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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제 삶입니다

박채영 지음
오월의봄

2024년 02월 02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0월 10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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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6.05MB)
ISBN 97911687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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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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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책은 투병기가 아니다

이 책은 15년이 넘게 섭식장애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섭식장애 당사자의 글이다. 저자 박채영은 섭식장애를 관계의 문제로 파악하며 접근해 들어가는 다큐멘터리 영화 〈두 사람의 위한 식탁〉(김보람, 2023)의 주인공이고, 올해 국내에서 최초로 열린 ‘섭식장애 인식주간’에 참여해 섭식장애 당사자로서 ‘납작하지 않은’ 이야기를, 섭식장애라는 질병의 이름으로만 똑같이 묶일 수 없는 질병 경험을 나눈 바 있다.
섭식장애 문제가 전에 비해 가시화, 사회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를 개인의 의지 문제, 외모에 집착하는 젊은 여자들의 문제, 다이어트의 부작용 정도로 바라보는 단편적 이해와 편견은 우리 사회에서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섭식장애에 대한 정확한 질병 통계조차 없어 의료 시스템 안에서도 그 자리가 매우 작다. 치료자를 경유하거나, 취재의 소재로 등장하지 않고 당사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흐름은 이제 겨우 발을 내디뎠다.

《이것도 제 삶입니다》 역시 섭식장애 당사자의 목소리로 질병과 함께해온 시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투병기는 아니다. 질병을 다룬 이야기를 접할 때, 우리는 대개 누군가가 겪은 그 질병의 원인을 찾고, 그 증상을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매끈한 설명과 이야기를 원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비정상적 상태인 질병을 극복해 ‘정상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당위가 깔려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섭식장애의 병증을 묘사하는 데 집중하거나, 질병을 ‘극복’하고 ‘치료’하는 데 매진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질병과 함께 살아온 오랜 시간과 경험을 마주하고 기록한 질병서사이며, 질병을 겪어내고 통과하며 확장된 삶의 기록이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려 노력하기보다는 정상성이 무엇인지, 질병이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나에게 주어진 밥을 남기고 먹기를 거부한다는 것은 저자에게 그간 어떻게든 완수하려 했던, 세상이 내준 과제를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타인을 중심에 두지 않은, 나를 중심에 둔 결정이었다.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에 단 한 번도 거부한 적 없는 엄마의 밥을 거부했다. 그것은 엄마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선언이었다. 엄격하게 지킨 세밀한 식단의 통제는 단순한 거식이 아니었다. 폭력적이고 위계적 공간인 학교를 벗어난 한 명의 청소년이, 어찌할 줄 모를 혼자만의 긴 시간 속에서 나를 지키기 위한 규칙이었다. 거식 이후에 찾아든 폭식과 구토는 무력감과 불안으로 빠져드는 그에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힘을 상기시키는 방법이기도 했다.

우리는 유년 시절에서 이어지는 저자의 서사 속에서 삶의 주도권을 찾기 위해, 불안과 우울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가 나로 살기 위해 싸우는 투쟁의 현장으로서의 몸과 섭식장애를 바라보게 된다. 또한 평생의 절반 이상을 섭식장애와 함께하며 실패와 좌절, 성장을 오가는 기록을 통해 질병이 단순히 개인의 몸에 국한해 벌어진 사건이 아니고, 관계와 사회라는 맥락 위에 놓여 상호작용하는 과정이자 결과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뿐이다.
표지 설명
추천의 말

들어가며

1부 이야기의 시작
이야기의 시작
거식증적인 생각입니다
씹다, 삼키다, 토하다
몸이 커질 것 같은 공포
먹는 마음
이가 빠지는 꿈
어떤 이별
1부를 마치며

2부 나를 키운 여성들
금주
그날, 겨울
상옥
상분
기숙사가 키운 아이
냉장고가 꽉 찬 여자들
용서
2부를 마치며

3부 이런 삶이라도
RE-born
길 위에서
쉘 위 댄스
한국이 싫어서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 찾아왔다
아픈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
요리하는 사람
3부를 마치며

나가며

“이것도 삶이다. 증상과 발맞추어 최악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면서 사는 것도 삶이다. (중략) 난 기본적으로 나를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만큼 밉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애증하는 나를 포기하지 않을 만큼, 나는 나를 좋아한다.” 15쪽

“내가 만든 규칙들은 내 몸을 작게 만들거나 나의 여성성을 거세하거나 다이어트를 위한 게 아니었다. 그것들은 공허한 하루 속에서 나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변화하는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일 뿐이었다.” 36쪽

