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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

원오 극근 지음 | 혜원 옮김
김영사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4년 02월 05일 출간

종이책 : 2021년 05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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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6.05MB)
ISBN 9788934909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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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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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송宋대 이후 900여 년간 참선 수행의 훌륭한 길잡이로 사랑받아온 《벽암록》. 언어를 넘어서는 진리의 영역을 언어로 그려내는 ‘문자선文字禪’의 백미이자, 화두 참구로 단도직입單刀直入하는 간화선看話禪의 모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벽암록》은 ‘종문 제일서宗門第一書’로 이름이 높은 만큼이나 난해하여, 일반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험준한 고봉으로 오랜 기간 군림해왔다.

이에 《한 권으로 읽는 종용록》으로 익숙한 혜원 스님이 새로이 《벽암록》의 준령에 오를 수 있는 길을 밝힌다. 《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은 강단에서 30여 년간 선리禪理를 연구하고 강의해온 정통 선학자의 경험과 혜안이 담긴 역작으로, 원문의 정확한 의미와 글 속에 감추어진 심오한 뜻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해설한다. 내용은 깊고 상세하지만, 분량은 부담스럽지 않은 이 해설서를 통해,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선사들의 활발발한 기략機略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일러두기

제1칙 달마, 확연무성 [達磨廓然無聖] / 제2칙 조주, 지도무난 [趙州至道無難] / 제3칙 마조, 불안 [馬大師不安] / 제4칙 덕산, 위산에게 가다 [德山到?山] / 제5칙 설봉, 온 대지 [雪峰盡大地] / 제6칙 운문, 날마다 좋은 날 [雲門日日是好日] / 제7칙 법안, 혜초에게 답하다 [法眼
答慧超] / 제8칙 취암, 하안거 법문 [翠巖夏末示衆] / 제9칙 조주, 사문 [趙州四門] / 제10칙 목주, 엉터리 같은 놈 [睦州掠虛頭漢]

제11칙 황벽, 술지게미나 먹을 놈 [黃檗?酒糟漢] / 제12칙 동산, 마삼근 [洞山麻三斤] / 제13칙 파릉, 은그릇 속 [巴陵銀椀裏] / 제14칙 운문, 대일설 [雲門對一說] / 제15칙 운문, 도일설 [雲門倒一說] / 제16칙 경청, 형편없는 놈 [鏡淸草裏漢] / 제17칙 향림, 서래의 [香林西來意] / 제18칙 숙종, 탑 모양을 청하다 [肅宗請塔樣] / 제19칙 구지, 손가락선 [俱?指頭禪] / 제20칙 용아, 서래의 [龍牙西來意]

제21칙 지문, 연꽃 연잎 [智門蓮花荷葉] / 제22칙 설봉, 별비사 [雪峰鼈鼻蛇] / 제23칙 보복, 묘봉정 [保福妙峰頂] / 제24칙 철마, 위산에 이르다 [鐵磨到?山] / 제25칙 연화암주, 주장자를 잡다 [蓮華庵主拈?杖] / 제26칙 백장, 기특한 일 [百丈奇特事] / 제27칙 운문, 체로금풍 [雲門體露金風] / 제28칙 열반화상, 여러 성인들 [涅槃和尙諸聖] / 제29칙 대수, 거센 불길 [大隋劫火洞然] / 제30칙 조주, 큰 무 [趙州大蘿蔔頭]

제31칙 마곡, 석장을 떨치다 [麻谷振錫?床] / 제32칙 정상좌, 임제에게 묻다 [定上座問臨濟] / 제33칙 진상서, 자복을 뵙다 [陳尙書看資福] / 제34칙 앙산, 어디서 왔는가를 묻다 [仰山問甚處來] / 제35칙 문수, 전삼삼 [文殊前三三] / 제36칙 장사, 어느 날 산에서 놀다 [長沙一日遊山] / 제37칙 반산, 삼계무법 [盤山三界無法] / 제38칙 풍혈, 조사심인 [風穴祖師心印] / 제39칙 운문, 작약 울타리 [雲門花藥欄] / 제40칙 남전, 꿈속에서와 같이 [南泉如夢似]

