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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반의 당구

하인리히 뵐 지음 | 사지원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2024년 02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2월 2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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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7.42MB)
ISBN 9791128806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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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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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하인리히 뵐의 대표작이다. 전후 독일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복구되어 갔지만, 부조리한 과거는 극복되지 않은 채 여전히 사회 곳곳에 침투해 있었다. 이 소설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 대한 반성과 고찰을 담고 있다. 서로 단절된 채 살아가던 페멜 가족이 화해와 단합을 통해 연대감을 회복하고, 새로운 가족 공동체를 이루어 왜곡된 현실에 저항하며 버티어나가는 힘을 얻는 모습을 보여 준다.
9시 반의 당구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군대에 들어갔을 때 사람들은 내 이력서를 보고 내가 정역학 문제에 대해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는 것을 알았네. 후고, 정역학이란 힘의 평형에 대한 학문이지. 즉 받치고 있는 물체의 장력과 인력에 대한 학문이야. 이게 없으면 흑인의 움막집조차 세울 수 없다네. 정역학의 반대는 동역학, 즉 다이내믹이지. 폭파할 때 사용되는 다이너마이트같이 들리는데, 관계가 있네. 전쟁 내내 나는 다이너마이트를 가지고 일했네. 난 정역학에 대해서 알고, 동역학에 대해서도 아는데, 다이너마이트에 대해서 가장 잘 알지. 다이너마이트에 대한 책은 모조리 읽었으니까. 폭파할 때 어디에 폭탄을 장착하고 세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지. 나는 그것을 알았지. 난 폭파를 했네. 다리, 주거단지, 교회, 철로 고가교, 빌라들, 교차로 등을 폭파했지. 그 대가로 훈장도 타고 진급도 했지. 소위에서 중위, 중위에서 대위, 또 특별 휴가도 얻고 칭송도 받고 했네.
-103~104쪽

당신의 모든 시민적 편견과 통념을 완전히 버리세요. 이곳은 계급이 없는 사회입니다. 그리고 전쟁에 진 것을 한탄하지 마세요. 맙소사, 당신들은 정말로 전쟁에서 패배했어요? 두 번씩이나 계속해서? 전 당신 같은 사람에게는 전쟁에서 일곱 번이라도 지기를 바랐겠네요! 이제 인상 쓰는 걸 그만둬요. 전 당신이 몇 번이나 전쟁에서 패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요. 잃어버린 아이들, 패배한 전쟁보다 아이를 잃은 것이 더 가슴 아픈 일입니다.
-375쪽

우리는 과거로 돌아갔다가 매번 현재로 던져진다. 끊임없이 현재인 셈이다. 초침이 한없이 앞으로 밀어낸 현재인 것이다. (...)
시계는 쓸데없이 치지 않고 초침은 쓸데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시곗바늘이 1분 1분 모여서 15분이 되고 30분이 되고 해가 된다. 시간과 초들이 정확히 계산되어 이루어진다.
-419~420쪽

전후 독일 사회 사회는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어 내고 빠른 속도로 복구되어 갔으며 곧 경제 재건을 이룩했다. 하지만 오로지 이윤을 추구하고 소비를 조장하는 풍조가 만연했고, ‘경제 기적 정서’에 사로잡혀 극복되지 않은 과거를 쉽게 잊어버렸다. 이러한 1950년대 독일 사회의 “공허하고 차가운 망각”에 대해 경악하며 정치적·사회적 현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소설이 바로 ≪9시 반의 당구≫다.
페멜 가족의 단 하루를 담고 있지만 사건은 회상의 형식을 통하여 지난 50년에 걸쳐 있다. 건축의 대가이자,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 냉소로 일관하며 방관해 온 하인리히 페멜, 강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에 저항하는 그의 아내 요하나, 그녀를 닮아 형재애와 이웃 사랑의 정신을 지닌 정역학자인 아들 로베르트. 청산되지 않은 과거를 망각하고 슬퍼할 줄 모르는 독일 사회와 단절한 채 각자의 세계에 침잠하여 살아가던 이들 페멜 가족은 하인리히 페멜의 여든 살 생일날에 모여 화해와 단합을 시도하게 된다.
페멜 가족은 변화가 없는 세계에서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의식의 변화를 겪음으로써, 가족 구성원 간에 연대감을 갖게 되고 다른 세계를 꿈꾸게 된다. 하인리히 뵐은 사회가 이윤을 추구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으며 오로지 성취만을 목표로 하는 한, 인간적인 이해는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정이라는 공동체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왜곡된 현실에 동조하지 않고 버티어 나갈 수 있는 힘을 등장인물들에게 이러한 방식으로 마련해 준다. 이것은 그의 문학 강령, 즉 “인간적인 것의 미학”에 근거한 것이다. 뵐에게 “인간적인 것의 미학”이란 물질 만능주의와 이윤 추구에 사로잡힌 광기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진실된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자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이 소설은 ‘정신적인 친족 관계’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가족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부조리에 저항하면서 서로 화합해 가는 가족의 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가정보

