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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강재훈 지음
한겨레출판사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4년 02월 23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1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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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21.59MB)
ISBN 979117213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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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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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해 온 사진 작가 강재훈의 별명은 ‘분교 사진가’다. 1983년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이 발표된 후 전국의 많은 분교가 폐교될 위기에 처하자 그때부터 작은 학교들을 찾아 사진에 담아 왔다.

나무를 만나러 다니기 전 강재훈의 오랜 시간에는 ‘분교’가 있었다. 무려 30년. 나무가 들으면 웃을 일이지만, 사람에겐 뼈가 굽고 닳는 인고의 시간. 강재훈의 땀내 나는 목격, 집요한 기록이 없었다면 우리에게 남은 ‘분교 이야기’는 너무 초라해 창피했을 것이다. _노순택(사진 작가)

이렇게 30년 동안 분교를 찾아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얻은 또 하나의 행복이 있었으니 바로 수많은 나무와 친구가 된 일이다. 제 살이 찢기는 고통에도 길가의 철망을 품은 채 자라는 가로수, 커다란 바위를 가르며 자라는 소나무,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나이테에 새긴 채 한결같이 폐교를 지키는 포플러, 쇠락한 마을 한가운데서 주렁주렁 감을 매단 채 아이들의 돌팔매질을 그리워하는 감나무, 담벼락에 그려진 나무 그림과 어우러져 자라는 장미, 스스로 열을 내어 눈얼음을 뚫고 꽃을 피우는 복수초, 붉은 꽃과 흰 꽃이 한 몸에 핀 매화 등 저마다의 모습과 사연을 가진 나무들과 우정을 나눈 것이다.
이 듬직한 친구들은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저자를 반겨 주고 묵묵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때로는 누구보다 수다스럽게 자기가 겪은 눈보라와 비바람, 야생동물과 곤충들의 이야기를 저자에게 들려주었다. 그래서 나무의 사진을 찍는 것보다 그들과의 대화가 더 즐거울 때도 많았다. 이러한 소통과 교감은 저자의 일상과 마음을 한결 단단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 에세이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은 이토록 멋지고 소중한 친구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강재훈 작가가 특별히 마련한 장이다. 전시회에 걸렸던 작품들 중 100여 컷의 사진을 엄선하고 여기에 섬세한 감성이 돋보이는 글을 곁들였다. 소설가 현기영은 “이 책에 실린 나무 사진들은 신비롭게 아름다우며, 그 사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또한 우리 가슴에 따뜻하게 스며드는 시적 감화력을 갖고 있다.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은유적으로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나무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나무를 그려 냈다”고 찬사를 보냈다.
30년 넘도록 나무와 교류해 온 사진 작가의 경이롭고 낭만적인 탐목기(探木記)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나무와 자연이 선사하는 평온과 위안을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삶과 일상을 싱그럽게 만들어 줄 멋진 친구들이 생각보다 주변 가까이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들어가는 말: 친구를 대하듯 사진을 찍다

1장 내일은 더 괜찮아질 거라고 나무가 말했다
그 나무가 나를 불러 세웠다
사진으로 그리는 제주 동백과 4·3
바위를 가르며 자라는 나무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쌓인 나이테
나무처럼 숨 쉬며 살고 싶다
감나무는 아이들의 팔매질이 그립다
사람은 걸어 다니는 나무
담벼락에 나무를 그리는 마음
어린이대공원에서 천년 나무를 생각하다
두 물이 만나는 곳에 서서

2장 나무라지 않는 나무
꿈은 찬 우물에 눈 쌓이듯 자란다
양철 지붕 밑 최고의 빗소리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한 나무에 핀 홍매와 백매
농간을 배척하는 배롱나무
눈과 나무가 멋지게 만나려면
바람불이를 지키는 상록수
나무 사이로 달이 뜨면 마음도 달뜬다
나무의 배려는 수줍음에서 나온다
황금 들판을 가로지르는 꽃상여

3장 철망도, 절망도 모두 품는다
함께 잘 살자고 당산나무에게 빌었다
가까이에서 친구 나무를 찾는 법
고향이 그리워서 나무를 본다
온몸으로 철망을 품은 나무
숲길에서 삶의 길을 만나다
나무와 더불어 사는 생명들
눈얼음을 뚫고 봄을 부르는 복수초
단종과 청령포 관음송
미래를 베지 말아 주세요

