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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전쟁

위즈덤하우스

2024년 02월 02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1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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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6.98MB)
ISBN 9791171719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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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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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대학교에서 젠더, 섹슈얼리티,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알렉산더 K. 데이비스의 《화장실 전쟁》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기록으로 남아 있는 200년 가까운 미국 공중화장실의 역사를 살펴보고 화장실을 둘러싼 조직 내 의사 결정권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현대적인 담론을 포착하여 화장실을 만드는 이들이 공중화장실을 경유해 젠더 질서를 형성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책 속에서 미국 공중화장실이 설치되고 개조되는 동안 오간 이야기는 현재 한국 대학 내 ‘모두를 위한 화장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화장실 전쟁’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화장실 전쟁》은 이 같은 ‘화장실 논쟁’에 사회학적으로 답을 찾아가는 책이며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에 드나드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 이 화장실 문이 어떤 질서를 강화하는지 돌아보게 하고, 이 공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상상하게 해줄 것이다
서문
왜 화장실을 연구하는가?/왜 화장실 전쟁인가?/포스트-젠더 사회?/젠더화된 조직을 관계 이론으로 접근하기/약속과 계획

1 / 화장실을 정치화하기
사적 욕실에서 (모종의) 공중화장실로: 1880~1905 / 직장의 수세식 화장실 한 곳에서 두 곳으로: 1880~1920 / 준 공중화장실에서 공공 편의 시설로, 그리고 다시 회귀: 1905~1970 / 분리된 공간에서 동등한 공간으로의 기록: 1945~1995 / ‘화장실 정치’라는 숨겨진 특권

2 / 화장실 설비의 전문화
“적절한 공중화장실 제공은 공리적이다” / “의료인, 건축가, 배관공은 모두 배관 시설이 과학임을 알고 있다” / “양질의 배관 시설은 건물의 가치를 높인다” / 젠더의 제도적 성취의 첫 번째 요소: 제도적 유동성

3 / 화장실 규제
“화장실이 없다” / “신체가 모든 사생활 보호 권리 중에서도 가장 신성하고 의미 있다” / “너무 분노한 나머지 몸이 아프기까지 했다” / 젠더의 제도적 성취의 두 번째 요소: 체화된 정동

4 / 화장실에 반대하기
“대대적인 배관 곡예” / “가짜 접근성 문제를 지어내다시피 하다” / “아예 건물을 완전히 밀어버리고 새로 지을 여유가 있다면” / 젠더의 제도적 성취의 세 번째 요소: 물질적 관성

5 / 화장실의 영향력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고려 사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 “우리가 외우고 또 외운 주문은 ‘설계 우선’이었습니다” / “사람들이 무엇에 반응할지는 절대 알 수 없으니까요” / 젠더의 제도적 성취의 네 번째 요소: 담화 회로

6 / 화장실을 변신시키기
“변화를 꺼리는 의지야말로 그 기관을 일류로 만들어줍니다” / “우리의 진보적 평판을 고려하면, 논리적인 다음 단계죠” / “최소한에 안주한다면 과연 ‘톱 10’ 대학이라 할 수 있을까요?” / 젠더의 제도적 성취의 다섯 번째 요소: 조직적 네트워크

결론
젠더화된 조직의 관계 이론을 향해 / 젠더의 관계 사회학을 향해 / 하지만 우리가 더 나은
화장실을 만들 수 있을까?

ㆍ 부록 | 데이터와 방법론
ㆍ 감사의 말
ㆍ 옮긴이 후기
ㆍ 주
ㆍ 참고 문헌
ㆍ 찾아보기

화장실은 성차로 넘쳐난다. 건물에서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은 별개의 복도나 한 층의 양끝에 위치한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아예 다른 층에 배치될 때도 있다. 문에는 성별을 구분하는 표지판과 기호가 붙어 있으며,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현격히 다른 기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두 공간의 에티켓 규범도 전혀 달라서, 남자 화장실에서는 전형적으로 침묵과 거리가 요구되는 반면, 여자 화장실은 보다 사교적인 규범이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차이는 너무나 흔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나머지 이것이 남성과 여성에게 선천적으로 내재해 있는 신체적, 행동적 차이에 따른 논리적 반응이라고 생각하고 싶을 정도이다. (17쪽)

