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킬조이
2024년 02월 07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12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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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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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킬조이는 그런 당신을 도울 수 있다!”
“이 기발한 페미니스트 사상가의 겸손함이 내내, 빛을 발한다!
이 책은 트랜스젠더/페미니스트의 부도덕한 분열을 극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선물이다.
반인종주의와 장애권 투쟁이, 페미니스트·퀴어적 사고와 정치의 중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 주디스 버틀러
“2017년에야 나는 ‘킬조이’를 중심으로 페미니즘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생활세계와 제도문화에서 권력이 어떻게 확보되는가?
언제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가?” - 사라 아메드
페미니스트 철학자, 실천적 활동가 사라 아메드의 첫 번째 대중서가 『페미니스트 킬조이』라는 강렬한 제목으로 아르테 필로스 페미니즘 시리즈 9번 도서로 출간되었다. 저자는 『감정의 문화정치』 『정동이론』 『행복의 약속』등 학술서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연구자이다.
아메드는 왜 연구서 작업에서 나아가 대중서를 쓰기로 마음먹었을까? 그는 2004년부터 골드스미스 런던대학교 인종·문화 교수로 지냈으나, 2016년 학내 성추행 사건에 대한 학교 당국의 처리에 항의하며 교수직을 사임한 후, 2017년부터 ‘킬조이’라는 키워드로 페미니즘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불공정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데에 킬조이 ‘기술’들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책은 2023년 10월 영국에서 ‘The Feminist Killjoy Handbook’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고, 그 ‘기술’들을 “킬조이 진실, 킬조이 격언, 킬조이 다짐, 킬조이 등식”으로 모았다. 해외는 물론 국내의 많은 연구자와 페미니스트를 비롯해 수많은 여성이 원서의 출간 이전부터 이 작업과 프로젝트(킬조이 선언, 킬조이 프로젝트)에 뜨거운 공감과 지지를 보냈다.
그의 블로그(www.feministkilljoys.com)의 머리글은 “즐거움 죽이기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프로젝트다”로 시작한다. 아르테 필로스 페미니즘 시리즈는, 즐거움 죽이는 킬조이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실천적 지침’을 담은 유용한 전략서인 그의 첫 대중서를 발빠르게 국내에 소개한다.
추천자인 정희진 연구자의 표현에 의하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지적으로 탄탄하면서도 이처럼 잘 읽히는 책이 있을까. 통쾌해서 웃다가 감격으로 울다가를 반복했다”라고 평하며, “특권을 가진 자들이 철학을 논하지 않도록 그들을 낙후시켜야” 하며 “이 책을 들고 공부를 하자”라고 권한다.
이라영 연구자는 한 사회의 지성과 정의로움을 드러내는 지표로서 ‘유머’와 ‘애도’를 언급하고, 사라 아메드가 제시한 킬조이의 격언 “우습지 않을 때는 웃지 마라!”를 역설하며, “다른 이들에게 해를 입히는 유대는 부러뜨리는 것이 맞다”로 응수했다. 권력의 즐거움을 과감히 망치면서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연결된 존재로 살아가길 원한다면 “킬조이가 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하며 이 프로젝트에 지지를 표했다.