(Heinrich Böll)

하인리히 뵐은 1917년 쾰른에서 태어났다. 카이저 빌헬름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1939년 쾰른대학교의 독문학과에 입학하나 곧 제2차 세계대전에 징집되었다. 전후, 귀향해 ‘전쟁에서 본 것’과 전후의 ‘폐허’에 대해서 쓰기 시작했다. 1949년 미델하우베 출판사와 전속 계약을 하고 첫 소설 ≪열차는 정확했다≫를 출판했다. 1953년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발표하면서 작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이후부터 독일 사회와 가톨릭교회의 폐단을 정면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특히 1959년에 발표한 ≪9시 반의 당구≫는 청산되지 않은 과거를 망각하고 재무장을 논하며 오로지 이윤 추구와 소비 조장만으로 치닫는 독일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1970년대에는 뵐의 사회참여가 더욱 심화되며 독일 사회와의 갈등도 심화되었다. 특히 1969년과 1972년 뵐은 귄터 그라스와 함께 사회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위해 선거 유세에 직접 참여하며 빌리 브란트를 적극 지지했다. 또한 1971년 국제펜클럽 회장으로 선출되어 세계 곳곳에서 탄압받고 있는 작가와 지식인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했다. 이때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에게도 감옥에 있는 김지하를 석방하라는 편지를 보냈다. 1971년에는 ≪여인과 군상≫을 발표하고 이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1974년에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발표했다. 소설은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언론계에 대한 뵐의 ‘문학적 복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듬해 폴커 슐뢴도르프에 의해 영화화되어 크게 흥행했다. 뵐은 197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독일 시민들의 반핵 운동과 환경 운동의 선두에 섰으며 녹색당의 창당에도 적극 참여했다. 환경 문제를 다룬 소설이 1979년에 발표한 ≪배려 깊은 포위≫다.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활동을 문학 작품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실천했던 뵐은 1985년 동맥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사망 이후 ‘쾰른 문학상’은 ‘하인리히 뵐 문학상’으로 개칭되었고 쾰른 루트비히 박물관의 광장도 그의 이름을 땄으며 독일에서 13개의 학교에 하인리히 뵐의 이름이 붙여졌다.

사지원은 독일 정부 산하 하인리히 뵐 장학 재단의 장학생으로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교에서 독문학을 공부하고 하인리히 뵐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생태와 여성 및 문화이며 이 세 분야에 대한 100편 이상의 논문이 있다. 주요 저서로 《소외. 하인리히 뵐의 초기작품 연구》(독문), 《하인리히 뵐》, 《하인리히 뵐의 저항과 희망의 미학》, 《독일 문학과 독일 문화 읽기》, 《폭력을 관통하는 열 가지 시선》, 《하인리히 뵐과 평화》(공저) 《생태 정신의 녹색사회 : 독일》 《생태 사회를 위한 통합적인 접근》(공저), 《생태사회와 세계시민의식》(공저)등이 있고, 역서로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쇼펜하우어 인생론》, 《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공역), 《열차는 정확했다》, 《여인과 군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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