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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내 일상

권규태 지음
하모니북

2024년 02월 23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6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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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7.28MB)
ISBN 979116747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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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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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받고, 시간을 주며 생활비를 벌어 오는 일을 멈추었다.
정답이라고 말하는 장단보다 나만의 장단을 위해 용기를 내다.
10년 동안 공부를 하고 직장을 다녔습니다. 모두들 가는 길이고, 다들 추는 장단이라 생각하고 갔습니다. 직장 생활은 빈 몸으로 갔다, 시간을 주고 스트레스를 받아 겨우 생활비를 버는 일이었습니다. 반복하다 보니, 힘이 부족해 몸도 연료로 넣고, 마음도 불쏘시개로 썼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넣을 몸도 마음도 없었습니다. 멈췄습니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 봤습니다. 모두 빠르게 뛰어가더라고요. 세상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장단에 춤을 추며 말이죠.

"[속보] 퇴사라는 탈선, 인생 지연 중”
모두가 가는 길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길이 가는 일이 두려웠다.
속보는 나를 두렵게 했습니다. 만나는 사람이 너는 사고로 탈선했고, 인생이 멈췄다고 경고했습니다. 멈춘다는 것은 퇴보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은 다들 뛰어 가고 있으니, 멈추는 일이 곧 퇴보라 말합니다. 멈추고 나서 보니, 퇴사는 다들 하는 일처럼 자주 있는 일이고, 쉬어가는 사람도 꽤나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퇴사라는 탈선이 인생을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라, 퇴사라는 분기기에 들어가 인생 속도가 조절됨을 느낍니다. 천천히 가는 기차에서 보니, 내가 어디로 가는지 비로소 보였습니다. 천천히 가며 알게 되었습니다. 천천히 가는 일이 세상이 무너지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두려움을 가지신 분에게 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현재를 죽이는 일을 멈추고 기록하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희생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며 기록한 이야기.
글쓰기를 삶 언젠간 꼭 하리라 다짐했습니다. 은퇴하고 난 뒤 정도로 흐릿하게 생각했습니다. 몸과 마음을 다 태우고 안식년을 가지려고 한 그 순간 알았습니다. ‘은퇴 순간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내 두려움이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린 늘 달려갑니다. 어떤 분은 세상에 그려놓은 멋진 길로 가기도 하고, 어떤 분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시기도 합니다. 목표가 있어 멋진 분들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갑니다. 다들 가고, 가지 않으면 뒤쳐졌다고 소리칩니다. 그러기에, 미래를 위해 현재를 무척 희생합니다. 언젠가 하리라고 생각하며 현재를 무시합니다. 멈추고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미뤄둔 글쓰기입니다. 글을 쓰며, 기억을 줍고, 묶어내 밀도를 높였습니다. 흩어지는 일상을 잡는 일을 하나 둘씩 했습니다.

