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위험을 향해 달리다

세라 폴리 지음 | 이재경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4년 03월 13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3월 13일 출간

(개의 리뷰)
( 0% 의 구매자)
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4.00MB)
ISBN 9791171719259
지원기기 교보eBook App, PC e서재, 리더기, 웹뷰어
교보eBook App 듣기(TTS) 가능
TTS 란?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술입니다.
  • 전자책의 편집 상태에 따라 본문의 흐름과 다르게 텍스트를​ 읽을 수 있습니다.
  • 전자책 화면에 표기된 주석 등을 모두 읽어 줍니다.
  • 이미지 형태로 제작된 전자책 (예 : ZIP 파일)은 TTS 기능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 '교보 ebook' 앱을 최신 버전으로 설치해야 이용 가능합니다. (Android v3. 0.26, iOS v3.0.09,PC v1.2 버전 이상)

소득공제
소장
정가 : 12,600원

쿠폰적용가 11,340

10% 할인 | 5%P 적립

이 상품은 배송되지 않는 디지털 상품이며,
교보eBook앱이나 웹뷰어에서 바로 이용가능합니다.

카드&결제 혜택

  • 5만원 이상 구매 시 추가 2,000P
  • 3만원 이상 구매 시, 등급별 2~4% 추가 최대 416P
  •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추가 최대 300원

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위민 토킹〉 등으로 탄탄한 팬층을 거느린 아카데미상 수상 감독 세라 폴리의 첫 에세이 《위험을 향해 달리다》가 출간되었다. 여섯 편의 에세이를 엮은 이 책은 트라우마라 할 만한 사건, 자신을 취약하게 만드는 기억과 숨김없이 대면한 기록이자 그로부터 회복의 힘을 길어 올리는 진솔한 여정을 담아낸다.

이 책에서 세라 폴리는 보호받지 못한 아역 시절, 무대공포증, 성폭력 피해 경험, 엄마의 죽음, 고위험 임신, 뇌진탕 후유증 등 배우이자 감독, 작가 그리고 한 여성으로서 겪은 “인생의 가장 위험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그의 글은 그가 해온 영상 작업이 그렇듯 특유의 솔직함, 인생의 복합성에 대한 예리한 인식, 깊은 인간애를 품고 있다. 절묘한 스토리텔링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쓰였을 뿐 아니라, 매 문장이 ‘장면’을 담고 있다고 할 만큼 독자 앞에 영화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서문

앨리스, 무너지다
침묵한 여자
고위험 임신
미치광이 천재
경계의 소멸
위험을 향해 달려라

감사의 말

이 책은 내 인생의 가장 위험한 이야기들을 다룬다. 내가 이제껏 피해왔고,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 수많은 밤을 지새우게 했던 이야기들이다. 내게 계속 출몰하고, 부지불식간에 우회로를 택하게 했던 이야기들이다. 다행히 이 이야기들이 내 성년의 삶에서 공명하면서 어릴 때보다 더 나은 방향성을 띠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짊어지기 더 가볍고 쉬워졌다. (11쪽)

성생활이 삶의 일부가 된 내게 가슴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가슴이 내가 앨리스 의상을 입을 때마다 소거되는 과정은 내게 묘한 기분을 안겼다. 어린 시절을 벗어나 성장하기 위해 그렇게 오래 안간힘을 써놓고, 이제 나는 그 분투 끝에 얻어낸 성숙함을 적극적으로 지우고 있었다. 이는 내가 이모 집에서 누리는 유아적 삶과 묘한 연속성을 띠었다. 성인 여성으로 독립해서 사는 것이 내가 아주 일찍부터 선택한 방식이었는데, 그때의 나는 더 이상 어른이 아니었다. (47쪽)

나도 이언에게 내가 겪은 무대공포증을 고백했다. 나는 내게는 영원한 찰스 도지슨인 남자의 얼굴을, 〈드림차일드〉에서 앨리스 리델을 사랑하고 리델에게 상처 입고 부서지던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내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에게 내가 앨리스를 연기하기 위해 내면을 부수고, 다음에는 탈출하기 위해서 내 몸을 부순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이언에게 말했다. “선생님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저보다 더 미쳤을 것 같은 사람은 선생님이 유일하거든요.”
그는 잠시 조용하다가 빙긋 웃었다. “아니, 네가 이겼어. 네가 더 미쳤어.” (92쪽)

