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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순의 고전강의 : 호메로스 [일리아스] - 고전 100권 강독 01

박홍순 지음
모난북

2024년 03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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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2.80MB)
ISBN 9791198688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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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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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고전을 고전답게 읽는 지름길!
핵심 내용을 엄밀하고 풍부하게 설명!

‘고전’ 독서라고 하면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압박감이 시작된다. 지레 겁을 먹기에 십상이다.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을 만들어나가는 가장 좋은 길은 고전 공부다. 고전에는 인간과 세계에 대해 어떻게 문제제기하고 접근하며, 생각을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사고 궤적이 들어있다. 다르게 생각하기가 어떻게 가능한지, 현상적이고 단편적인 반대가 아니라 원리적으로 다르게 접근하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논쟁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고전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강독 과정이 꼭 필요하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줄거리를 훑는 방식은 백 권을 잃어도 남는 게 하나도 없다. 제일 좋은 방법은 강독으로 핵심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풍부한 적용 능력을 갖추는 길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조건의 어려움으로 혼자 고전을 마주해야 하는 사람이 많다. 이 책은 그러한 분들을 위해 만들었다. 혼자 책을 마주하지만 혼자는 아닌, 바로 옆에서 중요한 문장에 손가락을 짚어가며 함께 강독하는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썼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서양 고전의 출발점이다. 신화 줄거리를 넘어 대화에 담긴 역사적인 상황, 시대 정신, 사고방식 등을 찾아내야 한다. 작은 유물에서 전체 역사의 퍼즐을 맞추는 고고학자의 작업처럼, 이 책은 신화에서 찾아낸 단서를 통해 시대와 인간에 다가서고, 현재의 우리와 연결하면서 깊은 통찰에 이르는 기회를 마련한다. 이를 위해 먼저 시대와 함께 신화의 핵심 내용을 엄밀하게 분석하여 고대 그리스인들의 정신을 찾아낸다. 이를 인류 역사의 쟁점과 연결하여 인식 지평을 확대하고, 현재 우리의 실천적 문제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한다.
저자의 말 : 왜 강독으로 고전을 만나는가?

시작 : 일리아스를 어떻게 읽을까?
필독 고전의 첫째 줄에 오르는 책
신화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강독1 : 왜 아킬레우스의 분노인가?
신이 인간의 감정을 노래하다
그리스와 서양 인문 정신의 출발

강독2 : 트로이 전쟁은 왜 벌어졌는가?
아킬레우스는 왜 분노했는가?
국가 간 전쟁 목적은 무엇인가?

강독3 : 제우스는 가부장제 화신인가?
헤라의 질투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가부장제로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다

강독4 : 헬레네는 정말 악녀인가?
서양의 대표적인 악녀로 등극하다
헬레네를 비난에서 벗어나게 하다

강독5 : 아프로디테는 불행을 주는가?
전쟁에는 무력한 사랑의 여신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강독6 : 인간의 삶이 왜 고통인가?
인간은 비참한 존재라는 제우스
인간은 죄인이고 고통스러운 존재

강독7 : 무구에 왜 집착하는가?
아킬레우스 무구 이야기가 이어지다
전쟁의 역사는 무기 발달의 역사

강독8 : 왜 죽음에 담대하라는가?
목숨에 집착하지 말라고 가르치다
국가는 개인을 뛰어넘는 가치인가?

강독9 : 영혼과 육체는 어떤 관계인가?
혼이 몸을 떠나 하데스로 날아가다
정신적 지혜는 어디에서 생기는가?

강독10 : 왜 헥토르가 더 훌륭한가?
신이 잔혹한 아킬레우스를 비난하다
헥토르를 영웅의 표본으로 삼는 이유

같은 소재를 다룬 신화라 해도 언제 쓰였는지에 따라 매우 다른 시대정신을 담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호메로스가 단순히 그리스 작가라는 당연한 사실을 넘어서, 그리스 역사에서도 어느 시대에 해당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왕정과 민주정 아래에서의 신화는 서로 다른 시대정신을 반영하며 상당히 다른 맥락을 갖는다. 민주정 시기의 신화는 이야기 안에 평민적인 요소가 늘어나거나 첨가된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왕정 체제의 시대 분위기와 사고방식을 가득 담고 있다. - 본문 중에서

호메로스는 첫 문장을 제목 그대로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시작한다. 여신에게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노래하라고 한다. 신이 아킬레우스라는 인간의 감정을 노래한다. 우리의 상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동양과 서양,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신화는 대부분 인간이 신에 대해 노래하는 방식이다. 신이 이 세상을 만들고 자기의 뜻의 펼치기 위해 겪은 놀라운 기적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일리아스》에서 신과 인간은 역전된 관계다. 신이 인간을, 그것도 인간의 절제되지 않은 거친 감정으로서의 분노를 노래한다. - 본문 중에서

트로이 전쟁만이 아니다. 인류 역사에서 벌어진 주요 전쟁에는 늘 나름대로 그럴듯한 명분이 내걸렸다. 대의명분이 없을 때 먼저 전쟁의 주요 기반이 되는 내부 사회구성원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단결을 이루기 어렵다. 또한 주변 국가 전부는 아닐지라도 일부라도 지원과 협조를 받거나 최소한 중립적인 침묵이라도 끌어내야 승리의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진다. 이를 위해서도 적당한 대의명분이 필요하다. - 본문 중에서