흩어지고 있는 삶을 돌아보는 기회.
써놓고 보니 별스럽지 않은 날, 판에 박힌 날이 사실은 아름다운 일상을 알고 싶은 이에게.
퇴사 뒤에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역사가 보여주는 거대한 흐름보다, 우주가 말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뒤로 한 채 나를 보러 갔습니다. 힘을 얻고는 한 걸음 나가 가족이 보였고, 한 발 더 나가니 지역에 있는 시장을 발견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모두들 별스럽지 않은 날에서, 아름다운 일상을 발견하고 계셨습니다. 저도, 써놓고 보니 판에 박힌 오늘이 참 소중한 날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루가 지루하고 일상이 모두 헛되다 생각하시는 분에게 책 읽기를 부탁드립니다. 흘러가고 있는 귀한 일상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날임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대 곁에서 흩어지고 있는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책이 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모두들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만, 흩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대도 흘러가는 일상이 있습니다.
평범하기 이를 때 없는 저에게 주어진 별스럽게 특별한 날이 아닌 날, 오히려 판에 박힌 날, 기억에 남지 않을 날, 흘러가기만 기다리는 날, 버티기에 급급한 날을 고운 체로 걸러내어 글로 썼습니다. 기록된 일상은 퍽 아름다웠습니다. 하마터면 놓칠 뻔한 일상에는 가족도, 시장도, 주변인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잡아 제 정원에 심어두니 나무가 되기도 하고, 꽃이 피어나기도 했습니다.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쉬기도 하고, 꽃향기를 맡으며 산책을 하기도 합니다. 바쁜 길에서 잠시 시간을 내어 다른 사람의 일상을 엿보며 쉬시길 바라며, 책으로 묶어 별이 빛나는 정원을 열어두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그려놓은 책에서 당신의 일상을 돌아볼 기회를 얻어, 흘러가는 일상을 자신만의 체로 걸러 잡아내길 원하신다면,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많은 분들이 저마다 귀한 일상을 적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보여드립니다. 저도 그대가 잡아둔 이야기가 가득한 정원으로 놀러가고 싶습니다.
프롤로그 | 기록해두니 퍽 아름답다 004

1장 하마터면 놓칠 뻔한 가족
돌아가신 할머니 장롱에서 먹지 않은 약이 한가득 나왔다 012
가족에게도 간격이 필요한 까닭 015
반려동물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017
반려견의 행복에 대하여 019
부모님 시간도 빠르게 흐른다 021
아버지는 왜 담배를 피우실까? 023
그때 전화를 끊은 것이 후회됩니다 026
어머니가 ‘사랑합니다’를 외치는 까닭 028
자식에게 전화할 때 부모는 용기가 필요하단다 031
아버지와 아들이 인삼을 재우는 까닭 033
할머니가 떠나고도 슬프지 않았던 이유 036
닭 목을 드시는 어머니 040
대구 아쿠아리움에서 뒤바뀐 보호자 042
아버지가 블루베리 잎을 가져온 까닭 044
아버지가 블루베리 잎을 가져온 까닭 - 뒷 이야기 046
부모님은 왜 주말드라마를 볼까? 048
할머니도 빠네를 드십니다 050
받은 세뱃돈, 드린 용돈 053
그대는 누구의 우산입니까? 056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058
제사 없는 명절 준비: 튀김 편 060
제사 없는 명절 준비: 헛제사밥 편 063
아버지께서 자연인이 되고 싶은 까닭 066
어머니, 자식을 생각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세요? 069

2장 하마터면 놓칠 뻔한 시장
언제까지 할까? 그 걱정 07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075
사람이 사라진 시장 주차장 077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다투는 까닭 079
‘감주’가 ‘식혜’라고요? 081
서문 시장에서 수제비를 먹다가 생긴 일 084
두 군데 반찬가게를 가는 이유 087
내 얼굴에 책임지는 방법 089
용인 시장 호떡집 사장님이 중얼거리는 이유 092

3장 하마터면 놓칠 뻔한 주변
긴 작별인사의 이유 096
뭐 하러 걱정까지 가불해 098
내가 가는 길이 틀렸다는 내비게이션 100
안경이 내게 적응하는 시간 102
달보고 들어가요 104
차장님이 믹스커피를 권하는 이유 106
2022년 마지막 맥도날드 초코콘 108
악수를 하는 이유 111
매년 크리스마스가 즐거운 이유 113
하는 일 없어도 마음으로 버텨주는 일 116
이천 백송과 반룡송을 아시나요? 118
떡살에 대하여 121
자신의 일에 진심인 사람들 123
아이로 태어났다가 아이로 돌아간다 125
칭찬해주는 대로 성장한다 128
저축한 신뢰를 쓰는 중 130
이게 마라 전골인가? 132
도로에서 고된 삶을 끌고 가시는 분에 대하여 134
[속보] 퇴사라는 탈선, 인생 지연 중 136
서울의 교통체증을 잊은 커플에게 예약이란 없다 139
혼자 집에 가는 아이 143
대박 사건, 친구가 딸을 낳았다? 146
아버지가 된 친구의 외출 허가 결재 150
가끔은 길을 잃어도 좋다 153
그녀의 출근길은 왜 오르막일까? 156