나가는 말: 오묘한 나무 오묘한 친구

그저 산등성이 너머에서 바람이 불어왔을 뿐 나무는 아무 말이 없었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의지할 친구 없이 혼자 서 있는 나무였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십수 년이 되었다. 해마다 계절마다 그 나무를 만나러 가서 사진으로 남겼다. 사계절 한시도 바람 잘 날 없어 ‘바람불이’라 이름 지어진 능선을 눈 부릅뜨고 지키는 파수 나무. 이제는 만나면 반갑다고 인사도 나누고 지난여름 비바람이 얼마나 거셌는지, 지난겨울 눈보라가 얼마나 매서웠는지 묻고 대답하는 사이가 되었다. 최근 몇 번은 분교에 들르지 못해도 일부러 그 나무만을 보러 달려갈 만큼 보고 싶은 사이가 되었다. _20~21쪽

폐교되기 전까지 교문 옆에서 30여 년 동안 마을 아이들 169명의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포플러. 폐교된 뒤로 또 20여 년이 지났다. 나이테마다 아이들의 사연이 켜켜이 쌓여 있을 것 같고 재잘거림이 녹음되어 있을 것 같다. 끌어안고 살포시 귀를 대 보니 1998년 여름의 순애, 영광이, 수창이, 보람이가 내 마음속으로 달려와 인사를 한다. 마치 연포분교에 다녔던 벼루메마을 아이들이 여기 다시 모여 수다를 떠는 것처럼 햇살을 받은 포플러 잎이 바람에 팔랑이며 반짝인다. 나무껍질을 손으로 쓰다듬으니 우듬지 끝 나뭇잎이 한결 더 떨리는 것 같다. 분교에 다니던 시절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와 노랫소리는 물론 웃고 울고 뛰놀던 모든 추억이 기록되어 있을 타임캡슐이 열리는 것인가. 하늘로 연결된 안테나가 작동을 시작한 것이리라. _48쪽

피앗재와 사무곡의 감나무는 둘 다 산 깊은 골짜기에 뿌리를 내린 탓에 수령이 오래되도록 그 자리에서 감꽃을 피우는 것 같다. 농원처럼 감을 대량으로 재배하는 곳에서는 보기 드물게 아름드리로 큰 것을 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사람의 왕래가 적고 외딴곳에 자리한 나무들이 보호되는 시대다. 하지만 홀로 외로운 이 감나무는 오히려 개구쟁이 동네 아이들의 팔매질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감이 익을 무렵이면 길 가던 아이들이 나뭇가지나 돌을 던져 감을 떨어뜨리고 그 감이 아직은 덜 익어 떫더라도 그것으로 주전부리를 대신하던 시절이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는 마을을 떠나간 그 아이들과 함께 추억마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시대다. 피앗재에도 사무곡에도 함께 살던 많은 사람이 점점 떠나고 마을이 소멸할 날마저 머지않은 듯하다. 안타까움이 인다. _63~64쪽

나무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했다. 나무는 버릴 것 없이 모든 것을 주고도 더 주려고 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그래서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 어려워서 그렇지, 나무처럼 살 수만 있다면 그 인생은 참 잘사는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나무가 모여 숲이 되는 것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이웃이 되고 마을이 되고 국가가 된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자연 그 자체인 것처럼 나부터 나무가 되고자 한다면 우리는 숲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이 곧 한 그루의 나무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에 나무에 대한 동경심을 내려놓지 못한다. _77~78쪽

지구가 도는지 아니면 바람이 부는지 잎을 떨군 버드나무 가지가 일렁인다. 나무 밑에 서서 바람 따라 흩날리는 버드나무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나도 따라 흩날린다. 이때 보슬비라도 내리면 사진 이미지 안에서도 비가 내리고 기분 또한 비를 닮는다. 얼굴에 닿는 비의 촉감과 바람결에 이미 나는 중독되었음을 고백하겠다. 특히 비 맞은 검은 나무들은 숲에 풀린 잿빛 물감이 칠해진 듯 무게감이 더하다. 큰 나무에는 정령이 깃들어 산다는 말처럼 이날의 나무는 이미 신령스럽다. 하여 나는 나무에 의지하고 있음을 느낀다. _84쪽

어떤 예술가의 표현을 빌자면 빗소리 중에서는 역시 양철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최고라 했다. 지붕 처마에서 이어 마루 끝까지 덮은 양철 지붕 밑에 앉아 여름 소나기의 즉흥 연주를 들어 본 사람들은 그 기억을 잊지 못하리라. 그리고 그 기억 때문에 비가 내리면 빗소리가 가까운 곳으로 나서지 않을까 싶다. (중략)
그 좋아하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깊은숨을 쉬어 보면 어떨까. 눈은 감고 귀는 열어 들리는 소리에만 집중해 보자. 머리에 가득한 상념을 내려놓고 청음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명상 아니겠는가. 바로 그 순간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것이다. _110쪽