2 페미니스트 킬조이로 살아남기
3 페미니스트 킬조이 문화비평가
4 페미니스트 킬조이 철학자
5 페미니스트 킬조이 시인
6 페미니스트 킬조이 활동가
킬조이 진실, 킬조이 격언, 킬조이 다짐, 킬조이 등식
페미니스트 킬조이를 위한 읽을거리
페미니스트 킬조이 독서 모임-논의해 볼 질문들
주
감사의 말
삶을 유지하려면 우리를 유지해 주는 유대를 유지해야 한다. 가족이나 친구 관계로 이루어진 어떤 유대는 힘과 대피처를 주지만, 다른 유대에서는 대피해야 한다. 당신이 사랑하는 누군가가 당신이 생각하기에 문제가 있는 관점을 드러낸다면, 괴롭더라도 듣지 않는 편이 낫다. 왜냐하면 그것을 듣는 일은, 정말로 듣는 일은, 유리가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 뭔가가 깨지는 소리를 듣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_60쪽
우리가 사라졌으므로 우리의 요구 사항도 사라졌다. ʻ지워 버리기blankingʼ는 어떻게 페미니즘이 ʻ백인 페미니즘white feminismʼ이 되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려 준다. 비었다는 의미의 단어 blank는 흰색에서 나왔다. 페미니즘이 표백된 것은 흑인과 갈색 피부 여성들이 페미니스트로서 이야기하고, 알고, 창조하면서 그곳에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건 우리가 지워졌기 때문에, 그곳에 존재한다고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_96쪽
나는 이방인을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는 이가 아니라(우리는 이방인을 그렇게 여기도록 배운다), 우리가 (이방인으로서) 알아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방인으로서 인식된다는 것은 이곳 출신이나 이곳 소속이 아닌, ‘어울리지 않는 신체body out of placeʼ로 여겨진다는 의미다. 이처럼 ʻ어울리지 않는ʼ 이들이 얼마나 의심스럽고 위험하다고 여겨지는지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이방인이 되면 결국 방과 대화의 가장자리로 밀려난다. 우리의 일부도, 우리와 같지도, 우리와 함께도 아닌 상태가 되는 것이다. _98쪽
우리는 여러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자꾸 가벼이 여길 때는 뭔가 무거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임을 배웠다. 우리는 성차별적 농담에 웃기를 거부한다. 기억하자, 그것이 킬조이 격언이다. 우리는 농담이 우습지 않을 때 웃기를 거부한다. 페미니스트 킬조이를 소개하면서, 어떤 대상에 대해 웃어 버리는 것과 웃어넘기는 것을 구별 지었다. 우리는 어떤 대상에 대해, 혹은 이 세상의 부조리를 깨닫고 웃어 버릴 수 있다. _115쪽
가족 중 한 명이 테이블에서 내게 한 말 중에는 “동성애자들이 아이를 갖는 건 이기적인 짓이야”도 있었다. 그는 동성 부부의 아이가 심하게 괴롭힘을 당할까 걱정했다. 그는 동성애는 병이라거나 변태 성향이라는 판단에 동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는 다른 사람들이 내리는 그런 판단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 입는 것을 걱정했다. 이런 걱정 역시 동성애자들이 아이를 원하는 것은 아이의 행복보다 자신의 행복을 우선하는 이기적인 일이라는, 동성애자를 향한 [일방적] 평가의 바탕이 될 수 있다. _143~144쪽
클라우디아는 어른들이 혀를 차는 소리를 통해 자신이 백인 아기 인형을 사랑하는 것이 마땅함을 안다. 그는 그렇게, 옳은 방식으로 영향받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 방향의 영향을 받는다. 클라우디아는 인형을 어르고 달래는 대신 찌르고 비튼다. 그가 인형을 다루는 방식은, 내 생각에 틀림없이 폭력적이고 공격적이라고 여겨질 것이다. 불만, 불충, 배은망덕으로. 인형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클라우디아가 인형을 분석해 ʻ온 세상이 사랑스럽다고 말하는 것ʼ이 뭔지 알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여겨지는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을 때, 우리는 그 존재를 배운다._156쪽
우리는 다양성을 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너무나 많다. 다양성으로 인해 백인성은 보이지 않는다. 유색인들은 번쩍이는 상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하는 광택제가 된다. _159쪽
우리 중 일부는 당연히 다양성을 동반하리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아마 등장과 동시에 우리는 환영받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것을 바꾸려 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환영받는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앞서의 학자는 자신을 “다양성과 진보적인 커리큘럼을 도입하라고, 약간의 문화적 변화를 보조하라고 데려온” 거라고 설명했다. 한 조직이 ʻ약간의 문화적 변화를 보조하라고ʼ 누군가를 임명할 때, 그것이 꼭 조직 내부 사람들이 보조받을 의지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_217쪽
