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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척의 배

트로이아 전쟁의 여성들
나탈리 헤인스 지음 | 홍한별 옮김
돌고래

2024년 03월 11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2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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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8.10MB)
ISBN 9791198380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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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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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야. 모든 여자들의 이야기지.”

『천 척의 배』는 고대 신화를 여성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흐름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최근 몇 년 새 『키르케』(매들린 밀러), 『침묵은 여자가 되나니』(팻 바커) 등 호메로스 서사시의 남성 중심적 시각을 탈피한 소설들이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는데, 『천 척의 배』는 이 두 작품과 동일한 맥락에 있으면서도 트로이아 전쟁 전반의 이야기를 망라해 다룬다는 점에서 남다른 야심이 돋보인다. 소설은 묻는다. 우리는 만화로 각색된 그리스 신화 등을 통해 트로이아 전쟁을 제법 친숙하게 여기지만, 무려 10년간 이어진 이 참혹한 장기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이 정녕 남성 전사들뿐이었을까?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는 흔히 서구 문학의 효시이자 ‘전쟁과 전사, 남성과 남성성의 토대를 닦은 위대한 텍스트’로 여겨진다. 이런 평가가 전적으로 부당한 것은 아니나 『천 척의 배』는 지금껏 트로이아 전쟁에 관한 이야기에서 다뤄지지 않은 여성 캐릭터들의 영웅성과 서사성에 주목해 이 전쟁의 진정한 참상을 낱낱이 그려 낸다.
『천 척의 배』의 가장 큰 미덕은 서양 고전을 전공한 저자가 트로이아 전쟁을 ‘여자의 얼굴’로 다시 쓰기 위해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할 뿐 아니라 실존하는 고대 그리스 문헌을 일일이 손수 들추고 살폈다는 점이다. 저자 나탈리 헤인스는 호메로스·오비디우스·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에우리피데스·아이스킬로스의 비극, 나아가 고대 그리스 연극 및 서정시 등에서 고대 그리스 및 트로이아 여성들의 삶의 편린을 샅샅이 들추고 그러모은다. 그러고는 이들 원전을 총체적으로 참조하고 재해석해, 기존 문헌에서는 불과 한두 줄의 문장으로 찰나의 섬광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여성 캐릭터들에게 생동감 넘치는 목소리와 성격을 부여한다. 이렇듯 『천 척의 배』는 다른 세계로의 몰입을 유발하는 참신한 해석과 흥미로운 전개를 통해 그리스 신화에 익숙한 독자와 낯선 독자 모두를 열정적으로 매혹한다.
ㆍ 지도
ㆍ 등장인물
1 칼리오페
2 크레우사
3 트로이아의 여인들
4 테아노
5 칼리오페
6 트로이아의 여인들
7 펜테실레이아
8 페넬로페
9 트로이아의 여인들
10 브리세이스와 크리세이스
11 테티스
12 칼리오페
13 트로이아의 여인들
14 라오다메이아
15 이피게네이아
16 트로이아의 여인들
17 아프로디테, 헤라, 아테나
18 페넬로페
19 트로이아의 여인들
20 오이노네
21 칼리오페
22 트로이아의 여인들
23 페넬로페
24 트로이아의 여인들
25 에리스
26 트로이아의 여인들
27 칼리오페
28 헤카베
29 페넬로페
30 트로이아의 여인들
31 폴릭세네
32 테미스
33 페넬로페
34 트로이아의 여인들
35 칼리오페
36 카산드라
37 가이아
38 페넬로페
39 클리타임네스트라
40 페넬로페
41 모이라이
42 안드로마케
43 칼리오페
ㆍ 작가의 말
ㆍ 감사의 말
ㆍ 옮긴이의 말
ㆍ 추천의 말(김신명숙)

ㆍ 전쟁이 끝나면 남자들은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여자들은 목숨만 빼고 모든 걸 잃었다.(52쪽)

ㆍ 나는 불타는 도시에서 탈출한 여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라고 바로 시인을 바닷가로 데려갔는데, 시인은 살아남은 사람들이 불쌍한 크레우사보다 더 나을 것도 없다는 걸 알아차리지도 못했어. 이렇게 대놓고 주워 먹으라고 갖다주는 데도 알아먹지를 못하니 원. 나는 그에게 트로이아 전쟁 중 한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쟁에 휘말린 모든 여자들의 이야기를 주려는 건데.(칼리오페, 61쪽)

