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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3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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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8.02MB)
ISBN 978893297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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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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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발자크로 칭송받는 거장 피에르 르메트르의 신작. 르메트르는 이미『오르부아르』를 비롯한 〈재앙의 아이들〉 3부작으로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까지의 시기를 다룬 바 있다. 『대단한 세상』은 새로운 4부작의 시작으로,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태어나 자란 네 형제를 주인공으로 하여 펼쳐진다. 이 소설은 아직 전후의 혼란이 수습되지 않은 이 시기의 혼란스러운 프랑스 사회를 낱낱이 보여 준다.

베이루트와 파리, 사이공을 종횡무진 오가는 이 작품은 한 시대와 세계를 재현하고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완벽하게 기능할 뿐만 아니라 소설 본령의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다. 『대단한 세상』이 이룬 소설적 경지는 『더 타임스』가 이 작품을 올해의 소설로 꼽으며 남긴 평으로 갈음이 가능하다. 〈솔직히, 소설에서 무엇을 더 바랄 수 있단 말인가!〉
제1부 1948년 3월, 베이루트
제2부 1948년 9월, 사이공
제3부 1940년 10월
에필로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프랑세로(路)를 따라가는 가족 행렬은 해를 거듭해 가며 여러 모습을 보여 왔지만, 여태껏 장례 행렬처럼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첫문장

포로들 중에는 악랄한 〈조사법〉으로 유명한 베르부아 하사도 있었다. 그는 베트남인들 중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기만을 바랄 것이었으니, 그런 일이 벌어지면 한 20분 끔찍한 시간을 보낼 것이기 때문이었다. 베트민 병사를 붙잡으면 그가 신문을 맡았다. 2년간의 경험을 통해 여러 비법을 시험해 본 그는 결국 〈비법〉을 두 개로 압축했는데, 바로 A와 B였다. 그가 포로 앞에 버티고 서서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A혹은 B라고 짤막하게 말하면, 다른 친구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우선 A는 포로 발가락에 끈을 묶어 천장에 거꾸로 매달아 놓은 뒤 대꼬챙이로 찌르거나, 불알에 전류를 흘려보내거나, 명치 혹은 옆구리에 주먹을 꽂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B는 포로의 양손을 등 뒤로 묶어 엎드리게 한 뒤, 목덜미를 깔고 앉아서는 양쪽 팔꿈치를 귀 있는 곳까지 사정없이 잡아당기는 방법이었다.
- 57면

「원래 1피아스트르는 8프랑의 가치가 있어. 하지만 1945년에 프랑스는 결정했지. 1피아스트르는 8프랑이 아니라…… 17프랑이라고! 여기서 프랑스에다 어떤 물건을 주문한다고 쳐. 어떤 거라도 좋아. 이때 자넨 그걸 피아스트르로 사는데, 이 피아스트르가 파리에 가면 가치가 이곳에서보다 두 배가 뛴단 말이야! 프랑스 정부가 차액을 지불하는 거지. 자네가 여기서 10만 프랑을 피아스트르로 바꾸어 그걸 프랑스로 보내면, 거기서는 그게 20만 프랑이 돼! 1백만 프랑을 쓰면 그게 두 배가 되고, 1천만 프랑은 2천만 프랑이 되는 거지! 일주일 만에 재산을, 액수와 상관없이, 두 배로 불릴 수는 있는 곳은 여기 말고는 지구상에 아무 데도 없다고!」
- 89~90면

「르 메트로폴의 테라스와 크리스탈 팔라스의 테라스 사이에 사이공에서 중요한 것들이 다 모여 있어. 초로의 외교관들, 한탕 노리는 인간들, 제비족들, 썩어 빠진 은행가들, 알코올 의존증 기자들, 매춘부들, 화류계 사람들, 프랑스 귀족들, 가면 쓴 공산주의자들, 막대한 부를 가진 플랜테이션 경영자들, 그 모두가 여기에 있지. 사이공이 하나의 도시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야. 이곳은 하나의 세계인 거야. 부패, 도박, 섹스, 알코올, 권력, 이 모든 것들이 모두가 경배하는 절대적 신, 즉 피아스트르 폐하의 권위 아래서 마음껏 뛰놀고 있다고!」
- 135~136면