용기가 있었다면 나는 그의 폭력을 제보한 여성들을 믿는다고 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와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말하는 그의 행동과 심통과 자아도취가 내가 본 것과 몹시 흡사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여성들을 믿는다. 그들이 사후에 보인 일관성 없는 행동 방식, 그들의 이야기에 있는 모순들, 그들의 기억에 난 구멍들. 이 모든 것이 내 자신의 행동과 기억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남들에게는 이 비일관성이 그들이 성폭행 피해자가 아니라는 증거였을지 몰라도, 내게는 이 비일관성이야말로 그들이 성폭행 피해자라는 더없이 명백한 증거였다. (139쪽)

지난 수개월간 내 상태는 스크루볼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임신성 당뇨병(이에 대해서도 나는 전혀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진단을 시작으로, 자궁이 팽창하는 과정에서 과거에 중증 자궁내막증이 남긴 흉터조직이 찢어지는 일까지 있었다. 내가 겪은 파란만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몇 달 후에는 연속극 스타 뺨치게 섹시한 이웃이 내게 이렇게 말한다. “부인의 척추에 박혀있는 쇠막대들 때문에 척추마취에 애를 먹었는데 그건 시작에 불과했어요. 기본적으로 부인은 걸어 다니는 왕립의과대학 시험이었어요!” (149~150쪽)

엄마의 죽음은 거대하게 벌어진 구멍을 남겼다. 하지만 나는 그 빈자리에 대해 분노를 느낀 적이 없었다. 그 구멍을 절실히 메울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내 자신이 엄마가 될 날을 눈앞에 두기 전까지는 그랬다. 나는 항상 배가 고팠다. 하지만 나를 먹여줄 엄마는 거기에 없었다. (179쪽)

지금까지 나는 내 아이와 2년 반을 함께 살았고, 그동안 서로에 대해 형언할 수도 지울 수도 없는 지식을 쌓았다. 그 근본적인 앎의 강도를 느끼며 내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전에는 내가 엄마와 함께 보낸 11년의 세월이 많지도, 심지어 충분하지도 않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따뜻함과 기쁨으로 넘쳤던 어머니에게서 11년 동안 받은 사랑과 보살핌의 양은 사실 상당한 것이었다. 어쩌면 웬만한 사람이 평생 받는 것 이상이었다. 더구나 나는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짧게나마 마운트시나이 병원의 지혜와 실력을 갖춘 사람들의 돌봄을 받았다(그곳은 나의 엄마가 끝내지 못한 일을 끝맺어 준 인큐베이터였다). 그곳에서 나는 엄마의 좋은 점들을 분명히 기억해 낼 수 있었고, 실제로는 내 안에 온전히 형성되어 있던 것을 만날 수 있었다. (201쪽)

하루는 그가 〈바론의 대모험〉을 함께 볼 것을 제안했다. “일종의 퇴마 의식을 하는 거죠. 우리 둘 다를 위한.” 우리 둘 다 그 영화를 오랜 세월 동안 보지 않았다. 어떤 기분을 안길지 무서웠기 때문이다. 어느 저녁, 촬영을 끝내고 우리는 호텔에서 함께 영화를 보았다. 찍을 때 유독 무서웠던 장면이 나오면 숨이 목구멍에 걸렸다. 리처드는 내가 숨을 멈추는 소리를 듣고 말했다. “서로 손을 잡아줄까요?” 나는 팔을 뻗어 그의 손을 꽉 잡았다. 배 장면이 나오자 그가 내 손을 더 세게 쥐었다. 눈을 돌려보니 그의 얼굴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너무, 너무 미안해요.” 그가 말했다. 나는 그를 끌어안았다. 그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사과가 너무 고마웠다.
남작과 샐리가 하늘로 올라가 달로 향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영화의 예술성과 영상미에 새삼 감탄했다. 손으로 그린 배경들, 정교하게 구현된 아날로그 환상들. (…) 우리는 끝까지 손을 잡고, 함께 넋 놓고 영화를 보았다. (238~239쪽)

내가 테리의 책임을 면해준 것은 내가 어릴 때부터 ‘악동 감독’(통제 불가 미치광이 백인 남성 천재)이라는 개념에 현혹된 탓이다. 이것이 적어도 부분적인 이유다. 천재성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영화계를 지배해 온 신화를 나도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계가 특정 남성들의 충동 조절 장애 행동을 천재의 증상으로 해석하는 것을 평생 목격했다. (…) 이 발상이 그동안 수없이 많은 비행과 학대에 길을 터주었다. 지금의 나는 천재에 대한 이런 식의 정형화와 우상화에 참기 힘든 역겨움을 느낀다. 나는 점잖고 양심적인 사람들이 위대한 작품을 만드는 것을 많이 보았다. 또한 여성 감독이나 비백인 감독이 비슷하게 무책임한 성향을 보이면 어떤 눈총이 쏟아지는지도 보았다. (242쪽)

