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돌아보니 늘 그곳에 있었다
2023년 11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5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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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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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도반에 관한 이야기이다. 울퉁불퉁한 삶의 여로에서 저자를 일깨우며 스승과
벗이 되어 주었던 수행자 32명을 크고 작은 경험과 에피소드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인연들은, 먼발치에서 뵈어도 우뚝한 불교계의 큰 스승들부터 불문(佛門)에 들어온 저자를 이끈 은사스님, 함께 울고 웃으며 말없이 귀감이 된 도반들이다. 책은 32명 수행자 각자에게 표하는 저자의 오마주이자,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 스스로 40년 수행길을 돌아보는 점검이기도 하다.
그들이 있었기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 수행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고, 고립되거나 쓸쓸하지 않았으며, 인생이 알차게 되었다. 스승이자 도반이자 죽비였고 선지식이었다. 문득 돌아보니, 그들은 그곳에서 늘 저자의 삶을 응원하며 서 있었다. 그래서 현진 스님은 말한다. “그리운 이에게는 자주 안부를 물어라. 생을 사랑하고 축복할 시간이 많지 않다.”
가야산의 거목 성철 큰스님
공부에는 추상같았던 혜암 큰스님
절구통 수좌라 불렀던 법전 큰스님
언제나 자상하셨던 나의 스승 월암 스님
고고한 수행자 여연 스님
백세지사(百世之師)의 어른 혜남 스님
선승의 향기 함현 스님
신심 제일 관암 스님
삼무(三無)의 수행자 원철 스님
우리 시대의 은자(隱者) 설곡 스님
영원한 운수납자 청암 스님
결코 시샘할 수 없는 수행자 오성 스님
지치지 않는 열정 성원 스님
소탈한 여백을 지닌 도영 스님
운동을 수행처럼 하는 상법 스님
심 목사라 불리는 향산 스님
2장 따뜻한 눈길 행복한 동행
감성의 목소리 성전 스님
잔잔한 가르침을 주는 불굴 스님
미소가 아름다웠던 성안 스님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수보 스님
달콤한 인생을 살고 있는 설몽 스님
무궁무진한 이야기 보따리 지묵 스님
노래 잘 부르는 태경 스님
지금도 그리운 이 덕문 스님
눈웃음이 아름답던 혜우 스님
묵언하며 효심 깊은 환기 스님
바람 같은 수행자 동은 스님
만화 즐겨 보는 낭림 스님
팔방미인의 수행자 도일 스님
열정과 탐구의 소유자 도후 스님
도반이라는 이름의 선지식 일선 스님
산사의 정원을 가꾸는 여경 스님
●
여연 스님에게 붙는 수식어가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스님의 진짜 이름표는 청정하고 고고한 수행자다.
“깨달음의 길이 아득하고 높기만 하지만
절망감과 좌절감도 중요하고 의미 깊다.
그것을 통해 수행자는 새로운 길을 찾기 때문이다.”
나에게 던져 준 이 법문이 스님 생애를 관통하는 문장 같아서 내 가슴에 오래 남았다.
_ 39p 〈청정하고 고고한 수행자 여연 스님〉 가운데
●
몇 해 전 내가 충청북도 청주의 시골 지역에 작은 거처를 마련했을 때 제일 먼저 방문한 도반이 관암 스님이다. 새로운 불사를 시작할 나에게 격려와 용기를 주기 위해서 일부러 찾아왔다. 당시 나는 혼자서 밥을 끓여 먹고 있었는데 도반의 방문은 가슴 울컥한 위안이 되었다. 그가 나에게 안겨 주고 간 쌀 열 포대는 그해 겨울 내 우거(寓居)의 귀중한 양식이 될 수 있었다. 그는 이렇게 세심한 배려와 아울러 보살심(菩薩心)의 자애가 넘쳐난다. 가난한 절에 양식이 없을까 봐 걱정하고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참 든든했다.
_ 49~50p 〈신심 제일 관암 스님〉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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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그 자리를 대신할 인물이 필요하다. 절집의 어른이건 선배가 되었건 간에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싶은 분을 각별히 모시면 된다. 나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지만 문중의 사형이신 함현(涵玄) 스님을 늘 마음에 두고 있다. 윗사람으로 배울 바도 많거니와 출가본분이 오롯하여 경모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내가 어려운 상황과 마주할 때 상의하거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도움 주는 말씀을 해 주어서 활로가 된 적이 참 많았다
_ 53~54p 〈선승의 향기 함현 스님〉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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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내면서 안일한 마음과 방일한 방식을 고칠 수 있었다. 자기 질서에 엄격하지 못하면 수행의 일상이 흔들린다는 사실을 그를 통해 배웠다. 든든한 둑도 손가락만 한 구멍이 무너지게 하듯이 마음의 틈도 작은 게으름에서 생긴다는 법문을 몸소 일러 준 것이다. 내 몸이 한없이 나태해질 때마다 그가 살고 있는 곳으로 떠나는 꿈을 꾼다.
