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저만치 혼자서(Alone Over There)
2024년 02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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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56626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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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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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 Over There
해설
Afterword
비평의 목소리
Critical Acclaim
오리떼는 끼룩끼룩 울면서 수녀원 상공을 날아갔다. 새들의 울음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음향으로 조개무덤 너머의 시공을 건너왔다. 한 무리가 이륙하면 다른 무리가 뒤를 따랐다. 대개 스무 마리 정도로 대오를 갖추었지만, 너댓 마리의 비행대도 있었다. 늙은 수녀들이 입춘의 양지 쪽에 앉아서 돌아가는 새들을 바라보았다. 올 때의 무리와 갈 때의 무리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새들이 무리를 짓는 인연은 무엇인가. 새들도 친인척이 있고 벗이 있고 이웃이 있는지, 금년에 온 새들은 작년에 왔던 그 새들인지, 바이칼 호수는 얼마나 먼지를 늙은 수녀들은 서로에게 물어보았다. 새들이 하늘에 스며서 가물거릴 때 수녀들은 희미한 새떼를 향해 성호를 그었다.
They flew across the sky above the convent while honking. The birds’ honking traversed the time and space beyond the clamshell mound in an incomprehensible sound. After one flock took off, another one followed suit. A flock was usually made up of twenty or so birds in formation, but some flying corps consisted of four or five birds. The old nuns sat in the late winter sun and watched the birds that were going back. Were they the same birds that had arrived, or different ones? What kind of fate caused them to flock together? Did they have blood relations, pals, and neighbors? Were the birds that came this year the same ones from the year before? How far was Lake Baikal? The old nuns asked one another these questions. When the birds were flickering, having seeped into the sky, the nuns made a sign of the cross toward the faint flocks.
잔혹하고 무심하지만 생존의 본능과 생로병사의 질서
인간 존재의 허무를 오가는 김훈의 단편작
김훈의 단편 『저만치 혼자서(Alone Over There)』는 철새가 떠나고 돌아오는 충청남도 바닷가의 호스피스 수녀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향해 걸어가는 늙고 병든 수녀들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거기서 불가항력의 불가피한 세상의 질서를 압축적으로 보아내면서 세속적이고 동물적인 삶에 대한 역설적인 긍정과 아득한 인간 존재의 허무를 오가는 특유의 소설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늙고 병든 수녀들이 잠 못 이루는 밤에 듣는 가창오리떼의 울음소리이자, 어촌계 마을 갯가에 남아 있는 만 년 전 조개무덤의 이야기를 묘사하며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일생을 탐미하였다.
세계 문학으로 한국문학의 지평을 넓혀 가고 있는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는 올해 연말 안에 세트 7까지 완간되어 총 110권의 대규모 전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해외 아마존 시장 등을 통해 세계인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 이번 시리즈에 대해 서지문 고려대학교 영문학 명예교수는 “한국의 작가와 문학이 그 활동의 일차적 수혜자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책을 사랑하는 세계인들이 더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아시아 출판사는 세계를 더욱 가까운 이웃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라며 본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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