장은 냉철했다. 그의 정신은 각각의 세부와 소음을 입력했고, 그의 대뇌는 상황이 제공하는 모든 감각들을 저장했다. 그는 머뭇거림 없이 차분한 확신 속에 닫힌 문 앞에 섰고, 문은 물론 바로 그 순간에 열렸다. 젊은 여자는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는 입을 헤벌렸다. 그녀는 놀라 〈오……〉 하며 입을 오므렸지만 너무 늦었다. 장이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자 그녀는 두 손을 들어 올리면서 무릎을 꿇었다. 두 손으로 머리채를 잡은 그는 그녀의 머리통을 번쩍 쳐들어서 변기에 대고 쿵하고 내리박았다. 마지막 순간에 얼굴을 돌려 코가 깨지고 광대뼈가 찢어진 그녀는 피를 철철 흘렸다. 튀기는 핏방울을 피하려고 황급히 물러선 그는 다시 머리채를 부여잡고는 처음에는 자기(瓷器)로 된 변기 가장자리에다, 그다음에는 벽에다 대고 여러 번 찧었다. 그녀는 쓰러졌고, 피는 콸콸 흘러내렸고, 장은 밖으로 나왔다. 변기 칸 문을 닫은 그는 거울을 보지 않고 세면대에서 손을 씻었다.
- 212면

「어떤 영화관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제4면에 단신 기사.」 작업 테이블 위에 펼쳐 놓은 최종 교정쇄 위에 코를 박은 채로 사장이 대답했다.
「26세의 젊은 여성입니다. 화장실 변기에 두개골이 박살 났고요.」
「제2면 1단 기사.」
「매우 인기 있는 배우입니다.」
데니소프는 고개를 들었다. 마치 반사 회로가 시범을 보이는 것 같았다.
「누군데?」
프랑수아는 머뭇거렸다. 입을 다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희생자의 이름을 내놓는다는 것은 출혈과 같은 것이었다. 이게 어디까지 가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메리 램슨.」
「빌어먹을! 제1면! 지금 말레비츠는 없으니까 이 사건을 쇼사르에게 줘. 빨리!」
- 245면

그랑 몽드는 쩌런 구역 차이나타운의 마랭가에 위치한 거대한 시설로, 각종 도박장, 공연장, 식당, 주점, 상점 들이 모여 있는 일종의 종합 오락장이었다. 밤이 되면 사이공에 있는 모든 도박꾼, 야행성 인간, 매춘부, 불량배, 중산층, 농부, 짐꾼들이 몰려들어 낮 동안 번 것을 몇 시간 만에 날려 버리는, 공무원들은 프랑스로 이체하지 못한 돈을 찔끔찔끔 탕진해 버릴 수 있는 곳이었다. 에티엔은 거기서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행운을 부르기 위해 반지에 입맞춤을 하는 가스통과 이따금 마주치곤 했다.
- 290면

「영화에서는 칼을 한번 휘두르면 마치 단두대에서처럼 머리가 뎅강 떨어져 나가죠. 하지만 정말이지 현실에선 전혀 그렇지 않아요. 칼날이 계속 척추에 부딪히거든. 위쪽에서 해보고, 아래쪽에서 해보고, 또 이 방향으로도 해보고, 저 방향으로도 해보는데, 정말로 그 엿같은 일이 안 끝난다니까요.」
에티엔은 그를 응시하다가 해골로 눈길을 돌렸고, 현기증에 사로잡혔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에요! 깨끗하고 멋진 해골바가지를 얻기 위해서는 불순물을 다 제거해야 하거든요. 전 이걸 네 시간 동안이나 끓여야 했어요, 정말 엄청나지 않아요? 하지만 그걸로도 충분치 않아서 남아 있는 걸 칼로 박박 긁어내야 했죠.」
- 394면