행복이 초래하는 불행을 안다 해도, 불행을 초래하는 일이 쉬워지지는 않는다. 내게 킬조이 행동주의는 행복을 명분으로 삼지 않기를 명분으로 채택하는 방식이다. 페미니스트 킬조이 형상을 소개하면서, 나는 그를 탈환하는 일이 모욕적인 표현을 탈환해 온 활동가들의 기나긴 역사를 물려받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성애의 좁은 대본 밖에서 살아가고 사랑하는 이들을 모욕하는 데 쓰였던 퀴어라는 말이 그 예다. 페미니스트 킬조이를 활동가로 생각하는 것은 그에게 퀴어한 역사를 부여하는 일이다. _297쪽
싫다는 말의 파급효과는 따라서 물리적이다. 당신은 일을 완수하는 데,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자원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당신은 보복에 극도로 취약해진다. 보복을 증명하기는 어려운데, 아주 많은 경우 보복은 받지 못하는 것, 돌아오지 않는 기회, 열려 있지 않은 문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제도의 ʻ문을 잡고 있는 사람들ʼ은 그들이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막으려는 이들에게 문을 닫아 버린 바로 그들이다. _310쪽
대학교의 반응은 예상했지만, 페미니스트 동료 몇몇마저 내 행동이 해롭다고 평가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한 동료는 내가 “경솔”했다고 질책하며, 내 행동이 “행복하고 활기찬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온 많은 페미니스트 동료의 이익에 반한다”라고 말했다. 이미 공개적으로 페미니스트 킬조이로 식별된 내가 또다시 다른 페미니스트에게 페미니스트의 즐거움을 망치는 이로 식별된 것이다. 이 사실로부터, 성적괴롭힘을 폭로하면 대학교의 행복뿐 아니라 페미니스트의 행복(“행복하고 활기찬 환경”) 역시 위협하는 일로 치부될 수 있음을 배워야 한다. _315쪽
종이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면, 종이 페미니스트 킬조이도 될 수 있다. 명목상으로는 페미니스트 킬조이지만 실천하지 않는 이들, 공공연하게 무엇에 반대하는지 큰 소리로 외치면서도 괴롭힘에 항의하려는 누군가가 도와 달라고 요청할 때, 닫힌 문 뒤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페미니스트 킬조이들.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서 킬조이를 채택하고, 그를 주장하고, 그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그를 통해 혹은 그가 되어 글을 쓰기는 너무나 쉽다. _320쪽
킬조이가 됨으로써 사람들의 전진이 가로막힌다면, 우리는 그들이 가로막히는 것을 가로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킬조이 행동주의는 즐거움을 망치는 일의 비용을 분담하는 일, 너무 큰 비용을 부담하느라 더 불안정해진 이들을 보호하려 애쓰는 일이다. _326~327쪽
페미니스트 철학자, 실천적 활동가 사라 아메드가
“기꺼이 성가신 존재”가 되기로 결심한
페미니스트들에게 건네는 연대의 메시지
사라 아메드는 페미니스트이자 킬조이로 살아남는 것, ‘생존’에 대해 말한다. 오드리 로드의 말에 기대어 “애초에 살아남을 운명이 아니었던” 이들에게는 생존이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임을 보여 준다. 저자는 이 책에 ‘지침’만이 아니라 “과거의 투쟁을 다시 불러내는 방식, 몸, 삶, 생존 키트”를 넣었다고 말한다.
킬조이의 ‘다짐’을 통해 그 지침들을 더 대담하게 만들어 달리 활용함[선언적 다짐으로 구현함]으로써 날카롭게 벼렸다고도 말한다. 다짐의 한 예를 들면, “나는 기꺼이 성가신 존재가 되겠다”라는 것이다. 성가신 ‘존재’가 되겠다는 것, 이는 즉 킬조이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 생존의 문제는 이 책에 드러나는 ‘행동주의’의 언어로 구체적으로 치환된다.
『페미니스트 킬조이』에서 아메드는 킬조이 행동주의를 문화비평가, 철학자, 시인, 활동가 네 부류로 나누어 접근한다. 킬조이란 말 그대로 즐거움(joy)을 죽이는(kill) 이들, 즉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이들이다. 많은 페미니스트가 성차별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인종차별을 지적한다는 이유로, 침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종 킬조이라 비난받는다. 아메드는 마치 ‘퀴어’처럼, 페미니스트에게 달라붙는 모욕이자 고정관념인 ‘킬조이’라는 표현을 ‘탈환’한다. 집요하고도 날카롭게 그 역사를 파헤치고 개념을 전복시켜, 거기서 ‘생존’과 ‘연대’의 가능성을 찾아낸다.