내가 검토한 문헌 및 인터뷰 데이터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 《화장실 전쟁》은 사회학자들에게 새로운 젠더 이론을 제공한다. 이는 이데올로기, 제도, 불평등의 세 방향이 서로 교차하며 젠더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론이다. 기존 학자들이 가르쳐주었듯, 젠더는 지속적 협상의 대상인 문화적 현상이며, 화장실 시설을 계획하고 업데이트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 작업을 통해 활발하게 형성되고 재형성된다. 그러나 젠더는 결코 단독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젠더의 유연성은 그 외의 폭넓은 문화적 압박, 제도적 관계, 물질적 구조, 그중에서도 특히 조직적 정책, 과정 및 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의해 근본적으로 제약되고 활성화된다. 따라서 그 안에서 활동하는 조직과 개인은 공중화장실을 설계하고 건축하고 상상할 때 젠더 자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어야 하는지도 함께 설계하고 건축하며 상상한다. (32~33쪽)

젠더를 상호작용적 ‘성취’라고 본 웨스트와 치머만의 고전적 공식화와 최근 젠더의 ‘제도적’ 특성을 강조해온 여러 페미니즘 이론가를 차용하여, 나는 이 관계적 과정을 젠더의 제도적 성취라고 지칭하고자 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첫째, 개별 사회 행위자가 시급한 조직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면서 수행하는 역동적 사회적 행위를 통해, 둘째 그러한 문제를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기존의 젠더 이데올로기에 의지하거나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냄으로써, 셋째, 그러한 점검의 일환으로 해당 지역의 제도 영역에서 지배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지위 위계에 대응하고 그것을 재생산함으로써, 넷째, 그 모든 문화적, 상호작용적 작업의 결과를 조직 절차, 규제적 구조 및 물리적 공간(화장실은 물론 그외에도 여러 공간)으로 구체화함으로써, 마지막으로 새롭고 긴급한 조직적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다시금 그렇게 구체화된 선택의 역사와 씨름함으로써, 젠더가 제도적 성취의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33쪽)

내가 ‘직업적 삼투’라 부르는 문화적 흡수의 과정은 지배적 가치를 전문적 담론의 일상적 용어에 침투시킨다. 이는 전문 영역의 정당성에 대한 주장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저에 있는 문제적 이데올로기를 강화한다. 그중에서도 필자들이 성별을 중심 소재로 다루는 경우, 그 삼투는 상당히 가시적인 것이 되곤 했다. 예를 들어 뉴어크에 “중앙에 위치한 공중화장실”이 새롭게 지어졌을 때, 한 글에서는 그저 “다른 지역의 화장실 설계에 나타나는 오류를 피했을” 뿐 아니라 화장실을 “둘로 나눈 뒤 건물의 같은 쪽 끝에 있더라도 남성용 출입구와 여성용 출입구를 최대한 멀리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두 건축가를 상찬했다. 마찬가지로 시애틀의 건축가들도 “시 당국의 입장에서 공중화장실의 막대한 편의성에 대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평가”에 대응하여 “화장실의 남성 구역과 여성 구역으로 통하는 출입구”를 “차양의 끄트머리에 이르기까지” 서로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위치시키면서, 부르주아의 성별 이데올로기를 자신들의 작업에 연결했다. (90~91쪽)

성별과 직장 화장실에 대한 연방법원의 판결은 확고하게도 판례에 근거하며 성별 및 사생활에 대한 규범적 기대를 옹호한다. 그러나 미국 법원이 원고의 직장 화장실 공간 내부 및 주변에서 법적 조치가 가능한 성차별 행위의 발생 여부를 판별하려 할 때에는 또한 결정적인 감정적 증거를 찾으려고 한다. 특히 이 장에서 분석한 의견서의 경우, 화장실 불평등 및 사생활 침해에 관한 문제제기에 법원이 답변할 때 그것은 원고들이 위반을 인식함에 따라 젠더를 실감하는 정도(실감한다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즉 직관적이고 정동적이며 물리적 신체와 분리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이 젠더화된 인간임을 감각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연방법원은 그렇게 답변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젠더의 신체화에 관해 서로 연관되어 있는 여러 문화적 믿음을 강화한다. (126쪽)

“저는 우리가 공간에 대해 내리는 선택이 이용객들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점을 사서들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 ○○ 도서관은 성중립 화장실을 만들 방법을 모색할 때 모든 직원이 정말 빠르게 동참했고요.” 그러나 조직의 집단적 승인은 화장실 개조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케이트는 성중립 화장실을 마련하려는 시도에 동료들이 매우 신속히 동참한 것에 대해 조금도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것의 도입을 막는 새로운 방해물이 마찬가지로 신속하게 등장한 데에는 상당히 놀랐다. “문제는 그것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에 대해 저희가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어요.”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대대적인 배관 곡예를 하지 않고 별도의 일인용 화장실을 설치할 만큼 충분한 면적을 찾아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 저희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144쪽)