「내가 아가씨한테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소!」
엘렌은 입을 다물었다.
「아시오? 모두가 횡령을 하고 있소. 끔찍한 일이지. 정말 모두가 말이야. 그런데 베트민이라고 해서 여기에 끼어들지 말란 법이 있겠소?」
엘렌도 따라서 일어섰다. 장테는 눈을 찌푸렸다. 갑자기 그녀의 키가 커 보였다.
「말씀해 주세요. 로안은 베트민과 관계를 가져야 할 이유가 있었나요?」
장테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리고 웃기 시작했다.
「아, 당연히 그렇지! 그의 교회는 모든 이와 잘 지낼 필요가 있어요. 자기에게 영토를 내준 프랑스 정부와도 잘 지내야 하고, 언젠가 자기의 강력한 동맹군이 될 베트민하고도 잘 지내야 하지. 이 친구 로안은 개밥이나 돼지 밥이나 다 주워 먹고 있을 거예요! 아주 약아빠진 친구라고!」
- 748~749면

소설에서 무엇을 더 바랄 수 있단 말인가! -『더 타임스』

★ 『더 타임스』 올해의 책 선정 ★
★ 공쿠르상 수상 작가 ★
★ 프랑스 80만 부 판매 베스트셀러 ★

이 시대의 발자크, 피에르 르메트르
새로운 역사로 돌아오다

이 시대의 발자크로 칭송받는 거장 피에르 르메트르의 신작 『대단한 세상』이 출간되었다. 55세의 늦은 나이에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해 공쿠르상까지 거머쥐며 단숨에 프랑스 문단의 거목이 된 르메트르는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그리는 야심 찬 기획을 선보이며 프랑스 리얼리즘의 전통을 계승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르메트르는 프랑스 근대사를 10여 권의 소설로 다루겠다고 공언하고 『오르부아르』를 비롯해 『화재의 색』과 『우리 슬픔의 거울』로 이어지는 〈재앙의 아이들〉 3부작으로 이미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까지의 시기를 다룬바 있다. 『대단한 세상』은 새로운 4부작의 시작으로, 이 4부작에서 르메트르는 프랑스 현대사에서 〈영광의 30년〉으로 일컬어지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프랑스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시기를 다룬다. 아직 전후의 혼란이 수습되지 않은 이 시기를 다룬 『대단한 세상』은 프랑스에서만 80만 부가 넘게 팔리며 대형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꿈을 좇아 떠난 펠티에 집안 네 형제가 마주하는
뜻밖의 세상과 예상치 못한 운명

소설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태어나 자란 네 형제를 주인공으로 하여 펼쳐진다. 각각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는 데 실패하고 파리에서 새 삶을 모색하는 장, 연락이 끊긴 동성 연인을 찾으러 사이공으로 향하는 에티엔, 고등 사범 학교에 입학했다고 거짓말을 한 뒤 언론사에 입사한 프랑수아,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작정 가출한 엘렌이다.
독자들을 처음 사로잡는 것은 인도차이나 사이공이라는 이국적인 배경이다. 에티엔은 그곳에서 연락이 끊긴 레몽이라는 연인의 행방을 찾아 나서나 그 연인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정작 그가 목도하는 것은 온갖 군상이 모여 있고 군사화된 신흥 종교가 판을 치며 대낮 길 한복판에서 살인이 벌어지는 무법 지대 사이공이다.

「르 메트로폴의 테라스와 크리스탈 팔라스의 테라스 사이에 사이공에서 중요한 것들이 다 모여 있어. 초로의 외교관들, 한탕 노리는 인간들, 제비족들, 썩어 빠진 은행가들, 알코올 의존증 기자들, 매춘부들, 화류계 사람들, 프랑스 귀족들, 가면 쓴 공산주의자들, 막대한 부를 가진 플랜테이션 경영자들, 그 모두가 여기에 있지. 사이공이 하나의 도시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야. 이곳은 하나의 세계인 거야. 부패, 도박, 섹스, 알코올, 권력, 이 모든 것들이 모두가 경배하는 절대적 신, 즉 피아스트르 폐하의 권위 아래서 마음껏 뛰놀고 있다고!」(135~136면)

