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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하는 철학자

파람북

2024년 02월 05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7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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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32.85MB)
ISBN 979119296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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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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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하는 철학자》는 독일계 철학자 헤르만 폰 카이저링이 1911년부터 1912년까지 약 2년에 걸쳐 인도와 동아시아 그리고 북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세계 일주를 하던 당시, 주요 기착지인 사원과 문화유산에서 가졌던 철학적 사색을 담아낸 여행기다. 지금은 에스토니아 땅인 러시아 제국령 리보니아에서 귀족 집안의 자제로 태어난 그는 철학은 물론 지질학에도 박식했으며, 세계 일주를 떠나기 전부터 에세이스트로 꽤 알려진 인물이었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카이저링은 기독교는 물론 동양의 힌두교와 불교, 유교와 도교 등의 종교와 철학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방문지 곳곳의 사원과 문화유산에서 현지 사람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고 제반 철학의 생성에 영향을 준 자연환경을 몸소 접하며, 그는 그동안 자신이 쌓아 왔던 지식을 하나의 독자적인 철학적 원리로 전환시켜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도구로 체화할 수 있었다.

철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 곳곳에 펼쳐진 사유의 현장

당대 유럽의 지식인들은 그랜드 투어라는 이름 아래 전 세계를 둘러보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었고, 그네들의 무수한 세계 일주의 기록이 남겨져 있다. 이러한 세계 일주 여행기는 유럽인의 편협한 시선 속에서 바라보았던 이국적 풍경의 기록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카이저링 스스로 철학과 지질학을 공부한 데다 동양의 종교와 철학마저 이해도가 높았던지라 그는 여행 중의 방문지를 단순한 구경의 대상이 아닌 철학적 사유의 공간으로 이해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것 또한 철학적 사유의 에너지로 이용했다.
가령, 카이저링이 살아온 유럽의 기독교 세계와 사뭇 다른 인도의 힌두교에 근원인 식물적 생태관과 세계관을 그는 울창한 밀림의 생태에 주목하면서 왜 기독교와 다르게 힌두교가 인도 땅에 자리 잡고 수천 년간 인도인의 심성을 지배했는지를 주목한다. 중국에서도 공자 사당을 방문하며 유교가 어떤 식으로 동아시아 사회를 통합하고 움직여왔는지를 고찰한다. 같은 기독교 세계라고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고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자본주의가 미국이라는 신세계가 어떻게 유럽이라는 구세계와 차이를 두고 성장해가는지를 논파한다. 이런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히말라야의 높디높은 산자락과 하와이 활화산, 미국 그랜드캐니언의 장엄한 풍경을 바라보는 그 시선은 고상한 척하는 여느 유럽의 젊은 유한자의 시선과는 사뭇 다르다.
카이저링은 세계 일주 중 중국과 일본에서 꽤나 많은 시간을 보내며 많은 문화적 체험을 했는데, 일제 강점기 초창기인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들르지 못했으나 일본 나라의 호류지의 고구려 불상(책에서는 ‘한국 불상’으로 기재)을 언급하며 약간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역자의 말 005

1부 열대 지방으로
떠나기 전에 016
지중해에서 021
수에즈 운하 024
홍해 027
아덴 029
인도양으로 033

2부 실론
콜롬보 046
칸디 050
담불라 085
폴로나루와 087
미네리야 호숫가에서 089
폴로나루와 094
아누라다푸라 097

3부 인도
람스와람 106
마두라이 113
탄자부르 135
칸치푸람 138
마하발리푸람 142
아디아르 145
엘로라 211
우다이푸르 218
치토르 226
자이푸르 231
라호르 239
페샤와르 242
델리 248
아그라 266
바라나시 273
부다가야 376
히말라야 383
캘커타 393