공공장소는 종종 미국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곤 하는데, 이는 대개 공공장소에 혁명적 사회 변화를 촉발할 능력이 있다고 상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포용적인 공공장소가 경제적 특권을 가진 시민들에게만 제공된다면, 공공장소의 촉매로서의 잠재력은 필연적으로 비활성화되거나, 더 나쁘게는 사회 불평등을 뒤엎기는커녕 확대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게이와 레즈비언의 주류 인권운동에 대한 연구에서 딘 스페이드는 “소수 의 엘리트 전문직 게이 및 레즈비언”의 이해관계가 동성혼 합법화와 기업의 반차별 정책의 인지도에 시의적절한 이익을 부여했지만, 그러한 이득은 퀴어 및 트랜스젠더 권리가 한때 추구했던 보다 포괄적인 사회적, 경제적 정의에 대한 비전을 희생해서 얻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중립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부유한 지역은 장애인, 트랜스젠더, 그 외 성별분리 화장실로 인해 불편을 겪는 모든 사람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방자치단체 조직을 구축할 여유를 재정적으로든 비유적으로든 가지고 있었지만, 덜 부유한 지역은 과거의 젠더 이데올로기가 남긴 물질적 결과를 떠안은 채로 “‘가진 자’에 비해 뒤처지는” 악순환을 계속해서 가속하게 된다. 따라서 성중립 화장실을 늘리는 것은 21세기의 그 어떤 조직에도 가치 없는 목표가 아니지만, 진정으로 화장실에 혁명을 일으키려면 공공성을 민영화하는 모델로부터는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늘날 미국에서 지배적으로 이루어지는 투자와는 상당히 다른 종류의 공공선에 대한 투자가 요구될 것이다. (166~167쪽)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맨 처음 두 번만 가족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 중 “가족용 화장실”이라고 말할 때마다 계속해서 그 단어를 강조했다. 그가 아홉 번에서 열 번 정도 그렇게 하자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그의 끈질기고 독특한 표현에 대해 물었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가족이란 아무도 반대할 수 없는 대상이니까요. 그것은 비정치적입니다. 뉴스에서 트랜스젠더가 어쩌네 화장실 안전이 저쩌네 온갖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고객들에게 그들이 단 한 명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 화장실에 들어올 수 있으며 결코 불쾌한 일을 겪지 않으리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191~192쪽)

그러나 피에르 브루디외가 《구별짓기》에서 상기시켰듯이, 문화적 소비는 언제나 문화적 의사소통이며 그 의사소통은 언제나 “사회적 차이를 정당화하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응답자들이 단순히 자신의 직업적 책임을 수행했다 해도, 그들의 말은 성중립 화장실에 대한 “취향”이 21세기 미국에서 계급 특권의 신호임을 보여준다. 그들과 그들의 조직, 그곳의 이용자들을 문화적으로 우월하다고 표시하는 것이다. (199쪽)

“우리의 평판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우리를 앞서갑니다. 어떤 식으로든 그 평판을 해칠 위험이 있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이지요. 예비 학생, 졸업생 기부자, 교수 임용 후보 들은 모두 마음속에 우리 ○○대학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어떤 유형의 교육기관이며, 어떤 유형이 아닌지에 대한 평가가 있지요. 우리가 그 평판을 잃는다면 자원도 잃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자원을 잃으면 미국 최고의 인문대학 중 하나라는 우리의 지위도 잃게 되고요.” 비슷한 대학의 또 다른 행정관은 자신의 동료들이 “성중립 기숙사 확보를 위한 학생운동”에 진심으로 공감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 공감은 “대학의 성격”을 지켜야 한다는 우려를 압도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들의 경우 대학의 이사회는 “원칙적으로 지지”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정책의 도입을 앞당길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내가 좀 더 상세히 설명해달라고 청하자, 그 행정관은 대학의 진행 과정에 대한 국지적 뉘앙스에서 보다 대담한 선언으로 이야기의 방향을 바꿨다. “어떤 면에서는, 변화를 꺼리는 의지야말로 그 기관을 일류로 만들어줍니다. 이러한 현실은 어떤 형식으로든 새로운 사업에 대한 요청, 특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업에 대한 요청이 있을 때, 그에 대한 첫 번째 답변은 기본적으로 ‘기각’임을 의미합니다.” (213쪽)