ㆍ 다들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헤카베는 딸이 정신을 차리고 여기가 어딘지 확인하고는 점차 호흡을 가다듬는 것을 보았다. 여전히 악몽 속이었으나 꿈속에서 본 것보다는 덜한 악몽이었다. 폴릭세네는 낮은 신음을 내며 엄마의 무릎께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꾸 꿈에 아직 도시가 함락되지 않은 때가 나와요.”헤카베가 고개를 끄덕였다. 헤카베도 최악의 악몽은 불타는 벽이 무너져 내리는 꿈도, 무장한 군인이 쫓아오는 꿈도,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죽는 꿈도 아니란 걸 알았다. 남편이 살아 있고, 아들이 활짝 웃고, 딸이 결혼식을 고대하는 꿈이란 걸 알았다.(66쪽)

ㆍ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기 때문에, 그냥 잃은 게 아니라 자기 손으로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에, 히폴리테 없이 살 수가 없었기 때문에, 펜테실레이아는 죽기로 마음먹었다.하지만 죽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테지. 이렇게 끔찍한 짓을 저질렀으니 자신에게 합당한 죽음은 오직 하나, 전투에서 전사로 싸우다 죽는 것뿐이었다.(69쪽)

ㆍ 크리세이스는 자기가 새 친구를 위해 올린 기도를 신들이 외면했음을 알았다. 바로 이 사람, 아킬레우스가 브리세이스의 눈앞에서 가족을 몰살시킨 사람이었다. 이제 브리세이스는 아킬레우스의 소유가 되었고 그걸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크리세이스는 울지 않았다. 브리세이스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 다 마치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였으나 절대 끊기지 않을 것이다.(104쪽)

ㆍ 내가 허락한 서사시의 본질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시인은 전쟁의 희생자가 죽은 사람만이 아니란 걸 받아들여야 할 거야. 전장 밖의 죽음이 전투 중에 일어난 죽음보다 더욱 고귀할(심지어 더 영웅적일) 수 있다는 것도. [……] 전쟁은 싸움터 위에서 펼쳐지는 한판 승부로 판가름 나는 스포츠가 아냐. 전쟁은 세상 곳곳으로 멀리멀리 뻗어 모든 사람을 끌어들이는 그물이야.(칼리오페, 137쪽)

ㆍ 스파르타의 왕이 왕비를 잃었다는 이유로, 100명의 왕비가 왕을 잃어야 했다. 라오다메이아는 트로이아인들을 원망한 만큼 그리스인도 원망스러웠다. 라오다메이아가 바란 것은 정말 소박한 것이었는데. 오직 남편이 자기의 것이고 안전하게 가까이 있기만을 바랐는데.(145쪽)

ㆍ 남편이 용감하고 창과 검을 잘 다룬다는 사실이 라오다메이아에게 위안이 될 리가 없었다. 남편이 싸우지 않겠다며 안락의자 뒤에 숨어 달달 떨고 있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어떤 여자가 겁쟁이를 사랑하겠냐고, 누가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라오다메이아는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 있었다. 겁쟁이를 사랑하지 않으면 대신 시체를 사랑해야 하는 사람이라고.(147쪽)

ㆍ 시인이 여자들이 이야기에 등장했다가 사라지곤 한다고 진절머리를 내는 건 아는데, 이제는 시인도 이 전쟁은 이런 식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아. 이 시인도 처음에는 이전의 무수한 시인들이 그랬듯이 라오다메이아는 무시하고 다루지 않을 생각이었을까? 그렇게 어린 나이에 그렇게 많은 것을 잃은 여자인데 최소한 이야기라도 전해져야 마땅하지 않겠어?(칼리오페, 212쪽)

ㆍ 이건 남자들의 전쟁일 뿐 아니라 여자들의 전쟁이기도 하니, 시인은 여자들의 고통을 들여다볼 거야. 늘 이야기의 주변으로 밀려나 남자의 희생자로, 남자의 유족으로, 남자의 노예로 다루어지던 여자들의 이야기를 할 거고, 아니면 차라리 입을 다물어야 할걸. 여자들은 자기들 차례가 오길 너무 오래 기다렸어.(칼리오페, 213쪽)