힘든 과거를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믿고, 그 기억을 거기 있었던 사람들에게 확인받고, 거기 없었던 사람들에게 존중받아야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믿고 처리하기가 왜 이리 어려운 걸까? 과거의 그림자에서 확실한 목격자들이 나타나지 않고서는, 또는 과거지사가 현재에 재현될 때 적극적인 동조자들이 생기지 않고서는 너무 어렵다. (246쪽)

엄마를 잃은 직후, 나는 내 배역이 죽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우는 장면을 찍었다. (…) 그 대사들은 내 속을 갈가리 찢었다. 나는 어머니의 그리운 손길과 기억에서 멀어지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대해 말하는 독백의 감옥에 갇혔다. 끝없이 떠오르는 내 엄마의 이미지들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고, 내 개인적 아픔조차 드라마의 목적에 이용하며 맡은 연기에 최선을 다할 의무를 거부할 수도 없었다. (…) 촬영이 끝나고 나는 망가져서 세트를 나왔다. 나와 몇 년씩 알고 지낸 촬영기사 몇 분이 서있었다. 그들은 내가 계속 목메어 우는 동안 눈물을 글썽이며 그 자리에 묵묵히 서있었다. 그중 나를 항상 딸처럼 대하던 분이 나를 안아주며 말했다. “듣고 있을 수가 없었어. 나올 수밖에 없었어. 정말 미안하다.” 그분은 이 해괴한 감정 착취의 공범이 된 것이 부끄럽다는 듯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276~277쪽)

나는 사방에서 불의를 보기 시작했다. 기술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내게 누구보다 많은 연민과 친절을 베풀었다. 그들은 연륜과 전문성을 보유한 사람들이지만 드라마 제작에 대해 의미 있는 발언권이 전혀 없었다. 일부 프로듀서들과 연출가들은 그들에게 대놓고 무례하게 굴었다. (…) 나는 서열에 눈떴다. 그 서열에서 나는 정상급이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내가 시건방지게 행동해도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책임자 중에 내가 탈진해서 열이 치솟는지 어떤지 관심을 두는 사람이나,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내가 일을 쉬지 못했다는 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 역시 없었다. 나는 매일 애지중지와 등한시의 유독한 혼합물을 섭취했고, 당연히 그것은 내게서 최선을 끌어내지 못했다. (278~279쪽)

나는 릭과 통화하며 스스로 그 감정의 이름을 발견한다. “내 인생의 이 부분이 공식적으로 끝났어요. 나를 알아보는 눈들이 만든 감옥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세월이 길었기 때문에 이 종결에 미련은 전혀 없어요. 다만 내 안에 작은 상실 또는 혼란이 느껴져요. 사실은 내가 이들의 눈에 띄려고 노력하고 있나 봐요. 너무 애처롭지 않나요? 대체 이게 뭐냐고요? 이 기분은 지금 내 기분의 2퍼센트밖에 되지 않지만, 정말 기분 더러운 2퍼센트예요!”
릭이 말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재앙이야.”
“정말 창피해요” 내가 개탄한다. “내가 그들을 피한다고 생각했는데, 작은 부분일지언정 내 일부는 참한 여학생들이 나를 단체로 알아봐 주기를 원한다는 거잖아요. 이보다 더 창피한 게 어디 있어요.”
“인간인 것을 축하해.” 그가 말한다. (287쪽)

묘한 패러다임 변화다. 지금까지 나는 ‘내 몸에 귀 기울이기’와 ‘자기 돌봄’ 문화에 물들어 있었고, 그 문화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개념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이 개념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오랫동안 나는 모든 의료 종사자, 요가 강사, 명상 지도사들로부터 내 몸에 귀 기울이라는 말만 줄기차게 들었다. 그들은 내게 더 열심히 들으라고만 했지, 누구 한 사람 내가 이미 얼마나 열심히 듣고 있는지는 묻지 않았다. 나는 뇌진탕으로 고장 난 뇌를 통해 내 몸의 말을 들었고, 내 몸이 못 한다고 하면 그 한계를 확정했다. “네 말이 맞아. 나는 그런 것들은 못 해.” 나는 내 몸의 말을 들었다. 그런데 내 몸도 내 말을 들었다. 그게 문제였다. (342쪽)

