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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난다

2024년 01월 30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0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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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9.37MB)
ISBN 9791191859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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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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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 완역판이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유려하고도 정확한 문장, 원문에 대한 섬세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프랑스문학을 소개한 불문학자 황현산 선생이 번역을 맡았다. 이번 『악의 꽃』 번역 원고는 역자가 타계 직전까지 작업한 결과물로, 유족이 역자의 작업실에 놓여 있던 컴퓨터에서 번역 원고 파일을 발견한 것은 두 해 전의 일이었다. 파일의 이름은 ‘악의 꽃(1) 번역 원고’였고, 최종 수정 시간은 2018년 7월 1일 오전 8시 56분이었다. 역자는 곧 마지막으로 입원하였고 2018년 8월 8일 숨을 거두었다. 이번 완역판은 정본이라 여겨지는 2판을 기준으로 삼되, 1판에서 검열되었던 시편 6편을 넣어 벨기에에서 간행된 『떠다니던 시편들』을 모두 싣고, 3판에서 가져온 12편의 시까지 추가한 판본이다. 『악의 꽃』 간행의 역사에 따른 그 전모를 가급적 드러내고자 한 역자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악의 꽃』은 현대시의 시작을 알린다는 점에서 시사(詩史)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한다. 『악의 꽃』을 통해 시의 개념이 달라졌으며, 시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확장되었다. 17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현대시의 자장은 『악의 꽃』 아래 놓여 있으니 『악의 꽃』은 고전인 동시에 여전히 시의 전위에 있는 셈이다.
차례

악의 꽃
[ 1861년 텍스트 ]
독자에게

우울과 이상
1. 축복 / 2. 알바트로스 / 3. 상승 / 4. 만물조응 5. (포이보스가 조각상에) / 6. 등대 / 7. 병든 시신 (詩神) / 8. 돈에 팔리는 시신 (詩神) / 9. 못난 수도사 / 10. 원수 / 11. 불운 / 12. 전생 / 13. 길 떠나는 집시 / 14. 사람과 바다 / 15. 지옥의 동 쥐앙 / 16. 교만의 벌 / 17. 아름다움 / 18. 이상 / 19. 거인여자 / 20. 가면 / 21. 아름다움에 바치는 찬가 / 22. 이국의 향기 / 23. 머리칼 / 24. (내 너를 밤하늘의 둥근 천정만큼) / 25. (너는 우주 전체라도 네 침실에) / 26. SED NON SATIATA / 27. (물결치는 진줏빛 옷을 입으면) / 28. 춤추는 뱀 / 29. 사체 / 30. DE PROFUNDIS CL AMAVI / 31. 흡혈귀 / 32. (소름 끼치는 유태인 여자 곁에서) / 33. 사후의 회한 / 34. 고양이 / 35. DUELLUM / 36. 발코니 / 37. 들린 사나이 / 38. 환영 I. 어둠 II. 향기 III. 사진틀 IV. 초상화 / 39. (내 너에게 이 시구를 바치니) / 40. SEMPER EADEM / 41. 그녀는 모든 것이 / 42. (무슨 말을 하겠느냐, 오늘 저녁) / 43. 살아 있는 횃불 / 44. 공덕전환 / 45. 고백 / 46. 정신의 새벽 / 47. 저녁의 해조 / 48. 향수병 / 49. 독 / 50. 흐린 하늘 / 51. 고양이 / 52. 아름다운 배 / 53. 여행에의 초대 / 54. 돌이킬 수 없음 / 55. 정담 / 56. 가을의 노래 / 57. 어느 마돈나에게 / 58. 오후의 노래 / 59. 시지나 / 60. FRANCISCÆ MEÆ LAUDES / 61. 식민지 태생의 한 귀부인에게 / 62. MOESTA ET ERRABUNDA / 63. 유령 / 64. 가을의 소네트 / 65. 달의 슬픔 / 66. 고양이들 / 67. 부엉이들 / 68. 파이프 / 69. 음악 / 70. 무덤 / 71. 환상적인 판화 / 72. 즐거운 망자 / 73. 증오의 통 / 74. 금간 종 / 75. 우울 (장맛달이 온 도시에 화를 내며) / 76. 우울 (나는 천년을 산 것보다 더 많은 추억을…… ) / 77. 우울 (나는 비 오는 나라의 임금과…… ) / 78. 우울 (낮고 무거운 하늘이 뚜껑처럼) / 79. 망상 / 80. 허무의 맛 / 81. 고뇌의 연금술 / 82. 감응 공포 / 83. 저 자신을 벌하는 사람 / 84. 치유할 수 없는 것 / 85. 시계