“처음 폭식을 한 날, 내가 느낀 것은 두려움보다는 자유였다. 음식 앞에서의 자유, 자제력에 대한 불안과 강박으로부터의 자유, 케케묵은 감정으로부터의 자유. 내 의지로 냉장고를 열고 음식을 선택하고 집어 먹으면서 오랜만에 자율성을 발휘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구토 또한 아주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행위였다.” 52쪽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완치’의 길을 생각하다 보면 순식간에 감정이 몸을 압도했다. (중략) 폭식은 감정에 압도당한 순간을 이겨내는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었다. 날이 갈수록 냉장고로 가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만큼 화장실 문도 자주 열렸다.” 52-53쪽

“처음으로 엄마가 떠주는 밥을 남기기로 결심한 날, 내 마음은 비장했다. 언제나 애타게 원하는 것이었던 엄마의 밥을 거절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날, 정확히 엄마를 당황하게 만들고 싶었다. 받은 것을 거절하는 마음을 느껴보고 싶었다.” 75쪽

“중요한 건, 내가 나의 상처를 ‘안다’는 것이다. 나는 내 아픔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타인에게 내 고통과 치료의 노력을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 내 상처와 아픔의 주인공은 ‘나’이기 때문이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나밖에 없어”라는 말은 무기력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가능성의 말이기도 하다.” 96쪽

“나의 어린 시절을 파고들다 보니 엄마가 처했던 상황을 마주했고,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혼녀’가 살아내야 했
던 1990년대의 한국사회를 상상해야 했다. 엄마 대신 나를 키우다시피 했던 이모의 삶을 이해해야 했다. 내가 다녔
던 학교 교육과 문화가 나에게 무얼 남겼는지도 알아야 했다.” 97쪽

“할머니의 차가운 손을 꼭 잡고 “엄마 조금만 더 힘내자”라고 말하는 이모들 곁에서 난 속으로 말했다. ‘할머니 힘들면 그만 살아도 돼. 그만 아파도 돼. 그냥 가셔. 그만 괴로우셔.’ 할머니가 평생 토하며 살아왔다는 얘기를 듣고, 비로소 매일 소화가 안 된다며 소화제를 먹던 할머니가 이해됐다. 할머니 댁 화장실 변기 근처에 항상 칫솔이 있던 이유를 알게 됐다.” 111-112쪽

“40킬로그램 남짓의 내 몸을 힘껏 껴안을 줄 알았던 이모는 폭식증에 시달리는 큰딸의 집엔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당신이 해준 음식을 먹고 바로 화장실로 가는 딸을 붙잡지도, 외면하지도 못하고 이모는 과일을 깎았다.” 136-137쪽

“그런데 거식증이라는 병원의 진단은 동굴에 숨어 있던 나를 밖으로 꺼내는 계기가 되었다. (중략) 처음에는 거식증에 걸리는 사람의 공통점이, 그다음에는 거식증을 발생시키는 사회에 관심이 생겼다.” 178쪽

“사회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비정상으로 다뤄지며, 없는 존재로 취급당한다는 점에서 섭식장애는 소수자성을 가졌다. 내가 접한 소수자들의 이야기와 나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나는 전문가들의 말을 따르며 ‘정상’의 범주에 들어가려 애쓰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의 감각을 신뢰하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배제하려는 세상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점이었다.” 179쪽

“아마 누군가는 내게 묻고 싶을 것이다. 폭식과 구토를 하면서, 알코올 의존증을 가진 채로 어떻게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느냐고. 그럼 나는 되물을 것이다. 정상적인 삶이 무엇이냐고. 폭식과 구토 증상이 있어도 친구를 만나고 공부하고 영화를 보고 생계 활동을 하고 연애하고 반려동물과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데, 이것은 왜 정상적인 삶이 아니냐고 말이다.” 216-217쪽

“나에게 필요했던 건 ‘정상성’을 찾는 게 아니라 그것을 해체하는 일이었다. 정상적인 몸은 없으며 이상적 몸도 없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내가 찾고 싶었던 건 과거의 내 모습이 아니라 새로운 나의 삶이었다. 병원은 그런 욕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219쪽

“내 몸의 한계와 여러 변화를 겪으며 나는 몸이 내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20-221쪽

