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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를 해부하다

유임주 지음
한겨레출판사

2024년 02월 05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1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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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7213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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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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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화가, 화단의 이단아, 분리파의 수장… 19세기 미술사의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에겐 수많은 애칭이 있다. 하지만 이것들이 클림트의 모든 면모를 설명하고 있을까? 해부학자이자 의사인 저자는 클림트의 이름 앞에 ‘인간과 과학에 매혹된 예술가’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덧붙이며, 비밀스럽고 색다른 미술관 탐험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클림트를 해부하다》는 화려한 화풍과 도발적인 시도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에 숨겨진 생물학적 도상, 즉 “클림트 코드”를 발견하는 책으로 인간의 탄생부터 성장, 노화, 죽음까지의 이야기를 과학과 예술의 흥미로운 만남 속에서 풀어낸다. 또한 이 책은 ‘인간의 생로병사’를 평생의 테마로 삼았던 클림트가 ‘과학의 시대’에 인간의 기원을 추적하는 발생학을 접하고, 또 그것을 그림에 녹여냈던 집요한 과정을 되짚어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해부학자의 눈으로 〈키스〉에 빼곡히 그려진 문양을 해석한 저자의 연구는 세계 3대 의학저널인 《JAMA》에 소개되었고,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비롯한 전 세계 석학들의 찬사를 받았다. 《클림트를 해부하다》는 해당 연구를 근간으로 ‘클림트를 사랑한 해부학자’인 저자가 지금까지 모아온 귀중한 연구 성과를 엮어낸 첫 책이다.
1부에서는 클림트를 비롯한 당시의 예술가들을 과학에 매료시킨 시대·문화적 배경을 살피고 2부에서는 〈키스〉, 〈다나에〉 등 클림트의 작품 속 인간 발달을 상징하는 도상들을 본격적으로 분석한다. 3부에선 프리다 칼로, 에곤 실레, 에드바르 뭉크 등 클림트와 마찬가지로 과학에서 예술의 영감을 얻었던 화가들의 작품을 살펴본다. AI로 복원된 다수의 컬러 작품뿐만 아니라, 당대 과학자들의 연구 스케치, 과학 전문서의 삽화 등이 다수 수록되어 있어 오래전 인간 탄생의 비밀을 추적하듯 색다른 미술 관람이 가능하다.
추천의 글 | 최재천, 정지태
작가의 말

1부. 클림트의 탄생

작은 씨앗 | 1900년대 전후 빈의 분위기
빈 모더니즘 | 젊은 예술가들, 문화적 황금기를 이끌다
성장 | 클림트의 출생과 성장
예술가 컴퍼니 | 알을 깨고 나오다
분리파 | 다시 예술의 시간이 흐르다
영감 | 황금빛 철학자에게 영향을 준 것들
▶ 부록 ◀ 클림트와 눈높이를 맞춰보자
과학의 시대 | 현미경의 발달
수정 | 정자와 난자의 비밀을 밝히다
클림트 코드 | 그림에 새긴 생물학적 도상
찰스 다윈 | 미술에 진화론 바람이 불다
에른스트 헤켈 | 다윈의 뒤를 잇다

2부. 클림트 코드를 파헤치다

태초의 공간 | 〈벌거벗은 진실(Nuda Veritas)〉, 1898
검열은 끝났다 | 〈빈 대학교의 천장화(University Scandal, Faculty Paintings)〉, 1899~1907
여행의 시작 | 〈베토벤 프리즈(The Beethoven Frieze)〉, 1901~1902
욕망과 발생 | 〈키스(The Kiss)〉, 1907~1908
만남과 착상 | 〈다나에(Danae)〉, 1907~1908
잉태 | 〈희망Ⅰ(Hope I)〉, 1903
고통과 두려움 | 〈희망Ⅱ(Hope II)〉, 1907~1908
탄생과 노화 | 〈여인의 세 시기(The Three Ages of The Woman)〉, 1905
생의 순환 | 〈죽음과 삶(Death and Life)〉, 1910~1915
계통과 진화 | 〈스토클레 프리즈(Stoclet Frieze)〉, 1905~1919

