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 1역
2024년 02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12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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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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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휘몰아치는 압도적 반전,
전설적 미스터리를 마음껏 즐겨주십시오.”
_옮긴이 양윤옥
“마술적인 묘사와 트릭이 매혹적인 악몽을 연출한다.
그야말로 렌조 미키히코 그 자체.
어깨를 나란히 할 이가 없다.”
_아야쓰지 유키토(《십각관의 살인》)
렌조 미키히코 작품 중 최다 복간
‘올타임 베스트 렌조 미키히코 장편’ 1위
일본 방영 인기 드라마 원작
《백광》과 《열린 어둠》으로 독자들을 충격과 황홀경에 빠뜨렸던 격조 높은 미스터리의 제왕 렌조 미키히코가 돌아왔다! 장편소설 《7인 1역》은 1984년 일본에서 초판 출간 이후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차례 복간이 이어져 ‘불사조 미스터리’라는 별칭을 얻은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모모에서 최초 출간되었다.
독보적 아름다움을 무기로 연예계에서 톱 모델로 군림하던 미오리 레이코. 어느 날 자택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살해 용의자로 그녀의 파혼남이 경찰에 체포되지만, 새로운 ‘범인’이 잇달아 등장한다. 스스로를 범인이라 믿는 일곱 남녀는 자신이 레이코를 살해한 상황과 방법이 나머지 여섯 명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불가해한 수수께끼에 직면하는데….
렌조 미키히코는 미스터리의 관습을 완전히 깨뜨린 구성, 일곱 번의 수수께끼와 미스디렉션, 팜므 파탈 캐릭터가 일곱 명의 심리를 몰아붙이는 숨가쁜 전개, 우수가 짙게 깔린 분위기에서 휘몰아치는 마지막 대반전까지 철저히 계산된 서술로 광기 어린 사랑과 파멸의 심리를 매혹적인 세계로 펼쳐보인다.
겨울비와 함께 발견된 아름다운 시체. 정체를 감춘 인물의 머리 위로 은빛 선들이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장면을 상징화한 표지를 차려 입고 한층 더 아름답고, 더 불가해하게 돌아온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 독자들이 단연코 또 한번 렌조 미키히코를 추앙하게 만들 전설의 미스터리다.
2장 발견자 47
3장 경찰 67
4장 용의자 73
5장 경찰 85
6장 누군가 109
7장 누군가 131
8장 누군가 157
9장 누군가 173
10장 누군가 189
11장 경찰 209
12장 누군가 231
13장 누군가 249
14장 경찰 265
15장 누군가 273
16장 누군가 287
17장 경찰 299
18장 공범 305
옮긴이의 말 353
화려함의 어딘가에 그늘진 뜨거움을 함께 짜 넣은 듯한 신비한 시선, 얼음이 불타오르는 기적마저 믿게 할 듯한 시선뿐이었다.
“그래, 모델이야. 모델로서는 완벽한 표정이지.” p.116
디자이너들은 하나같이 검게 빛나는 내 눈이며 원래는 회색인데 빨간 립스틱을 바르면 회색도 붉은색도 아닌 신비한 색깔로 변하는 내 입술을 이유로 포도주색 벨벳이든 검은 레이스든 어떤 소재, 어떤 색에나 반짝거리는 금실이 섞인 의상을 입히려 했다. 모두 다 밤에 어울리는 의상뿐이라서 항상 어둠이 내 마음속까지 스며들고 피마저 거무스름하게 변할까 봐 두려웠다. p.12
열여덟 살 때는 양과자점 출근 시각에 일 분만 늦어도 얼굴이 새파래지고, 술 취한 손님이 외설스러운 말 몇 마디만 던져도 벌벌 떨었는데. p.16
게다가 술잔 두 개 사이의 거리는 10센티미터 정도뿐이다. 그렇다, 단지 10센티미터만 옮기면 되는 것이다. 완전히 똑같은 두 개의 술잔 중 하나를 마시면 죽음이 찾아오고 다른 하나를 마시면 기분 좋은 취기가 찾아온다는 게 문득 신기한 기적처럼 느껴졌다. p.38
나는 지금의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죽음의 의상을 입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쇼 무대가 시작되리라. 오 초 후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p.45
