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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찻상

차의 템포로 자신의 마음과 천천히 걷기
연희 지음
메디치미디어

2024년 02월 05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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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0.16MB)
ISBN 9791157069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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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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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보다 찻상에 먼저 반해 차의 세계로 들어온 티소믈리에이자 플루티스트인 연희 작가의 평범한 일상 속 다양한 찻상 이야기. 런던, 파리, 뉴욕 등을 오가며 기숙사 책상 위 초라한 찻상부터 예배당 아래층의 낡은 티테이블, 파리의 전통 있는 단골다방, 교토의 정갈한 다실까지 다채로운 돌봄의 공간을 탐방한다.

하루에 단 몇 분 동안만이라도 차분히 차를 마시는 문화는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변화시킬까? 우리가 함께 앉아 있는 테이블은 작아도 공유하는 사랑은 크다.
▷ 작가의 말: 찻상이 내게 가르쳐준 것

▷ 1장조건 없는 사랑의 공간
- 내 삶에 들어온 일본 다실
- 보석 같은 델라웨어 포도송이와 프랑스 자수점
- 아날로그 시대의 런던 찻상
- 파리에서는 누구나 단골다방을 갖고 있다

▷ 2장 그 물빛을 좇아
- 교토의 정갈한 다실을 탐방하다
- 애프터눈티와 크림티, 일상의 짐 내려놓기
- 그해의 동방미인을 나는 이후 찾을 수 없었다
- 중국 차점에서 우아한 향의 세계를 맛보다
- 서울, 백차를 닮은 그녀의 찻상
- 살롱문화를 찾아 통영으로
- 녹차를 닮은 보통의 인생
- 환상의 레모네이드와 마이클 잭슨

▷ 3장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찻상문화
- 그들이 있는 뉴욕 칼라일 티룸의 따스한 향기
- 보이차와 어둠이 내려앉은 몬토크의 텅 빈 국도
- 아름다운 정원에서 독일의 오스트프리즈란트식 찻상을
- 나는 자연과 다회를 연다

런던은 높은 집세와 교통비로 정평난 도시지만 실상 식품 가격은 어느 나라보다 안정적이었던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슈퍼마켓에 가면 과자 코너에 크게 자리 잡고 있던 영국 국민과자 다이제스티브는 당시 가격으로 65펜스(약 900원)면 내 팔뚝만큼 긴 사이즈로 살 수 있었다. 크래커 하나하나가 통통하며 내 손바닥보다 컸다. 통곡물이 그대로 씹히는 감칠맛과 달콤함이 어우러진 다이제스티브 다섯 조각과 영국식 밀크티는 때로는 나의 점심이자 간식이었다. 방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공용 기숙사 부엌으로 내려가 요리를 하는 것이 귀찮기도 했거니와, 친구들이 방문하기라도 하면 영국의 어느 가정집 주인처럼 내 방 책상을 티테이블 삼아
전기포트 하나 놓고 나만의 밀크티를 만들어 대접하는, 홍차 레이디 흉내가 여간 재미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32쪽

오케스트라에서 나는 가장 어린 막내였다. 멤버들은 모두 다 나이 든 아저씨들이었으며 대부분이 전문 연주자들이었다. 그 틈에서 나는 선생님뻘 되는 그분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서 그냥 놀러다니듯이 일요일마다 찾아갔다. 음악 담당자는 아래층에서 연주자들에게 티테이블을 제공하니 예배가 끝나면 그냥 가지 말고 먹고 가라고 했다.
예배실을 빠져나와 계단을 내려가면 찻상이 놓인 차실이 있었다. 장식 하나 없이 넓다란 테이블만이 중앙에 자리해 볼품없이 그저 휑한 느낌이었다. 테이블 옆 커다란 온수통에서는 뜨거운 물이 끓었고 무늬 하나 없는 지루하게 생긴 찻잔들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도 초라한 찻상이었다. 당연히 차는 잎차가 아닌 슈퍼마켓에서 파는 가장 저렴한 티백 차였다.
-39쪽