아빠가 돌아가신 지금 내가 이 책에서 아빠의 몇몇 결점을 논할 자격이 생겼다고 느낀 것은 어쩌면 아빠가 살아있을 때 내가 그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 결점이 무엇이든, 아빠는 내가 남들에게서 보지 못한 방식으로 계몽된 사람이었고, 대개의 사람들이 관대하지 못할 상황에 관대하게 대응했다. 그가 나의 아빠였다는 것은 내게 숱하게 많은 면에서 행운이었다. 아빠, 아빠는 내가 그 영화에서 아빠를 영웅으로 묘사한 것이 불편하다고 늘 말씀하셨죠. 자, 여기요! 이 책으로 균형이 잡혔다고 생각해 주세요. (359쪽)

〈우리도 사랑일까〉 〈위민 토킹〉 연출, 〈그레이스〉 각본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 감독 세라 폴리의 첫 에세이

“나는 좋아하는 배우들에게 이 책을 당장 선물하지 못해 안달하는 마음을 몇 번이고 꾹 눌러야 했다.” -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

“세라 폴리의 언어는 너무도 정직하고 강력해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모든 문장 앞에서 가슴이 두근거렸고, 기쁨과 고통을 깊이 느꼈다.” - 강화길, 작가

“매혹적이고, 비통하고, 용감하고, 절절한 이야기. ‘위험한’ 사연들, 과거의 상처들, 영혼의 시련들에 대한 탐구서다.” -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


치열하게 살아내고 예리하게 관찰하는 작가
세라 폴리의 용감하고 진솔한 고백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우리도 사랑일까〉 〈위민 토킹〉 등으로 탄탄한 팬층을 거느린 아카데미상 수상 감독 세라 폴리의 첫 에세이 《위험을 향해 달리다》가 출간되었다. 여섯 편의 에세이를 엮은 이 책은 트라우마라 할 만한 사건, 자신을 취약하게 만드는 기억과 숨김없이 대면한 기록이자 그로부터 회복의 힘을 길어 올리는 진솔한 여정을 담아낸다.

세라 폴리는 네 살에 스크린 데뷔해 캐나다를 대표하는 아역배우로 활약했고 탁월한 이력을 쌓아왔다. 한편 10대 시절부터 단편영화를 만들며 열여덟 살 때 마거릿 애트우드의 장편소설 《그레이스》의 판권을 구매하려 했다는 일화가 유명할 만큼 영화를 쓰고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스물일곱에 만든 감독 데뷔작 〈어웨이 프롬 허〉를 시작으로 〈우리도 사랑일까〉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를 발표해 유수의 상을 받으며 관객과 비평가의 지지를 고루 얻었고, 〈위민 토킹〉으로 제95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각색상을 수상했다. 이 책에서 폴리는 보호받지 못한 아역 시절, 무대공포증, 성폭력 피해 경험, 엄마의 죽음, 고위험 임신, 뇌진탕 후유증 등 배우이자 감독, 작가 그리고 한 여성으로서 겪은 “인생의 가장 위험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그의 글은 그가 해온 영상 작업이 그렇듯 특유의 솔직함, 인생의 복합성에 대한 예리한 인식, 깊은 인간애를 품고 있다. 절묘한 스토리텔링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쓰였을 뿐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가 ‘장면’을 담고 있”(김혜리 추천사)다고 할 만큼 독자 앞에 영화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렇듯 삶을 예민하게 직시하면서도 유머와 사랑을 잃지 않는 저자의 관점은 그의 영화를 아끼는 관객을 넘어, 지적이고 섬세한 에세이를 즐겨온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고통 어린 기억과 정면 대결하고
삶을 지켜내는 통렬한 글쓰기

《위험을 향해 달리다》는 ‘위험’으로 감지되는 오래전의 경험, 이미 형성된 기억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해 치열하고 정교하게 탐구하는 책이다. 폴리는 이를 통해 기억을 새긴 몸으로 생존하는 법, 무너진 삶을 회복하고 성장하는 법에 관한 통렬한 깨달음을 전한다. 그것은 바로 책 제목이 알려주듯 고통과 상처와 위기를 피하지 않고 그것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다.