// 99~100p 〈운동을 수행처럼 하는 상법 스님〉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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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광석은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고 노래했지만 뜻밖의 이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세상에는 수없는 이별의 모습이 존재하지만 준비 없이 훌쩍 떠나 버리는 일은 살아 있는 이들에겐 긴 그리움이며 아픔이다. 그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연을 마감한 지 몇 년의 시간이 흘렀으나 아직도 지인들은 그를 기억하며 추모사업을 하고 있다.
// 128p 〈미소가 아름다웠던 성안 스님〉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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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에 천은사에 심어 주었던 황매화. 그의 요사채 뜰에서 잘 자라고 있다는데 이번 봄에는 보러 가야겠다. 여기엔 그가 심어 놓고 간 패랭이가 지천으로 번졌다. 우리는 이렇게 꽃을 보며 정을 나누고 안부를 전하며 지낸다. 벗을 표현할 때 쓰는 ‘붕(朋)’이라는 말은 두 달[月]이 서로 비춰 준다는 의미다. 그래서 친구는 서로 연마하고 서로 협력하여 성장하게 하는 존재인 것이다. 동은 스님과 나는 세세생생 그런 존재이길 기도 때마다 발원한다.
// 177p 〈바람 같은 수행자 동은 스님〉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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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은 도반이기보다는 수행의 지남(指南)으로 삼는 스승이라 말해야 옳을 것 같다. 강원에서 같이 지냈던 어떤 스님은 삭발날이 되면 일선 스님 몰래 욕실에서 그의 고무신을 씻어 놓았다고 한다. 그 정도로 도반들이 대견스럽게 생각하는 스님이다. 일선 스님을 보면 진정한 수행은 입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는 일임을 거듭 깨닫는다. 그는 도반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우리 곁에 살고 있는 거룩한 선지식이다.
// 198~199p 〈도반이라는 이름의 선지식 일선 스님〉 가운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를 높이는 현진 스님의 따뜻한 문장
“문득 돌아보니, 늘 그곳에서 나의 삶을 응원하고 있었다”
충청북도 청주 마야사에서 산사를 가꾸며 꽃과 바람이 들려주는 자연의 법문을 펴고 있는 현진 스님은 예나 지금이나 ‘글’을 곁에 두고 산다. 이번에는 사람에 관한 책을 펴냈다. 출가한 이후 지금까지 만나고 헤어졌던 스승 및 도반에 관한 이야기이다. 성철 큰스님, 혜암 큰스님, 법전 큰스님, 월암 스님, 여연 스님, 혜남 스님 등 스승님들부터 관암 스님, 함현 스님, 설곡 스님, 성안 스님, 동은 스님, 일선 스님 등 저자의 삶 속으로 들어와 만나고 헤어졌던 도반들까지. 이들과 얽힌 사소하거나 묵직한 이야기들을 때로는 회고식으로, 때로는 현재진행형으로 풀어내고 있다.
우리는 비슷한 에너지를 지닌 사림들끼리 자주 만나고, 그들과 행복한 에너지를 주고 받는다. 저자는 이들과의 수행담을 통해서 40년 출가의 길을 돌아보고자 했다. 그 어떤 이든 저자의 허물을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했으며, 따스한 정을 나누었고, 가치관에 변화를 주었다. 책은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향기를 각각 품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유한하고 소중한 이들과 어울릴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책은 아주 단순한 가르침을 일러 준다. “더욱 뜨거운 심장으로 벗들과 이웃을 사랑하라.” 그리운 이에게는 자주 안부를 묻고 친교의 모임은 미루지 말기를. 저자는 다음 생에도 이들과 동행하며 출가의 길을 걸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작가정보
십 년째 산사의 뜰을 가꾸며 수행하고 있는 현진 스님은, 오천여 평의 부지에 꽃과 나무를 심어 농사지으며 산사 생활의 고요와 기쁨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꽃과 바람이 전하는 깨달음이 가득한 스님의 정원에는 삶의 진리와 감사의 향기가 넘친다.
월간 「해인」 편집위원과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펴낸 책으로 『수행자와 정원』, 『꽃을 사랑한다』,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스님의 일기장』, 『산 아래 작 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삭발하는 날』, 『번뇌를 껴안아라』, 『언젠가는 지나간다』, 『삶은 어차피 불편 한 것이다』, 『오늘이 전부다』, 『두 번째 출가』, 『산문, 치 인리 십번지』, 『잼있는 스님 이야기』 등이 있다. 현재 충청북도 청주 마야사 주지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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