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서 자연주의
2024년 02월 19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2월 1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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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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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연극에서 자연주의 이론과 사례
서문
1. 두 개의 도덕
2. 비평과 관객
3. 무대 미술과 소품
4. 의상
5. 논쟁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우선 ‘자연주의’가 무슨 뜻인지 설명이 필요하겠지? 자연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내게 비난을 퍼부은 사람들은 아직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척한다. 사실 조롱하며 트집 잡기 쉬운 주제다. 하지만 답변해 보겠다. 문학 비평에서 아무리 명료하게 설명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나의 중대한 잘못은 이 세상만큼 오래된 문학 사조를 일컫기 위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유행시킨 점일 것이다. 자연주의라는 단어는 내가 만든 게 아니다. 몇몇 외국 문학에서 사용된 용어였고, 나는 그저 국내 문학 흐름에 적용했을 뿐이다. 그다음 지적은 첫 문헌이 등장하면서 자연주의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누가 반대로 말한 적 있는가? 자연주의가 인류의 심연에서 비롯되었음을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이다. 게다가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부알로까지 작품이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는 비평 원칙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듣던 중 반가운 말이다. 내 의견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연주의에 대한 조롱과 공격을 들어만 봐도 자연주의 사조가 파괴될 수 없는 기반 위에 확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자연주의는 한 사람의 상상이나 한 그룹의 광기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사물의 영원한 본질에서, 자연을 기반으로 작가가 글을 써야 하는 필요성에서 탄생했다. 좋다! 모두 동의한 점이니 여기서부터 시작해 보자.
5-6쪽
에밀 졸라의 자연주의 연극 비전을 중심으로 이론적 작업, 특히 《실험 소설》(1880)에서 다룬 내용을 담고 있다. 자연주의의 기원, 자연주의 소설의 부상, 당대 드라마의 경향을 언급하고 소설과 연극에서 자연주의를 비교한다. 자연주의가 연극의 궁극적 발전 방향임을 천명하면서 자연주의의 진화, 원칙을 설명한다.
졸라는 연극에서 무대와 인물 묘사가 현실적이어야 함을 주장한다. 특히 연극이 자연주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과학적이고 사실적인 접근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설에서는 생생한 묘사로, 연극에서는 사실적 무대 미술과 의상으로 시각화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은 자연주의 인간관과 연결된다. 졸라는 인간이 환경에 의해 결정되고, 환경에 유전적 요인이 더해져 기질이 형성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극작가가 등장인물의 고유 환경을 정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사실적으로 무대화하는 작품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러나 졸라의 낙관에도 불구하고 당시 프랑스 연극은 상징주의와 부조리극을 선호했다. 하지만 인간과 환경의 상호관계를 현실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졸라의 주장은 연극 미학과 캐릭터 개념을 확장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졸라는 연극에서 그 무엇도 고립되지 않고 함께 나아간다고 강조한다. 17세기 연극이 형이상학적 인간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무대도 중성적(불특정 장소, 광장 등)이고, 인물도 허구적이고 유형적이며, 수사학이 과장되고, 의상도 사실성과 거리가 멀며 세부적인 것에 무관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학이 자연 속으로 침투하면서 인간이 환경과 고립되지 않으면서 그간 간과된 생리학적 인간이 부각된다. 사실적이고 개별적인 등장인물, 구체적인 무대 미술, 정확한 의상, 자연스러운 어조와 움직임을 지향하는 연극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졸라는 역설한다. 실제로 이러한 연극 요소의 통일성은 앙투안(A. Antoine)과 스타니슬랍스키(K. Stanislavski)의 혁신적 연출의 기반이었다. 졸라의 연극론은 20세기 무대 미학에 중요한 획을 그었고, 인간과 자연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재현할 것인지, 연극이 현실을 어디까지 반영할 수 있는지, 문학과 예술은 시대 지성의 흐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작가정보
(Emile Zola)
에밀 졸라는 자연주의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연극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졌으나 대중과 평단에게 외면당했다. 다양한 실험적 작품을 통해 연극에서의 자연주의 실현을 추구했으며, 실패에도 불구하고 연극 개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졸라의 연극에 대한 집착은 개인적 야망을 넘어 연극이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과 사명감에서 비롯되었다. 졸라의 연극론은 자연주의 미학을 넘어서 연극의 본질과 비평가의 역할, 관객의 기대를 재고하는 중요한 문제들을 다룬다. 대표작에 〈목로주점〉, 〈나나〉, 〈루공가의 운명〉 등이 있고, 저서에 《실험 소설》, 《자연주의 소설가》 등이 있다.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10대학에서 연극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학교 유럽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프랑스 무대 미술의 형태 미학〉, 〈연출의 탄생〉, 〈메테를랭크의 일상의 비극 : 내부〉, 〈라가르스의 세상의 끝일 뿐 또는 소통의 실패〉, 〈무대 미술의 관례성−맨션에서 임의의 궁전에 이르기까지〉, 〈Maeterlinck et le théâtre pour marionnettes〉, 〈젤레르의 ‘타인’에 나타난 경계의 모호성〉 등이 있다. 역서로는 1975년부터 2015년까지 무대 미술의 변천과 의미를 다룬 《프랑스 시노그라퍼(Scénographes en France)》(뤼크 부크리스, 마르셀 프레드퐁 외 공저), 《마테를링크의 인형극(Trois petits drames pour marionnettes)》, 《나는 사라진다 / 나의 그 무엇도(Je disparais / Rien de moi)》(아르느 리그르 저), 《시노그라피 소론(Petit traité de scénographie)》(마르셀 프레드퐁 저) 등이 있다.
번역 질 카스타네스
(Gilles Castagnès)
파리 10대학에서 알프레드 뮈세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은 2004년에 출간되었다(Les Femmes et l’esthétique de la féminité dans l’œuvre d’Alfred de Musset, Peter Lang 2004). 1996년 현대문학 교수자격시험에 합격했고 프랑스와 멕시코, 자카르타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2006년부터 서강대학교 프랑스문화학과(현 유럽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세기 문학, 특히 뮈세 전문가로서 파리 4대학 레스트랭강(Lestringant) 교수와 뮈세 산문 교정본을 여러 권−Contes(2009), Voyage où il vous plaira(2010), Nouvelles(2017), L’Anglais mangeur d’opium(2023) 등−출간했고, 첼부르(Chelebourg) 교수와 《현대문학지(Lettres Modernes)》에서 뮈세 특별호를 공동 주관·편집했으며(《Musset, auteur tout nu》, Lettres Modernes Minard, 《Écritures XIX》, 2019-1) 국제학술지(프랑스, 호주, 영미 등)에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소설의 다양한 형태에 관심을 두고, 마담 드 스타엘(Mme de Staël), 발자크, 졸라, 프루스트, 델핀 드 비간(Delphine de Vigan) 등 괄목할 만한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연구했다. 또한 사실주의·자연주의 작가, 특히 사실주의를 주창한 초창기 작가를 고찰한 논문을 저명 학술지(Nineteenth-Century French Studies, Revue d’histoire littéraire de la France)에 발표했고 1856년부터 1857년까지 에드몽 뒤란티(Edmond Duranty)가 이끈 저널 《사실주의(Réalisme)》의 첫 교정판을 2017년에 출간했다. 최근에는 아직 미약한 연구 분야인 ‘어로 문학’에 심취해 낚시를 테마로 19∼20세기 프랑스·미국 작가들을 탐구하고 있다(Au fil de l’eau, au fil des textes : littérature et pêche à la ligne, UGA, Grenobl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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