책에 실린 모든 글은 이런 삶의 방식을 도입할 때,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현재의 삶 역시 기억에 영향을 미치고 과거의 의미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감동적으로, 때로 절절하게 보여준다. 아홉 살의 폴리가 영화 촬영 현장에서 입은 신체적ㆍ심리적 손상이 야기한 신체 반응은 30여 년 후 자신의 기억을 입증해 주는 동료 연기자와 스태프가 나타나고서야 사라진다(〈미치광이 천재〉). 폴리는 고위험 임신과 아이의 신생아중환자실 입원을 겪어내면서 열한 살에 맞닥뜨린 엄마의 죽음을 애도하고 ‘엄마 됨’의 공포에서 놓여난다(〈고위험 임신〉). 또 오랫동안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고 말하지 못했던 미성년기에 겪은 성폭력 피해 경험을 같은 가해자에 대한 고발에 앞서 나선 여성들과 이후 미투 운동이 변화시킨 지형에서 써내기에 이른다(〈침묵한 여자〉).

세라 폴리의 자전적 글쓰기는 그 자체로 위험을 향한 달리기의 한 형태나 다름없다. 그것은 내밀한 기억을 끝까지 파고드는 시도와 함께, 개인적 경험의 사회적ㆍ문화적 맥락에 대한 인식이 동반될 때 가능하다. 예컨대 보호받지 못한 아역 시절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회복하는 데는 백인 남성 ‘천재’ 감독 스테레오타입의 유해함을 인지하고 부모의 책임에 대해 다르게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폴리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강 머리 앤》으로 유명한 프린스에드워드섬을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다시 찾기도 한다. 몽고메리의 여러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인기 드라마 〈에이번리 가는 길〉의 주연으로서 치러야 했던 유명세를 상징하던 섬을 여행하면서 그는 그 시기의 영향력이 비로소 끝났다는 것을 체감하고, 그런 변화의 맥락을 원주민을 배제한 채 몽고메리를 중심으로 섬의 역사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으로까지 밀고 나간다(〈경계의 소멸〉). 이런 서술에서 이 책이 내내 따뜻한 용기를 간직하면서도 성찰의 깊이와 예리함을 잃지 않는 이유를 느낄 수 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딸,
여성 창작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관하여

이 책은 여성 배우이자 감독, 그리고 엄마이자 딸로서 붕괴하고 불화하고 노동하고 생산하는 삶에 대한 섬세한 통찰을 담고 있다. 세라 폴리는 일찍부터 제작 현장의 부당한 위계 구조와 부조리에 눈떴고, 쇼비즈니스 산업 내에서 아이, 여성, 비백인 등의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성을 예민하게 인지했다. 적절한 돌봄이 부재한 10대 시절을 보내며 이르게 성인 여성으로 독립한 현실과 부조화한 배역을 맡아 무대공포증을 겪기도 했다(〈앨리스, 무너지다〉). 그는 이런 경험을 녹여내 창작과 돌봄의 관계, 감독의 비전과 작품성을 실현하는 새로운 방식, 예술가의 책무에 대한 새로운 규범 등을 고민하고 상상하도록 이끈다.

이런 관찰과 생각은 몸과 감각에 대한 구체적인 포착으로 뒷받침된다. 공통적으로 과거의 경험과 그에 대한 기억이 적응과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아이와 여성의 몸에 어떤 반응을 일으키고, 어떤 흔적을 새겨 넣으며, 어떤 감각을 낳는지 민감하게 따라간다. 폴리는 평생 척추수술, 고위험군 병동에의 장기 입원, 제왕절개수술, 중증 자궁내막증 수술 등 몸을 부수고 가르고 재조합하는 일을 수차례 겪기도 했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껏 충분히 재현되지 않은 여성 신체의 경험과 감각을 생생하고 강렬하게 드러낸다. 또 한 명의 걸출한 여성 에세이스트의 등장을 예감하게 되는 장면들이다.

세라 폴리는 책의 말미에서 긴 〈감사의 말〉을 통해 삶의 어둠을 자기만의 방식과 언어로 직시하고 통과할 수 있게 도와준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언급한다. 협업과 공동 작업의 가치를 이해하는 창작자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은 힘겨운 과거와 다시 관계 맺고, 고통에 맞서 자기 자신을 되찾고자 하는 독자에게 폴리의 협업자들처럼 용기와 공감을 전해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세라 폴리

