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
2024년 02월 2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1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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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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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무한한 사랑의 상징, 가족을 다시 묻는다.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은정’은 옆집에서 문이 우그러들도록 발로 차고 고함을 지르며 저주를 퍼붓는 사람을 마주친다.
이웃들의 수군거리는 말에 의하면 자매인 줄 알았던 옆집 두 여자는 실은 연인 관계였으며 엄마라는 이가 딸을 데려가려 벌인 일이었다고 했다.
이튿날 퇴근길 마침 옆집 여자 중 한 사람과 마주쳐 나란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은정은 옆집 문 안에서 흘러나오는 수상한 소리를 듣고 얼어붙는데…….
서울 밖, 수도권 변두리, 광역버스 종점에 작으나마 집을 살 마음을 먹은 것은 월급쟁이 생활 15년째였던 3년 전의 일이었다. 그전까지는 계속, 전세를 얻을 돈이 있어도 월세만 고집했다. 뿌리를 박는 것이 무서웠다. 어느 날 갑자기 집 대문 앞에, 그 골목길에, 독을 품은 뱀처럼 도사리고 있을 것 같아서. 언제나 그랬듯이 갑자기 나타나 혈육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빼앗아 갈 것 같아서.
‘……죽었으니 다행이지.’ (14~15쪽)
503호 여자들이라면 몇 번 본 적이 있다. 키가 작고 야무진 인상인데 무슨 미술 작업이라도 하는지, 페인트나 물감 같은 게 묻은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다니는 사람과, 키가 크고 얌전한 성격인데 스타일이 좋아서 뭘 입어도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옆집이고 단지가 작고 오래된 곳이다 보니, 분리수거를 하거나 여름밤에 편의점에라도 다녀오는 길이면 으레 마주치곤 했다. 두 사람은 종종 함께 다녔는데, 사이가 좋으면서도 밥 먹듯이 티격태격하는 자매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자매는 아니지만, 가족이긴 했던 모양이구나. (21~22쪽)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났어요.”
그 순간, 안에서 신음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 여자다. 어제 이 집 문짝을 때려 부술 기세로 걷어차던 그 아주머니. 온 복도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도록 욕설과 저주의 말을 쏟아내던 그 목소리였다. 소름이 돋았다. (29쪽)
정말로 아버지가 자신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몸 쓰는 일에는 영 재주가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눈을 피해 뺨을 긁히고, 다시 칼날이 은정의 갈비뼈 위를 찌른 순간 은정은 깨달았다. 죽일 능력이 모자란 거지, 죽이고 싶은 마음은 넘치고도 남았다. 자기 자식이, 집을 떠나 서울로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말한 것뿐인데도. (39쪽)
어쩌면 이렇게, 세상의 지혜와 인정은 전부 아버지에게만 유리한 걸까. (62쪽)
은정은 웃으며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누가 노려보기라도 하는지, 괜히 뒤통수가 근질거리는 느낌도 들었다. 마음대로 하라지. 은정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를 탔다. (76~77쪽)
지금의 튀르키예에 속하는 아나톨리아반도에 프리기아라는 나라가 있었다. 그 프리기아의 수도 고르디움에는 고르디우스의 전차가 있었다. 그 전차는 매우 복잡하게 얽힌 매듭으로 묶여 있었는데, 아시아를 정복하는 사람만이 그 매듭을 풀 수 있을 것이라 전해지고 있었다. 알렉산드로스대왕은 그 지역을 지나가던 중,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어보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풀지 못하자, 대왕은 칼로 매듭을 끊어버렸다고 한다.
어쩌면 사람도 고르디우스의 전차와 같은 것인지 모른다. 매듭에 꽁꽁 묶인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때로는 과격하게 잘라낼 것을 잘라버려야만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시아를 정복하고, 세계를 정복할 영웅이 아니라 해도. 그저 자기 인생을 살아가고 싶었을 뿐인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 누구라도, 탯줄을 자르지 않고는 태어날 수 없는 법이다. (105~106쪽)
“세상에는 남이면 차라리 나은 일도 있는 것이다.”
단단한 현관문 안, 가족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날카롭게 베어 나가다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가려진 이야기, 가로막힌 이야기를 성실하게 듣고 써온 작가 전혜진의 신작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이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무한한 사랑의 상징, 가족을 다시 묻는다.
‘은정’은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15년째가 되던 3년 전, 수도권 변두리 광역버스 종점에 집을 얻었다. 작고 오래된 아파트였지만 아버지가 찾아올 리 없는 안전한 집이었다.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은정은 옆집에서 문이 우그러들도록 발로 차고 고함을 지르며 저주를 퍼붓는 사람을 마주친다. 은정이 평생 누구와도 관계 맺지 못하도록 얽어매고 쫓아다니던 아버지와 같은 모습이었다. 이웃들의 수군거리는 말에 의하면 자매인 줄 알았던 옆집 두 여자는 실은 연인 관계였으며 엄마라는 이가 딸을 데려가려 벌인 일이었다고 했다.
이튿날 퇴근길 마침 옆집 여자 중 한 사람과 마주쳐 나란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은정은 옆집 문 안에서 흘러나오는 수상한 소리를 듣고 얼어붙는데……. 아버지가 칼을 휘두르고 목을 졸라오는 끔찍한 악몽마저 다시금 은정을 침입해온다.
흔히 가족의 연을 천륜이라 부른다. 인력으로 끊으려야 끊을 수 없고 거스르려 하면 벌이 내린다는. 그러나 가족을 절대적인 사랑의 울타리로만 바라보는 사회에서 집은 누군가에겐 삶을 가두는 우리가 되고, 가족 폭력은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안기고 가해자는 무한히 용서받는 감춰진 이야기가 된다. 전혜진 작가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에서 그 천륜을 전차를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에 비유한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매듭을 잘라버린 알렉산드로스대왕처럼 “매듭에 꽁꽁 묶인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때로는 과격하게 잘라낼 것을 잘라버려야만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단단한 현관문 안, 가족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날카롭게 베어 나가는 이 작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가치가 억압이 되는 순간을 포착하게 해주며 해로운 관계를 끊고 나아갈 용기를 선물한다.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50권의 책으로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연재는 매주 수요일 위즈덤하우스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위픽’을 통해 공개된다. 구병모 작가의 〈파쇄〉를 시작으로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를 찾아간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한다. 3월 8일 첫 5종을 선보이고, 이후 매월 둘째 수요일에 4종씩 출간하며 1년 동안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또한 책 속에는 특별한 선물이 들어 있다. 소설 한 편 전체를 한 장의 포스터에 담은 부록 ‘한 장의 소설’이다. 한 장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야기 한 편을 새롭게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황모과 《10초는 영원히》
김희선 《삼척, 불멸》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
정해연 《모델》
정이담 《환생꽃》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전건우 《앙심》
최양선 《그림자 나비》
이하진 《확률의 무덤》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
이유리 《잠이 오나요》
심너울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최현숙 《창신동 여자》
연여름 《2학기 한정 도서부》
서미애 《나의 여자 친구》
김원영 《우리의 클라이밍》
정지돈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
이서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
이경희 《매듭 정리》
송경아 《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
현호정 《삼색도》
김현 《고유한 형태》
김이환 《더 나은 인간》
이민진 《무칭》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조현아 《밥줄광대놀음》
김효인 《새로고침》
전혜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
김청귤 《제습기 다이어트》
최의택 《논터널링》(근간)
김유담 《스페이스 M》(근간)
전삼혜 《나름에게 가는 길》(근간)
최진영 《오로라》(근간)
이혁진 《가장 완벽한 주행》(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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