ㆍ 만약 시인이 또 나한테 불평하면 난 이렇게 물을 생각이야. 오이노네의 영웅적인 면모가 메넬라오스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니? 메넬라오스는 아내를 뺏기고, 아내를 찾아오려고 군대를 일으켜 수없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게 만들고, 수없이 많은 사람이 과부, 고아, 노예가 되게 만들었지. 오이노네는 남편을 잃고 혼자 아들을 길렀고. 둘 중에 어떤 게 더 영웅적인 행동일까?(칼리오페, 213쪽)

ㆍ 집에 당신 없이 혼자 앉아 텔레마코스가 아기에서 아이로, 이제 잘생긴 젊은이로 자라는 걸 지켜보면서 쟤가 아빠를 다시 보는 날이 오긴 할지 생각하고 있으면 어떻겠어? 그것도 영웅적 기질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야. 기다림이 내가 감내해야 했던 일 가운데 가장 가혹한 일이었어. 사별하고 비슷한데, 죽었는지 아닌지 모른다는 점이 다르지.(페넬로페, 222쪽)

ㆍ 시인에게 가르침을 주겠어. 다른 여자, 다른 여왕의 앞날을 따라가라고 해야지. 카산드라가 보는 걸 보게 하겠어. 어머니의 앞날 말이야. 그러면 신에게 기원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겠지. 이야기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도.(칼리오페, 251-252쪽)

ㆍ 트로이아가 바다를 건너가 그리스 도시 한 곳을 점령했다면, 트로이아군도 그리스군이 트로이아에 한 것과 똑같이 했을 것이다. 그들도 남자를 죽이고 여자와 아이들을 노예로 삼았을 것이다. 전쟁에서 이긴다는 게 그런 것이니까. 그렇지만 이 여자들과 아이들은 비록 자유를 잃더라도 함께 있을 수는 있었을 터였다. 서로를 위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는 숱하게 많은 도시와 섬으로 나뉘어 있어 트로이아 여인들 전부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가족과 흩어져야 했다.(281쪽)

ㆍ 시인은 나한테 뭔가 다른 걸 기대했겠지. 내 존재 자체가 전쟁에 기대고 있어. 하지만 전쟁에 기대려면, 그걸 이해해야 해. 시인도 전쟁에 대해 글을 쓰려면 전쟁을 이해해야 하고. 전쟁에서는 승자도 패자만큼이나 처절하게 파괴될 수 있다는 걸 시인도 배워 나가고 있어. 승자는 목숨은 부지했으나 그걸 지키려고 다른 모든 걸 포기하게 되지. 잃어버리기 전에는 갖고 있는지도 몰랐던 것을 저버려. 그래서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사람도 평화 속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거야.(칼리오페, 313-314쪽)

ㆍ 인간은 계속해서 가이아가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가져갔다. 가이아는 드넓은 대지를 바라보며 열매를 모조리 뜯긴 나무들, 하도 쉴 새 없이 경작해 더는 수확이 나오지 않는 땅을 보았다. 왜 인간은 욕심을 줄일 수 없는 걸까, 가이아는 생각했다. 가이아의 슬픔이 짜증으로 변했다. [……] 왜 테바이를 초토화한 전쟁을 보고도 모든 걸 다 소진시켜 버리기를 멈추지 않으면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이런 식으로 계속 살면 바다에는 물고기가 없고 땅에는 곡식이 나지 않으리란 걸 왜 모를까?(327쪽)

ㆍ 시인 말이 당신이 바다를 바라보며 집을 그리워한다고 해. 칼립소에게 놓아 달라고 애원했다고. 칼립소에게 아내가 비록 님프보다 아름답진 않지만, 게다가 이토록 오랜 세월이 지났으니 더욱 그럴 테지만, 그래도 아내이기에 사랑한다고 말했다며. 솔직히 말해서, 오딧세우스, 당신이 그런 소리를 안 했다면 좋았을 거야. 자기가 아름답지 않고 나이도 많다는 이야기를 노래로 듣고 싶은 사람이 있겠냐고.(페넬로페, 335쪽)

