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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아요

김나리 지음
책나물

2024년 02월 22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1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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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4.70MB)
ISBN 97911924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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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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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여자가 있다. 그는 들쑥날쑥한 유년시절을 보내며 열 곳의 학교를 옮겨 다녔다. 결혼식에선 드레스를 입고 싶지 않았기에 턱시도를 입었다. 느린 영화를 편집하는 사람이었다가 가장 빠른 방송 매체를 만들기도 했다. 수많은 나라와 도시를 여행하며 살았지만, 가장 오래 지낸 도시 베를린을 집처럼 여긴다. 그는 섬을 떠날 수 없어서, 아직 육지로 돌아갈 준비가 되지 않아서, 제주 여행 중 텃밭 있는 집을 얻어서 이사를 감행한다. 그렇게 제주에서 재택근무를 하며 이 책 〈삶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아요〉를 썼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배우며 살아가는 사람. 사랑에 기대어 제 삶의 모양을 만들어가는 그는 아주 용감한 사람이다.
이 책은 그의 납작하지 않은 삶을 편집한 한 편의 영화이다. 영화는 크게 오각형으로 뻗어나간다. 하나, 기억의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어린 시절. 둘, ‘오픈리 레즈비언’으로 사랑하며 사는 모양. 셋, 영화와 연대를 배웠던 독일 베를린 시절. 넷, 수없이 바뀌어온 직업의 세계. 다섯, 꿈꾸는 삶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피앙세’와의 지금. 이야기는 때로 거칠고 캄캄하지만, 그는 언제나 특유의 유머로 담백하게 담아내고, 그리하여 끝내 포근하게 우리를 감싸안는다.
프롤로그_모든 컷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1. 나를 이루어준 세계
사장이 난데 누가 사모요? / 머리 짧은 아이의 생멸치회 / 망둥이 할아버지와 닭 잡는 할머니 / 해가 지는 곳 / 아빠만 믿어 / 기억의 퍼즐 맞추기 / 변사또의 손녀 / 내 별명은 김 변호사 / 열없습니더 / 열네 살의 전학생 / 레즈비언의 사전적 의미 / Thank You / 유명인사와 청국장 / 내가 오그라고 부르던 옥이 / 특별한 사과를 키우는 농부 / 큰엄마 미역국

2. 내가 만난 세계
구조역학 / 빨간 티셔츠 / 따뜻한 필름통과 장갑, 그리고 색연필 / 외장하드 / 우리가 지금 사귀지 않으면 / 초보운전 이야기 / 반지하 영화: 〈hildhood Days〉 / 모든 것을 사라지게 만드는 기계 / 다큐 편집자는 인물을 사랑하게 되지 / 세상엔 다양한 말이 있다 / 정자를 찾아서 / 기적, 미라클

3. 내가 만들고 싶었던 세계
미디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 3미터의 원 / 방송국 14층 사람들 / 새로운 직업 / 우리에게도 생긴답니다 / 이걸 꼭 말로 해야 돼? / 작은 회사 대표의 로망 / 뿌듯함을 전할 기회 / 나리 님은 멘토가 있어요? / 대표의 냄비는 광이 난다 / 멘토

4. 내가 만나는 세상 Ⅰ
코리아 치킨, 몽골 홀스 / 말레네의 책 / 독일의 이것들이 그리웠다 / 용기 / 두 번째 차 / 불혹의 은퇴자 / 지게차 면허증을 땄다 / 인생 이모작 / 소년은 울지 않는다 / 말을 참 예쁘게 해 / 못하지만 잘하고 싶다 / 그 청년 / 어떤 한 사람 / 집 / 불이 났다 / 백반집 사장님

5. 내가 만나는 세상 Ⅱ
갑자기 부부가 남남이 됨 / 우리는 서로의 전처가 되었다 / 고양이의 여행 / 섬에서 떠날 수 없어서 / 세면대 설치하는 사람 / 회사빚 다 갚았어 / 부지런한 텃밭일 / 칡넝쿨과의 전쟁 / 집주인 선생님 / 바뀐 생활 / 소비하지 않는 사람이 덜 초라한 곳 / 고양이의 돌봄 / 우리가 지금 아니면 언제

6. 내 세상이 된 사람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 피앙세와의 테스트 동거 / 큰이모가 너 누구랑 결혼하는지 모르던데? / 결혼식 준비 / 그럼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겠다 / 따로 사는 부부들 / 이모모, 고모모 / 가장 오래 살았던 도시의 관광객 / 우리는 베를린으로 간다 /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 밥은 누가 해요? / 제주에서 운전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짐승처럼 욕망해 / 내 여권은 아직 녹색이다 / 인생의 트레킹

