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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마크 피셔 지음 | 박진철 옮김
리시올

2024년 02월 26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1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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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1.13MB)
ISBN 979116089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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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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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번역되어 한국 독자들에게 마크 피셔라는 비평가를 각인한 「자본주의 리얼리즘」 2판이 출간되었다. 2022년 영국에서 발표된 원서 2판에는 마크 피셔의 부인인 조이 피셔의 「서문」, 동료이자 비평가인 알렉스 니븐의 「서론」, 소설가로 피셔와 함께 제로 북스와 리피터 북스를 설립한 타리크 고더드의 「후기」가 수록되었다. 이번 한국어 2판에서도 이 글들을 번역해 실었고, 그 외에 본문 번역과 디자인을 소폭 손질했다.

자본주의는 우리의 사회적 상상력을 거의 완전히 잠식했다. 자본주의의 종말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쉬울 정도다. 자본주의가 우리의 삶뿐 아니라 생각의 지평까지 장악한 이런 상황을 이 책은 ‘자본주의 리얼리즘’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한다.

자본주의는 스스로를 유일하게 유지 가능한 체계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모순과 비일관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지배에 균열을 낼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달리 말해 자본주의가 자신이 약속하는 바를 결코 지킬 수 없는 실패한 체계임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기존의 이론적 개념들을 이용해 각종 문화 현상을 명민하게 분석하는 이 책으로 마크 피셔는 동시대 영국의 가장 중요한 이론가 대열에 속하게 되었고, 당시 새롭게 등장한 정치 운동과 호흡을 같이하며 젊은 세대 공중의 지지를 얻었다. 나아가 ‘개인화된 정신 건강’, ‘새로운 관료주의’, ‘참신함을 만들어 낼 수 없는 문화적 무능’ 등의 쟁점은 우리 사회로 가져와 다시 읽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서문 _ 조이 피셔
서론 _ 알렉스 니븐

1. 자본주의의 종말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쉽다
2. 여러분이 시위를 조직하고 모두가 참여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3. 자본주의와 실재
4. 반성적 무기력, 안정 지향, 자유주의적 공산주의
5. 1979년 10월 6일: “어디에도 정 붙이지 마”
6. 견고한 모든 것이 홍보 속으로 사라진다: 시장 스탈린주의와 관료주의적 반생산
7. “하나의 현실과 다른 현실이 중첩되는 것을 당신이 볼 수 있다면”: 꿈 작업과 기억 장애로서의 자본주의 리얼리즘
8. “중앙 교환국은 없다”
9. 마르크스주의적 슈퍼 보모

부록. 우리는 현실주의자가 될 여유가 없다: 마크 피셔와 조디 딘의 대담
후기 _ 타리크 고더드
초판 옮긴이의 글

p.45
내가 만난 10대 학생 상당수는 내가 우울증적 쾌락depressive hedonia이라 부르는 상태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을 특징짓는 것은 무쾌락 상태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상태는 쾌락을 얻지 못하는 무능이 아니라 쾌락을 추구하는 것 말고는 다른 무엇도 할 수 없는 무능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생들은 무언가가 빠져 있다고 느끼지만 오직 쾌락 원칙 너머에서만 이 누락된 불가사의한 향유에 접근할 수 있음을 감지하지는 못한다.

p.117
우리가 관찰될지 아닐지를 모른다는 사실이 감시 장치를 내면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나 관찰되고 있는 듯이 처신하게 된다. 그리고 학교나 대학 심사의 경우 우리를 평가하는 일차적인 요소는 교사로서 우리가 발휘하는 능력이 아니라 관료로서 우리가 보이는 성실함이다.

p.153
아이러니하게도 부성주의적인 것에 대한 미디어 계급의 거부는 놀라운 다양성으로 가득한 상향식 문화가 아니라 점점 더 유아화된 문화를 낳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시청자를 성인으로 대하면서 이들이 복합적이고 지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문화 생산물에 대처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쪽은 부성주의 문화다.