그녀가 방바닥 한편에 놓인 테이블보를 들어올리자 조금 전 내가 들렀던 마리아쥬프레르 차점의 가향 녹차와 학생이 가질 법한 다구들, 마들렌과 비스킷 등이 그득하게 담긴 바구니가 놓인 공간이 드러났다. 테이블보는 네모진 퀼트 보자기로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것이었다. 여기서 생활한 해만큼 온갖 잡동사니로 그득 채워진 방의 한가운데에서 그녀는 차를 우려주었다.
좌식 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은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서양식 문화에 익숙해지기가 상당히 어렵다. 유학했을 때 주변 한국인 친구들은 거처할 곳을 얻으면 맨발로 생활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바닥을 대대적으로 청소했다. 그녀도 방바닥에 차려진 찻상 앞에 철퍼덕 앉아 물을 끓이며 다구를 배치하고 찻잎을 정량할 준비를 했다. 나도 그녀처럼 철퍼덕 앉아서 차가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57쪽

훗날 내가 파리 생활에 좀 더 적응했을 무렵, 파리에 도착해 기숙사를 찾아다니다 들른 이 ‘개미다방’(원래 이름은 ‘개미의 날개(La Fourmi Ailee)’인데 흔히 개미다방으로 불리곤 한다)이 좌안의 라틴 거리에서 꽤나 오래된 살롱드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다방은 원래 서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서적들이 벽면을 따라 빼곡하게 꽂혀 있다. 아카데믹한 분위기를 유지해 본래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려는 것이다. 전문 차실임에도 프랑스식 식사 메뉴가 있었는데, 교육 기관과 서점이 즐비한 라틴 거리에 있는 가게답게 가격 역시 학생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62~63쪽

선생님은 자라면서 할머니가 차리는 애프터눈티를 보고 배우며 자연스럽게 일상문화로 몸에 익혔다고 한다. 옛날 영국 가정의 찻상 앞에서는 어떠한 깍듯한 예절과 놀이가 존재했는지도 들려주셨다. 그러나 진부한 과거 스타일보다는 요즘처럼 각자의 자유로운 문화가 오히려 돋보이는 찻상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쩌면 나는 상대의 문화를 배려하려는 그녀의 수업 방식이 사랑스러워서 이날의 애프터눈티 수업이 마냥 좋았는지도 모른다.
이후 뉴욕에 돌아온 나는 주야장천 스콘과 쇼트브레드를 구우며 수없이 찻상을 차려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그리도 이국적이고 어렵게 생각되었던 샌드위치는 이제 식상한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평범한 티푸드를 대신할 수 있는 메뉴들을 찾아다니는 취미까지 생겼다.
-93~94쪽

앞서 적었듯이 먹고 마시는 일에는 참으로 진심인 사람이기에 일인용 가마솥까지 사서 지었다. 비릴까 봐 걱정하였던 것이 무색할 만큼 밥알까지 스며든 그 달고 고소한 굴향이 어찌나 향긋하고 맛 또한 훌륭하던지. 따뜻한 녹차와 함께 음미하자 진수성찬이 필요 없을 만큼 황홀했다. 나는 그날 저녁과 다음 날 점심 내내 굴밥을 지어 먹었다.
갓 지어낸 영양가 높고 고소한 굴밥은, 수산물 요리와 최고의 궁합을 선보이는 가벼운 바디감과 담백함을 지닌 녹차와 잘 어울린다. 산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녹차 특유의 산뜻함이 굴의 달큼하고 담백한 풍미를 올려준다. 녹차를 75도 정도의 수온으로 2분간 연하게 우려내어 맛있는 겨울 굴밥상에 곁들여보자. 꽤 괜찮은 행복의 맛일 것이다.
-138~139쪽

녹차는 6대 다류 중에서도 찻잎이 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히려 다소 복잡한 가공 과정을 거치는 차다. 가공 과정은 찻잎을 말리거나 덖는 등 범주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는데, 그 하나하나의 공정이 완전히 다른 목표를 향해 진행되는 듯하지만 사실 모두가 하나의 차를 생산해내는 과정일 뿐이다.
결국 그 모든 프로세스를 거친 후에 완성된 차는 흡사 인간의 생과 닮았다. 내가 그토록 고급스러운 여름 휴가를 즐길 수 있던 시절은 차를 생산해내는 공정과 마찬가지로 내 인생의 어느 한 공정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또 다른 주어진 황금빛 시간 안에서 다른 공정을 거치며 내 눈앞에 놓인 찰나의 순간에 집중한다. 그렇게 나의 삶은 완성될 것이다.
-144쪽