허기진 여자들,
소화시킬 수 없는 여자들,
그럼에도 살아남은 여자들이 키운 아이

특히 이 책은 섭식장애와 긴밀하게 엮인 어린 시절, 질병과 함께 비틀거리면서도 세계를 확장해온 성장기와 함께 한 부를 통틀어 채영(저자)를 키운 여성들의 삶과 그들과의 관계를 기록하는 데 할애한다. 채영의 상처를 열고 들어가면 거기엔 엄마와 이모들의 상처가, 그들의 상처를 열고 들어가면 또 그들 엄마의 상처가 이어진다.
채영의 엄마 상옥은 과거에 노동운동가였으며, 지금은 사회에서 담아내기 어려운 학생들이 모이는 대안학교의 교사이자, 1990년대에 ‘이혼녀’로 딸과 단둘이 한국사회를 헤쳐온 인물이다. 정의로운 시민, 현명한 교사인 그는 어려서부터 딸에게 혼자 밤길 다니지 말라고, 공중화장실 가지 말라고, 옷매무새를 잘하라고, 낯선 이들의 접촉을 경계하라고 이르는, 가부장적 사회를 살아가는 불안한 여성이자 엄마이기도 했다.
채영의 할머니이자 상옥의 엄마인 금주는 아마도 성인의 나이가 된 이후의 평생을 토하며 살아온 여성이다. ‘도라지’ 담배를 태우고,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와 당뇨를 앓는 남편을 진절머리 나는 얼굴로 평생 돌봤다. 남편의 자식들이 어린 자신의 딸들을 추행했다는 것을 훗날 알고도 “나도 몰랐지” 한마디만을 했을 뿐이다. 소화가 되지 않는다며 노상 소화제를 집에 두고 살았다. 화장실 변기 근처에는 언제나 구토를 하기 위한 칫솔이 놓여 있었다. 환자로 입원해서도 구토를 하려다 식도가 찢어지기도 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자신의 몸뚱이 하나뿐인 또 하나의 여성이었다.
채영에겐 그를 키운 이모들이 많았다. 엄마와 피를 나눈 이모도, 우정과 마음을 나눈 이모도 많았다. 그중 그의 둘째 이모는 어린 시절 그의 주양육자이기도 했다. 채영의 엄마가 유산 위기에 있을 때 전국 팔도를 뒤져 치료제를 찾아낸 것도, 분만실 바깥에서 채영 모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도, 병원비를 내준 사람도 채영의 둘째 이모였고, 채영의 출산 후 채영 모녀가 들어가 살게 된 집도 채영의 둘째 이모네였다. 조카인 채영에게 더없는 신뢰를 보낸 그의 이모는 한편 자신의 딸에게는 불안하고 매서운 엄마였고, 오랜 섭식장애를 앓아온 딸의 증상을 외면해온 엄마이기도 했다.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채우듯 냉장고를 꽉 채우는 또 다른 이모들 속에서, 화장품 냄새와 담배 연기가 뒤섞인 여자들의 공간에서 채영은 자랐다.
채영은 어린 시절 많은 언니들과 함께 자라기도 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서 튕겨 나온 10대들이 모여 있던 대안학교에 여자 기숙사 사감으로 일하게 된 엄마를 따라 채영 역시 기숙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언니들은 채영의 또 다른 자매가 되어 그를 키웠다.
채영은 이렇게 늘 조금 다른 여자들의 틈에서 자랐다. 조용하고 순종적인 여성을 요청하는 가부장제에, 성적과 권력이 서열이 되는 학교에 들어맞지 않은 여자들, 정상성에서는 언제나 조금씩 비껴 있는 여자들, 그래서 세상에 치이면서도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몸부림쳐온 여자들이 그를 길렀다. 그를 기른 여자들이 그러했듯 채영도 이 땅에서 살아남은 조금 다른 여성이다. 생계 활동을 해야 하는 싱글맘의 딸로, 폭력적인 학교 공간을 견딜 수 없어 학교를 나온 청소년으로, 가부장제 사회의 여성으로 현실를 살아내왔다. 고로, 그의 상처는 개인의 것이 아니며 그의 질병 또한 그만의 것이 아니다. 그의 질환은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라 켜켜이 쌓인 이 현실에서의 시간 속에서 발생한 증상이다.
채영과 채영을 낳고 키운 여자들이 아무리 곱씹어도 삼켜 소화시킬 수 없었던 것, 게워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저 음식이었을까. 그들의 허기는 냉장고를 아무리 채우고 폭식을 해도, 어째서 온전히 충족되지 않는 것일까. 왜 섭식장애는 여자들에게서 여자들로 이어지는 것일까. 사랑과 미움, 존경과 답답함이 뒤섞인 이 여자들의 관계와 삶을 읽으며, 우리는 가장 대표적인 성별화된 질환인 섭식장애의 발병에 깔린 사회적, 구조적 이유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된다. 또한 몸과 질병은 그 몸이 놓인 세상과 맥락에서 독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렬히 확인하게 된다.