p.159
신자유주의가 1968년 이후 노동 계급의 욕망을 병합함으로써 승리했다면, 새로운 좌파의 실천은 신자유주의가 만들었으나 만족시킬 수는 없었던 욕망들에 기반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좌파는 신자유주의의 실패가 두드러지는 사안인 관료제의 대규모 축소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노동 및 누가 노동을 통제할지를 둘러싼 투쟁이다. (관리에 의한 통제에 반대하는) 노동자의 자율성을 단언하고 이와 더불어 (포스트포드주의에서 노동의 핵심 특징이 된 과잉 감사와 같은) 특정 종류의 노동을 거부해야 한다. 이는 이길 수 있는 투쟁이지만 새로운 정치적 주체가 구축될 때만 그럴 수 있다.

자본주의만이 유일하게 유지 가능한 체계라는
오늘날의 지배 이데올로기 ‘자본주의 리얼리즘’

자본주의가 자신의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실패한 체계임을 비판하고 체념과 냉소를 넘어
새로운 정치적 주체를 구축하자

독창적인 문화 분석을 통해 자본주의 리얼리즘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자본주의가 드러낼 수밖에 없는 균열을 포착한다

[2판 책소개]
2018년에 번역되어 한국 독자들에게 마크 피셔라는 비평가를 각인한 「자본주의 리얼리즘」 2판이 출간되었다. 2022년 영국에서 발표된 원서 2판에는 마크 피셔의 부인인 조이 피셔의 「서문」, 동료이자 비평가인 알렉스 니븐의 「서론」, 소설가로 피셔와 함께 제로 북스와 리피터 북스를 설립한 타리크 고더드의 「후기」가 수록되었다. 이번 한국어 2판에서도 이 글들을 번역해 실었고, 그 외에 본문 번역과 디자인을 소폭 손질했다.
피셔를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의 글은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애초에 어떻게 구상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출간되었는지,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출간되었고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켰는지, 피셔의 사망으로 이들 개개인과 지성계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이들의 회고를 통해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마크 피셔의 지적 여정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나아가 이 책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21세기 특유의 불만을 분석한 대표적인 선언문으로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는 까닭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이라는 개념으로 피셔는 21세기 들어 훨씬 만연해진 문화적, 정치적 불모와 고갈의 감각을 해부했다. 이제 자본은 대안과 저항을 흡수할 뿐 아니라 우리의 욕망 자체를 ‘사전 구성’한다. 그에 따라 자본주의에 대한 “일관된 대안을 상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체념이 사회를 뒤덮고 있다. 무자비한 속도로 모든 영역을 유연화하는 자본주의는 현재적인 것과 즉각적인 것을 특권화하며, 다른 한편으로 극심한 사회적, 경제적 불안정성은 지나치게 향수에 몰두하는 문화를 창출한다. 피셔의 문제 의식을 압축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새로운 것이 없다면 하나의 문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청년들이 더 이상 놀라움을 만들어 낼 수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자본이 우리의 희망과 상상까지 빈틈없이 장악했다는 주장 때문에 피셔에게 비관주의자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다시 읽어 본다면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실패하는 지점을 간파하고 정치화하려는 노력이 더욱 두드러지게 다가올 것이다. 그가 전략적 요충지로 삼은 생태 재앙, 정신 건강, 관료주의는 지난 10년을 거치며 훨씬 심한 부작용을 노출하면서 우리를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대고 있다. 나아가 피셔가 주된 분석 현장으로 삼은 분야가 교육이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한데, 교육이 오늘날 양극화와 차별, 혼란과 무력함의 징후를 가장 뚜렷이 드러내 보이는 영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신노동당 집권기의 교육 영역에 몸담았던 경험에 주로 기초하고 있는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구체적인 시공간의 산물이지만, 그가 강조했던 문제들은 지금도 시의성을 잃지 않고 새롭고도 예리하게 다가온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매우 간결한 책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책의 논변들이 피셔가 20여 년간 쌓아 온 문제 의식을 집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한국어판이 출간된 이후 그의 전반적인 면모가 소개된 덕분에 우리는 그의 문장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의미와 역사가 담겨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피셔의 다른 작업들이 번역되면서 점차 분명해진 사실은 그의 호소력이 내용뿐 아니라 문장 수준에서도 발휘된다는 것이다. 피셔는 실제로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 문제들을 식별했을 뿐 아니라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느끼도록 글을 쓴 사람이다. 그는 블로그라는 짧은 포맷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긴요하다고 믿는 문제에 관해 썼고, 그의 글에는 읽는 사람들도 그 믿음을 공유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는 사태를 단순하게 만들고자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에두르지도 않았고, 복잡함을 축소하지 않으면서 명료하고자 했다.
이렇듯 그는 글이 사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 믿음이 그의 글에 일종의 진정성과 참여성을 부여해 주었다. 이후 번역된 그의 다른 작업들과 함께 「자본주의 리얼리즘」을 다시 읽는 독자들은 이 독특하고도 강력한 힘을 더욱 분명히 감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앞으로도 우리가 거듭 다시 돌아가는 텍스트로 남을 것이다.