제41칙 조주, 완전히 죽은 자 [趙州大死底人] / 제42칙 방거사, 멋진 눈송이 [龐居士好雪片片] / 제43칙 동산,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곳 [洞山無寒暑] / 제44칙 화산, 북을 잘 치는 것 [禾山解打鼓] / 제45칙 조주, 만법귀일 [趙州萬法歸一] / 제46칙 경청, 빗방울 소리 [鏡淸雨滴聲] / 제47칙 운문, 육불수 [雲門六不收] / 제48칙 왕태부, 차를 달이다 [王太傅煎茶] / 제49칙 삼성, 그물을 뚫은 금린 [三聖透網錦鱗] / 제50칙 운문, 진진삼매 [雲門塵塵三昧]

제51칙 설봉, 이게 뭐야! [雪峰是什?] / 제52칙 조주, 돌다리 [趙州石橋] / 제53칙 백장, 들오리 [百丈野鴨子] / 제54칙 운문, 양손을 펴다 [雲門却展兩手] / 제55칙 도오, 점원과 조문 [道吾漸源弔慰] / 제56칙 흠산, 화살 하나로 삼관을 쏘다 [欽山一鏃破三關] / 제57칙 조주, 어리석은 놈 [趙州田?奴] / 제58칙 조주, 해명할 수 없네 [趙州分疏不下] / 제59칙 조주, 다만 이것이 지도 [趙州只這至道] / 제60칙 운문, 주장자가 용이 되다 [雲門?杖化爲龍]

제61칙 풍혈, 한 티끌을 세우면 [風穴若立一塵] / 제62칙 운문, 가운데 보배 하나가 있다 [雲門中有一寶] / 제63칙 남전, 고양이를 베다 [南泉斬猫兒] / 제64칙 남전, 조주에게 묻다 [南泉問趙州] / 제65칙 외도, 부처에게 묻다 [外道問佛] / 제66칙 암두, 어디서 왔는가 [巖頭什?處來] / 제67칙 부대사, 《금강경》 강의 [傅大士講經] / 제68칙 앙산, 삼성에게 묻다 [仰山問三聖] / 제69칙 남전, 일원상 [南泉一圓相] / 제70칙 위산, 백장을 시립하다 [?山侍立百丈]

제71칙 백장, 오봉에게 묻다 [百丈問五峰] / 제72칙 백장, 운암에게 묻다 [百丈問雲巖] / 제73칙 마조, 사구백비 [馬祖四句百非] / 제74칙 금우, 크게 웃다 [金牛呵呵笑] / 제75칙 오구, 법도를 묻다 [烏臼問法道] / 제76칙 단하, 어디서 왔는가를 묻다 [丹霞問甚處來] / 제77칙 운문, 호떡 [雲門?餠] / 제78칙 십육 보살, 욕조에서 깨닫다 [十六開士入浴] / 제79칙 투자, 모든 소리는 부처의 소리 [投子一切佛聲] / 제80칙 조주, 갓 태어난 아기 [趙州初生孩子]

제81칙 약산, 왕사슴 중 왕사슴 [藥山?中?] / 제82칙 대룡, 견고한 법신 [大龍堅固法身] / 제83칙 운문, 고불과 기둥 [雲門古佛露柱] / 제84칙 유마,불이법문 [維摩不二法門] / 제85칙 동봉, 호랑이 소리를 내다 [桐峰庵主作虎聲] / 제86칙 운문, 광명이 있다 [雲門有光明在] / 제87칙 운문, 약과 병은 서로 다스린다 [雲門藥病相治] / 제88칙 현사, 세 가지 병 [玄沙三種病] / 제89칙 운암, 도오에게 손과 눈을 묻다 [雲巖問道吾手眼] / 제90칙 지문, 반야의 체 [智門般若體]