언젠가 정말 죽고 싶어졌을 때, 나는 유서에 어떤 말을 남기게 될까….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불쑥 하얀 종잇장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다. 최소한 죽기 전에나마 진실을 남겨두고 싶은데 그녀의 인생에는 글로 남길 만한 진실한 말 따위, 단 한 마디도 없었다. p.129
방금 전까지 사람들과 같이 있었는데 너무 외로워서 그만 죽자고 결심했어요. p.140
“당신은 착해요.” p.142
“우는 거 아니에요. 거짓 눈에서 흐르는 거니까 이 눈물도 가짜야….” p.146
그가 찍어준 화보며 포스터를 무기로 그녀는 세상을 헤엄치기 시작했다. 표면은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이지만 물속 깊이 무수한 피라냐 떼가 사냥감을 노리며 기다리는 호수에서. p.159
“내가 정말로 성공 따위를 꿈꾼 줄 알아요? 나는 단지 이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당신들과 똑같은 수위까지 타락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마르탱의 더러운 손도, 당신의 창피한 줄 모르는 눈빛도, 진짜 나를 잊게 해주지는 못했어. 문득 돌아보니 엉망으로 망가진 잔해뿐이었어. 당신과 똑같은 쓰레기였다면 아마 이런 잔해 같은 몸이라도 질질 끌고 살아갔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나였어.” p.180
그와 똑같이 흠칫 놀란 표정으로 돌아본 그 남자 친구와 레이코는 어쩌면 평범한 가운데 나름대로 행복한 일생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런 평범한 얼굴을 겨우 한 달 사이에 눈을 홱 돌리고 싶을 만큼 추한 얼굴로 뭉개버린 것도, 모든 젊은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만큼 아름다운 얼굴로 바꿔버린 것도 그였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그가 바꿔버린 것은 그녀의 운명이었을 것이다. p.239
12월 4일은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그전에 사체가 발견된 날에도 비가 왔지만, 그때부터 이미 겨울빛이 완연했다. 그날 내린 비도 계절이라는 단어를 포기한 것처럼 회색빛에 차갑고 메말라 있었다. 주위에서 소리와 색깔을 앗아가며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으려니 겨울은 계절이 아니라 그저 가을에서 봄까지의 허망한 틈새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p.266
제1막이 레이코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린 것처럼 어긋나버린 제2막이 나의 죽음과 함께 무사히 막을 내리는 것…. p.352
“나는 일곱 번 살해되었다…”
극도로 불가해한 일곱 번의 수수께끼
사진작가, 여성 디자이너, 신인 남성 디자이너, 광고주, 동료 모델, 레코드 디렉터, 젊은 의사. 직업도 나이도 제각각인 일곱 사람이 미오리 레이코의 맨션에 각기 다른 시간에 초대된다. 그리고 모두가 예기치 않게 그녀를 죽이고는 황급히 맨션을 떠나며 이렇게 안심한다. “레이코가 알려준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으니 내가 범인으로 지목될 일은 결코 없다….” 하지만 레이코의 시체가 발견된 후부터 충격적 전개가 이어진다. 일곱 명 범인 중 하나가 살해 방법을 유서에 낱낱이 밝힌 채 자살해버린 것. 공개된 유서를 본 나머지 여섯은 유서의 내용이 자신이 레이코를 살해한 방법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을 알고 현실과 망상을 오가며 극도의 공포감에 빠진다.
이 소설에서 렌조 미키히코는 미스터리 룰을 과감히 뒤집어 독자에게 신선한 재미와 충격을 준다. 또한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죽었는지 대부분의 미스터리가 작품 말미까지 숨겨두는 살해 방법을 서두에서 밝히고 있는 점, 서술 트릭이 명쾌하게 해결된 후에도 진범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은 기존의 미스터리 문법을 완전히 뒤집는 경지라 할 수 있다.
일곱 명 모두가 범인이라면 레이코는 일곱 번 죽은 셈이다. 가능한 일일까? 일곱 명 모두가 살인범이 아니라면 진범은 누구일까? 아니 진범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자살과 타살이 뒤섞이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겹쳐지는 마술적 미스터리. 독자는 작가가 만들어 놓은 촘촘한 그물에 단단히 걸려 옴짝달싹 못한 채 홀린 듯 책장을 넘길 도리밖에 없을 것이다.