4부 극동으로 가는 길
벵골만에서 400
랑군 403
페낭 409
싱가포르 411
홍콩 415

5부 중국
광저우 418
마카오 436
칭다오 448
산둥반도를 가로지르다 465
지난 469
베이징 472
한커우 524
상하이 536

6부 일본
야마토 지방을 걷다 546
고야산 사찰에서 554
나라 570
교토 582
이세 617
미야노시타 622
니코 626
도쿄 630

7부 신세계를 향하여
태평양에서 654
호놀룰루 660
킬라우에아 화산 664
킬라우에아 용암 지대에서 667
와이키키만에서 673
아메리카로 679

8부 미국
샌프란시스코 698
요세미티 계곡 701
그랜드캐니언 712
캘리포니아를 지나 718
옐로스톤 공원에서 721
솔트레이크시티 735
동부로 746
시카고 758
뉴욕 767

9부 집으로 돌아와서
라이퀼 790

내 고향은 깊이 있게 성찰하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생각했다. 우주는 특수한 에너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인간이란 근본적으로 개별적이며 우연한 존재가 아닐까 싶었다. 이런 생각을 품으면서 나는 ‘사람’이 되기 시작했다.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은 늙어서도 여행하며 살았으니 얼마나 현명했던가! 가능한 끝까지 굳지 않으려고 했다. 가능한 한 프로테우스처럼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 변화무쌍한 기질처럼 생각이 유연해야 철학을 공부할 자격이 있다. 결국, 나는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_19쪽 1부 열대 지방으로 ─ 떠나기 전에

아프리카의 자연은 우리에게 예술 작품처럼 커다란 감흥을 준다. 자연만큼 훌륭하게 작업할 수 있는 조각가가 어디 있을까. 자연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인간 형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어렵다. 대부분 한참 멀다. 순수하게 예술적인 면에서나 작품이 암시하는 힘에서나 그 모델에도 크게 못 미친다. 유럽의 탐미주의자들은 최고의 예술만 중시한다. 나도 그렇다고 해야 할까? 예술가들은 영원하다고 하지만 우연히 작품을 내놓을 기회와 명성을 누릴 뿐이다. 조각가들은 인류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한 때부터 수많은 세월 동안 몸짓만으로 모든 표현을 할 수 없어 그것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이럴 때 그 작품은 참신한 폭로가 된다.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 느끼는 것이 별로 없다. 시인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려면 낯선 감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_31쪽 1부 열대 지방 ─ 아덴

해박하고 추론에 뛰어난 학자들은 불교 철학을 흐뭇해한다. 이해할만하다. 마흐는 형이상학이 필요한지 몰랐고 종교적 감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현상학적 상대주의에 만족했다. 이와 반대로 개념들을 붓다와 비슷하게 이해하고 보편성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절대의 철학을 지향하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절대 존재를 염두에 둔다. 본질 개념에서 붓다와 우연히 비슷한 눈으로 현상을 보는 힌두교 현자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서구도 마찬가지였다. 감정을 중시하는 일종의 종파를 창립한 오귀스트 콩트, 인격에 담긴 신성으로서 ‘사람으로 살아 있는 신’을 생각했던 윌리엄 제임스, 만년에 ‘불가지론’으로 기운 허버트 스펜서도 같은 생각이었다. 붓다는 현상학이라고 할 만한 종교를 일으켰다. 붓다는 복음서의 형식으로 인식을 분석했다. 마흐가 했을 법한 일이다. 붓다는 그런 것을 했다. 서구인이 보기에 매우 역설적인 일이다. 바로 이것 때문에 브라만 철학자들은 불교를 무시했다. 처음에는 나도 이상하게 보았지만 이제는 비로소 이해한다. 열대 지방에 사는 사람과 관련된 생리 조건에서 불교는 사실 복음서의 의미를 띨 만하다.
_54쪽 2부 실론 ─ 칸디