특히 그는 환율 차를 이용한 피아스트르 불법 거래에서 뭔가 수상한 점을 발견하고 그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캐려 한다. 그 결과 사랑을 좇아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간 에티엔은 베이루트라는 작은 세상에서는 알지 못했던 이 세계의 진정한 민낯을 보게 된다. 작품의 원제는 〈그랑 몽드Grand Monde〉로, 이 제목은 〈큰 세상〉, 〈위대한 세상〉, 〈대단한 세상〉이라는 뜻으로 번역할 수 있다. 또한 이는 당시 실존했고 작품 속에서 에티엔이 드나들기도 하는 사이공의 오락장 이름이기도 하다. 한탕을 노리고 인도차이나로 몰려온 온갖 기회주의자들과 썩어 문드러진 세상의 천태만상을 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이 〈그랑 몽드〉인바, 에티엔이 마주하는 것은 실로 입이 떡 벌어지는 〈대단한 세상〉인 셈이다.

프랑스 리얼리즘의 계승자
현대의 독자를 사로잡다

르메트르는 개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 시대를 조명한다는 측면에서 19세기 프랑스 리얼리즘의 전통을 따르지만, 단순히 거기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르메트르는 당시의 시대상을 치밀하게 조명하되 19세기 소설에서와는 달리 단순한 드라마에서 벗어나 추리, 스릴러물의 기법을 빌려 옴으로써 독자들이 소설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녀는 놀라 〈오……〉 하며 입을 오므렸지만 너무 늦었다. 장이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자 그녀는 두 손을 들어 올리면서 무릎을 꿇었다. 두 손으로 머리채를 잡은 그는 그녀의 머리통을 번쩍 쳐들어서 변기에 대고 쿵 하고 내리박았다. 마지막 순간에 얼굴을 돌려 코가 깨지고 광대뼈가 찢어진 그녀는 피를 철철 흘렸다. 튀기는 핏방울을 피하려고 황급히 물러선 그는 다시 머리채를 부여잡고는 처음에는 자기(瓷器)로 된 변기 가장자리에다, 그다음에는 벽에다 대고 여러 번 찧었다. 그녀는 쓰러졌고, 피는 콸콸 흘러내렸고, 장은 밖으로 나왔다. 변기 칸 문을 닫은 그는 거울을 보지 않고 세면대에서 손을 씻었다. (212면)

각자 나름대로의 희망과 목표를 가지고 파리로 간 장과 프랑수아, 엘렌도 자신들이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세계를 마주한다. 그들은 발견한 것은 자신들의 소망을 실현시켜 주는 희망의 도시가 아니라 경제난에 허덕이는 도시, 점점 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실업자들이 넘쳐 나는 도시이다. 이곳에서 장은 자신의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여자들을 골라 죽이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프랑수아는 그 범인이 자신의 형인 줄도 모르고 살해 현장 중 하나를 최초로 취재해 일약 스타 기자로 발돋움하며, 장의 아내 준비에브는 남편이 살인마라는 사실에 묘하게 뿌듯함을 느낀다.
르메트르는 소설을 쓰기 전 1년여 정도의 시간은 사료를 조사하는 데 투자한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치밀한 자료 조사로 재구성된 파리는 독자들의 눈앞에 시공간을 건너 선명히 떠오른다. 한 시대와 공간을 독자들에게 생생히 보여 주되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 이러한 양식은 한 세계에 푹 빠져드는 소설만의 고유한 경험을 독자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한 시대를 온전히 담아내는 거대한 그릇
소설의 본령을 놓치지 않는 위대한 소설

피에르 르메트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마치 발자크나 에밀 졸라의 소설이 그러하듯 전작의 인물들 중 누군가가 다음 작품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색은 이 소설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전작의 인물들 또한 이 소설에 등장한다. 작가가 〈보너스〉처럼 넣어 둔 이 장치는 르메트르의 전작을 읽은 독자들에게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대단한 세상』은 하나의 세계와 시대를 재현하고 담아내는 그릇으로서 완벽하게 기능할 뿐만 아니라 소설 본령의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전후의 사이공과 파리, 베이루트라는 당시 프랑스를 둘러싼 시공간을 다양한 프레임과 각도에서 활자로 포착해 담아내는 데 성공한다. 『대단한 세상』이 이룬 소설적 경지는 『더 타임스』가 이 소설을 올해의 소설로 꼽으며 남긴 평으로 갈음이 가능하다. 〈솔직히, 소설에서 무엇을 더 바랄 수 있단 말인가!〉