제91칙 염관, 무소뿔 부채 [?官犀牛扇子] / 제92칙 세존, 자리에 오르시다 [世尊陞座] / 제93칙 대광, 춤을 추다 [大光作舞] / 제94칙 《능엄경》, 보지 못할 때 [楞嚴不見時] / 제95칙 장경, 두 가지 말 [長慶二種語] / 제96칙 조주, 삼전어 [趙州三轉語] / 제97칙 《금강경》, 죄업소멸 [金剛經罪業消滅] / 제98칙 천평, 두 번 틀림 [天平兩錯] / 제99칙 숙종, 십신조어 [肅宗十身調御] / 제100칙 파릉, 취모검 [巴陵吹毛劒]

《벽암록》 해제
역자 후기
부록1 불조법계도
부록2 《벽암록》 등장 선사 행장
참고 문헌

선禪은 인도에서 발생한 ‘드야나dhy?na’에서 기원하지만, ‘참된 자기발견’을 선으로 정의한 것은 중국 선종이다. 인도에서의 선은 다만 ‘정신안정과 통일’의 의미를 가지지만, 선종에서의 선은 ‘인간의 본성을 깨닫는다’라는 의미이다. 선종의 역사는 바로 참된 부처, ‘청정성’이라는 자신의 본성을 체득하고 실천해온 선사들의 이야기이다. 단하가 목불을 태운 행위는 온몸으로 격렬하게 수행한 결정체이며,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단하소목불丹霞燒木佛’이라는 공안이 된다._p.563

‘갈등葛藤’은 넝쿨이 나무에 뒤엉켜 휘감긴 것을 뜻한다. 선禪은 불립문자不立文字라고 하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깨침의 세계에 도달하는 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선은 또한 말을 대단히 중시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를 말로 표현해야 하므로 갈등을 일으킨다. 그래서 선에서는 그러한 말을 ‘갈등’이라고 부른다. _p.14

‘마 삼근’이나 ‘호떡’에는 어떤 의미도 담겨 있지 않다. 덕산德山은 그 자리를 “다만 이것[只這是]”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것’이라고 말하는 것 말고는 달리 나타낼 도리가 없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진여眞如’라든가 ‘공’이라든가 하는 말을 사용하면 도리어 진여나 공에 구애된다. 불조佛祖를 넘어선 세계를 운문이 단 한마디로 ‘호떡’이라고 한 데에는 그 말조차 관계가 없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말하자면 우리 자신의 일상의 일이 그대로 불조를 넘어선 세계임을 ‘호떡’으로 단박에 보인 것이다._P.439

옛 선가에서는 선승이 학인의 주체성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 의미로 ‘살인도殺人刀·활인검活人劍’이라는 말을 썼다. 여기서 ‘살인’이라는 말은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철저히 부정한다는 말이다. 이 ‘살殺’은 죽인다는 것조차 부정하는 절대적인 부정이기 때문에, 머리털 하나도 다치게 하지 않는다. 반대로 ‘활’이란, 상대의 주체성을 한번에 뿌리째 뽑아버리고 목숨을 잃게 하여, 바로 그렇게 함으로써 크게 살리는 것이다._p.76

‘저리這裏’는 ‘여기’라는 의미이다. ‘자성’ ‘불심’ ‘깨침의 경지’ 등을 상징하는 대명사이다. 본래 이름이 없기에, ‘여기’ ‘이놈’ ‘그’ ‘주인공’이라고 하기도 한다. 즉 암주의 말은 “고인古人들은 왜 여기에, 깨침 속에서 살려고 하지 않았는가”라는 뜻이다. ‘고인’은 ‘불불조조佛佛祖祖’이다. 그들은 대원각을 성취하고 대열반을 얻어 고봉 정상에 도달하였지만, 모두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사생四生(태胎, 란卵, 습 濕, 화化)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여기’가 우리가 살 집이라고 한다면, 그는 조사의 자격이 없다. 구름처럼 물처럼 사는 것이 선자禪者의 본령이다. _P.154