늘 걷는 길에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나뭇가지 끝 우듬지에 잎이 달리지 않는 녀석이 궁금했다. 나무는 말이 없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태어난 자리에서 한발도 움직이지 못한 채 평생을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사람처럼 병원에 갈 수도 없다. 단지 자신의 몸으로 에둘러 표현하기에, 그 아픔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정상이 아닌 비정상의 모습. 몇 해째 봄이 와도 나뭇잎을 달지 못하는, 저 바늘처럼 뾰족한 우듬지에 혹시라도 어느 봄날 초록의 새잎이 돋아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은 기다림. 검은 나뭇가지 위에 찾아온 새들이 강 쪽에서 불어온 바람에 뒤뚱거리다가 날아간다. 내 시선과 마음은 날아간 새를 쫓지 않고 우듬지 끝에 머물러 있다. _115~116쪽

눈과 나무는 어떻게 만나야 멋진 사진이 될까? 정답은 없다. 사람의 마음 따라 그려지기 때문이다. 선조들의 옛 그림에는 여백의 미가 있다고 배웠다. 그 여백은 정말 비어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려지지 않은 것보다 더 깊은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야 제대로 보는 것이다. 사진을 하는 나는 명상이나 치유의 요소가 되는 사진에 생각이 많이 닿아 있다. 누군가가 내가 작업한 사진을 보고 만에 하나 조금이라도 마음이 평온해질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혹은 정말 아주 조금이라도 세상살이에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었다고 하면 그보다 더 큰 성과가 어디 있겠는가 싶다. _132쪽

바람이 많이 불기로 유명해 이름까지도 ‘바람불이’라 불리는 지역이다. 바다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바람이 백두 대간을 넘으며 골짜기마다 빠르게 저공비행하니 그 벌판의 작은 소나무가 활처럼 휠 정도로 세차다. 바람이 비를 싣고 오면 비바람을 맞아야 하고 눈을 싣고 오면 눈보라를 맞으며 서 있어야 하니, 나 또한 자꾸만 그 나무가 궁금하고 그리워서 먼길을 달리고 또 달려가곤 했다. 갈 때마다 다가가서 묻는다. 외롭지 않았냐고, 신나는 일은 없었냐고. 나무는 애처롭고 외로워 보이기도 했지만 참으로 의젓하게 잘 버텨 주었다. 구름을 타고 날아 보기도 하고 안개 속에 숨어 며칠을 지내기도 했단다. 한 해, 두 해, 세 해, 네 해. 한번 정을 주면 몇 번이고 다시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던 내게 그 어느 날이 찾아와 주었다. 큰 산 그림자가 소나무를 받쳐 품 넓게 살펴 준다고 느껴지는 순간 내 카메라가 그를 향했다. _138쪽

숲으로 가자.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깊은숨을 쉬어 보자. 숲의 다양한 풀, 꽃, 나무가 내뿜는 향기 섞인 공기는 몸을 맑고 향기롭게 깨워 준다. 입으로 쉬는 숨보다 코로 쉬는 숨이 우리 몸속을 더 깊게 구석구석 여행하며 차분히 생각할 시간으로 인도한다. 느끼려고 하지 않아도 숲과 나무는 이미 곁에 가까이 와 있다. 조금 여유를 갖고 발걸음 끝에 만나는 나무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자. 네 이름은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 느리게 살피다 보면 나무마다 껍질(수피)에 새겨진 문양과 모양새, 그리고 나뭇잎의 생김새가 서로 다르다는 게 눈에 들어온다. 모두 제각각인 생김새에는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이력이 각인되어 있다. _175쪽

나무를 좋아해서 나무 사진을 찍은 지 꽤 오래되었다. 특히 어떤 나무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 없는 나무 사랑이라 좀 쑥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속리산 정이품송이나 용문산 은행나무처럼 유명하거나 전설이 깃들고 사연이 있지 않아도 좋다. 많은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가 그 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야 마는 제주 새별오름 앞 홀로 선 나무가 아니어도 좋다. 그냥 이름 없고 사연이 없어도 시골길 어느 모퉁이에서 있다가 나를 불러 주는 나무, 야산 나대지에서 비바람에 힘겨워하는 나무, 추수 끝난 밭두렁 끝에서 혹한의 눈보라를 온몸으로 견뎌 내는 나무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강원도 오지 산골 도롯가에 서서 늘 나를 불러 주던 인연으로 십수 년을 찾아가 수십 차례 사진 찍었던 나무가 어느 날 잘려 사라진 아픔도 나눠 봤다. 나무를 왜 찍느냐? 나무의 어떤 풍경을 찍느냐? 스스로 자문해 보면 아마도 어린 시절의 고향 풍경을 잊지 못함에서 비롯되는 것 아닌가 싶다. _183~185쪽