질병과의 관계를 살피며 확장하는 삶의 기록

우울과 불안, 폭식과 구토를 오가는 삶을 두고 누군가는 ‘그렇게 사는 게 사는 거냐’고 묻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이것도 삶”이라고 담담히, 힘주어 답한다. “증상과 발맞추어 최악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면서 사는 것도 삶”이라고 말이다. 질병을 가진 사람 대부분이 그렇듯 그 역시 직장 생활도 하고, 연애도 하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어떤 존재를 돌보기도 한다. 누군가의 삶은 질병으로만 잠식되지 않는다. 그는 엄마와 수많은 이모와 언니들, 그러니까 깊숙하게 스며든 가부장제 사회를 견디고 헤쳐온 여자들이 키운 아이, 폭력적인 학교 체제를 벗어난 탈학교 청소년, 춤과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이자 동거묘들과 서로를 돌보며 사는 인간이다.
섭식장애는 여전히 그의 일상을 뒤흔들고, 여전히 그는 폭식과 구토로 자주 미끄러지곤 한다. 어느 때는 밀착되었다가 어느 때는 멀어진다. 질병이 삶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괴롭지 않다고,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다만 한국사회에서는 아직도 사회적으로 충분히 가시화되지 않은 섭식장애라는 질병의 증상과 치료를 묘사하고 설명하는 것뿐 아니라 그 질병과 함께하는 삶을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는 삶도 있다고, 그 역시 누군가에게 폄훼당할 수 있는 삶이 아니라고, 질병과 함께하며 다져지고 발현된 또 다른 ‘역량’도 있다고 말이다. 무엇보다 질병을 없애는 데만 몰두하느라, 삶을 미래로 유예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질병에 노출된 삶도 미뤄둘 수 없는 삶이지 않느냐고, 무엇이 정상이며 회복해야 할 기준이 무엇이냐고 되묻는 것이다.
섭식장애가 켜켜이 쌓여온 시간, 관계, 구조, 문화의 교차 속에서 발생한 것처럼, 오랜 기간 그와 함께해온 섭식장애라는 경험은 또한 그에게 다른 힘과 역량, 세계를 발생시켰다. 성별화된 이 질병은 페미니즘으로, 정상성에서 미끄러진 것으로 다뤄진다는 점에서 소수자성에 대한 관심으로 그를 이끌었다. 치료에만 몰두하는 삶, 다시 말해 질병에만 잠식당하지 않으려 했기에 나의 고통에만 빠지지 않고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내 뜻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게 내 몸뿐이었던 삶은, 오랜 기간의 섭식장애를 통해, 몸은 내가 쥐고 흔들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삶이 되었다. 자신의 취약함을 알기에 돌봄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곁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이 하나의 서사를 통해 우리가 섭식장애의 모든 면을 이해할 수는 없다. 또한 섭식장애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진단’하고 정의할 수도 없다. 오히려 바로 이 지점, 그러니까 질병이란 진단명 혹은 진단코드로만 설명될 수 없는, 결코 동일할 수 없는 개인들의 삶에서 복잡하게 교차하는 경험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너무나 개인적이고 사적인 이 기록에서, 그 삶에 녹아든 사회와 구조의 문제를 직시하게 된다. 따라서 저자는 비틀거리면서도 오늘을 살고, 질병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기를 희망하는 이 이야기가, 숨어 있을 또 다른 누군가의 상처와 맞닿아, 그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로 이어지기를 요청한다. 누군가의 몸과 마음, 누군가의 아픔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채영

초등학교 졸업 이후 연달은 자퇴로 졸업장은 한 장, 그마저도 잦은 이사 도중 잃어버렸다. 졸업장도, 자격증도 없이 한국에서 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질병서사도 이력이 될 수 있을까. 방황도 경력이 될 수 있을까.
잘 아픈 것도 장기라면 장기라고, 사방팔방 부딪히며 뻔뻔하게 살아보고 싶은 30대다.
섭식장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2023)의 주인공이며, 2023년 국내 최초로 열린 ‘섭식장애 인식주간’에 참여해 섭식장애 당사자로서의 경험을 나눴다. 앞으로도 섭식장애를 가시화하고 사회화하는 작업에 성심껏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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