바라나시는 누구든 접근할 수 있다. 바라나시는 모든 종교 사상을 갠지스강으로 모으는 거대한 구심점이다. 신성한 힘을 주는 강이다. 보면 볼수록 존재를 실감하게 되는 그 영기(靈氣)는 대체 무엇일까? 알 수없다. ‘에테르’의 진동 같은 것일까. 물론, 의사가 지어주는 약은 아니다. 아무튼, 구체성을 띠고 떨며 피어오른다. 분명, ‘사상’도 몸이 있다. 물건처럼 ‘객체’다. 구체적이기만 할까? 생각보다 오래갈지 모른다. ‘시대정신’도 바람 못지않게 객관적이다. 만약, 사상에 구체성이 없다면 감염력도 없지 않을까?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영기를 직접 파악할 수 있을까. 어떻게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이렇게 강한 영향을 받을까? 이곳 주민이나 체류자는 익숙해서 그러겠지만, 이곳을 느끼지 못할 만큼 우둔한 사람이나 영기가 어디 있다며 의심하지 않을까. 고대 인도에서 전해지는 유혹의 이론을 글로 남긴 사람은 아직까지 없다. 어둠에 싸인 타트바 이론이다.
_277쪽 3부 인도 ─ 바라나시

중국 사람들은 자기네 제도보다 위에 있다. 공자의 교훈 덕분이다. 유교 원리는 이렇듯 단순해 보인다. “실천만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된다.”라는 원리라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유럽에서, 도덕의 광신자들 가운데 모범을 보인 사람을 본 적은 없다. 그렇지만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를 가까이서 찾을 수 있다. 유럽 사람들은 도덕원리를 항상 바깥에서 받는다. 하느님이든 권위자든 자연에 반하는 실천이든 밖에서 주어진다. 그러나 유교에서 도덕원리는 부자지간처럼 자연스럽다. 남녀와 ‘친구의 친구’처럼 군주는 백성과 서로 믿고 선의를 보인다. 사람이 본성을 가꾸는 동안 도덕은 자연스레 우러난다. 따라서 유교는 인간성의 완전한 발전을 강조한다. 그런데 누구든 이런 명령을 내심으로 거부하지 않는다. 누구나 교양 있는 사람이 되려 한다. (…) 중국 사람들이 우리만큼 도덕을 생각하기란 어림없는 일이다. 그들에게 서양의 덕망 있는 지도자들만큼 높은 이상형은 없다(개신교도만큼 도 없다). 그렇지만 중국 사람들은 실제로 더욱 도덕적이다.
_450쪽 5부 중국 ─ 칭다오

다시 한 번, 나라의 걸작들 앞에서 중세 가톨릭 정신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얼마나 대단한 종합인가. 인도의 지혜, 그리스의 형식, 기독교의 교리가 하나가 되다니! 호류지에 있는 ‘한국 불상’이 영광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 독특한 형태는 나일강에서 인더스강에 걸친 곳에서도 절대로 포착하지 못했던 큰 뜻을 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조금도 절충하지 않았다. 경이로운 사랑의 충동이다. 서양에서 기독교 금욕주의로 또 청빈을 자랑하는 것으로 변형되었고, 율법밖에 모르던 유대 정신 속에서 숭고한 은총의 종교를 낳은 충동이다. 원시 불교에서 수행자는 이런 충동으로 자족하며 살았다. 지상의 어떤 인연으로도 구원받지 못하고 떠도는 혼이 한 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열반에 들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지장보살의 이미지는 정말로 이론상 결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함께 녹여냈다.
_575쪽 6부 일본 ─ 나라

나는 기적을 좋아한다. 또 그래야 한다. 꽤나 정확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가 칸트를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가 인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사실이 있음”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정직한 사람들처럼, 나도 인간세계와 본질적으로 다른 세계가 어떤 것인지 그려볼 수 없다. 예컨대, 객관적으로 공간의 거리가 없다는 주장처럼, 또 다른 세계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매번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진심으로 이 세상의 시작은 신화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신화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믿음직하다. 그 자체는 그럼직하다.
_668쪽 7부 신세계를 향하여 ─ 킬라우에아 용암 지대에서