삼계三界가 무법無法인데 어디에서 마음을 구할까? 마음을 구한다는 것은 불가득不可得이다. 그래서 《금강경》에 “과거심 불가득, 미래심 불가득, 현재심 불가득”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는가. 모든 것은 허무일까. 하늘을 보면 흰 구름이 유유히 흐르고, 아래로는 냇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설두는 “백운을 지붕 삼고 흐르는 냇물을 거문고 삼는다”라고 노래했다. 선에서 말하는 ‘무’와 ‘공’은 아무것도 없는 ‘허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백운’이나 ‘냇물’처럼 있는 그대로가 ‘무’이며, ‘무’로 있는 것 그대로가 진실의 세계이다._P.227

도장을 종이에 찍으면 그 인印이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 본심의 심인心印도 천지 현물로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도장을 찍은 채 그대로 두면 인이 드러나지 않으니, 이는 ‘무인無印’의 경우이다. 전자前者는 기와나 작은 돌도 빛을 발한다고 하는 긍정의 입장이고, 후자後者는 황금도 빛을 잃는다고 하는 부정의 입장이다. 전자는 차별의 세계이고 후자는 평등일여의 세계이다. 풍혈은 여기서 “다만 도장을 떼지도 않고 인을 남기지도 않으려면 찍는 것이 옳은가 찍지 않은 것이 옳은가”라고 대중들에게 물었다. _P.233

선 수행자의 필독서,
선문 3대 공안집 《벽암록》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리의 세계,
공안에서 길을 찾다

공안公案이란 스승과 제자 사이에 주고받은 ‘깨달음의 대화’를 채집하여, 수행의 교본으로 삼고자 정형화한 선문답이다. 선禪은 본래 언어·문자로 표현되는 개념의 한계를 벗어나,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스승이 제자에게 일대 일로 마음을 전해왔다. 그러나 송宋대 이후에는 옛 선사들의 ‘깨달음의 현장’을 문자로 기록한 ‘공안’을 통해 수행하는 공안선公案禪, 즉 문자선文字禪이 유행한다. 설두의 《송고백칙》과 그것에 대한 강의록인 원오의 《벽암록》은 문자선의 백미이다.
《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은 설두 스님이 엄선한 백 개의 공안과 그의 유려한 선시, 그리고 이에 대한 원오 스님의 강설을, 혜원 스님이 객관적이고 정확한 원문 해석을 통하여 자세히 설명한 선어록 해설서이다. 원본의 깊은 뜻은 더욱 자세히 밝히고, 불필요하게 복잡한 설명은 과감히 생략하여 일목요연하게 한 권에 담았다.

《벽암록》, 어떤 책인가
- 무사선無事禪에서 깨침의 선으로

《벽암록》은 ‘종문宗門 제일의 책’이라고 극찬받는 선의 교과서로, 12세기 북송 후기에 원오 극근 선사가 편집한 공안집이다. 북송 초기에 설두 중현 선사가 주요 선사들의 문답 중 백 칙을 선별한 다음 자신의 깨달음을 송(시)으로 표현한 《설두송고》에, 원오 극근이 주석과 해설을 붙였다.
원오는 이십 대에 진여원에 머물면서 《설두송고》를 배웠고, 이때부터 20여 년간 공안과 설두의 송을 잠시도 놓지 않았다. 그가 《설두송고》의 평창(강설)을 시도한 것은 40세 때 소각사의 주지를 맡고 있을 무렵이다. 《벽암록》은 원오가 세 번에 걸쳐 《설두송고》에 평창을 붙여 강의한 내용을 그의 제자들이 모아 편찬한 책이다. ‘벽암碧巖’이라는 두 자는 협산 영천원의 방에 걸려 있는 글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벽암록》은 총 100칙으로 이루어졌으며, 각칙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 수시: 본칙 앞에 원오가 서론 격으로 붙인 글로, 수시가 없는 칙도 있다.
(2) 본칙: 설두가 선별한 고칙 공안에 원오가 착어(원오의 촌평, 하어下語라고도 한다)와
평창(본칙에 대한 원오의 강설)을 달았다.
(3) 송고: 본칙에 대한 설두의 감흥시와 이에 대한 원오의 착어(설두의 송에 삽입된 원오의 촌평), 원오의 평창(설두의 송에 대한 원오의 강설)으로 구성된다.
※ 본 해설서 《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은 원문 중 원오의 착어와 평창은 생략하고, 수시·본칙·송만 한정하여 해설하였다.