2014년 10월 12~14일, 스키장을 만들기 위해 애써 지켜 온 천혜의 자연을 무참히 파괴하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의 해발 1000미터 벌목 작업 현장. 아름드리나무가 채 1분도 안 걸려 땅에 곤두박질쳤다. 순식간에 나무의 100년 세월이 눈앞에서 사라진다. 높이 20미터가 넘는 참나무와 자작나무들이 평균적으로 2분에 세 그루씩 전기톱에 잘려 속절없이 쓰러졌다. 지름 70~80센티미터나 되는 신갈나무와 음나무 고목들은 이미 시체가 되어 100년 넘은 나이테를 드러낸 채 땅바닥에 누웠다. 아직도 자기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내면 살아날 수 있을 거라 믿고 흘리는 나무의 수액이 절단면에 번진다. 그 모습이 마치 너무 아파서 흘리는 눈물 같다. 마음이 짠하고 애처롭다. _235~236쪽

“내일은 더 괜찮아질 거라고 나무가 말했다”
나무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평온과 위안

강재훈 작가는 34년간 사진 기자로 근무하면서 숱한 현장을 누비고 다녔고, 자신의 이름을 딴 ‘강재훈사진학교’에서 25년째 강의하며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또 지금까지 50회 이상 사진전을 열고 11권의 사진집을 출간했다. 이처럼 저자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모두 최선을 다했고 인생이란 트랙을 열정적으로 달렸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몸과 마음을 돌보지 못한 채 항상 쫓기듯 살았고 점점 여유를 잃었다. 종종 “생각의 끈이 느슨해지거나 배터리가 방전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고(87쪽) “그저 목표를 향해 쏘아진 화살처럼 날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243쪽) 빌딩 숲 사이를 걸을 때면 미루나무 숲이 있던 고향의 정경이 몹시 그리워지기도 했다.
그날도 강원도 산골 분교를 찾아 사진 작업을 마친 후 자동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주변 풍광에 눈길 한번 주지 못할 정도로 분주한 귀갓길이었다. 그런데 어느 산등성이에 홀로 선 나무 한 그루가 빠르게 곁을 지나며 손을 흔드는 게 아닌가. 마치 자기를 불러 세우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뒤로 몇 년 동안 분교를 다녀올 때마다 찰나의 지나침이 반복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저자는 차를 멈추고 그 나무를 찾아가 물었다. “왜 자꾸만 나를 부르는 거냐”고.
그렇게 시작된 ‘그 녀석’과의 인연은 10여 년 동안 이어져 나중에는 일부러 안부를 물으러 달려갈 만큼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정년퇴직을 몇 달 앞두고 찾아갔더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잘려 죽어 있었다. 마음이 너무도 쓰리고 허망했다. 미안한 마음에 막걸리를 사다가 잘린 그루터기에 뿌려 주고 절을 했다. 잘 가라고, 고맙고 그리울 거라고 말해 주었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잘린 나무토막 하나 주워 들고 산에서 내려왔다. 그 나무는 무서운 속도로 앞만 보고 달렸던 그의 자동차를, 그의 일상을 멈춰 세우게 했다. “스치듯 만났던 짧은 인연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고, 오랜 인연이라고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님”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렇게 나무와의 인연은 더욱 특별해졌다.(15쪽)
힘겨운 세상살이에 지쳐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을 때, 불안과 분노에 사로잡혀 숨이 막히고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저자는 자연으로 걸어 들어가 나무와 사귀어 보라고 권한다. 비바람과 눈보라의 역경에도 꿋꿋하게 서 있는 나무가 우리를 다독여 줄 테니 말이다. “강과 산이 들려주는 물바람 교향곡을 듣고 산사를 돌아 나오는 바람결의 진언 한마디를 품에 안으면”(90쪽) 막혔던 숨이 탁 터지면서 새로운 기운이 솟아나고 다시금 삶의 현장으로 돌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나무가 하늘을 치받지 않고 하늘이 허락하는 대로 자라듯, 사시사철 변화에도 역정 내지 않고 순응하며 느리게 자라듯, 눈비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하나도 안 자란 듯”(72쪽) 우리도 나무처럼 살다 보면 어느새 그 친구보다 훌쩍 커지고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들숨 같은 나무를 만나 날숨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나무와 친구가 된다는 것의 가치와 의미