“가짜 인생이니까, 기쁨도 슬픔도 가짜야”
허식의 세계에서 추는 파멸의 춤
독특한 인물을 창조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렌조 미키히코가 《7인 1역》의 핵심 인물인 미오리 레이코를 공들여 빚어낸 솜씨를 보자. 남자를 후리는 데 “타고난 팜므 파탈”, “인기와 미모로 인해 스스로를 잃어버린 어리석은 여자”, “허식 속에서나 광채를 내뿜는 모조 다이아몬드”. 전부 세간에서 톱 모델 미오리 레이코를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얼굴에도 몸에도 마음에도 ‘진짜’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던 그녀. 이 소설은 공허함과 쓸쓸함이 짙디짙게 깔려 있다. 가슴에 공허함과 쓸쓸함이 차곡차곡 쌓인 미오리 레이코는 결국 파멸을 설계하는 악녀로 분한다. 일곱 명 모두를 살인자로 만듦으로써 그들이 평생토록 죄책감과 후회에 짓눌리며 생지옥에 살게 만든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사회에 만연한 과시적 삶에 현혹돼 우울감을 그림자처럼 달고 살아간다. ‘진짜’가 없는 “허식의 세계”에서 “늘 추웠고” 다만 “착한 마음”을 가진 “인간다운 사람”이 그리웠다는 본문 속 레이코의 독백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그녀는 어쩌면 일곱 명에게 자신을 죽일 기회를 주면서도 자신을 살릴 착한 마음을 바랐던 것은 아닐까? 이렇듯 작가의 모순된 의도를 들여다보게 하는 것도 이 작품의 미덕이자 묘미다. 제게 남은 유일한 ‘진짜’, 단 하나 인공적인 것이 아니었던 레이코의 눈빛에서 당신은 과연 어떤 진심을 읽어낼까?
렌조 미키히코만의 대담한 발상, 감각적인 묘사, 그러면서도 속도감 있게 흘러가는 전개, 곳곳에 숨은 복선과 모든 설계가 맞아 떨어지는 완성도는 이 작품이 왜 일본에서 다섯 차례나 복간될 정도로 독자의 크나큰 애정을 받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특유의 반전과 분위기로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매번 독창적인 이야기로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비추는 렌조 미키히코의 세계에 과감히 입장해보자.
일본 독자들의 생생한 리뷰
★★★★★렌조 미키히코의 장편소설 중 단연 최고!
★★★★★작가의 의도를 깨달은 순간 깜짝 놀라서 책을 떨어뜨렸다. 독자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기발한 작품
★★★★★에로틱하고 그로테스크한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
★★★★★화려한 트릭과 감각적 표현으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그려낸 미스터리의 걸작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는 마지막 순간의 카타르시스가 압권!
작가정보
連城三紀彦
‘장르적 재미’와 ‘문학적 예술성’으로 독자들로부터는 탄성을 자아내고, 동시대 작가들에게는 경외에 찬 질시를 받은 천재 작가.
1948년 나고야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1975년 《변조, 둘이서 한 옷 입기》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탄식이 터질 만큼 유려한 문체, 기예에 가까운 치밀한 트릭, 비교를 불허하는 강렬한 여운으로 렌조 미키히코만의 매혹적인 미스터리 세계를 구축했다.
《회귀천 정사》로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달맞이꽃 야정》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신인상, 《연문》으로 나오키상, 《숨은 국화》로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했다.
2013년 세상을 떠났다.
2022년 한국에서 복간된 《백광》은 배신과 상처를 다룬 처절한 인간 드라마로, 일곱 인물의 고백에 잇따르는 일곱 번의 반전으로 독자들을 큰 충격에 빠뜨리며 SNS를 연일 뜨겁게 달구고 단숨에 미스터리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등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이어 《열린 어둠》 일본어판 원제: 《밤이여, 쥐들을 위해 夜よ鼠たちのために》
은 국내에 처음 소개된 아홉 편의 주옥같은 미스터리 단편소설로, 동양의 고전적 정취부터 서양의 모던한 느와르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다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펼쳐 보이면서도 곡예에 가까운 반전까지 압축적으로 담아내 또 한 번 독자들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7인 1역》 일본어판 원제: 《나라는 이름의 변주곡 私という名の変奏曲》
은 사건을 둘러싼 전모의 핵심이 초반부에 드러날 뿐만 아니라 진범을 작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미스터리의 관습을 완전히 뒤집는다. 또한 탐미적인 분위기에서 인간 심리를 정교하게 묘사하고 사건 해결 뒤에도 우수에 찬 여운을 남기는 프랑스 추리물의 특징을 예술적 개성으로 자기화한다. 한마디로 미스터리 기법과 문학 스타일 양면에서 성공적인 실험을 통해 자기 세계를 확장하고 미스터리 문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불세출의 역작이자, 40년에 걸쳐 다섯 번 재출간된 불사조 미스터리다.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을 번역해 ꠔ년 일본 고단샤에서 수여하는 노마문예번역상을 수상하였다. 대표적인 번역서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Q》,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여자 없는 남자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악의》, 《유성의 인연》, 《녹나무의 파수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지옥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스미노 요루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외 다수의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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