킬조이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잠언으로 정리해 책 곳곳에 열거해 흩뿌려 놓고, 집약하는 방식의 글쓰기는 새롭다. “킬조이 진실, 킬조이 격언, 킬조이 다짐, 킬조이 등식”은 그 자체로 한국어판 부제에도 붙인 “서바이벌 가이드”다. 이를 통해 아메드는 현재와 미래의 페미니스트 킬조이들에게 연대의 손길을 힘차게 내민다. 저자는 책 말미에 독자들 당신만의 또 다른 킬조이 결과물과 진실이 있다면, 자신에게 전자메일을 보내거나 자신을 트위터에서 태그해 달라 요청한다. 페미니즘을 위해 페미니스트가 ‘살아남아야’ 한다고 부르짖으면서.
“페미니스트 킬조이를 탈환하기 위해, 우리는 이런 평가를 프로젝트로 전환한다. 만약 페미니즘이 불행을 초래한다면, 그건 그럴 만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을 깎아내리는 데 쓰이는 단어는 많은 경우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는 증거가 된다. 스스로 페미니스트 킬조이라고 명명함으로써, 우리는 즐거움을 망치는 임무를 자신에게 부여할 뿐 아니라 페미니스트의 역사를 탈환한다.” -16~17쪽
≫ 성차별주의의 작동 방식에 대한 예리한 분석
≫ LGBTQIA+를 위한 열렬한 선언
≫ 즐거운 저항을 위한 실천적 지침
이제 아메드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이야기는 가족 저녁 식사 테이블에서 시작한다. 아버지가 짐짓 성차별적 발언을 하고, 아메드는 참으려 애쓰다 결국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내뱉는다. 그러자 아메드에게는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망쳤다는 비난이 날아든다. 정말로 저녁 식사를 망친 사람은 누구일까?
페미니스트는 종종 이렇게 옳은 말을 했다는 이유로 ‘킬조이’라 비난받는다. 남의 즐거움을 망치는 사람, 분위기를 깨는 사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다. 여성을 희화화하는 불쾌한 농담에 웃지 않겠다고 결심하면,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에 항의하겠다고 결심하면, 페미니스트 킬조이가 된다. 그래서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은 곧 킬조이가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저자는 마치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을 향한 비난에 쓰였던 ‘퀴어’라는 말을 탈환해 스스로 정체화하는 데에 사용했듯, ‘킬조이’라는 말을 탈환한다. 킬조이의 역사를 밝히고, 누가 왜 언제 킬조이라고 비난받는지 날카롭게 분석하여, 페미니스트 킬조이라는 형상을 재구성한다.
이 책의 백미와 흥밋거리는 ‘페미니스트 킬조이’적 순간을 발견할 수 있는 증거와 단서가, ‘페미니스트 킬조이’의 “형상”으로 구체화되는 데 있다. 이주 혼혈 유색인이자, 시스젠더 레즈비언으로서의 저자의 일상적 경험이 문학작품, 언론 보도, 언어학, 철학, 퀴어이론, 그리고 각지의 사람들이 저자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연대의 메시지)까지를 넘나들며 지적 사유를 기반으로 한, 행동주의의 언어로 탈바꿈한다.
‘문화비평가’의 입장에서 행복을 재정의하고, ‘철학자’의 테이블에서 개별성과 정체성을 논하고, 부러진 자리에 솟는 언어로 ‘시’를 쓰고, 대화의 열기와 연대를 동력 삼아 ‘행동’한다. 문화비평가, 철학자, 시인, 활동가의 네 범주에서 킬조이를 탐구하여 역사를 재구성하는 저자는, 이 모든 활동들의 중심은 “행동주의”임을 역설한다. “우리 자신을 철학적으로 논하기 위한 여정은 우리가 정치화라고 부르는 여정과 동일하다”라고 말하며. 즉 세상을 바꾸려 노력함으로써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게[해석하게] 된다 해도, 방점은 전자인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아메드식 글쓰기는 이 탐구 과정에서 포착한 핵심적 특징과 실천 지침을 간명한 문장으로 정리한 부분에서 빛을 발한다. 이 특징과 지침이 바로 “킬조이 진실, 킬조이 격언, 킬조이 다짐, 킬조이 등식”이다. 이는 모두 킬조이 행동주의로 가는 전략이다.
