기는 하나 그래도 저번처럼 운동도 해서 그런지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의 시를 써온다네. 물론 몇 사람의 것을 함께 합평을 해서 화면에 띄워놓고 자신의 시를 낭송하게 하고 어떤 상황에서 시를 썼는지를 알면서 내가 해준 이론과 자신이 직접 쓴 것들을 바탕으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때로 자신들이 해 와야 할 시를 짓지 못하여 시 창작 교실에 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웬일인지 이번 사람들은 그런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네. 몇 분의 창작시를 소개한 후 나머지는 집으로 가져가 카톡이나 메시지로 시에 대한 느낌을 알려주네. 그리고 시간관계상 다 못해 주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한다네.

강의실 창문을 통해 보는 가을은 높기만 하네. 어떻게 해서 흰 구름은 더 높이 날 수 있을까? 나와 구름사이가 점점 멀어지니 하늘은 조금 더 넓어진 듯하네. 그런 흰 구름을 바다는 탁본을 하듯 한 몸으로 받아 서로 관능적으로 숨 쉬고 있을 것이네.

“현대시가 이미지를 중시한다 해도 리듬을 무시해도 된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리듬이란 시의 숨결과 같은 것인데요. 사람이 숨을 쉬지 않으면 살 수 없듯이 시도 리듬을 잃으면 죽은 시와 다름없어요. 시가 산문과 다른 점은 행갈이인데 행을 가르는 의미는 리듬 때문이고 또 다른 의미는 함축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리듬이 율동이고 운율입니다. 운율韻律은 소리의 여운이라고 해서 압운 또는 라임rhyme을 뜻하는 ‘운’과 ‘율격’, 메타meter를 뜻하는 ‘율’을 아우르는 말인데, 압운은 행이 처음에 들어가는 두운, 행의 가운데 들어가는 요운, 끝에 들어가는 각운으로 나뉘는데 우리 시는 압운적 요소가 아주 약한 편입니다. 다만 종결어미인 각운의 반복이 가져오는 음성적 효과의 운율미는 상대적으로 크다고 하겠습니다. 먼저 박두진 시인의 <해>에서 보면 ‘~라’의 종결어미의 반복이 뭔가 화자의 단호하고 힘찬 느낌을 주는 것을 느끼게 될 겁니다. 읽어주세요.”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위 시가 뭔가 단호하고 굳은 결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드나요?”
“네” 몇 사람이 작은 소리로 대답했네.

출판사 서평

시나 소설은 종교처럼 경계가 없다.
종교는 절대적인 자신만의 테두리안에서의 위치로 인해 상대방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반면
글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샘물과 같기때문이다.
드라이아이스는 시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과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창작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소설속에서는 테니스도 레슨을 통해 가르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소설로 재구성하였다.

작가정보

저자(글) 양태철

양태철은 시인이며 문학평론가이다. 또한 그는 영문학자로서 시집으로 『바람의 말』과 『배롱나무-무소유를 위해 섬으로 떠난 시인』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파우스트1,2>,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셰익스피어 5대 비극과 5대 희극>, <4대 필독서(어린왕자/노인과바다/예언자/톨스토이 단편선)>, <이솝우화 영어로 읽어라>, <명심보감 영어로 읽어라> 등이 있다. 현대시문학상, JC문학상, 서울시문학상(청계천공모), 임화문학상, 랭보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