고대 그리스만 해도 헬레네를 악녀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변론이 적지 않았다. 호메로스의 왕정 시대나 이후 귀족정 시대와 달리 아테네 민주정에 와서 여러 갈래로 다른 문제의식이 제시된다. 특히 소피스트 철학자들이 상대론을 펼치는 과정에서 헬레네에 대한 다른 시각을 내놓는다. 소피스트에 의하면 도덕 판단도 상대적이어야 한다. 윤리 규범은 오랜 기간 굳어진 관습에 불과하다. 국가마다 서로 다른 규범을 갖고 있는데, 한 사회의 규범이 다른 사회의 규범보다 훌륭하다고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아폴론이 보기에 아킬레우스는 ‘거만한 용기’만 가지고 있다. 그리스인에게 용기는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두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중요한 덕목이다. 특히 병사라면 첫째 덕목에 속한다. 그런데 중요하게 보아야 할 부분은 ‘거만한’ 용기로 구분하는 시각이다. 이 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진정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호메로스의 표현을 다시 빌리자면 ‘비뚤어진’ 용기와 ‘바른’ 용기 정도가 될 듯하다. 어떤 점에서 비뚤어진 용기일까? 아폴론의 말에서 근거를 찾자면 사자 같은 사나움만 있는 상태다. - 본문 중에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그리스신화를 대표하는 가장 오래된 고전으로 꼽힌다. 세계 어디에서나 꼭 읽어야 할 서양 고전 목록의 첫 번째 줄에 늘 오른다. 서양 정신과 문화의 거대한 두 개의 기둥이 있는데, 하나가 중세에 천 년 이상을 지배한 기독교라면 다른 하나는 수천 년 전부터 일상에 스며든 그리스신화다. 그 첫 출발을 담당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고전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사실 흥미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고 이 벽돌 두께의 책을 펼치면 곧 실망하게 된다. 그나마 가끔 나오는 결투 장면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으니 말이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줄거리에 있지 않다. 고전 문학은 수백 년에서 이천 년 전의 책이니 줄거리는 거의 ‘신파극’에 가깝다. 조금 읽다 보면 단순한 이야기 전개에 금방 싫증을 느낀다. 이를 위해 구태여 긴 시간을 들이는 게 아까운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왜 첫손가락에 꼽히는 고전인지 의심스러워지기도 한다.

신화는 인류 정신의 뿌리에 해당하는 정보를 담고 있다. 문서 기록이 부족한 시대의 사유 방식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다. 예를 들어 《일리아스》와 같은 그리스신화에는 이후 철학을 비롯하여 그리스 학문의 모태인 원초적 세계관과 인생관이 담겨 있다. 그리스의 제반 학문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개벽이 아니다. 10세기 이상의 사유가 축적되고 전환된 결과물이다.

그런데 신화는 일반적인 지식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바로 허구적인 이야기라는 형식적인 장치를 매개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설정과 전개가 가득하다. 허구와 과장으로 채워진 이야기에서 의미 있는 지식을 얻을 게 없다는 이유로, 신화 이해를 시간 낭비로 여기곤 했다. 허구를 밝히는 방식으로는 신화가 담고 있는 정보에 한 발짝도 접근하기 어렵다. 신화 이해는 허위성의 증명이 아니라, 진정한 바탕을 되찾는 일이다. 신화의 외피를 쓰고 나타나기에 껍질을 벗겨내고 진실의 단편 찾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이 책은 《일리아스》에 대한 엄밀한 강독 내용을 담았다. 핵심 내용에 대해 중요한 개념에서 문장의 구조에 이르기까지 ‘연구’하고 ‘분석’했다. 강독은 우선 핵심 내용을 저자의 문제의식을 충실하게 이해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여기에 머문다면 유물을 만나는 경험에 머문다. 이어서 비판적인 접근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접하도록 했다. 나아가 주요 쟁점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접하고, 통섭의 방식으로 지평을 넓히는 경험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몇몇 쟁점에 대해서는 생생한 현실에 적용하는 기회를 얻도록 했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홍순

뒤돌아볼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느라 자신과 세상에 대한 성찰 기회를 잃어버린 우리 사회의 허약한 인문학적 토양에 깊은 갈증을 느꼈다. 인문학적인 르네상스 없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일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어리석음이다. 그래서 인문학을 향한 관심과 탐구에 기여하고픈 마음에서 글을 써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기에 동서양 고전을 친근한 벗으로 만드는 일, 고전의 정수를 가까이하는 일을 실천하고 있다. 인문학이 생생한 현실에서 벗어나는 순간 화석으로 굳어진다는 문제의식으로 철학적 사유가 ‘지금, 여기’, 즉 오늘 나와 우리의 문제로 끌어안으며 일상의 삶에 밀착하는 방향으로 글을 써왔다. 엄밀한 독서와 치열한 토론만이 고전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라는 믿음의 결과물로서 다수의 저서를 내놓았다. 동서양 미술작품을 매개로 철학과 사회로 인식 지평을 확장한 《미술관 옆 인문학》, 우리 헌법을 인문학을 통해 해석한 《헌법의 발견》을 비롯하여 철학·심리·사회·경제·역사·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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