에필로그_우리는 살고 싶은 모양대로 산다

어릴 때 아빠는 내 영웅이었다. 드문드문 나타났던 기억 속의 아빠는 나에게 멋진 사람이었다. 나는 아빠를 너무 좋아해서, 크면 아빠가 되고 싶었다. 비록 아빠가 내 영웅으로 남아 있기 위해 우리는 이제 만날 수 없지만, 나는 마음속에 자기만 믿으라고 했던 사람들을 갖고 그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안다. 사랑은 영원할 수 있어도 관계에는 끝이 있다고 했던가. 나만 믿으라던 그 사랑의 힘은 영원하구나.
_26쪽, ‘아빠만 믿어’에서

아빠는 내가 ‘시집’을 안 가서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아빠와 대화를 풀어가던 나는 물었다.
“아빠, 그럼 아빠는 내가 새엄마처럼 살았으면 좋겠어요? 운전도 하면 안 되고, 자기 일도 못 하고, 넥타이 못 매는 남편 넥타이 매일 묶어줘야 하고, 남편한테 맞고.”
아빠가 화들짝 놀라더니 말했다. 의외였다.
“안 되지. 내 딸은 절대 그렇게 살면 안 되지. 누구 자식인데! 당당하게 살아야지! 자기 사업도 해야지!”
어느덧 마흔이 되어 돌아보니, 내가 스스로 만들어온 내 삶은 아빠가 그토록 나에게 원했던 모습이기도 했다.
_44-45쪽, ‘열없습니더’에서

하루는 아침에 늦잠을 자서 도시락 쌀 반찬을 만들 시간이 없었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열었는데, 점심 같이 먹던 친구 중 한 명이 그랬다.
“같이 먹는 친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
나는 말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말했다. 혼자 산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도시락을 내가 싸야 해서 오늘 하루는 제대로 못 챙겨 왔지만, 앞으로는 반찬에 더 신경 쓰겠다고, 친구들에게 다른 변명거리를 찾지 못하고 그 말을 했다. 밥 같이 먹던 친구가 훌쩍대기 시작했다. 한 명이 우니까 다른 친구들이 따라 울었다. 나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말했던 친구는 나에게 미안해서 엉엉 울었다. 나는 더 이상 뭘 몰라서 친구를 민망하게 하거나 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열네 살, 서울의 반지하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_48쪽, ‘열네 살의 전학생’에서

관계에는 끝이 있지만, 사랑의 기억은 영원하다.
_81쪽, ‘우리가 지금 사귀지 않으면’에서

삶은 어쩌면 태도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태도가 몸에 익숙해지면,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풍기는 태도가 된다. 나는 그걸 주로 ‘에너지’라고 불러왔고, 말을 예쁘게 하는 내 친구는 ‘기운’이라고 한다. 내가 원하는 태도를 서서히 갖는 것이 사는 재미인 것 같다.
너그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다들 살면서 무언가가 되고들 싶어 하지 않나. 나는 언제나 너그러운 할머니가 되고 싶었고, 지금도 변함없다. 아직 내가 되고 싶은 그 모습이 되지는 않았지만, 할머니가 되어서는 언젠가 이렇게 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되고 싶던, 너그러운 할머니가 되었다.”
-178쪽, ‘말을 참 예쁘게 해’에서

독일이 코로나19 초기대책으로 내놨던 방안 중에 세입자 퇴거 조치 금지 조항이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에 세입자가 집세를 내지 못한다 해도 주인은 그 세입자를 쫓아낼 수 없다. (…) 빈곤의 정도는 다양하고, 길에 나앉는 삶이 시작되는 어떤 경계가 있다. 그 경계만은 부디 ‘개인의 의지’에 맡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_192-193쪽, ‘집’에서

나는 그렇게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내 삶을 납작하게 보지 않는 사람들의 손에서 컸다. 내가 가엽다던 할머니들 할아버지들의 손길, 키우기 쉬운 아이라며 눈물을 보이던 큰엄마. 그런 따스한 사랑이 나를 키웠다. 그래서, 나 힘들면 적당한 거리에서 마냥 쓰다듬어주는 그런 사랑에 나는 익숙하다.
그래서 나도 삶에서 스치는 사람들에게 따스하려고 한다. 세상에는 그것으로 자라는 아이들이 있다.
_200-201쪽, ‘백반집 사장님’에서

사람은 시도해보고 쌓아가며 배우는 것이 있다.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재능이다.
_225-226쪽, ‘세면대 설치하는 사람’에서