지성주의와 행동주의의 ‘가이드’
세상살이의 전략서로서의 ‘생명 줄’
최신판 ‘페미니즘 백과사전‘
페미니스트가 문제를 제기하면, 더 문제시되는 것은 그것을 제기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종종 문제를 제기한 사람을 제거함으로써 손쉽게 문제를 덮으려 한다. 그래서 페미니스트는 종종 이런 킬조이 진실에 마주친다. “문제를 폭로하는 것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는 저자가 제시하는 여러 ‘킬조이 진실’ 중에서도 핵심 진실이다. 이 ‘킬조이 진실’에서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킬조이 다짐’이 이어진다. “나는 기꺼이 불행을 초래하겠다.”
저자는 페미니스트가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설령 그로 인해 사람들이 불행해질지라도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관해 이야기할 ‘의지’가 있는 것이다. ‘의도’와 ‘의지’의 사이, 그 예리한 틈을 파고들어 정확히 구분해 냄으로써 저자는 페미니스트 킬조이를 구체화한다.
한편 킬조이 등식은 날카로워서 유머러스하고, 유머러스해서 고통스럽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킬조이 등식이 있다. “홉뜬 눈=페미니스트 교수법”
누군가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밝히기만 해도, 사람들은 눈을 홉뜬다. 이내 짜증스러워한다. 그 시선만으로도 페미니스트는 자신이 성가신 존재로 취급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런 취급을 당하지 않기 위해 페미니스트는 어떤 순간에도 그저 웃어넘겨야 할까? “우습지 않을 때는 웃지 마라!”
‘킬조이 다짐’은 일종의 실천 지침이다. 저자는 너무나 많은 언어폭력이 ‘웃기려는’ 의도에서 비롯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더 이상 불쾌한 농담을 웃어넘기지 말자고 제안한다.
아메드가 내미는 연대의 손길은 특히 이른바 백인 페미니즘에서 비껴 난 이들, 흑인, 소수인종, 갈색 피부의 사람들,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들을 향한다. 저자는 이들을 교묘히, 혹은 드러내 놓고 배제하는 백인 페미니스트들, 종이 위에서만 급진적인 ‘종이 페미니스트’를 비난하며, 이들이 킬조이 또한 전유할 가능성을 경계한다. 그리고 오드리 로드, 벨 훅스 등 저자에게 영감을 준 많은 흑인/소수인종 페미니스트를 인용하며, 그 계보를 이어 간다.
책 말미에는 페미니스트 킬조이들이 함께 읽을 만한 도서 목록을 따로 모아 두었다. 또한 독서 모임에서 논의해 볼 질문들도 있다. 저자는 결코 핸디하지 않은 이 책을 ‘핸드북’이라 명명하는데, 페미니스트 킬조이로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지침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주디스 버틀러가 이 책을 추천하며 말했듯 이 지침들은 “분노 속에서도 즐거운 저항의 가능성을 결코 놓지 않으며, 생각하고, 글 쓰고, 또 방금 쓴 것을 뒤집으면서, ‘고집스러움’이 생존 욕망의 한 형태임을 보여 준다”.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것, 전제되는 것이 아닌 성취해야 할 대상으로서 ‘연대’의 길을 가는 것 또한 이 지침들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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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페미니스트가 응답해야 할 일반적인 분노에 관한 이 이론서를 읽으며, 이상하고 흥미롭게도, 소리를 지르게 된다. 이 책은 너무 오랫동안 속박되었던 생명력을 발산하게 해, 횡격막에서 억눌려 있던 소리를 터져 나오게 했다. 