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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연: 나는 음식이다(I Am Food)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66
오수연 지음 | 크리스 최 옮김
아시아

2024년 02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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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0.27MB)
ISBN 9791156626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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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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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식이다」는 연작 장편소설 『부엌』에 수록된 3편의 중편 작품 중 하나이다. 『부엌』은 한국 유학생이 외국에서 음식을 통해 인간의 삶의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고찰한 소설집이다. 작가는 이 작품의 제목이 상징하듯이 산다는 것은 바로 먹는 것이고 먹는 문제야말로 삶의 문제에 가장 앞자리에 선다는 것을 드러내 보여준다. 「나는 음식이다」에서 사람의 차이를 가르는 문제가 바로 먹는 문제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음식이다
I Am Food

해설
Afterword

비평의 목소리
Critical Acclaim

건성으로 고깃덩이만 뒤적이던 무라뜨가 힘없이 포크를 내려놓았어. 나는 접시를 구석으로 밀어내고 식탁에 누워, 순한 양처럼 목을 길게 늘어뜨렸어. 그의 목에 불거진 목울대가 단번에 위로 올라갔다가 미끄러져 내렸어.“나를 먹어요!”나는 속삭였어. 다모에게 그랬듯이 나는 무라뜨에게 내 부엌문을 활짝 열었어. 무라뜨가 몸서리를 쳤어. 내가 다모를 먹었듯이, 그는 나를 먹기 시작했어. 잉잉잉, 벽 속에서 수도관이 울어. 집집마다 늦은 저녁밥을 짓느라고 분주해. 찬장문을 여닫고 도마질하는 소리가 요란해. 스테인리스 접시들이 쨍강거리고 칙칙칙, 압력밥솥이 경쟁적으로 끓고 있어. 새벽부터 한밤까지 사람들은 부엌에서 뭔가를 씻고, 끓이고, 튀기고 있어. 나는 음식, 음식, 음식이 되었어.

Murat, who’s been mindlessly fiddling with pieces of meat, puts down his fork lethargically. I push the plates to the edge and lie across on the table, stretching down my neck like a docile lamb. His protruding Adam’s apple goes up then slides down in an instant. “Eat me!” I whisper. As I did for Damo, I open wide the door to my kitchen for Murat. A shiver runs through Murat’s body. As I ate Damo, Murat begins to eat me. The water pipe whimpers inside the wall. Every home is busy preparing dinner. There are loud noises of cupboard doors opening and closing, of chopping on cutting boards. Stainless steel plates are clanging, and pressure cookers are hissing and screeching in competition. From dawn to midnight, people are in the kitchen washing, boiling, and frying something. And I have become food, food, food.

먹는 것이 고통인 세상에서 벗어나는 길

작품 끝부분에서 ‘무라뜨’도 먹어치우고 ‘다모’까지 먹어버리는, 마침내 화자인 ‘나’ 스스로도 남에게 먹힐 수 있는 존재인 음식으로 바뀌어 ‘무라뜨’에게 “나를 먹어요!”라고 속삭이는 환상적이고도 그로테스크한 장면은 먹는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나’의 몸부림이기도 하다. 먹고 먹히는 세상, 먹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건 고통으로 여기건 먹는 것 때문에 힘들어 하는 세상에서 ‘나’는 스스로 음식이 됨으로써 그 고통의 쇠사슬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것이다. 결국 「나는 음식이다」는 주인공 스스로가 음식이 되는 자기 해탈의 과정을 통해 사람살이의 힘겨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현식 (문학평론가)

해외의 독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한국의 단편소설들
영어로 한국의 우수한 문학작품을 번역하여,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 한국문학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세트(61~75번)가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세트 5는 지난 세트와 또 다른 카테고리로 새로운 느낌과 깊이를 선사하고 있다. 지난 3월에 출간된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세트 4는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에서 소개되는 등 국내외로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드라마와 음악으로 시작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이제는 소설을 비롯한 문학 분야로도 널리 확대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는 신경숙 작가와 같은 스타 작가의 작품이 번역되어 해외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아직 영어권 국가에서 한국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는 지금까지 75명의 한국 대표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우수한 작품들을 번역하여 작품에 대한 해설문까지 수록한 만큼 한국의 단편소설을 해외에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시아 출판사는 올해 안에 세트 6과 세트 7을 출간하여 총 105권의 대규모 전집을 완간할 계획이다. 이 시리즈의 번역을 총괄적으로 맡고 있는 전승희 하버드대학교 한국학 연구원과 브루스 풀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한국문학 교수는 “앞으로 나올 식민지 문학작품들은 한국의 일제 강점기를 전후로 한 중요한 문학작품들로서 전집이 완간되면 시리즈에 대한 인지도는 해외에서의 한국문학의 저변이 확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관계’, ‘일상의 발견’, ‘금기와 욕망’
현대 사회의 내밀한 부분에 존재해온 문제의식을 재조명한 3가지 키워드
시리즈는 한국 내에서 문제의식을 가진 중요 작품들을 선정한 후 카테고리별로 묶어 세트마다의 특징을 부각시켰다. 이번에 출간된 다섯 번째 세트는 ‘관계(Relationship)’, ‘일상의 발견(Discovering Everyday Life)’, ‘금기와 욕망(Taboo and Desire)’이라는 카테고리로 나누어 김주영, 윤영수, 정지아, 윤성희, 백가흠 (관계) / 오수연, 강영숙, 편혜영, 부희령, 윤이형 (일상의 발견) / 송영, 정미경, 김숨, 천운영, 김미월 (금기와 욕망) 등 한국 대표 작가들의 중요 단편소설들을 수록하였다.
세 개의 카테고리는 현대 자본주의 체제로 사회가 철저히 변모해 온 과정에 따른 여러 가지 양상을 포착하였다. 예컨대 과학문명으로 대표되는 근대화가 만든 인간의 물성화(物性化), 가족의 범주를 벗어나 다각화된 새로운 관계맺기를 시도하는 현대인의 모습 등 개인주의와 자본주의에 의해 변모해가는 21세기 한국인의 일상적 풍경들이 오롯이 작가들에 의해 재구성되었다.
또한 세기말을 통과한 한국 소설이 환상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개척으로 인해 무궁무진한 소재 발굴과 한계의 극복을 이뤘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 단편소설의 재미와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번역진의 구성으로 작품마다의 개성이 담긴 영역본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럽고 집중적인 영어 학습을 유도한 디자인
한국의 지역별 방언이 담긴 작품 『쁘이거나 쯔이거나-Puy, Thuy, Whatever』이나 독백체로 구성된 작품 『젓가락여자-Chopstick Woman』 등 이번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세트 5에는 독특한 개성적 작품들이 많이 담겨 있다. 이러한 개성 넘치는 작품들의 번역을 그대로 영어권 독자들에게도 전달하기 위해서 현지 내러티브 번역자들이 참여하여 번역문 하나하나를 갈고 닦아, 영어권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호응하며 읽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이 시리즈는 한영대역선의 특징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한국어와 영어를 되도록 대칭으로 배치하여 따라 읽을 때 부담이 없도록 하였다.