《벽암록》은 매우 난해한 책으로 정평이 나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리의 영역을 말로 보여주어야 하는 선문답 자체의 어려움에 더하여, 구성면에서도 복합적이고 중층적이라 쉽게 읽히지 않는다. 더욱이 이 책은 여러 차례의 강의 내용을 모은 것이라, 내용이 중복되어 있기도 하고 필록자의 의도가 추가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형식적·내용적·사상적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벽암록》이 담고 있는 깊이와 아름다움은 90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선 수행자들을 매료해왔다.
《벽암록》의 저자 원오는 대오大悟가 철저하기 위해서는, 공안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활구活句로 체득’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벽암록》에서 원오의 평창을 보면, 대오의 체험을 강하게 요구하는 내용이 여러 곳에 나타난다. 그래서 원오는 번잡한 교리보다는 전광석화와 같은 생생한 말을 사용했다. 특히 하어下語(본칙과 송 중간 중간 달은 짧은 촌평)에서 그런 표현이 자주 보여, 어떠한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자유의 세계를 나타내려는 노력의 흔적이 묻어난다.
원오가 선 수행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기본적인 태도는 세 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첫째,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것’, 즉 ‘무사선無事禪’은 미망迷妄이라고 한다. 둘째, 결정적인 대오철저大悟徹底의 체험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가 부처’라고 말하는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셋째, 대오의 체험을 얻기 위해서는 공안을 자의字義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태도를 버리고, 의미와 논리를 끊은 한마디, 즉 활구活句로 궁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이러한 원오의 수행관이 담긴 《벽암록》은 당唐대 선에서 송宋대 선으로의 사상적인 이행과정, 즉 ‘무사선無事禪’에서 ‘깨침의 선’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어, 중국 선종 사상과 수행 방식의 변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서적이다.

《벽암록》의 탄생 배경
- 불립문자不立文字와 불리문자不離文字

교종敎宗에서 팔만사천의 경전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종파마다 교상판석敎相判釋을 제시하여 학인들을 지도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선문禪門에서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문답을 통하여 ‘조사祖師의 심인心印’을 직접적이고 실천적인 체험의 방식으로 전수하여왔다. 즉 선문의 스승과 제자는 경전이나 교설 등 문자·언어의 틀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다양한 방편으로 심득心得을 전하였다. 말이 끊긴 ‘참 실재’의 경계, 말이나 개념으로 규정할 수 없는 ‘실상’에 직입直入하는 것이 수행의 목표였다.
그러나 송宋대 이후 선종이 사회제도에 편입되면서, 선종 내부의 체계나 수행 방식도 제도적으로 정리, 규격화되었다. 이제 선문답은 더 이상 스승과 제자 사이에 일대 일로 이루어진 비밀스러운 대화가 아니었다. 선사들의 유명한 문답이 활자화되어 공개적 텍스트로 전환되었고, 교종에서 경전을 탐구하듯 선문에서는 선어록을 통하여 자신의 수행을 점검하고 지표로 삼게 되었다. 이제 선은 ‘불립문자不立文字(문자를 세우지 않는다)’에서 ‘불리문자不離文字(문자를 떠나지 않는다)’의 흐름으로 전환되어 문자선文字禪(공안선公案禪)의 시대에 접어든다.
‘공안’은 본래 관청의 공문서를 가리키지만, 선종에서의 공안은 수행자에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부과된 고인古人의 문답이다. 수행자들은 선대의 문답을 수집, 분류하고 이를 과제로 삼아 참구參究하는 것을 중요한 수행방법으로 삼았다.
공안의 참구 방법은 대략 ‘문자선’과 ‘간화선’으로 나눈다. 문자선文字禪은 공안의 비평이나 재해석을 통하여 선리禪理를 탐구하는 것이다. 설두 중현의 《설두송고》와 이를 강의한 원오 극근의 《벽암록》은 문자선의 백미이다. 간화선看話禪은 특정한 하나의 공안에 대한 의단疑團에 집중하여 의식의 한계점에까지 다다라, 그 극치에서 의단을 타파하고 극적인 대오大悟의 실제 체험을 얻는 것이다. 원오의 제자 대혜 종고가 원오의 사상을 창의적으로 계승하여 간화선을 완성하였다. 운문종 설두 중현의 《설두송고》가 임제종 원오 극근의 문자선을 탄생시키는 근원이 되었다면, 《설두송고》와 《벽암록》은 대혜 종고의 간화선의 모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혜원 스님의 중국선 연구 반세기의 총화
- 한 권으로 벽암 고봉에 도전하다