[초판 책소개]
“자본주의가 나쁜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 동안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자유롭게 자본주의적 교환에 가담할 수 있다.” 우리 다수는 억압과 착취에 분노하고 불평등과 부정의를 주시하면서 바로잡고자 노력해 왔다. 이처럼 자본과 권력에 저항하는 투쟁이 여전히 활발히 펼쳐지고 있음에도 이 반란들에는 한 가지 차원이 누락되어 있는 듯 보인다. 자본주의라는 체계 자체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자본주의 리얼리즘』에서 마크 피셔가 주목하는 상황이다. 자본주의가 사람들의 삶뿐 아니라 생각의 지평까지 잠식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그런 사회가 오기나 할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이처럼 대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할 수 없는 현재의 상태를 피셔는 ‘자본주의 리얼리즘’이라는 개념으로 포착한다. 특히 문화의 측면에서 자본주의 리얼리즘을 분석하는 이 책은 자본주의가 우리의 무의식에까지 스며든 이데올로기적 환경을 진단하고, 그럼에도 자본주의가 드러낼 수밖에 없는 균열을 파고들며, 그 균열을 파열로 이끌 수 있는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마크 피셔는 21세기 들어 영국의 담론 지형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낸 비평가 중 한 명이다. 2000년대 초 블로그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젊은 지식인과 비평가들이 네트워크를 이루며 신선한 담론을 생성하고 있을 때 피셔의 블로그 k-펑크가 그 중심에서 비판적 지식을 활성화시켰다. 동료이자 음악 비평가인 사이먼 레이놀즈는 피셔를 블로그를 두고 “영국의 대부분 잡지보다 뛰어난 일인 잡지”며 대중문화, 음악, 영화, 정치학과 추상적인 이론 등이 저널리스트, 철학자, 친구, 동료 등에 의해 나란히 논의되는 “블로그 성좌”의 중심 허브였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2009년 출간된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피셔의 첫 저작이며,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고조된 영국의 학생 시위 정국에서 젊은 세대 공중의 지지를 얻으며 그를 동시대의 가장 중요한 이론가 대열에 속하게 해 주었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이후 피셔는 『내 삶의 유령들: 우울증, 유령론, 잃어버린 미래에 관한 글들』과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이라는 두 권의 저서를 출간했고, 그런 뒤 2017년 초에 갑작스레 스스로 목숨을 거두었다. 그는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고통받았고, 우울증 등의 정신 건강 문제는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핵심 쟁점 중 하나기도 하다. 비록 개인적인 삶은 불안과 우울로 가득했을지언정, 피셔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시대의 변화를 민감하게 읽어 내고 미래를 향한 희망을 되살리고자 노력한 비판적 지식인이었다.