우리가 자유를 얻자면 자연을 이겨내야 한다. 사실 자연을 극복한 곳에서는 자유의 가능성이 저절로 찾아왔다. 뉴욕이 증명하는 사실이다. 미국 생활은 어디에서나 자연을 이기고 자유를 누린다는 것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미국에서 인도의 이상을 정반대 방법으로 실현했다. 이곳 생활은 유럽에 비해 단순해 보인다. 유럽보다 널리 보급된 편리한 점(편의 시설)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잉여분도 가능한 한 없앴다. 필요한 것은 매우 인색하다. 예컨대, 식당에서 서비스도 거의 없다.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애당초 대다수 사람이 인건비를 줄이고 욕심에 걸맞게 더욱 큰 이윤을 남기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단순한 식사는 그럴 필요가 없을 때조차 그렇게 한다. 사람들 대부분이 거기에 익숙해져 버렸고 사치하지 않고 살 수 있다. 심지어 그것이 더 잘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예 노동에 기초한 경제와 같은 결과를 완벽하게 낳은 조직화다. 차이가 없지 않다. 노예 노동제에서 주인은 부덕하고, 현대 생활은 단순히 합리적 욕구를 채워준다. 다른 사람들의 희생에 무관한 채 금욕 수행자만큼이나 초연해하면서! 사실상, 이런 모습이다. 유일한 서구식 생활법이다. 이런 해법이 상책일까? 한번 다르게 생각해 보자. 서구식 인간 존엄성을 개인에 무심한 인도와 러시아와 비교해보자.
_768쪽 8부 미국 ─ 뉴욕

자신이 가진 것과 배운 것을 미련 없이 버리고 세계를 향해 떠났던 철학자.
스스로 새롭게 태어나려는 용기와 이상에 대한 도전이 신화 속 영웅이나
역사 속 순례자의 몫만이 아님을 그는 그렇게 증명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전화가 휘몰아치기 몇 년 전, 한 젊은 사내가 세계 일주를 떠났다. 유럽에서 수에즈 운하를 거쳐 홍해를 지나 인도양으로, 실론과 인도, 파키스탄을 거쳐 동아시아로, 싱가포르와 홍콩을 찍고 중국과 일본을 여행한 뒤 태평양을 건너 미국을 횡단한 후 고향으로 돌아왔다. 당대 유행했던 유한 지식인의 흔한 그랜드 투어로 볼 수도 있는 이 세계 일주가 특별한 것은 저자가 철학을 공부한 이였다는 것, 그리고 그가 돌아다닌 곳은 각국의 종교적 문화유산으로 유명한 곳이었다는 것이다.
《방랑하는 철학자》를 쓴 헤르만 폰 카이저링은 독일 귀족 집안의 자제로 본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철학을 공부했지만, 기독교를 위시한 서양 철학에는 자못 비판적인 대신 불교 철학과 힌두 철학 등 동양 철학에 꽤나 박식했으며 호의적이었다. 그는 실론과 인도의 불교 사원, 인도의 힌두 사원, 중국의 공자 사당, 일본의 불교 사찰 등 수천 년간 동양 세계를 지탱해온 철학의 현장을 찾아 그곳의 수도자와 현자, 주민과 사상가를 만나 때론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때론 그들과 열띤 논쟁을 벌이며 대립과 공존, 불안과 혼돈으로 가득 찬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홀로 고민하고 고심했다.
카이저링이 세계 일주를 하던 1911~12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으로 마치 커질 때까지 커져 팽팽해진 풍선을 날카로운 바늘로 금세라도 찌를 것만 같았던 제국주의 열강 간의 다툼, 식민자와 피식민자 간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엄혹한 시기였다. 그 또한 러시아 제국 땅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독일계 혈통에 독일에서 공부한 바 있는 그 시기, 그 지역의 불안과 갈등을 온몸에 휘감고 있는 불안전한 인간이었다. 그는 전쟁의 발발을 예감이라도 한 것인지 유럽 땅을 등지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가며 새로운 세계를 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 번이라도 더 둘러보고 한 명이라도 더 만나 이야기해 보면서 세계를 움직이는 하나의 이상을 좇았다. 그 이상은 각기 다른 지역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자라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심성을 지배하는 종교였고, 또 그로부터 자라나 열매로 여문 철학이었다.