세라 폴리(Sarah Polley)
영화감독, 시나리오작가, 영화배우. 어린 시절 TV 드라마 〈에이번리 가는 길〉과 영화 〈바론의 대모험〉 등에 출연하며 아역 스타로 활약했고, 〈엑시스텐즈〉 〈웨이트 오브 워터〉 〈미스터 노바디〉 등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 배우로서 호평받았다. 10대 시절부터 여러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앨리스 먼로의 단편소설을 직접 각색한 〈어웨이 프롬 허〉(2006)로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 영화로 캐나다감독조합 감독상, 뉴욕영화비평가협회 신인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이후 로맨틱 코미디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2011)를 만들었고, 다큐멘터리영화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2012)를 발표해 뉴욕영화비평가협회와 로스앤젤레스영화비평가협회의 다큐멘터리상 등을 수상했다. 2017년에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장편소설 《그레이스》를 동명의 6부작 미니시리즈로 각색했다. 감독과 각본을 맡은 〈위민 토킹〉(2022)으로 제95회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했고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위험을 향해 달리다》로 2022 토론토도서상을 수상했다.

이재경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경영컨설턴트와 출판편집자를 거쳐, 지금은 주로 책을 번역하고 때로 산문을 쓴다. 《가치관의 탄생》 《젤다》 《두 고양이》 《타오르는 질문들》 등을 우리말로 옮겼고, 에세이 《설레는 오브제》를 썼다.

이 상품의 총서

Klover리뷰 (0)

Klover리뷰 안내
Klover(Kyobo-lover)는 교보를 애용해 주시는 고객님들이 남겨주신 평점과 감상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교보문고의 리뷰 서비스입니다.
1.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평점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 리워드는 1,000원 이상 eBook, 오디오북, 동영상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됩니다.
  •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 sam 이용권 구매 상품 / 선물받은 eBook은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 운영 원칙 안내
Klover리뷰를 통한 리뷰를 작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공간인 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부탁합니다. 일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에 해당하는 Klover 리뷰는 별도의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도서나 타인에 대해 근거 없이 비방을 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리뷰
  • 도서와 무관한 내용의 리뷰
  • 인신공격이나 욕설, 비속어, 혐오 발언이 개재된 리뷰
  • 의성어나 의태어 등 내용의 의미가 없는 리뷰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문장수집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 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 입니다. 교보eBook 앱에서 도서 열람 후 문장 하이라이트 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 수집 등록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리워드는 1,000원 이상 eBook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문장수집 등록 시 제공됩니다.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sam 이용권 구매 상품/오디오북·동영상 상품/주문취소/환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구매 후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교보eBook 첫 방문을 환영 합니다!

    신규가입 혜택 지급이 완료 되었습니다.

    바로 사용 가능한 교보e캐시 1,000원 (유효기간 7일)
    지금 바로 교보eBook의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 보세요!

    교보e캐시 1,000원
    TOP
    신간 알림 안내
    위험을 향해 달리다 웹툰 신간 알림이 신청되었습니다.
    신간 알림 안내
    위험을 향해 달리다 웹툰 신간 알림이 취소되었습니다.
    리뷰작성
    •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최초1회)
    • 리워드 제외 상품 : 마이 > 라이브러리 > Klover리뷰 > 리워드 안내 참고
    • 콘텐츠 다운로드 또는 바로보기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
    감성 태그

    가장 와 닿는 하나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사진 첨부(선택) 0 / 5

    총 5MB 이하로 jpg,jpeg,png 파일만 업로드 가능합니다.

    신고/차단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신고 내용은 이용약관 및 정책에 의해 처리됩니다.

    허위 신고일 경우, 신고자의 서비스 활동이 제한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어 신중하게 신고해주세요.


    이 글을 작성한 작성자의 모든 글은 블라인드 처리 됩니다.

    문장수집 작성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eBook 문장수집은 웹에서 직접 타이핑 가능하나, 모바일 앱에서 도서를 열람하여 문장을 드래그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P.
    위험을 향해 달리다
    저자 모두보기
    저자(글)
    낭독자 모두보기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프리미엄 이용권입니다.
    선물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결제완료
    e캐시 원 결제 계속 하시겠습니까?
    교보 e캐시 간편 결제
    sam 열람권 선물하기
    • 보유 권수 / 선물할 권수
      0권 / 1
    • 받는사람 이름
      받는사람 휴대전화
    • 구매한 이용권의 대한 잔여권수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
    • 열람권은 1인당 1권씩 선물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이 ‘미등록’ 상태일 경우에만 ‘열람권 선물내역’화면에서 선물취소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의 등록유효기간은 14일 입니다.
      (상대방이 기한내에 등록하지 않을 경우 소멸됩니다.)
    • 무제한 이용권일 경우 열람권 선물이 불가합니다.
    이 상품의 총서 전체보기
    네이버 책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네이버 책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
    구글북액션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구글북액션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