오랫동안 나무들과 교류해 온 작가의 마음속에는 자연스럽게 나무가 들어 있다. 그래서 그는 나무를 닮았다. 나무를 닮은 그가 도시 생활에 정신 사나워진 우리에게 자기처럼 나무를 닮아 보라고 권한다. 그 방법은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 선택해서 친밀하게 사귀는 것이라고 한다. _현기영(소설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나무를 어떻게 사귀어야 할까? 방법은 따로 없다.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저자는 집 가까이에서 마음에 드는 나무 하나를 골라 친구로 정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아침 출근길에 살펴보고 저녁 귀갓길에 또 살펴볼 수 있으니까.(180쪽)

봄은 생동감이 최고라면 여름은 왕성함이고 가을은 풍성함이다. 그리고 겨울은 고요함. 그렇다면 나무에게 사계절은 어찌 올까? 봄은 꽃으로 오고 여름은 잎으로 온다. 그리고 가을은 열매로 오고 겨울은 나무껍질(수피)로 온다는 말이 있다. 매일 만나는 나무를 살피며 서로 함께 삶의 기쁨이나 어려움을 나눌 수 있다면 그 나무는 이미 반려목이고 친구 이상의 치유목이 된 것이다. _본문 중에서

동네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산과 숲, 강가에서 친구 나무를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랜만에 한 번씩 찾아가 안부를 나눈다면 조금 더 각별해질 테니까. 혹은 무심코 지나치던 곳을 친구 나무 핑계 삼아 더 자주 찾게 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나무와의 관계를 통해 삶의 자세를 배우는 것이다. 혼자 하는 말과 상대가 있는 말은 다르고, 혼자 먹는 밥과 여럿이 함께 먹는 밥이 다르다. 혼자 웃으면 그 웃음은 입가에 머물러 쓴웃음이 되기 쉽다. 아무리 뿌리가 강하고 가지와 잎이 무성한 사람이어도 혼자서는 견뎌 내기 어려운 게 세상살이다.(152쪽) 우리가 친구 나무에게 의지하듯, 나무와 나무가 서로 어울려 숲을 이루듯, 사람도 이웃과 어울려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나무는 사람과 자연을 이어 주는 가교다. 나무와 친구가 된다는 것은 자연과 더 깊이 이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간의 끝없는 탐욕 때문에 지구 생태계는 극심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자연의 경이로운 생명력과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영영 잃고 말 것이다. 오랜 세월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해 온 강재훈 작가가 나무를 특별하게 여기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나무와 친구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무와 사람 사이를 이어 주는 든든한 가교가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강재훈

사진가 겸 산림 교육 전문가. 《한겨레》 《한겨레21》 《씨네21》 사진부장과 한국사진기자협회 김용택사진기자상 이사장, 국회 미래연구원 미래사진전 책임 사진가 등을 역임했다. 현재 사진 집단 ‘포토청’ 대표, 서울 광진마을기록단 대표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분교-들꽃피는 학교》 《산골분교운동회》 《골목안 풍경 그후》 《작은 학교 이야기》 《사진으로 생각 키우기》 《부모은중》, 사진을 찍은 책으로 《산골 아이》 《이런 내가, 참 좋다》, 공저로 《우리가 사랑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14인》 《사진가의 가방》 등이 있다.
30년 이상 신문사 사진 기자로 근무하면서 ‘한국보도사진전 최우수상’ ‘올해의 사진기자상’ ‘이달의 보도사진상’ 등을 수상했다. 국내 여러 대학과 언론사에서 포토저널리즘과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해 강의했고, 자신의 이름을 딴 ‘강재훈사진학교: 강재훈 포토 아카데미’에서 25년째 강의하고 있다. 또 현재까지 50회 이상 개인 및 단체 사진전을 열고 11권의 사진집을 출간하는 등 자신만의 사진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100여 곳이 넘는 작은 학교(분교)와 그곳의 아이들을 사진으로 기록해 왔는데 덕분에 ‘분교 사진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분교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또 하나의 행복은 다양한 나무들과 친구가 된 것이다. 제 살이 찢기는 고통에도 철망을 품고 자라는 나무, 커다란 바위를 가르며 자라는 나무, 아이들이 떠난 분교를 한결같이 지키는 나무, 가슴 아픈 역사를 나이테에 새긴 나무,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베어지고 뿌리 뽑힌 나무 등 저마다의 외형과 사연을 간직한 친구들 덕분에 저자의 일상과 마음이 한결 단단하고 풍성해질 수 있었다. 이 책은 이토록 멋지고 소중한 친구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나아가 자랑하기 위해 저자가 마련한 장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도 자신처럼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 곁에 두기를, 서로 의지하고 배려할 수 있는 반려목을 찾기를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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