철학자가 발 내딛는 곳마다 빚어낸 사색의 순간
세계 곳곳이 철학의 도야가 되었다!

세계 일주를 하는 카이저링이 철학자였다는 것 이상으로 다행이었다는 점은 그가 타자의 문화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이고 나아가 호의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이었다. 2천 년간 유럽을 지배해 온 기독교 문명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이었던 그는 힌두교와 불교, 유교와 동양의 전통 신앙에 대해서는 최대한 개방적이고 공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믿음과 삶을 가능한 한 존중해주려 노력했다. 물론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에서 그들을 타자화하고 맹목적으로 바라보는 그런 또 다른 편협함은 아니었다. 현지에서 만난 이들의 불합리함에 대해서는 질타를 하기도 하고, 신흥 종교 집단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존중과 이해라는 아주 빤하면서도 실제로는 가동되기 어려운 중용적 시각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환경을 이해하고 철학적 사유를 여행 내내 지속했다. 그리고 그러면서 매일같이 하나하나 새로운 것을 배워갔다. 어찌 보면 참된 지식인의 표상이라고나 할까?
이런 카이저링의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 이 책 《방랑하는 철학자》는 그래서인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붕괴한 서구 지성계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오로지 무지몽매한 야만인과 집 나간 철부지로만 취급했던 동양과 신대륙의 그들이 몰랐던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방랑하는 철학자》이 출간된 지 100년하고도 10년이 넘은 지금 이 순간, 이 책의 의미는 무엇일까? 작금의 세상은 1914년 이전과 그리 달라진 바 없다는 것은 세계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이라면 능히 알 것이다. 자신이 믿음만이 진리라며 다른 믿음을 가진 이들을 핍박하고 분노하는 모습, 자신만의 이득을 위해 기꺼이 남의 나라에 총칼을 겨누는 모습, 급격히 변하는 세계에 거부감을 둔 채 그저 옛것만을 되뇌는 모습 등 카이저링이 세계 일주 중에 몸소 겪었던 세계의 모순은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그런 세상에 맞서 철학으로서 세계를 이해하고 맞섰던 카이저링의 모습은 선지자의 모습으로 여겨질 것이다.

작가정보

(Hermann von Keyserling·1880~1946)
지금의 에스토니아 땅인 러시아 제국령 리보니아의 부유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독일의 철학자다. 스위스 제네바대학, 에스토니아(현재)의 타르투대학,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등에서 지질학과 화학을 공부하고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지질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철학자 휴스턴 스튜어트 체임벌린에게 매료되어 철학으로 전향한 뒤 다시 빈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지질학자와 수필가로 이름을 떨쳤다. 1911년부터 1912년까지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세계 일주를 했고, 그 기록을 담은 《방랑하는 철학자(Reisetagebuch eines Philosophen》를 1919년에 발표해 유럽 지성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으며, 《방랑하는 철학자》는 전후 유럽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 중 하나로 떠올랐다. 러시아 혁명 이후 재산을 몰수당하고 추방당해 난민으로 떠돌다 베를린 외곽의 비스마르크 가문 사유지에 은신했다.
비스마르크의 손녀와 결혼한 그는 독일 다름슈타트로 이주해 남은 재산으로 ‘자유 철학회(Gesellschaft für Freie Philosophie)’와 ‘지혜의 학교(Schüle der Weisheit)’를 설립하고 철학을 강의했다. 심리학자 카를 융, 신학자 폴 틸리히, 소설가 헤르만 헤세, 인도의 시인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등이 ‘지혜의 학교’에 참여했으며, 개교식 강연을 맡았던 타고르와는 오래 논쟁하며 교류했다.
《방랑하는 철학자(Reisetagebuch eines Philosophen》 외 주요 저작으로 《Das Gefüge der Welt》(1906), 《Philosophie als Kunst》(1920) 등이 있다.

파리 1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했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뒤마 요리 사전』, 오귀스트 에스코피에의 『에스코피에 요리책』,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음악 여행자의 책』, 리하르트 폰크라프트 에빙의 『광기와 성』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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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방랑하는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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