ㆍ 내가 시인에게 말했던 것처럼, 이 이야기는 한두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야. 모든 여자들의 이야기지. 전쟁이 인간 절반의 삶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게 아닌데. 왜 우리는 그 절반의 이야기를 무시하지?그들이 자기 이야기 차례를 오래 기다렸으니, 더 기다리게 하지 않을 거야. 시인이 내가 준 노래를 거부한다면 시인의 입에서 다시 빼앗겠어. 시인은 전에도 이미 노래를 불렀으니, 이 이야기가 싫을 수도 있고 필요 없을 수도 있지. 어쨌거나 이 이야기는 전해질 거야. 아무리 오래 걸리든 언젠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하게 될 거야. 나는 나이를 먹지 않고 죽지도 않으니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지.(칼리오페, 397쪽)

아마존(고대 역사 소설 부문) 베스트·스테디셀러

고통과 피해를 넘어 역사의 틈새에서 발굴해 낸
전쟁 안팎 여성들의 다채로운 목소리와 영웅적 면모

『천 척의 배』는 트로이아 전쟁을 ‘남성의 전쟁’으로 조명해 온 전통적·타성적 시각에서 탈피해 저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 전쟁을 겪어야 했던 여성들에게 주목한다. 그러나 저자는 트로이아 전쟁의 발발 원인이기도 했던 미녀 헬레네보다 이 전쟁 때문에 온갖 희생을 감내해야 했던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저자가 보기에 “전쟁의 희생자”는 “죽은 사람”만이 아니다. 그는 서사시의 뮤즈인 칼리오페의 입을 빌려 “전장 밖의 죽음이 전투 중에 일어난 죽음보다 더욱 고귀할(심지어 더 영웅적일) 수” 있다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전쟁이 끝나면 남자들은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여자들은 목숨만 빼고 모든 걸 잃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여성의 고통을 재현하고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여성 캐릭터를 피해자로만 그리지 않으며 여성들의 용기, 배신, 복수에 관한 일화들이 이야기 곳곳에서 다채롭게 나타난다. 또 앞서 거론했듯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어떤 행동이 영웅적인지를 두고 몹시 흥미로운 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우리가 전시(戰時)에 행할 수 있는 영웅적 행동은 오직 참전, 전투뿐일까? 『천 척의 배』는 이런 관점에 반대하며 생존 자체도 충분히 영웅적이라 주장한다. 이 같은 관점은 오늘날 점차 중시되는 평화주의적 가치나 돌봄 담론과도 맞닿아 있는데, 트로이아의 님프 오이노네에 관한 이야기에서 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오이노네의 영웅적인 면모가 메넬라오스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니? 메넬라오스는 [……] 수없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게 [……] 만들었지. 오이노네는 남편을 잃고 혼자 아들을 길렀고. 둘 중에 어떤 게 더 영웅적인 행동일까?”


3000년 전 고대 신화에서 소환한
더없이 현대적인 쟁점과 풍경들에 대한 재조명

이렇듯 『천 척의 배』는 그리스 신화의 지층 아래에서 여성 인물들의 사연과 육성을 되살릴 뿐 아니라 오늘날에 이르러서야 우리가 올바로 인식하게 된 중차대한 문제들을 고대 문헌과 그 행간에서 재발견하기도 한다. 트로이아 전쟁은 기원전 12세기에 발발했으며 호메로스는 기원전 8세기에 서사시를 집필했다고 전해지지만, 『천 척의 배』는 무려 3000년의 시차를 초월해 21세기 독자들이 실로 동시대적이라 느낄 수 있을 법한 쟁점들을 고대 신화로 소환해 낸다.
이런 특징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 주는 한 가지 예가 바로 가이아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스 신화 세계관에서 가이아는 만물을 탄생시키는 생명의 근원이자 대지의 여신이며 인간들은 가이아의 살, 즉 흙에서 태어난 존재로 묘사된다. 『천 척의 배』는 가이아가 지구 환경과 동일시된다는 데서 착안해, 인간의 증식과 탐욕에 고통받는 여신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현대의 탄소 배출, 자연 착취, 기후 위기 문제를 절묘하게 유비한다. “가이아는 드넓은 대지를 바라보며 열매를 모조리 뜯긴 나무들, 하도 쉴 새 없이 경작해 더는 수확이 나오지 않는 땅을 보았다. 왜 인간은 욕심을 줄일 수 없는 걸까, 가이아는 생각했다. [……] 모든 걸 다 소진시켜 버리기를 멈추지 않으면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이런 식으로 계속 살면 바다에는 물고기가 없고 땅에는 곡식이 나지 않으리란 걸 왜 모를까?”
『천 척의 배』가 그리스 신화를 통해 조명하는 현대적 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환경 문제 외에도 여성 인권과 성매매, 권력의 부패 등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해결이 요원하게 느껴지는 많은 주제를, 역설적이게도 고대 신화를 경유해 이야기한다. 『천 척의 배』는 이 아득한 난맥상을 그려냄으로써 그리스 신화가 우리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으며 여기에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보편성이 내재해 있음을 생생히 보여 준다.
그리스 신화에 익숙한 독자와 낯선 독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참신한 해석, 흥미로운 전개, 위트와 유머, 친절한 가이드