3부. 예술, 인간의 기원을 좇다

괴물의 스케치 | 오딜롱 르동 〈기원(Les Origines)〉, 1883
가상의 유인원 | 가브리엘 폰 막스 〈말 못하는 유인원(Pithecanthropus Alalus)〉, 1883
생은 순환한다 | 에드바르 뭉크 〈마돈나(Madonna)〉, 1894~1902
여성의 몸 | 에곤 실레 〈엎드린 소녀(Girl Sitting in Black Apron)〉, 1911
인류 개선을 꿈꾸다 | 디에고 리베라 〈교차로에 선 사람(Man at the Crossroads)〉, 1932~1933
위생과 면역의 시대 | 디에고 리베라 〈디트로이트 미술관 벽화(Detroit Industry Murals)〉, 1932~1933
유전을 이해하다 | 프리다 칼로 〈나의 조부모, 부모, 그리고 나(My Grandparents, My Parents, and I)〉, 1936
출산의 민낯 | 프리다 칼로 〈나의 탄생(My Birth)〉, 1932
돌봄과 수유 | 프리다 칼로 〈유모와 나(My Nurse and I)〉, 1937
세포 분열과 창조 | 프리다 칼로 〈모세(Moses)〉, 1945
쌍둥이와 세포의 추상 | 바실리 칸딘스키 〈둘 사이(Between Two)〉, 1934
자연, 운명의 지배자 | 요제프 볼프 〈겨울철의 들꿩(Ptarmigan: Winter)〉과 〈여름철의 들꿩(Ptarmigan: Summer)〉, 1873, 1875

에필로그

〈키스〉 속 연인의 옷자락에 숨겨진 문양과 상징을 실마리로 삼아, 클림트가 일생을 통해 추구했던 테마, 바로 ‘인간의 생로병사’를 어떻게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는지 해부학자로서 탐색한다. (…) 해부학자의 관점에서 클림트의 그림은 단순히 두 연인의 에로티시즘만을 보여주는 그림은 아니다. 1900년대 전후의 과학적 성과를 기반으로 피부밑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생명의 아름다움을 드러낸 의과학적 예술작품인 것이다. 클림트는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 그림들을 의학적인 관점에서 해부해보는 일의 의의는 무엇일까? - 8쪽

당시 빈 사람들은 〈철학〉에서 플라톤의 학당을, 〈의학〉에서 아스클레피오스와 히포크라테스에 대한 경배를, 〈법학〉에서는 법을 통한 정의 구현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클림트는 그런 전통과 거리가 멀었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누드와 알지 못할 상징으로 가득한 그림을 보여주었고, 〈철학〉은 모호하며, 〈의학〉은 불완전하고, 〈법학〉은 처벌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 클림트는 이 세 작품의 지난한 스캔들을 겪으면서 1905년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검열은 충분히 겪었다. 이제는 내 뜻대로 할 것이다.” 이를 계기로 클림트는 진정 자신만을 위한 예술을 경주하는 삶을 시작했다. - 46~47쪽

클림트는 어느 날, 의대 해부학 실습실을 방문했고, 이를 계기로 1903년 주커칸들 교수가 진행하는 ‘예술인을 위한 해부학 강의’를 듣게 된다. 주커칸들 교수는 인체의 육안적 구조와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조직의 사진을 랜턴(환등기) 슬라이드를 통해 소개하였으며, 특히 정자와 난자로부터 발달하는 인간 발생의 신비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였다. (…) 클림트는 주커칸들 교수의 강의와, 그와의 교류를 통해 해부학, 발생학, 조직학에서 표출된 이미지에 깊은 인상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를 자신의 그림 속 중요한 재료로 사용하게 된다. - 90쪽