4장 하마터면 놓칠 뻔한 카페, 독립서점
컵 안 깨진 게 어디야 160
엄마와 함께하기 위한 비용 6,000원 162
그녀가 초코 라테와 초코 마들렌을 주문하는 이유 165
이웃집 가게가 망했다 168
영업시간에 대하여 170
그녀는 청소를 하며 투덜거린다 172

별스럽게 특별한 날이 아니다. 오히려 판에 박힌 날에 더 가까운 날이다. 시장을 보고, 점심을 먹는다.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잠시 쓰기도 한다. 일 년이라는 퍼즐에 작은 조각일 뿐인 하루다. 기억에 남지 않는 날. 불행하지도, 그렇다고 행복하지도 않은 그저 그런 하루.
글을 쓰고 난 뒤,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시장에서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실랑이를 벌이는 이유를 유심히 듣기도 하고, 산책하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어르신의 모습을 곁눈질로 보기도 한다. 오늘 먹은 점심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머니에게 여쭤보기도 하고, 귀가가 늦으신 아버지가 어디를 다녀오셨는지 묻는다. 퇴근한 동생에게 오늘은 어땠는지 질문을 던지며 귀찮게 한다.
일상을 고운 체로 걸러내 마음 서랍에 제목으로 넣어둔다. 어떤 글은 빠르게 써지고, 어떤 글은 서랍에 오랜 기간 머문다.
꺼내진 이야기에는 할머니와 아주머니의 실랑이가 아니라 정을 주고받고 계셨던 중이었고, 산책하는 동안 스친 동네 어르신은 자기 손자들을 자랑하기 바쁘시다. 점심에는 새로 만든 반찬 조리법을 알게 되고, 늦게 오신 아버지는 갑작스러운 출장을 다녀오신 모양이다. 동생은 오랜만에 오신 단골이 선물을 하나 전했다고 한다.
써 놓고 보니 별스럽지 않은 날, 판에 박힌 날이 사실은 아름다운 일상이었다.

글쓰기가 아니었으면, 흩어져버릴 날. 특별한 날이 아닌 오늘을 기억했을까? 난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운이 좋게 응원해주는 분들도 계시다. 은퇴한 뒤 하겠노라며 미뤄둔 일인 글쓰기. 용기를 내어 하게 된 글쓰기 덕분에, 퍽 아름다운 일상을 선물 받았다.
별다른 일 없는 판에 박힌 일상을 가만히 보며, 재미있는 일도, 교훈이 될 만한 일도, 감동될만한 일도 찾는다. 글쓰기는 그 순간을 잡아내는 일이다. 잡아낸 이야기를 흰 바탕에다 검은색 글씨로 박아내고 나면 꽤 괜찮은 하루를 느낀다.
희미하게 흩어진 날을 잡으러 간다. 복잡하게 내 마음을 채우고 있는 생각을 체로 걸러본다. 낮은 농도의 생각을 증류해 진한 문장으로 만들어 낸다. 그렇게 내 일상을. 하마터면 놓칠 뻔한 내 일상을 그대와 나누고 싶다.
- ‘프롤로그 | 기록해두니 퍽 아름답다’ 중에서


“최근에 들은 이야기가 있어. 어떤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자녀들이 생전에 사셨던 집을 정리하러 갔지. 장롱 속에 약이 한가득 있었다는 거야. 나이가 들면 몸이 조금씩 고장 나거든.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말이야. 불편한 몸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는 약을 한사코 거부하신 거지.”
“그러면 왜 약은 받아오신 거예요? 드시지도 않으실 텐데.”
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자식들이 병원에 가라고 아우성쳤을 테니까. 자식들이 걱정하지 않게 병원은 간 거지. 약도 잘 먹고 있노라 말했을 테고. 할머니는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고 계셨던 것 같아. 삶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은 것일 수도 있고, 자녀들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
“자식이 잘못한 일이네. 드시는 것까지 확인했어야지.”라며 비난할 사람을 찾았다. 이제 되었다 싶었다. 하지만 마음이 따가웠다.
- ‘돌아가신 할머니 장롱에서 먹지 않은 약이 한가득 나왔다’ 중에서