-옮긴이의 말

이 작품의 원제는 〈Le Grand Monde〉로, 〈큰 세상〉, 〈넓은 세상〉 혹은 〈멋진 세상〉, 〈위대한 세상〉이라는 뜻이다. 때는 바야흐로 1948년, 제1차 세계 대전에 이은 인류가 맞은 미증유의 재난이었던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사람들은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으로 부풀어 있다. 프랑스의 위임 통치에서 벗어난 레바논의 베이루트도 예외는 아니어서, 프랑스인 거류민 루이 펠티에 씨의 네 자녀 장, 프랑수아, 에티엔, 그리고 엘렌도 크고 멋진 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들은 각자의 꿈을 좇아 파리로, 아시아로 떠나는데, 이들이 보게 된 큰 세상은 과연 멋지기만 한 세상이었을까? 제목이 품고 있는 이런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차원을 암시하고 있는 장소가 있으니, 바로 그것은 사이공의 종합 오락장 〈그랑 몽드Grand Monde〉이다. 한탕을 노리고 인도차이나로 몰려온 온갖 기회주의자들과 썩어 문드러진 세상의 천태만상을 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이 〈그랑 몽드〉인바, 우리는 업소가 내세우는 이 휘황한 이름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작가정보

Pierre Lemaitre

1951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55세의 나이에 뒤늦게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첫 작품 『이렌』으로 2006년 코냐크 페스티벌 소설상을, 『웨딩드레스』로 2009년 상 당크르 추리 문학상을 수상했다. 연이어 발표한 작품이 모두 문학상을 수상하며 늦깎이 신예에서 곧장 추리 소설 장인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작품 세계를 넓혀 프랑스 현대사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 제1차 세계 대전을 겪은 두 젊은이의 사기극을 그린 『오르부아르』로 2013년에 프랑스 문학 최고 영예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이어 『오르부아르』의 후속 작품인 『화재의 색』(2018)과 『우리 슬픔의 거울』(2020) 또한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으며 거듭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대단한 세상』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프랑스의 〈영광의 30년〉을 다룬 새로운 4부작의 시작으로,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자라 집을 떠나는 펠티에 가문 네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는 데 실패하고 파리에서 새 삶을 모색하는 장, 연락이 끊긴 동성 연인을 찾으러 사이공으로 향하는 에티엔, 고등 사범 학교에 입학했다고 거짓말을 한 뒤 언론사에 입사한 프랑수아,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출한 엘렌까지, 네 형제는 각자가 꿈꾸는 이상을 향해 세상으로 향하지만 무지갯빛 몽상과는 다른 현실에 맞부딪친다.
파리와 사이공, 베이루트를 종횡무진 오가며 전개되는 이 소설은 스릴러와 추리극의 요소를 빌려 와 〈대단한 세상〉으로 나서는 네 형제의 모습을 때로는 긴장감 있고도 코믹하게, 때로는 비의를 담아 펼쳐 보인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마치 그 시대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1961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했다. 파리 제8대학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피에르 르메트르의 『오르부아르』, 『사흘 그리고 한 인생』, 『화재의 색』, 『우리 슬픔의 거울』, 에마뉘엘 카레르의 『왕국』, 『러시아 소설』, 『요가』, 요나스 요나손의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공역), 『카산드라의 거울』, 조르주 심농의 『리버티 바』, 『센 강의 춤집에서』, 『누런 개』, 『갈레 씨, 홀로 죽다』, 앙투안 갈랑의 『천일야화』, 로런스 베누티의 『번역의 윤리』,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파울로 코엘료의 『승자는 혼자다』, 기욤 뮈소의 『7년 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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