〈키스〉 그림을 확대해서 살펴보자. 클림트는 세로로 긴 직사각형을 남성의 성기 모양의 상징으로 써왔다. 따라서 남자 옷에 표시된 검은 직사각형이 남근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클림트는 정자의 형태를 스타일리시한 도식으로 표현하였다. 여자의 옷을 살펴보면 도라지꽃 같은 다각형이 많이 관찰된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이 다각형에 물결치는 듯한 꼬리가 붙어 있는데, 이것이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200~400배 확대된 정자의 모습이다. 이미 19세기에는 광학 현미경 기술이 충분히 발달되어, 이 정도의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 - 156쪽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클림트의 〈생명의 나무〉는 헤켈의 ‘생명 계통수’로부터 디자인적 측면이나 과학적인 관점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나무의 구조뿐 아니라, 가지 끝의 모양을 아라베스크 무늬로 도식화한 것이 그러하다. 이러한 생명의 나무 가지 형태는 클림트의 〈키스〉, 〈희망Ⅱ〉, 〈죽음과 삶〉 등의 작품에도 나타난다. 이것은 인간은 자연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생물 중 하나이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의 상징이다. - 217쪽

뭉크의 연인으로 알려진 인물이 셋 있는데, 그중 작가 다그니 유엘이 〈마돈나〉의 주인공이다. (…) 판화로 만들어진 그림의 프레임을 보면, 주변을 정자 같은 형태가 감싸고 있고, 왼쪽 아래 귀퉁이에는 아픈 듯한 태아가 보인다. 마치 마돈나와의 사랑의 결실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한 듯하다. 〈마돈나〉는 사랑의 대상을 통해 느끼는 황홀함을 표현하면서도, 그 속에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철학적으로 말하고 있다. - 243쪽

리베라가 활동했던 시기엔 많은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미국에서 19세기 중순에 발명된 전신 마취법이 보급되어 통증 없이 외과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미생물과 면역학 연구를 통해 감염병에 관한 이해가 증진되어 감염병으로부터 인류를 지킬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그 결과 리베라의 그림에는, 태아를 위협하는 많은 미생물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의학의 도움을 받아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것이고 또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들어 있다. 당대 의학에 대해 리베라가 보여준 존중인 셈이다. - 275쪽

이전의 예술가들이 그린 아름다운 자연만을 담은 그림에 비해, 다윈의 《종의 기원》에 근거하여 있는 그대로의 자연, 아름답지만 파괴적인 자연을 보여주고 있다. 다윈은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에서 들꿩이 가장 위험할 때는 봄이라고 언급했다. 한겨울이나 한여름의 경우 보호색 덕분에 잘 숨을 수 있지만, 겨울 깃털이 여름 깃털로 변하는 중간시기인 봄-초여름엔 깃털이 흰색이 남아 있는 얼룩덜룩한 갈색이어서, 맹금류의 눈에 포착되기 쉽다고 한다. 그 작은 차이가 봄철 꿩들의 생사를 결정한다. (…) 그의 겨울철, 여름철의 들꿩 그림은 ‘미세한 차이(Grain in the Balance)’가 동물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다윈의 주장을 보여주고 있다. - 305쪽

“클림트의 그림은 과학과 예술의 아름다운 통섭이다.
의학박사가 펼쳐 보이는 예술의 경지가 놀랍도록 흥미롭다.”
- 최재천(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20세기 전후 빈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빈에서 움튼 작은 씨앗, 과학하는 예술가들을 낳다