『천 척의 배』는 그리스 신화에 대한 사전 지식과 관계없이 다양한 유형의 독자들이 저마다의 관점에서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 및 서사시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원전이 어떻게 전복되고 재해석되는지에 초점을 맞춰, 기존 서사에서 공백으로 남아 있던 부분들이 장면과 대사로 풍성하게 채워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이미 낯익은 이야기일지라도 이전에 접할 수 없었던 시점에서 새롭게 서사에 접근해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유려한 솜씨로 독자의 주의를 흥미진진하게 붙들어 두는 한편, 위트와 유머를 적절히 겸비해 희로애락의 독서 경험을 두루 선사하기도 한다.
일례로 『천 척의 배』에서 칼리오페는 자신에게 날마다 영감(靈感)을 요구하는 남성 시인의 분별없는 행태에 신경질을 낸다. “오늘 나는 영감을 주는 여신이 될 기분이 전혀 아냐. [……] 나한테 변함없는 관심과 지지를 요청하는 자기 같은 인간들이 날마다 얼마나 많을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니 놀라워.” 흥미로운 점은 『천 척의 배』의 남성 시인이 『일리아스』의 첫 대사인 “노래하소서, 무사 여신이여.”라는 말로 기도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이는 『천 척의 배』가 호메로스를 눈치 없고 불손한 남성 시인으로 직접 이야기에 등장시키고 있음을 보여 주는 단서인 셈인데, 앞서 『일리아스』를 읽은 경험이 있는 독자의 눈에는 이런 요소 또한 소소한 재미로 다가올 것이다.
설령 그리스 신화 및 서사시에 친숙하지 않더라도 『천 척의 배』를 곧장 읽어 나가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흡입력 있는 전개와 현대적 특징 덕분에 오히려 원전보다 수월하게 읽을 수 있고, 이 작품을 먼저 읽고 난 뒤 『일리아스』와 『오딧세이아』에 입문하는 교두보로 삼기에도 좋다. 또 『천 척의 배』에는 등장인물이 쉰 명 가까이 등장하지만, 초심자가 낯선 인명 앞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저자가 권두에서 주요 등장인물을 직접 소개한다. 아울러 한국어판에는 당시 그리스와 트로이아 일대의 지도를 추가로 수록해, 독자들이 생경한 지리적 배경 앞에서 길을 잃지 않고 한결 직관적으로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도록 했다.

작가정보

작가 겸 방송인으로, 픽션과 논픽션을 가리지 않고 활발한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첫 소설 『황색의 분노』로 스코틀랜드 최고의 범죄 소설에 주어지는 매킬버니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오카스테의 아이들』에서는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안티고네와 오이디푸스 왕을 개작했다. 수많은 여성 인물의 시점에서 트로이아 전쟁을 새로이 쓴 『천 척의 배』로 여성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스톤 블라인드』에서는 페르세우스와 메두사 이야기를 다뤘다. BBC 라디오4 프로그램 「나탈리 헤인스의 고전 옹호」의 작가이자 진행자이기도 하다. 2015년에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서양 고전 문학을 영국 대중에게 널리 소개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고전 학회상을 수상했다.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살려고 한다. 옮긴 책으로 『클라라와 태양』, 『호텔 바비즌』, 『깨어 있는 숲속의 공주』, 『신경 좀 꺼줄래』, 『이처럼 사소한 것들』 등이 있다. 『아무튼, 사전』,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공저), 『돌봄과 작업』(공저) 등을 썼다. 『밀크맨』으로 제14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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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천 척의 배
    트로이아 전쟁의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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