* 추천사 전문

사람은 빛과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안에는 개별자로 존재하는 입자의 속성과 집단으로 공명하는 파동의 속성이 있으니까요. 어쩌면 문학은 서로에게 부딪혀 반사되는 빛의 경로를 기록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_단편 ?꽃?의 소설가 부희령 (Novelist Pu Hee-ryoung)

'소설'이라는 거대한 나무를 거머잡고 흔드는 일이 누구에게도 만만한 작업이 아니어서, 온갖 불평을 늘어놓으며 오래 끙끙거려도 그리 창피한 노릇이 아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중도에 꺾인다 해도 내가 고집했던 목표가 허황된 것은 아니었다는 확신, 어쩌면 그것은 영원불변한 진리의 한 조각이라 삶의 부질없음조차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있어 그럭저럭 나는 행복하다.
_단편 ?사랑하라, 희망 없이?의 소설가 윤영수 (Novelist Yun Young-su)

먼 곳에서, 가까운 독자가 되어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_단편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의 소설가 김숨 (Novelist Kim Soom)

...당신의 인생에서 거짓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약자들만이 삶을 견디기 위해 환상을 빌려온다.
_단편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의 소설가 정미경 (Novelist Jung Mi-kyung)

개인적으로 자기 분신을 보는 것 같은 작품이 있다. 바로 <북소리>이다. 이 작품이 새 언어를 입고 곱게 단장되어 더 넓은 무대로 나서는 모습을 보는 감회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_단편 ?북소리?의 소설가 송영 (Novelist Song Yong)

나는 내가 바칠 수 있는 것을 접시에 올려놓았다. 먹어요!
_단편 ?나는 음식이다?의 소설가 오수연 (Novelist Oh Soo-yeon)

이것은 어쩌면 내 이야기다. 두 여자 모두 나로부터 나왔다. 두 여자. 한 벌의 젓가락.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 의식의 이편과 저편을 오고가는. 위태한 젓가락질.
_단편 ?젓가락여자?의 소설가 천운영 (Novelist Cheon Un-yeong)

제 소설이 타국의 언어로 옮겨져서 그곳 독자들에게 읽힌다는 상상을 하면 어쩐지 그 나라로부터 아주 특별한 초대를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뜻 깊은 초대장을 만들어주신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에 감사드립니다.
_단편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의 소설가 김미월 (Novelist Kim Mi-wol)

이 작품들로 인해 나의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은 큰 자극을 받았다. 정성을 다한 번역은 작가 개개인의 문체를 반영하고 있으며 내게 언어의 마력을 상기시켜 주었다. 한국은 풍부한 문학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이 작품들 속에 잘 반영되어 있다. 영문 창작과 문학개론 교육자로서 나는 보통, 젊은 세대는 미국문화를 포용하며 부모들은 자신들의 전통의 상실을 슬퍼하는 구도의 한국계 미국소설에 더 친숙하다. 이 작품들은 내 강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학은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라는 초대이다. 이 작품들은 한국문화에 대한 넓고 맑은 창이다.

My curiosity about Korean culture has been piqued by the stories. The careful translations echo the individual author’s style and remind me of the magic of language. Korea has a rich literary history that is surely reflected in the stories. As an English composition and literature survey instructor, I am more familiar with Korean American stories that generally reflect youth embracing American culture and parents ruing the loss of their traditions. Reading these stories will inform my teaching. Literature is an invitation to see into another world. These stories are a vast clear window into Korean culture.
_커샌드라 S. 골드워터, 레즐리대학 문학개론과 문예창작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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