“클림트는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8쪽)라는 저자의 의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클림트를 비롯한 걸출한 예술가, 지성인들이 탄생했던 1900년대 전후 오스트리아 빈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이들이 활동했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빈은 합스부르크 제국이 몰락하고 입헌국가가 시작되던 시기로, 국가는 쇠락하고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문화와 학술의 꽃은 만개했다. 말러와 쇤베르크의 음악, 카프카와 슈니츨러의 문학, 하이데거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 프로이트의 의학이 단번에 세상에 쏟아졌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책의 1부는 이러한 시대·문화적 토양에서 클림트가 ‘인간’과 ‘과학’에 매혹되고, 이를 평생의 테마로 삼게 된 계기를 두 가지 관점에서 제시한다.
첫째는 ‘빈 모더니즘’을 견인했던 빈의 살롱·카페 문화다. 당시 빈에서는 기성세대의 정치나 문화에 실망한 지식인들이 살롱이나 카페에 모여들어 예술, 철학, 정치, 과학 등 경계 없는 지식을 공유하고 20세기로 나아갈 새로운 문화를 도모했다. 이곳에서 다양한 학문이 통합되며 문화의 ‘빅뱅’을 일으킬 작은 씨앗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클림트는 자신이 즐겨 찾던 살롱에서 해부학자인 에밀 주커칸들을 만났고, 그의 실습실에서 ‘예술인을 위한 해부학 강의’를 듣게 된다. 정자와 난자의 만남에서 시작되는 인간 발생의 신비와 다윈의 진화론은 클림트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그때부터 클림트는 자신의 작품에 해부학의 코드를 그려 넣기 시작한다.
둘째는 현미경의 발달로 촉발된 ‘과학의 시대’다. 클림트뿐만 아니라 3부에서 살펴볼 에곤 실레, 프리다 칼로, 에드바르 뭉크 등의 화가들 역시 자신의 작품에 생물학의 요소를 가득 새겨 넣었다. 인간의 임신과 출산, 노화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유전과 면역, 세포분열 등 과학자 못지않은 생물학에 관한 깊은 이해가 그들의 그림에서 엿보인다. 이 책은 생물학, 발생학 이론이 진화해 온 과정을 별도의 부록으로 구성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당시 예술가들이 과학적 진실을 접하며 느꼈을 신선한 충격을 함께 경험해 보고 눈높이를 맞춰가는 과정이다. 세포 수준의 이해와 다윈의 진화론, 헤켈의 ‘생명의 나무’ 등은 인간에 깊은 관심을 품은 예술가들에게 정확한 표현의 도구가 되어주었다. 과학은 오래전부터 예술의 뮤즈였던 셈이다.


그림에 새긴 발생학의 암호, ‘클림트 코드’를 파헤치다!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그려낸 클림트의 연작

르네상스 시대에 ‘다빈치 코드’가 있었다면, 19세기 말 빈에는 ‘클림트 코드’가 있었다. 클림트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동생의 죽음에 영향을 받아, 평생 ‘인간의 생로병사’라는 주제에 천착했다. 주커칸들 교수와의 교류로 쌓은 높은 생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그림에 정자와 난자, 착상, 임신, 세포분열을 상징하는 요소를 빼곡히 새겨 넣었다. 의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면, 〈키스〉에서 시작해 〈죽음과 삶〉에 이르는 클림트의 모든 작품은 인간이 태어나 죽음으로 향해가는 과정을 발생학과 진화론적 관점에 기반해 그린 ‘연작 시리즈’인 셈이다.
이 책의 2부 역시 인간의 발생과 진화의 순서에 따라 클림트의 작품을 해부한다. 남녀가 만나 인간 발생이 시작되는 태초의 공간, 자궁을 묘사하는 〈벌거벗은 진실〉에서 시작해, 죽음 이후 생의 순환을 상징하는 〈죽음과 삶〉, 그 이후 개체의 진화를 암시하는 〈스토클레 프리즈〉로 마무리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클림트의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그 치밀함과 집요함 속에서 그의 인간을 향한 애정과 과학을 향한 갈망이 생생히 느껴진다.
2부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키스〉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황금빛 배경에서 키스를 나누며 황홀경을 경험하는 남녀의 모습은 앞서 말했듯 정자와 난자의 만남, 그 이후 수정과 발달의 과정을 암시하고 있다. 남성의 옷자락에는 무채색의 직사각형들이, 여성의 옷자락에는 빨간색, 보라색의 원형과 타원형의 문양들이 그려져 있다. 저자는 클림트가 세로의 직사각형을 남성의 성기로, 원형과 타원형의 문양을 난자와 세포를 상징하는 데 사용했다는 점에 기반해, 〈키스〉가 표현하는 인간 발생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펼쳐 보인다. 과학자들은 1670년대 정자의 존재를 발견하고 150년이 흐른 뒤에야 난자의 존재를 깨닫는다. 지금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태아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상식이지만, 당시엔 인간의 생식세포에 이미 완성된 축소인간이 존재한다는 ‘전성설’을 비롯해 다양한 가설이 존재했다. 그리고 마침내 정자와 난자가 결합함으로써 인간이 발생된다는 사실이 1900년대를 목전에 두고 증명되었으니, 이는 당대 뜨거웠던 과학적 발견을 예술로 녹여낸 클림트의 역작이라 할 수 있다. 또한 2부에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클림트의 여러 작품을 비롯해, AI로 복원한 컬러 그림들, 당대 과학자들의 연구 스케치, 과학 전문서의 삽화 등을 다수 수록했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클림트의 작품 세계와 생물학, 발생학에 관한 지식을 모두 섭렵할 수 있다.