미국에서 가장 트랜스 친화적인 대학을 선정한 《디 애드버킷》의 2012년 기사에서, “당연하게도 ‘톱 10’ 목록에서는 정치적으로 보다 진보적이고 트랜스 가시화가 이루어진 지역인 북동부 및 서부 해안의 대규모 공립 4년제 대학이 우세하다”고 보고했지만, 그 목록에 오른 기관 중 절반이 《포브스》에서 정리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22개 대학 목록에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역시 놀라운 일이 아니다. (232쪽)

인류 역사상 가장 정치적인 공간, 화장실
‘화장실 논쟁’에 사회학으로 답하다

2022년 3월 성공회대학교에 이어 12월 카이스트에도 ‘모두를 위한 화장실’(또는 ‘모두의 화장실’)이 설치되었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성별이 다른 활동 지원인이나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등 다양한 젠더와 몸을 가진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표지판에 성별 구분을 없애고 넓은 공간 안에 여러 편의 시설을 갖춘 개별 화장실을 말한다. 준비 단계부터 찬반 양측의 관심이 뜨거웠던 이 화장실은 설치 이후에도 지자체에 폐쇄 명령을 요청하는 민원이 접수되거나 반대 시위가 열리며 그야말로 ‘화장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찬성 측에서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하며 구성원들의 필요를 반영하기 위해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에서는 불법 촬영을 비롯한 성범죄 가능성을 우려하며 모두가 아닌 ‘소수만을 위한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화장실 논쟁’에 사회학적으로 답을 찾아가는 책 《화장실 전쟁》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책 속에서 미국 공중화장실이 설치되고 개조되는 동안 오간 이야기는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화장실 전쟁’과 놀랍도록 비슷하다.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젠더, 섹슈얼리티,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저자 알렉산더 K. 데이비스는 기록으로 남아 있는 200년 가까운 미국 공중화장실의 역사를 살펴보고 화장실을 둘러싼 조직 내 의사 결정권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현대적인 담론을 포착하여 화장실을 만드는 이들이 공중화장실을 경유해 젠더 질서를 형성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최초의 공중화장실부터 최첨단 화장실까지
200년 가까운 미국 공중화장실의 역사

19세기 후반 배관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내 수세식 화장실이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배관 및 건축 기술자들은 위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화장실의 시장 가치와 그들의 직업적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위생은 미국이 추앙하는 가치로 자리매김했고 도시 빈민층에게도 최소한의 위생을 보장하기 위해 최초의 공중화장실이 등장했다.
20세기 초 의학 및 과학 담론이 대중적 인기를 끌면서 성차에 관한 연구가 권위를 얻었다. 이에 노동운동의 성과가 더해지며, 여성 노동자를 위한 화장실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남성 노동자를 위해 이미 설치된 화장실과 동등한 화장실을 여성 노동자에게도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는 성별분리 화장실을 의무화하는 법적 규제로 발전한다.
20세기 후반 트랜스젠더 권리 운동이라는 새로운 정치 세력이 성별 및 화장실 접근성에 대한 공적 토론에 진입했고 성중립 화장실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었다. 1991년에는 성별이 구분되지 않고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휠체어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널찍한 ‘가족용 화장실’이 등장하여 열띤 호응과 함께 확산되기도 했다.

평등한 화장실이 어떻게 불평등을 강화하는가
그럼에도 더 많은 공중을 포용하려는 노력은 역사적으로 계속해서 실패해왔다.
도시 빈민층을 위해 지어진 최초의 공중화장실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부유한 도시 거주자들은 그 화장실을 기피하게 되었으며 지역 자영업자들은 공중화장실의 존재를 항의하기에 이른다. 결국 대다수의 공중화장실은 호텔, 기차역, 백화점과 같은 중산층 이상을 위한 시설에 위치하게 되고 부유한 도시 거주자들은 노동계급과 도시 빈민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었다.
여성의 사회 진출과 함께 여성 노동자를 위한 화장실이 지어지기 시작했으나 당시 동등한 화장실을 추구하는 조직적, 법적 논리는 궁극적으로 여성과 남성에게 본질적 차이가 있으며 여성의 몸을 나약하고 모성적인 몸으로, 무엇보다 성적 약탈의 위험을 겪는 몸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었고 성별분리 화장실 법제화는 이러한 문화적 메시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20세기 중반부터 꾸준히 늘어난 직장 화장실 관련 성차별 소송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의 권리는 시스젠더 여성의 권리보다 보호받을 가치가 덜한 것으로 여겨졌고 법원은 직장 내 성차별을 주장하는 원고의 감정을 중요한 근거로 삼아 판결하는 경향을 보였다. 따라서 원고들은 승소하기 위해 ‘합리적인’ 사람이 ‘반대’ 성별에게 신체가 노출되었을 때 어떤 경험을 할 것인가에 대한 법원의 기대에 부합하는 방식, 즉 규범적인 성역할 기대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술하게 되었다.
동등한 화장실을 얻어내려던 여성들의 투쟁은 시간이 지나자 건물에 성중립 화장실을 추가할 공간이 없는 이유가 되고 말았고 성중립 화장실을 만들고 확대하기 위한 노력 역시 부유한 지역에서 훨씬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가난한 지역은 공간의 물리적 한계와 개조 비용의 제약으로 과거의 젠더 이데올로기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더 교육받고 더 부유한 지역일수록 더 많은 젠더 포용적 공간을 갖게 되면서 성중립 화장실은 문화적 권력과 특권 체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서 계급 질서를 드러내게 된다.