《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은 다른 벽암록 해설서들과는 이렇게 다르다.

1) 간결한 구성
원문의 핵심 내용인 수시·본칙·송에 대해서는 상세히 해설하고, 부수적인 요소인 착어(중간 중간의 촌평)와 평창(논평)은 과감히 생략하였다.

2) 정확하고 객관적인 원문 해석 및 용어 설명
전문 선학자의 오랜 연구와 식견을 바탕으로, 학계에 권위 있는 방대한 선 문헌과의 비교·분석을 통하여 정확하고 객관적인 해석을 제공하였다. 해설 부분에서는 원문을 한 문장씩 설명하고, 전문 용어를 빠짐없이 자세히 해설하였다.
특히 공안 해석과 관련해서, 본 해설서에서는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선학을 전공한 여러 박사 연구자들과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주관적 감상을 배제하고 객관성을 높였다. 또한, 생경한 전문 용어를 알기 쉬운 말로 풀이하고, 다양한 선 문헌의 해석을 포괄하여 깊이를 더했다.

3) 선종사 전체를 아우르는 배경 지식 제공
본문 말미에 중국 선종사의 흐름을 정리하고, 부록으로 법계도 및 주요 선사들에 대한 약전을 제공하여, 선 입문자들도 선종사와 선사상의 전반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시대별 주요 선사들의 특징 및 핵심 사상에 대한 기초 지식을 학습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은 반세기 동안 중국선을 연구하고 30년 이상 강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한 혜원 스님의 경험과 혜안이 담긴 역작이다. 종문 제일서로 이름이 높지만, 그만큼 험난하여 쉽게 오르지 못하는 벽암의 천 길 절벽, 그 절경에 도전할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원오 극근

圓悟克勤(1063-1135)
송宋대 임제종 양기파楊岐派 선사로, 불과선사, 진각선사라고도 한다. 어려서 출가하여 성도의 문조文照·민행敏行에게 교학을 배우고, 여러 지역을 편력하다가 안휘성의 백운산 해회사에서 오조 법연을 만나 대오하여 법을 이었다. 저술로 《벽암록》 외에 《격절록》, 《원오불과선사어록》 20권, 《원오심요》 등이 있다. 제자로 대혜 종고와 호구 소융이 있고, 양기파를 크게 발전시켰다.

번역 혜원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중국선을 전공하고 〈북종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학교 불교학부 교수, 불교문화원장, 불교대학·대학원장, 정각원장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학부 명예교수이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종용록》 《유마경 이야기》 《북종선》 등이 있으며, 역서로 《바웃드하》 《신심명·증도가》 《선어록 읽는 방법》 등이 있고, 공저로 《An Encyclopedia of Korean Buddhism》, 편저로 《선어사전》 《한국불교문화사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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