“자본주의의 종말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쉽다”
다른 사회를 꿈꿀 상상력마저 잠식한 오늘날의 자본주의

2007~2008년 금융 위기가 터지자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가장 큰 위기가 찾아왔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파국이 임박해 보였고 수많은 사람이 타개책을 요구했다. 그 이후 신자유주의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기이하게도 자본주의 자체는 여전히 건재해 보이며, 오히려 더 강하게 우리 상상력의 지평을 장악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피셔가 말하는 ‘자본주의 리얼리즘’(capitalist realism)이 만들어 낸 이데올로기적 상황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득세하는 오늘날에는 “자본주의가 유일하게 존립 가능한 정치, 경제 체계일 뿐 아니라 이제는 그에 대한 일관된 대안을 상상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감각이 도처에 퍼져 있다. “그것은 어떤 만연한 분위기에 더 가까운 것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문화의 생산뿐 아니라 노동과 교육의 규제도 조건 지으며, 나아가 사고와 행동을 제약하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피셔는 과거를 장밋빛으로 미화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과거에는 자본주의에 대한 ‘정치적 대안’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대안의 가능성이 훨씬 더 고갈되어 있는 것만 같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착취와 억압으로 사람들을 억누를 뿐 아니라 자본주의만이 유일하게 바람직한 체계라는 ‘믿음’을 갖게 만든다. 우리의 욕망까지도 자본에 의해 사전에 구성되며, 이를 벗어난 외부를 상상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 결과 “회고에만 몰두하며 어떤 진정한 참신함도 만들어 낼 수 없는 문화”가 우리 시대의 주된 조류가 되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사회 운동이 자본주의의 부정의에 활발히 저항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운동들도 자본주의를 극복할 전망을 보유하지는 못한 채 국지적인 활동에 몰두하며, 얼마간은 체념 상태에 빠진 채로 스스로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요구들을 제기하고 있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그처럼 빈틈없다면 그리고 현행의 저항 형태가 그처럼 희망 없고 무기력하다면 실질적인 저항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이것이 피셔가 던지는 질문이고,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지배에 균열을 낼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자본주의의 표면적인 ‘리얼리즘’에 리얼리즘 같은 것은 없음”을 드러내고자 한다. 달리 말해 자본주의가 유일하게 유지 가능한 사회 체계이기는커녕 자신이 약속하는 바를 결코 지킬 수 없는 실패한 체계임을 폭로하고 비판하려 한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