타들어가는 목을 축이려고 몇 모금 들이켜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토록 맛있는 레모네이드를 마셔본 적이 또 있을까. 시럽이 아닌 진짜 레몬 농축액에 유럽산 탄산수를 섞어 만든 에이드는 기가 막힐 정도로 맛있었다. 청량감은 물론, 잘 익은 레몬에서 우러나온 진한 신맛과 텁텁하지 않은 단맛이 환상적이었다.
소렌토의 뜨거운 태양 빛과 목덜미의 땀을 식혀주는 가녀린 바람, 시야에 들어오는 낯선 풍경이 하나로 녹아들어 이루 말할 수 없는 황홀경을 안겨주었다. 오늘 하루에서 결코 기대하지 않은 엄청난 행운을 맞닥뜨린 듯한, 힘이 쭉 빠지는 묘한 기분이었다. 한 모금의 레모네이드로 온 신경이 열리며 느닷없는 행복감이 불어닥쳤다.
잠시 그렇게 시야를 가득 메우는 마을 풍경을 감상하며 레모네이드를 음미한 뒤 카페를 나왔다. 광장에 다다라 절벽 아래의 푸른 바다와 그 너머의 나폴리를 머릿속에 한참 동안 담아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스치는 시골 마을의 바람 냄새와 지중해의 뜨거운 공기.
-152~153쪽

찻상 위에는 다섯 종류의 보이차가 있었다. 벗은 그중 가장 여린 차부터 우려 내 잔에 채워줬다. 나는 한 모금 입에 적시자마자 널브러져 있던 몸을 곧추세웠다. 바로 정신을 집중할 만큼 과히 압도적이었던 이 보이차의 이름은 천 년을 산 고차수에서 채엽하여 20년간 숙성한 이무정산이라고 했다. 그간 말로만 들어봤지 처음 마셔본 이무정산의 맛과 향은 피로 때문에 날카로워져 있던 나의 신경을 순식간에 맑아지게 만들었다. 연달아 두 잔 우려 마신 뒤 은제 자사호의 뚜껑을 열어 축축이 젖은 찻잎 향을 코끝으로 들이켰다.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경쾌하고 명랑한 향이었다.
-174쪽

“차 한 잔 함께하는 시간이 마치 마법처럼
서로 매우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나는 향긋한 차를 마시며 저자와 함께
런던, 파리, 뉴욕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 책은 각자의 서툰 인생 속 작은 여정들을 찻잔 안에 펼쳐놓고
돌봄의 소중함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독자들 또한 찻상이 삶에 선사하는
작은 행복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브라운즈’ 대표 임승택


○ 작은 찻상이, 작고 외로운 인간을 변화시킨 순간

차보다 찻상에 먼저 반해 차의 세계로 들어온 티소믈리에이자 플루티스트인 연희 작가의 첫 에세이. 20여 년간 저자는 여러 나라에서 플루트를 연주하거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오랜 방랑의 생활을 이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곳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이방인의 삶에 피로를 느꼈고, 이 넓디넓은 세상에서 자신은 유독 미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인 것 같아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2013년 여름, 저자는 파리 체류 중 작은 연주회를 가진 뒤 화려한 방돔 광장 골목에 자리한 일본 다실 ‘토라야’를 방문하게 되었다. 5백 년 전통을 가진 교토 토라야의 소박한 분점이었다. 토라야의 차분한 다실로 들어가 따뜻한 차 앞에 앉은 순간,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낀 저자는 스스로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곰곰이 들여다본다. 그리고 의식 저편에 잠재해 있던 어린 시절 기억을 끄집어올린다. 그것은 가까운 이의 상실을 겪은 자신 곁에 줄곧 있어준 친척 언니와의 추억의 찻상놀이였다.

토라야에서의 자각을 계기로 저자는 찻상이 만들어내는 어떤 사랑의 세계에 애착을 품고 이를 탐구해나간다. 런던, 파리, 뉴욕, 교토 등에서 찻상을 통해 서로 매우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자신을 더 깊게 이해하고 스스로의 마음과 천천히 걸어가는 법을 배운다. 하루에 단 몇 분 동안만이라도 차분히 차를 마시는 문화는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변화시킬까? 우리가 함께 앉아 있는 테이블은 작아도 공유하는 사랑은 크다.


○ 각 도시의 단골다방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돌봄의 공간을 탐구하다

《돌봄의 찻상》에서는 두 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가 자신의 단골다방들을 비롯해 유명한 차점 등을 탐방하며 찻상 세계를 탐구한 이야기와 찻상 앞에서 스스로에게든 무엇인가에게든 돌봄을 받은 이야기가 각 에피소드에 녹아들어 있다.