결혼할 때 웨딩드레스 샵에서는 내가 신랑도 아닌데 굳이 못 들어오게 하더니, 드레스 입은 ‘신부’를 커튼 확 걷어서 보여주는 그걸 나에게도 했다. 내가 그럴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와이프가 너무 예뻐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_313쪽,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에서

일하며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일하며 살 날이 더 많은데, 마흔이 될 때까지 나는 40이라는 숫자가 어떤 끝인 것처럼 달렸다. 업계의 사람들은 마흔 살이 되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40대가 되었던 엄마는 인생 40부터 시작인 것 같다고 했고, 50대가 되더니 50대가 진짜라고 했다. 이제 60이 훌쩍 넘은 노인이 되더니, 인생은 60부터라고 한다. 나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다가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인생 40부터 진짜 재밌는 거 같아.”
_331쪽, ‘인생의 트레킹’에서

지금 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마치 여행하는 사람처럼 지낸다. 들어오는 일들을 하고, 스스로 일을 만들기도 한다. (…) 내가 이것도 되어보고 저것도 되어보는 사이, 와이프도 여러 시도를 했다. ‘언니를 보니까 용기가 나서.’라는 말을 몇 번 했다. 나도 와이프 덕에 그 모든 시도를 할 수 있었다. 늘 함께, 그리고 늘 각자 있을 수 있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손을 잡고 지금 여기까지 왔다.
_334-335쪽, ‘에필로그_우리는 살고 싶은 모양대로 산다’에서

“우리는 가족을 이루고 살기로 했어.”
누군가에겐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미 너무도 자연스러운, 레즈비언의 살아가는 풍경
저자는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드러내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감추는 것으로, 누군가는 내보이는 것으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는 건지도 모른다. 20세기, 그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다. 여자친구가 있었던 그는 같은 반 아이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 “너 레즈비언이냐?” 단어 뜻을 몰랐던 그가 찾아본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레즈비언: 여자끼리 하는 변태적 성행위.” 어린 그를 울게 했던 그 납작하고 못된 문장은 21세기 들어 변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편협하고 못났다. 아직 동성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그에게 누군가 말한다. “꼭 결혼까지 해야 해? 그냥 둘이 같이 살면 안 돼?” 평생 들을 법한 말이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질문. ‘그냥 숨어서 너네끼리 행복하면 안 되냐?’는 질문 앞에 대답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질문부터 틀렸기 때문이고, 그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다. “우리는 가족을 이루고 살기로 했어.”
결혼을 앞두고 ‘와이프’를 친척들에게 소개하는 자리, 친척 아이들이 그녀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모모, 고모모’라는 단어를 개발(?)한다. 가족은 ‘자연스럽게!’를 외치지만, 눈앞에 보이는 동성 혼인이란 그들이 한 번에 감당하기엔 어려운 분야인 듯하다. 동성 부부로 살아가며 받을 상처를 걱정하는 가족에게 그는 말한다. “상처받으면 어때. 우리는 평생 동성애자로 살아왔는데?” 숱한 차별과 고통, 혼인하지 못해서 일어났던 일들, 나열할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많은 일들은 언젠가 마치 지난 세기의 일처럼 옛사람의 기억에만 남게 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자신이 존재하는 모양대로 살아가는 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걸 외면한 채 차별과 혐오를 일삼는 건 옳지 못한 일이니까.