피셔가 자본주의 리얼리즘을 비판하면서 주로 살펴보는 현장은 ‘교육’ 영역이다. 그에 따르면 교육 분야는 영국에서 ‘신자유주의 개혁’이 시험된 일종의 실험실이었으며, “그렇기에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효과에 대한 분석을 시작하기에 완벽한 장소다”. 이와 함께 그는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실패’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로 ‘개인화된 정신 건강’과 ‘새로운 관료주의’라는 쟁점을 제시한다.
신자유주의가 이전의 복지국가 모델을 대체함에 따라 공적 영역이 민영화되고 ‘장기적인 것’이 근절되었고, 사회의 전 영역이 ‘개인화’와 ‘유연화’라는 명령에 종속되었다. 이런 변화는 개인들에게 참기 어려울 정도의 압력을 가하며, 이를 반영하듯 정신 질환을 겪는 이의 비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해 왔다. “지난 30년간 진행된 광범위한 스트레스의 개인화를 수용하는 대신 우리는 다음과 같이 물을 필요가 있다. 그토록 많은 사람, 특히 그토록 많은 청년이 아프다는 사실을 어떻게 용인할 수 있게 되었는가?” 이렇게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수가 의미심장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은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명백한 증거 중 하나며, 피셔는 개인의 책임이나 화학적 문제로 돌려지는 정신 건강 문제를 정치적으로 의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 노동이 유연화되고 개인의 창의성이 중시되는 오늘날 자본주의에서는 역설적으로 관료주의 역시 확대된다. 왜냐하면 정량화하기 힘든 노동 형태를 측정하려면 추가적인 관리 및 관료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스마트하게 일하라’고 외치는 동시에 실제 성과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보여 주기’식의 데이터를 끝도 없이 요구한다. 더불어 관료주의의 비대화는 책임 회피의 문화를 야기하며, 그에 따라 관료주의적 절차들은 어떤 개선이나 물음에도 완강히 저항하게 된다. 이 같은 ‘새로운 관료주의’, ‘시장 스탈린주의’는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산출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물로 기능할 뿐 아니라, 잦은 관리와 평가로 노동자들이 감시를 내면화하게 만든다.
교육은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이다. 학생들은 무기력과 우울에 젖어 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을 특징짓는 것은 무쾌락 상태지만, 오늘날 학생들의 우울은 쾌락을 추구하는 것 말고는 다른 무엇도 할 수 없는 무능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시험 통과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교육은 이들이 의미 있는 목표를 추구하지 못하고 주어진 과정만을 수동적으로 반복 습득하게 만든다. 다른 한편 교사들은 조력자와 훈육자라는 역할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나아가 실적 중심의 관료주의 탓에 실질적인 교수법을 고민하지 못하며, 학생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끝없이 평가해야 하는 매트릭스의 미로에 갇혀 있다. 자본주의의 종말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쉽듯이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새로운 (집합적인) 정치적 주체가 등장할 때만 그런 숙명론을 극복할 수 있다.”


어떻게 체념과 냉소를 극복하고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지배에 개입할 것인가

피셔는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책임’에 호소하는 오늘날이야말로 ‘가장 전체적인 차원의 구조’에 내기를 걸어야 하는 시기라고 역설한다. 예를 들어 쓰레기 처리의 경우 ‘개인 모두’가 재활용해야 한다고 전제되지만, 이때 가려지는 것은 ‘구조’는 재활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재활용을 ‘모두’의 책임으로 만들 때 구조는 자체의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면서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곳으로 물러난다.” 환경 재앙의 문제도 마찬가지며, 그러므로 자본주의 아래 황폐화되고 있는 사회 영역 어디에서나 구조를 문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지배와 그것이 야기하는 위기에 대응하려면 그에 적합한 집합적 주체가 구축되어야 한다.
2007~2008년 이후 신자유주의가 완전히 약화되지는 않았지만 그 정당성은 상당 부분 훼손되었다. 그렇지만 신자유주의가 사라지더라도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다른 방식으로 지배를 이어 나갈 수 있다. “자본주의에 대한 일관되고 신뢰할 대안이 없다면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앞으로도 정치경제적 무의식을 지배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리얼리즘에 대한 대응을 재활성화하려면 “신자유주의가 만들었으나 만족시킬 수는 없었던 욕망들에 기반”해야 한다. 그 한 사례가 신자유주의의 실패가 두드러지는 사안인 관료제의 축소며, 노동자들이 감시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 투쟁이 필요하다. 더불어 만연한 정신 건강 문제를 정치화하고 각 개인의 심리적 요소가 아니라 실질적인 원인인 자본을 겨냥할 수 있어야 한다.


「칠드런 오브 맨」과 「월-E」부터 「히트」와 「본 아이덴티티」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요소를 발견하는 문화 분석의 범례