우리가 더 나은 화장실을 만들 수 있을까?

그렇다면 평등을 위한 노력은 결국 불평등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가? 《화장실 전쟁》의 후반부에서는 보다 평등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조직 내부에서 노력해온 현장의 행위자들과 만나 가장 현대적인 담론을 분석한다.
조직 내부의 행위자들은 필요한 자원을 획득하고 다른 동료들을 설득하여 성평등한 화장실을 설치하기 위해 기존의 법률적 근거를 창의적으로 활용했다. 1990년 고용 환경 및 공공장소에서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는 미국 장애인법이 통과되고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성중립 화장실 설치를 권장하는 미국 장애인 표준 디자인 규격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접근성에 관한 법적 위반이 생길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장애인법 규정을 지키기 위해 화장실을 개조하면서 기존의 성별분리 화장실을 성중립 화장실로 바꿔냈던 것이다.
때로는 젠더 포용적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행위자가 속한 조직의 평판에 도움이 될 거라 설득하기도 하고 비슷한 조직에서 먼저 젠더 포용적 공간을 성취한 다른 이들에게 설득 전략을 배우기도 했다. ‘성중립 화장실’이라는 이름이 ‘부담’스러우면 ‘가족용 화장실’이라는 이름을 붙여 더 포용적인 공간을 만들었고, ‘성중립 기숙사’가 ‘너무 진보적인 사업’으로 여겨진다면 경쟁적인 지위에 있는 조직보다 먼저 도입해야 우리 조직이 더 돋보일 수 있을 거라고 동료들을 설득했다.
물론 보다 성평등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노력들은 계급 질서를 강화하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했고 특권계급에 속한 행위자들은 그렇지 않은 행위자들보다 수월하게 바라던 바를 이루었지만, 젠더화된 조직과 불평등한 사회에서 행위자들은 특권과 제약을 넘나들며 기존의 관행에 도전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중요하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이 점이다. 그는 “젠더의 문화적 의미와 사회적 결과가 결코 확정되거나 종결되지 않았음”을 밝히고 “그 의미와 결과는 개인과 조직 모두에 의해 끊임없이 협상되며, 공중화장실은 오랫동안 그 협상이 투과되는” 프리즘이라고 말한다. 단단한 콘크리트로 지어진 화장실도, 그보다 더 공고한 젠더 질서도 고정된 것이 아니며 사회 구성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계속해서 변화해왔다는 것이다. 《화장실 전쟁》은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에 드나드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 이 화장실 문이 어떤 질서를 강화하는지 돌아보게 하고, 이 공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상상하게 해줄 것이다

작가정보

Alexander K. Davis
프린스턴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젠더 및 섹슈얼리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같은 대학에서 조직사회학의 관점으로 젠더, 섹슈얼리티,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프린스턴 글쓰기 프로그램 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첫 책 《화장실 전쟁》에서는 공중화장실의 성별분리 여부가 제도적 지위를 나타내는 강력한 신호임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젠더화된 조직 이론을 구축하여 21세기의 이데올로기, 제도, 불평등을 바라보는 새로운 틀을 제공한다.

저자(글) 조고은

서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뒤 영어와 일본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여기부터 성희롱》 《도나해러웨이》 《내일의 섹스는 다시 좋아질 것이다》 《나의 젠더 정체성은 무엇일까?》 《애국의 계보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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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화장실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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