“관계에는 끝이 있지만, 사랑의 기억은 영원하다.”
베를린에서 마주한 존중과 소통,
그리고 자신을 돌봐준 마음들을 기억하는 태도
저자는 대학생 때 독일로 유학을 떠난 이후 오랫동안 베를린에서 살았다. 그는 베를린에서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존중과 소통, 그리고 연대를 경험한다. 또한 연애도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던 “그 애”가 한 말, “언니, 우리가 지금 사귀지 않으면 언제 사귀어보겠어요?” 덕분에 두 사람은 서로의 ‘전여친’이 되었다. 독일에서는 동성혼이 가능하기에 그는 그곳에서 여자친구와 결혼도 했다. 결혼이 있으면 이혼도 있어서, 동성부부 이혼전문 변호사를 통해 두 사람은 서로의 ‘전처’가 되었다. 이 지난한 “혼자 하는 이혼”의 과정을 저자는 책에 담담하게 써두었다.
그는 자라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았다. 반지하에서 혹은 고시원에서 혼자 살 때도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을 키워준 건 팔 할이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 큰엄마, 큰이모 같은 사람들이었고, 나머지 이 할은 백반집 사장님처럼 밥 잘 먹는 사람 예뻐해주는 분들이다. “방실방실 웃고, 혼자 잘 놀고 하니까 월매나 키우기가 쉽노. 내는 가스나 저거 지 살라고 저런다 싶어가 맴이 안 좋았다.” 하는 큰엄마는 그가 좋아하는 큰엄마표 미역국을 해주며 눈물을 닦는다. “가스나 저거 미역국만 끓이줘도 맛있다 카고, 착해 가지고.” 없는 살림에 ‘숟가락 하나 얹어서’ 아이를 하나 더 키워야 했던 큰엄마에겐 미역국 하나면 다 되는 그가 가엾고 다행이었으리라. 그는 자신을 함부로 대한 사람들을 떠올리는 대신 자신을 돌봐준 마음들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한겨울, 거리에 홀로 서 있는 중년 여성을 마주했을 때,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끌기 위해 애쓴다. 타인의 삶을 멋대로 짐작하거나 납작하게 보지 않으며, 어쭙잖은 동정이나 과잉 친절 대신 상대가 바라는 거리를 고려해 행동하는 모습은 그동안 그를 돌봐주었던 많은 손길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이렇게 쓴다. “나도 삶에서 스치는 사람들에게 따스하려고 한다. 세상에는 그것으로 자라는 아이들이 있다.”


“매일같이 당장 내일 지구가 망할 것처럼 사랑할 거다.”
정말로 우리를 만드는 것은 시도하고 망하는 경험들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생은 40부터 진짜 재밌어진다.
그는 무엇보다 수없이 시도하고 망하며 지금의 ‘김나리’로 빚어졌다. 20대 초반, 독일에서 영화학교에 가고 싶었던 그는 무엇보다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전화번호부 속 베를린에 있는 영화사 300여 군데에 전화를 했다. 겨우 한 군데에서 와보라고 했는데, 가보니 문은 잠겨 있었다. 외국인이 전화해서 대뜸 영화 현장 실습을 하고 싶다고 하니까 흥미로워서 와보라고 하고 잊은 것일 뿐, 그를 영화 현장에 써줄 생각은 없는 사람이었다. 전화 작전(?)은 실패했지만 이후 영화 현장일을 하게 되면서 날마다 새로운 것을 배웠다. 지원 마감을 앞두고 울면서 준비한 포트폴리오였는데, 지원해보는 것도 경험이라는 생각으로 내본 거였는데, 떨어지면 한국에 갈 상황이었는데, 영화학교에 합격도 한다. 영상 편집일을 하던 그는 이후 지인의 제안으로 한국에서 영화보다 훨씬 호흡이 짧은 뉴미디어를 다룬다. 그는 큰 망설임 없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믿고 자신을 던진다. 자기 사업을 창업하고, 그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보기도 한다. 그는 해도 될지 걱정하지 않고, 해보고 싶은 건 바로바로 해봤다. 그러다 실패도 많이 했다. 사람에게 상처도 받았다. 그는 쓴다. “나는 완벽하지가 않다. 나는 내가 좀 모자라서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예전엔 똑똑해야 할 것 같고, 다 제대로 해야 할 것 같기도 했다. 망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고, 성공한 것들에 대해서만 말했다. 분명 성공의 경험은 참 좋았다. 하지만 정말로 나를 만든 것은 많이 망해본 경험이었다. 그걸 이제서야 안다.”
지금 그는 사랑하는 사람, 20년 가까이 함께하고 있는 고양이 니모와 함께 제주에 머물고 있다. ‘영끌’해서 회사 빚을 갚은 다음 93,303원이 남은 통장을 보면서 “사람이 다시 시작하기 딱 좋을 만큼 많은 돈”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인생에서 시도해서 얻은 다양한 경험에서 그는 배웠기 때문이다. 잘 살기. 그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것에 도전할 시간도 있다. 앞으로도 살다가 또 무리할지도 모르고, 그러다 다시금 고장 날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그때 가서 소소하고 만족스러운 일상을 찾아낼 거다. 그는 이렇게 쓴다. “화가 나면 소리를 냅다 지르고 그런 나를 자책하며 괴로워하다가 다시 웃을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같이 당장 내일 지구가 망할 것처럼 사랑할 거다.”
그가 앞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재밌게 살고 있을지 벌써 궁금해진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너그러운 할머니”가 되어갈 것이다. 책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그의 영화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김나리

사람들은 저마다 전투를 하며 살고 있다. ‘소화되지 않은 이야기는 쓰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내 삶의 장면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이것이 첫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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