아메드는 명료함, 분노, 기쁨을 가지고 매 장면을 이동하고, 각 후렴구를 통해 일상의 잔혹한 폭력을 드러내면서 삶을 긍정하는 반응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분노 속에서도 즐거운 저항의 가능성을 결코 놓지 않으며, 생각하고, 글 쓰고, 또 방금 쓴 것을 뒤집으면서, ‘고집스러움’이 생존 욕망의 한 형태임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발한 페미니스트 사상가의 겸손함이 내내, 빛을 발한다! 이 책은 트랜스젠더/페미니스트의 부도덕한 분열을 극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선물이다. 반인종주의와 장애권 투쟁이, 페미니스트·퀴어적 사고와 정치의 중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UCB) 비교문학·수사학과 교수, 철학자, 『젠더 트러블』 저자
페미니스트 킬조이의 아이콘, 사라 아메드는 자신의 입장을 굳건히 지키며, 이 작지만 거대한 책에서 진실을 말한다. 그의 강력한 말은 실제 삶에서 갈고닦은 강인한 사랑의 흔적을 빛나게 한다. 아메드의 지혜로 무장한 우리 세대, 즉 흑인과 유색인의 새로운 킬조이 세대는 백인 우월주의 이성애 가부장제의 폭정을 물리칠 무기를 갖게 될 것이다. 그 무기로 우리의 정신과 신체를 정의하려는 계략을, 집단적인 킬조이 목소리를 통해 무너뜨릴 수 있다!
- 하이디 사피아 미르자(Heidi Safia Mirza),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육연구소 평등학 명예교수
아메드의 작업은 나와 같은 페미니스트 학자들에게 오랫동안 시금석이 되어 왔다. 아메드가 약 25년간 작업해 온 자신의 가장 강력한 아이디어를 대중 독자들에게 전달한 것이 기쁘다. 이 책은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다. 세상을 이해하고, 우리의 모든 상호작용과 일상에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설득력 있고 강력하며 실용적인 안내서이다. 앞으로 수년간 내가 아끼는 모든 여성의 손에 이 책을 쥐여 주겠다. 필독서다!
- 서니 싱(Sunny Singh), 런던메트로폴리탄대학교 문학 교수
이 책은 성차별주의의 작동 방식에 대한 눈부신 분석이자, 영혼을 위한 위로다.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은 곧 킬조이가 되는 것이라는 아메드의 통찰은 계시적인 만큼 위안이 된다. 페미니즘을 둘러싼 나쁜 분위기, 불편한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폭풍 속에서 균형을 잡도록 해 준다. 이 책을 읽자. 그리고 모두에게 나눠 주자. 이 책은 생존하는 방법,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 해나 도슨(Hannah Dawson), 런던왕립대학교(KCL) 역사학 교수
저자의 꾸준히 지속되는 이 프로젝트[페미니스트 킬조이를 플랫폼화하고(platforming) 보호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활기차고 신선하다!
- 조러 시믹(Zora Simic),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SW) 인문학부 교수, 역사·젠더연구 학자
페미니스트의 책은 종종 우리가 세상을 좀 더 정의로운 곳으로 만들도록 용기를 북돋는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하게 될 불가피한 반발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고맙게도 사라 아메드의 이 책이 그 도구를 제공한다. 영감을 주는 동시에 매우 실용적인 책!
- 줄리아 서라노(Julia Serano), 트렌스젠더 페미니스트 학자, 활동가, 음악가,
『휘핑 걸(Whipping Girl)』 저자
페미니스트 킬조이에 대한 사라 아메드의 심오한 성찰은 우리의 반인종주의 페미니스트 공약이 하찮아지고, 대체되고, 지워지는 것의 영향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경험이다. 이 책은 반인종주의 페미니스트들을 여러 세대에 걸쳐 연결하고 페미니스트로서 사는 것, 페미니스트 킬조이가 되는 것이 즐겁고 집단적인 저항 형태이며 우리 모두를 포함할 만큼 포괄적임을 알려 준다. 도서관, 가정, 교실, 사회 운동 그룹에서 읽어야 할 감동적이고 뛰어난 책이다.