거리에 가스등이 남아 있고 아직 휴대전화 사용이 대중적으로 퍼지지 않은, 아날로그 시대의 런던에서 유학하던 저자의 초라한 책상 위에는 늘 밀크티 한 잔과 다이제스티브가 올라 있었다. 기숙사의 고독한 한국인 학생들은 이 별것 아닌 단출한 찻상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외국 생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외로움을 달래곤 했다. 파리에서 저자는 1911년 문을 연 뒤 피카소, 헤밍웨이 등의 예술가들이 자주 찾은 로톤드 다방을 자신만의 단골다방으로 삼아 일상을 보낸다. 런던에서는 유명한 차점들을 돌아다니며 맛과 향의 세계를 탐구하고 애프터눈티를 비롯한 영국 찻상들 차리는 법을 배운다.

통영에서는 매서운 추위에 코를 훌쩍이면서도 근현대 살롱문화의 흔적을 좇고, 뉴욕 하이엔드 호텔 칼라일에서는 이웃들로부터 따뜻한 위로의 티타임을 선물받는다. 갑상선암이 의심된다는 건강 진단을 받고 전전긍긍하느라 지친 마음이 훈기에 휩싸인 순간이었다.

마침내 복잡한 대도시 순례 생활을 접고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 햄프턴으로 이주한 저자는, 매일 풍부한 자연에 둘러싸여 다람쥐와 사슴 무리가 함께하는 다회를 연다. 찻잔을 비우면서 쓸모없는 고민과 후회를 함께 비우고, 그 비워진 공간에 다시 윤택한 감정과 오늘의 삶이 차오르는 것을 지켜본다.


○ 차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찻상.
차 앞에서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돌보게 된다

찻상을 둘러싼 긴 여정 속에서 저자는 다양한 국적의 수많은 타인과 만나 짧거나 긴 인연을 맺는다. 서로의 아픔과 외로움에 공감하며 위로를 주고받고, 작은 행운의 징표를 선사하거나 예상치 못한 격려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저자는 이렇게 찻상 앞에서 돌봄을 받거나 누군가를 돌본다. 그리고 그 돌봄이 곱절의 사랑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경험한다.

저자는 차를 마주하고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찻상이라고 생각하며, 런던에 유학한 스무 살 적, 오래된 교회의 오케스트라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연주하며 대가로 받은 조촐한 밀크티와 딸기잼 쿠키 찻상을 지금도 인생 최고의 영국 찻상이라고 여긴다. 그에게 찻상은 딱딱한 매너와 에티켓이 요구되는 공간이 아니라, 단 몇 분이라도 의식의 흐름을 조용히 관찰하고 내면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곳이다. 그리고 자신 또는 상대방과 명랑한 교감을 나누는 곳이다.

매사 ‘시심비’를 따지며 1분 1초를 아쉬워하는 요즘 시대에 느긋한 시간의 미학을 필요로 하는 찻상은 언뜻 몰가치하고 허황된 세계의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여전히 작고 연약하며, 사랑과 공감에 목마름을 느끼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찻상문화다.

작가정보

저자(글) 연희

플루티스트이자 티소믈리에. 파리의 에꼴노르말 음악원(L’Éole Normale de Musique de Paris)에서 플루트를 전공했다. 런던, 파리, 뉴욕 등을 오가며 살면서 각 도시의 사원, 살롱과 같은 다양한 곳에서 실내악 연주에 참여했고, 20년 가까이 아이들에게 플루트를 가르쳐왔다. 파리에 있는 소담한 일본 다실 ‘토라야’를 방문했을 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준 찻상에 빠져 차의 세계로 들어왔고, 어느 도시에 가든 그곳의 유명한 다실과 차점을 탐방하고 다구를 모으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애프터눈티를 비롯한 영국 찻상을 공부하기 위해 런던을 자주 방문해 공부했으며, 2019년 런던의 ‘영국 차 아카데미(UK Tea Academy)’에서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차 전문가 제인 페티그루(Jane Pettigrew)에게 사사한 뒤 티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뉴욕, 서울, 부산 등의 가지각색 다실을 방문해 차, 다식, 찻상의 세계를 계속 탐구하고 있다.
차를 마주하고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찻상이라고 생각하며 런던에 유학한 스무 살 적, 오래된 교회의 오케스트라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연주하며 대가로 받은 조촐한 밀크티와 딸기잼 쿠키 찻상을 지금도 인생 최고의 영국 찻상이라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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