반려동물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다르다. 〈인터스텔라〉가 떠오른다. 주인공 쿠퍼가 딸을 떠나 우주로 가기 전에 이런 말을 한다.

“빛의 속도로 날거나 블랙홀 근처에 가면 아빠 시간은 평소보다 더 천천히 갈 거야. 아빠가 돌아올 때쯤 우리가 같은 나이일지도 몰라.”

반려동물 관점에서 우리는 늘 블랙홀 근처에 살고, 반려동물은 빛의 속도로 날아간다. 우리 시간은 천천히 가고, 반려동물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견생 2년 차 몰티즈 희망이와 함께 산다. 지금은 내가 무척 나이 많은 형이다. 몇 년 뒤면 우리는 같은 나이가 될지도 모른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희망이’는 나를 추월해 간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희망이’가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널 날이 온다. 생각만으로 마음이 시리다. 다시 마음에는 문장이 하나가 날아 든다.
“반려동물의 시간과 내 시간은 서로 다르게 흐른다.”
- ‘반려동물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중에서


아버지 담배 피우시는 모습을 가만히 봤다. 일사불란하다. 한 손에는 담배를 빼고 입으로 잡아두신다. 기다렸다는 듯 다른 손은 라이터를 찾는다. 바람이 불을 꺼트리지 않도록 손은 불을 보호한다. 이제 담배에 붉은 불이 환해진다. 검은 재가 만들어질 때 마다, 아버지는 긴 숨을 내쉰다. ‘후~.’ 다시 한 모금 숨을 들이쉬길 반복한다. 5분 남짓 재를 털고 꽁초를 가져 오신다.
가만히 바라보니 아버지는 호흡에 집중하셨다. 담배를 피우는 일은 곧 호흡에 집중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 불쑥 왔다.
“호흡.”

바쁘고 거친 삶을 사시는 아버지는 가끔 호흡을 잊고 사시는 건 아닐까? 숨을 챙길 겨를도 없는 삶. 앞에 놓인 시련을 이겨가는 일에도 바쁜 날이 반복된다. 중간 중간 호흡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 했을 테다. 그때마다, 호흡을 보여주는 담배를 찾으셨으리라.
담배는 잊고 있던 호흡을 집중케 한다.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 흡연이다. 아버지는 담배를 태우며 호흡을 살피고, 살아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계셨다.
- ‘아버지는 왜 담배를 피우실까?’ 중에서


장사를 하는 처지에서 보면 사람이 없다는 게 참 답답한 일이다. 쌈밥집이 그러했다. 한 달 전 쌈밥집이 심상치 않았다. 우리 가게를 중개하신 부동산 중개소 소장님이 오셨다. 안타까운 이야기를 알렸다.
“쌈밥집 내놨어요. 다른 가게가 들어오면 카페에 손님이 더 올 거예요.”
짐작만 하던 경영난이 실체로 드러났다. 교류가 많은 건 아니었다. 그래도 같은 건물에서 장사한다는 건 묘한 유대관계를 준다. 안타까웠다. 그렇게 다시 한 달이 지나자, 간판이 내려갔다. 다른 주인이 정해졌나 보다. 쌈밥집 주인이신 아주머니가 다리를 절뚝이며 동생 가게로 찾아오셨다. 아주머니는 관절염도 심해지셨고, 장사가 어려워 그만두신다고 한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인사까지 하시곤 돌아가셨다. 뒤가 쓸쓸해 보였다. 곧이어 기다렸다는 듯 새로운 간판이 올라갔다. 가게의 흔적은 착실히 지워져 갔다.
(...중략...)
가게 끝과 시작은 자주 있는 일이다. 무심하게 지나다니던 길에 있는 가게가 바뀌기 일쑤다. ‘임대 문의’가 걸리기도 하고 한동안 불이 꺼지고 새로운 간판이 들어서기도 한다. 이제는 그 일이 처량해 보인다. 같은 업계에 있다는 생각 때문일 테다.
가게가 끝난다고 해서 그분의 삶이 끝나는 건 아니다. 단지 삶의 매듭이 하나 지워진 것일 뿐이다. 가게의 끝은 다른 시작을 안내할 테다. 쓸쓸하게 가시는 아주머니에게 한 마디 건네지 못해 아쉽다.
- ‘이웃집 가게가 망했다’ 중에서