파리 풍경
86. 풍경 / 87. 태양 / 88. 어느 빨강 머리 여자 거지 아이에게 / 89. 백조 / 90. 일곱 늙은이 / 91. 키 작은 노파들 / 92. 장님들 / 93. 지나가는 여인에게 / 94. 밭 가는 해골 / 95. 저녁 해거름 / 96. 노름 / 97. 죽음의 춤 / 98. 가식에의 사랑 / 99. (나는 잊지 않았다, 시내에서 가까운) / 100. (당신이 시샘하던 마음 넓은 그 하녀) / 101. 안개와 비 / 102. 파리의 꿈 / 103. 새벽 해거름


104. 술의 넋 / 105. 넝마주이의 술 / 106. 살인자의 술 / 107. 고독자의 술 / 108. 애인들의 술

악의 꽃
109. 파괴 / 110. 순교의 여인 / 111. 영벌 받은 여인들 / 112. 의좋은 자매 / 113. 피의 샘물 / 114. 알레고리 / 115. 베아트리체 / 116. 키티라 여행 / 117. 사랑과 해골

반항
118. 성 베드로의 부인 / 119. 아벨과 가인 / 120. 사탄 연도

죽음
121. 애인들의 죽음 / 122. 가난뱅이들의 죽음 / 123. 예술가들의 죽음 / 124. 하루의 끝 / 125. 어느 호기심 많은 사람의 꿈 / 126. 여행


악의 꽃
[ 1868년 제3판에서 가져온 시편들 ]
처벌당한 책을 위한 에피그라프 / 슬픈 마드리갈 / 어느 이교도의 기도 / 반역자 / 경고자 / 명상 / 뚜껑 / 모욕당한 달 / 심연 / 어느 이카로스의 한탄 / 한밤의 검토 / 여기서 아주 먼


떠다니던 시편들
1. 낭만파의 지는 해

『악의 꽃』에서 삭제된 금지 시편들
2. 레스보스 / 3. 영벌 받은 여인들 / 4. 레테 / 5. 너무 쾌활한 그녀에게 / 6. 보석 / 7. 흡혈귀의 변신

사랑놀이
8. 분수 / 9. 베르트의 눈 / 10. 찬가 / 11. 한 얼굴의 약속 / 12. 괴물 / 13. FRANCISCÆ MEÆ LAUDES

에피그라프
14. 오노레 도미에 씨의 초상화에 붙일 시구 / 15. 롤라 드 발랑스 / 16. 외젠 들라크루아의 〈감옥의 타소〉에 관해

이런저런 시편들
17. 목소리 / 18. 뜻밖의 일 / 19. 몸값 / 20. 어느 말라바르의 처녀에게

익살 시편들
21. 아미나 보세티의 데뷔에 붙여 / 22. 어떤 성가신 사내에 관해서 / 23. 유쾌한 카바레

편집자 주
역자의 말을 대신하여

이제 그 시간이 오네, 꽃대 위에서 바들거리며
꽃은 송이송이 향로처럼 피어오르고
소리와 향기 저녁 하늘에 감돌고.
우울한 왈츠에 나른한 어질머리!

꽃은 송이송이 향로처럼 피어오르고,
아픈 마음 하나 떨리듯 바이올린은 흐느끼고,
우울한 왈츠에 나른한 어질머리!
하늘은 대제단처럼 슬프고도 아름답네.

아픈 마음 하나 떨리듯 바이올린은 흐느끼고,
막막하고 어두운 허무가 싫어, 애절한 마음 하나!
하늘은 대제단처럼 슬프고 아름답네.
태양은 얼어붙는 제 핏속에 빠져들고.

막막하고 어두운 허무가 싫어, 애절한 마음 하나,
저 빛나는 과거의 자취를 모두 긁어모으네,
태양은 얼어붙는 제 핏속에 빠져들고……
그대의 추억이 내 안에서 성광(聖光)처럼 빛나네!
(「저녁의 해조」 전문)

죽음이 우리를 위로하고, 슬프다, 살게 하니,
그것은 인생의 목적이요, 유일한 희망
선약처럼 우리를 들어올리고 우리를 취하게 하고,
우리에게 저녁때까지 걸어갈 용기를 준다.

폭풍을 건너서, 눈을, 서리를 건너서,
그것은 우리네 캄캄한 지평선에서 깜박이는 불빛.
그것은 책에도 적혀 있는 이름난 주막,
거기서는 먹고 자고 앉을 수 있으리라.

그것은 천사, 그 자력을 띤 손가락에
잠과 황홀한 꿈의 선물을 쥐고,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의 잠자리를 마련한다.