에곤 실레, 프리다 칼로, 에드바르 뭉크…
과학을 뮤즈로 삼아 정진했던 세기의 예술가들을 만나다

‘클림트를 사랑한 해부학자’로 활동해 온 저자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발생학, 진화론, 세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작품을 그린 화가가 또 있는가?”(231쪽)였다.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해 저자의 연구는 클림트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로 뻗어나간다. 3부에서는 에드바르 뭉크, 에곤 실레, 프리다 칼로 등 총 8인의 화가가 당대의 과학적 발견들을 어떻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작품에 표현했는지 살펴본다.
오딜롱 르동과 가브리엘 폰 막스는 다윈과 헤켈의 이론을 기반으로 인간 기원을 추적한다. 르동은 〈기원〉이라는 작품에서 원시 생물체 형태의 인류 조상을 상상했고, 폰 막스는 헤켈이 주장했던 가상의 유인원을 재현했다. 에곤 실레는 〈엎드린 소녀〉 등의 작품에서 클림트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수정, 발달, 탄생까지의 과정을 묘사했고 특히 ‘여성의 몸’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프리다 칼로는 유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나의 조부모, 부모, 그리고 나〉 외에 인상적인 작품을 남기며, 기존에 잘 언급되지 않았던 여성의 출산과 돌봄에 관한 내용을 작품에 녹여내기도 했다.
눈부신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몇몇 예술가들은 인간으로서의 자신감을 작품 속에 내비치기도 했다. 디에고 리베라는 당시 대두되었던 미생물, 면역학의 내용을 작품 속에 묘사하며 과학의 발달에 따라 생물의 발생과 진화를 인간이 조절할 수 있다고 믿었다. 결국 이러한 자신감은 우수한 인류를 육성하려는 우생학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3부 마지막을 장식하는 요제프 볼프의 작품들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세계의 질서와 자연의 힘을 깨닫게 한다. 들꿩의 깃털이 겨울철에는 하얗게, 여름철에는 까맣게 소리 없이 변화하는 것에서 자연이 지닌 경이로움과 파괴력을 느낄 수 있다. 볼프는 결국 자연이 생물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다윈의 주장을 작품에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새로운 문화가 폭발적으로 생산되고 놀라운 과학적 발견이 이어지며, 인류의 삶이 혁신적으로 개선되리라 믿었던 달뜬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화려하게 탄생한 예술작품들을 조망한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쉽게 손댈 수 없는 자연과 세계의 질서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함으로써 한 생명으로서 겸허히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고민하게 한다. 이 책을 끝까지 읽은 후 우리에게 떠오르는 질문이 클림트가 평생을 고민했던 바로 그 주제가 아닐까? 과학과 예술의 치열하고 아름다운 통섭을 경험하고 싶은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유임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겸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클림트를 사랑하는 해부학자’다. “구조가 기능을 결정한다(Form forms function)”는 형태학의 원칙에 따라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뇌기능 매핑 연구, 생체조직 분석을 위한 현미경 연구, 한국인의 해부학적 특징 규명과 임상해부 연구, 일상에서 얻게 된 의문을 해부학의 관점에서 풀어가는 것에 관심이 있다. 학생들에게 해부학, 조직학, 신경해부학, 발생학을 강의하면서 얻게 된 궁금증을 연구의 주제로 삼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해부학자의 눈으로 분석하여 세계 3대 의학저널인 《JAMA》에 게재하기도 했다.
1996년 모교에 부임한 이래, 해부학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대한체질인류학회 부회장, 한국현미경학회 회장, 대한해부학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대한해부학회 빛날상, 한국현미경학회 학술상, 고려대학교 석탑강의상, 고려대학교 석탑연구상, 무록남경애 고의의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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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림트를 해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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