“엄마 나 크로플 사줘.”
“엄마는 안 먹어도 되니까 1인분이면 되지?”
“아니 오늘은 2인분 먹을래.”
그렇게 몇 분의 실랑이가 있었다. 엄마의 패배.
“크로플 2인으로 주세요.”
동생은 “포장할까요?”라고 하자. 아이는 계산대 밑에서 소리친다.
“아뇨 먹고 갈게요.”
동생은 아이 어머니와 눈을 마주치곤 결정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포장해주세요.”
아이는 강경했다. “먹고 갈래. 엄마 먹고 가자.” 이번에도 엄마의 패배.
어머니는 카드를 꺼냈고 동생은 6,000원을 결제했다. 엄마는 한숨을 쉬며 빨리 먹자고 하곤 자리에 앉았다. 동생이 고소한 향을 내는 크로플에 아이스크림을 얹어 가져다줬다. 아이는 손뼉을 치며 포크를 어머니에게 건넸다. 조잘조잘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랑 이야기하니까 좋아. 엄마랑 같이하면 뭐든 좋아.”
(...중략...)
바쁜 엄마를 둔 아이는 철이 빨리 든다. 엄마는 돈을 벌고 있으니 나에게 많은 시간을 내어 줄 수 없다는 걸 아이도 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아이는 그래도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해 혼자 먹는 1인분이 아니라 함께하는 2인분을 고집한 건 아닐까?
- ‘엄마와 함께하기 위한 비용 6,000원’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권규태

브런치 스토리에서 Starry garden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글 쓰는 환경공학박사입니다. 10년 동안 공부하고 2년 동안 직장생활 했습니다. 다 타버리기 전에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주었습니다. 우연하게 얻게 된 기회로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을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은퇴 뒤에 쓸 줄 알았던 글을 쓰고, 스스로를 치유하며, 흩어지고 있는 일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흘러가는 일상에 소중함을 잊고 있는 분들에게 일상에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글을 매일 쓰고 있습니다. 오래 지낸 대학원 노하우, 과학, 자기 계발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독립서점인 커피문고에서 독서모임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력]
- 2008~2014, 환경에너지공학과 학사 졸업
- 2014~2016, 일반대학원 환경에너지공학과 석사 졸업
- 2016~2020, 일반대학원 환경에너지공학과 박사 졸업
- SCI(E)급 논문 11편, KCI 3편, 특허 3편, 학술발표15건, 참여연구 프로젝트 25건, 글로벌박사펠로우십, 학술대회 우수논문상 2회 수상
- 2020~2022, 벤처회사 (주) OOOO 기업부설연구소 과장
- 2022~, 커피문고 북큐레이터, 공동대표
- 2023.03~, 〈헤드라잇〉 기고

[포트폴리오]
- 〈월간 에세이〉 22년 12월 호 기고
- 〈그렇게, 그림 그리는 작가〉, 23년 3월 21일 ~ 4월 21일

커피문고 인스타그램 @coffeemungo
Starry garden 브런치 @starry-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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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 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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