- 찬드라 탈파드 모한티(Chandra Talpade Mohanty), 페미니스트 학자,
『경계 없는 페미니즘』 저자
페미니스트 킬조이라면 이 책에서 아낌없이 제공하는 생존 노트에 감사할 것이다. 페미니스트 킬조이와, 킬조이라는 꼬리표를 받아들이려고 애쓰는 조용한 페미니스트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 프리스카 도르카스 모히카 로드리게스(Prisca Dorcas Mojica Rodríguez),
『날카로운 날과 부드러운 심장을 가진 갈색 피부의 여자아이들을 위하여(For Brown Girls with Sharp Edges and Tender Heart)』 저자
기술관료들로부터 어떻게 페미니즘을 되찾을 수 있는지를 다룬, 매우 현실적이고 기초적인 입문서.
- 라피아 자카리아(Rafia Zakaria), 『백인 페미니즘에 맞서(Against White Feminism)』 저자
그렇다. 이 책은 당신의 손안에 있어야 한다.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우리의 손은 협력을 통해 뻗어 나가고, 울타리처럼 확장하고, 항의의 주먹으로 솟아오르고, 환상적인 우아함과 얽혀 있다. 아마도 당신은 기억하기 위해 손으로 직접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의 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새로운 가능성을 알게 된다.
- 알렉시스 폴린 검스(Alexis Pauline Gumbs), 『익사하지 않은(Undrowned)』 저자
이 열렬한 선언문에서, 아메드는 종종 불투명한 연구 분야를 인상적일 정도로 명확히 펼쳐 낸다.
- 《퍼블리셔스위클리》
페미니스트와 사회운동가라면 이 책이 용기를 북돋는다는 것을 확신할 것이다. 활동가들의 일은 종종 도전적이지만,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 《커커스리뷰》
이 책은 고통과 소진, 연민의 피로감, [주위에 미세하게 산재된] 공격들 때문에 상실되어 버린, 활력과 즐거움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페미니즘, 일상, 지성주의(intellectualism), 시, 그리고 행동주의(activism) 사이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들은, 단언컨대 이 책을 좋아할 것이다!
- 《라이브러리저널》
사회적 변화가 시급한 이 시기에, 이 책은 소외감을 느끼거나, 하찮다고 여기거나,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를 위해 매우 예리하고 쓸 만한 도구를 제공한다. 중요한 이론가의 풍부하고도 편견 없는 이 제안을 읽어 보기를 적극 권한다!
- 《아이리시타임스》
작가정보
저자(글) Ahmed, Sara
(Sara Ahmed)
페미니즘 및 퀴어이론, 인종 연구의 교차점에서 활동하는 연구자. 이주, 차이, 정체성, 문화 등을 주제로 탐구하며, 생활세계와 제도문화에서 권력이 어떻게 확보되고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지를 주로 연구한다.
2004년부터 골드스미스 런던대학교(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에서 인종·문화연구 교수로 지냈으나, 2016년에 학내 성추행 사건에 대한 학교 당국의 처리에 항의하며 사임한 후, 독립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다. “킬조이 선언”을 비롯해 제도권에 머물지 않는 실천적 활동가로도 유명하다.
페미니즘 분야의 독창적 연구에 수여하는 FWSA상(2011년)을 받았으며, LGBTQ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LGBTQ 연구 센터인 CLAGS에서 수여하는 케슬러상(2017년)을 받았다. 스웨덴 말뫼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2019년)를 받았다.
오드리 로드(Audre Lorde), 글로리아 안잘두아(Gloria Anzaldúa) 등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들의 작업을 생명 줄 삼아 감정의 구조를 현상학적으로 탐색함으로써 권력의 작동 방식을 분석하는 연구물을 꾸준히 발표했으며, 영국인 어머니와 파키스탄인 아버지를 둔 배경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경험, 유색인 여성으로서의 경험이 녹아든 실천적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다.
『그때와 지금의 퀴어(Queer Then and Now)』『항의하라!(Complaint!)』『쓸모란 무엇인가?(What’s the Use?)』『퀴어 현상학(Queer Phenomenology)』등 책 다수를 집필했으며,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감정의 문화정치』『정동 이론』『행복의 약속』『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가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통번역대학원 한불과에서 국제회의 통역 석사학위를 받았다. 프리랜서로 기술 통번역과 출판번역을 넘나들며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컬티시』(공역)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총 4권, 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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