넓은 의미에서 문화 비평가인 피셔는 영화와 음악, 문학을 넘나들며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지배를 다각적으로 분석한다. 이 책의 주된 매력 중 하나는 추상적인 철학 이론을 이용해 구체적인 현실을 적절히 설명하며, 각종 문화 생산물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주된 정서를 설득력 있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 「칠드런 오브 맨」에서 ‘불임’이라는 주제는 더는 ‘새로움’이 생겨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오늘날 문화의 불안과 연결되며, 얼핏 지구를 황폐화하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듯 보이는 「월-E」는 “우리를 대신해 우리의 반자본주의를 상연하고, 그리하여 우리는 양심의 가책 없이 소비를 계속 이어 갈 수 있다”. 또한 90년대 영화 「히트」에 등장하는 갱스터들은 70년대의 「대부」 같은 영화 속 마피아들과 대비되어 자본주의의 새로운 유연화를 체현하는 캐릭터로 해석된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시간성’에 대한 피셔의 성찰이다. 이 책에서 「메멘토」나 「이터널 선샤인」, 본 시리즈 등은 기억 장애에 시달리는 포스트모던 시간성의 극명한 사례로 제시된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의 자본주의 리얼리즘 문화에서 시간은 이율 배반적이다. 한편으로 이 문화는 현재적인 것과 즉각적인 것만을 특권화하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향수에 빠져든다.
이 같은 ‘자본주의 리얼리즘’에 관한 문화적 분석은 일차적으로 피셔가 살고 있던 영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통찰들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수단으로 삼기에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한국 역시 점점 더 정신 건강 문제가 화두로 제시되고 있으며, 피셔가 말한 ‘쾌락주의적 우울증’이 청년을 비롯해 전 세대를 포획하고 있다. 또 성과 측정에 따른 관료주의적 행정은 한층 심각한 수준이며, 노동자에 대한 외적 감시 및 감시의 내면화라는 문제도 절실히 정치화를 요하고 있다. 더불어 지나치게 회고에 몰두하는 동시에 즉각적인 순간에만 고착되어 있는 문화에 대한 분석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여러 현상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 준다.
피셔가 영국에 관해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이런 사안들에 대한 개입은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은 ‘현재’의 문화적 불만이 집약되어 있는 영역을 정치화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그럴 때만 반자본주의가 사람들을 결집하고 유효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장 사소한 사건들도 자본주의 리얼리즘 아래서 가능성의 지평을 표지해 온 그 반동의 회색 장막에 구멍을 낼 수 있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다시 한번 무엇이든 가능해지는 것이다.” 우리 역시 우리 고유의 자본주의 리얼리즘 비판에 착수하기 시작해야 하며 아마 이 책에서 이를 위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마크 피셔

마크 피셔 (Mark Fisher)
잉글랜드 레스터의 노동 계급 가정에서 태어나 러프버러에서 자랐다. 헐 대학을 졸업한 후 버밍엄 대학과 워릭 대학에서 공부했다. 워릭 대학에서 세이디 플랜트와 닉 랜드가 주도한 ‘사이버네틱 문화 연구회’에 참여했고 1999년에는 『평탄선 구축물들: 고딕 유물론과 사이버네틱 이론-허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k-펑크라는 이름으로 블로그 활동을 시작해 당시 융성 중이던 블로그 공동체의 허브가 되었다. 2009년에 친구인 타리크 고더드와 제로 북스를 설립하고 첫 책인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를 발표했다. 이어 2014년에 제로 북스에서 『내 삶의 유령들: 우울증, 유령론, 잃어버린 미래에 관한 글들』을, 2016년 말에는 새로 설립한 리피터 북스에서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을 출간했다. 그 외에 (공동) 편집서로 『마이클 잭슨의 저항할 수 있는 소멸』(2009)과 『포스트펑크 그때와 지금』(2016) 등이 있다.
2017년에 사망한 후 블로그 게시물과 매체 기고문, 인터뷰, 미발표 원고 등을 다수 모은 『k-펑크』(2018)와 마지막 강의를 엮은 『포스트자본주의 욕망』(2020)이 리피터 북스에서 나왔다.

오늘날의 역사적 전환을 다루는 비판적 지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마크 피셔의 『자본주의 리얼리즘』과 『k-펑크』 1권(공역), 프레드릭 제임슨의 「단독성의 미학」과 「다시 보는 포스트모더니즘」(각각 『문학과 사회』 117호와 138호)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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