그것은 신들의 영광, 그것은 신비로운 다락방,
그것은 가난뱅이의 지갑이자 그의 옛 고향,
그것은 미지의 하늘나라를 향해 열린 회랑!
(「가난뱅이들의 죽음」 전문)

거리는 나를 둘러싸고 귀가 멍멍하게 아우성치고 있었다.
갖춘 상복, 장중한 고통에 싸여, 후리후리하고 날씬한
여인이 지나갔다, 화사한 한쪽 손으로
꽃무늬 주름 장식 치맛자락을 살포시 들어 흔들며,

날렵하고 의젓하게, 조각 같은 그 다리로.
나는 마셨다, 얼빠진 사람처럼 경련하며,
태풍이 싹트는 창백한 하늘, 그녀의 눈에서,
얼을 빼는 감미로움과 애를 태우는 쾌락을.

한줄기 번갯불…… 그러고는 어둠! -그 눈길로 홀연
나를 되살렸던, 종적 없는 미인이여,
영원에서밖에는 나는 그대를 다시 보지 못하련가

저 세상에서, 아득히 먼! 너무 늦게! 아마도 영영!
그대 사라진 곳 내 모르고, 내 가는 곳 그대 알지 못하기에,
오 내가 사랑했었을 그대, 오 그것을 알고 있던 그대여!
(「지나가는 여인에게」 전문)

바야흐로 범죄자의 벗, 매혹적인 저녁이
한 사람 공범처럼 늑대걸음으로 다가온다,
하늘은 거대한 침소처럼 천천히 닫히고,
초조한 사나이는 야수로 변한다.
(「저녁 해거름」 중)

오 죽음아, 늙은 선장아, 때가 되었다! 닻을 올리자!
우리는 이 나라가 지겹다, 오 죽음아! 출항을 서둘러라!
하늘과 바다가 비록 잉크처럼 검더라도,
네가 아는 우리 가슴은 빛살로 가득차 있다!

네 독을 우리에게 부어 우리의 기운을 북돋아라!
이 불꽃이 이토록 우리의 뇌수를 태우니,
지옥이건 천국이건 무슨 상관이냐? 저 심연의 밑바닥에,
저 미지의 밑바닥에 우리는 잠기고 싶다, 새로운 것을 찾아서!
(「여행」 중)

백년에 걸친 오해와 복권
한 시대와 그 시대의 미래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
1857년, 『악의 꽃』은 출간 직후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는다. 그 결과, 수록된 6편의 시는 “외설적이고 부도덕한 표현”을 이유로 검열을 당한다. 보들레르는 1861년 검열당한 6편의 시를 삭제하는 대신 32편의 새로운 시를 추가한 『악의 꽃』 제2판을 내놓았지만, 최초의 검열 판결은 무려 한 세기가 지날 때까지 지속된다. 92년이 지난 1949년이 되어서야 프랑스 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결문과 함께 『악의 꽃』의 출판 금지 판결을 무효화한다.

고발되었던 시들은 어떤 외설적인 표현도 포함하고 있지 않았고 예술가에게 허용된 자유를 벗어나지도 않았다. 특정 묘사가 그 독창성으로 인해 시집의 출간 당시 몇몇 이들을 놀라게 하고 미풍양속을 해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했을지라도 그러한 평가는 시의 상징적인 의미를 무시한 것으로 정당성이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법적인 판단이 아닌 당대 문학적 평가는 어떠했을까? 출간 즉시 시집을 찬상한 작가들도 있었지만(귀스타브 플로베르, 빅토르 위고 등) 그만큼 많은 이가 표현을 문제삼으며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작품에 대한 평가보다는 특정 표현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에 가까웠던 당대 논평은 이후에도 보들레르 수용에 방해 요소로 작용하였다. 그렇게 오해에 휩싸였던 시인 보들레르는 1930년대까지도 라마르틴이나 비니 등 19세기 낭만주의 시인들보다 낮게 평가되었다.
결국 현대시의 시초라 평가받는 보들레르의 명성은 그의 계승자를 자처한 랭보, 로트레아몽, 그리고 20세기 초현실주의자에 의해, 이들의 꾸준한 노력을 통해, 백년에 가까운 세월을 거쳐 서서히 형성된 것이었다(랭보는 보들레르를 “최초의 견자, 시인들의 왕, 진정한 신”이라 평했다). 『악의 꽃』이 단순히 당대 사회가 수용하기 어려웠던 표현들로 채워졌던, ‘100년이 지난 후 판금이 해지될 시집’이라는 스캔들로 소비될 시집이었다면 이러한 사후 평가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악의 꽃』은 진정한 의미에서 ‘시대를 앞서간’, 한 시대와 그 미래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전통의 파괴와 전범의 확립을 동시에 해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전위이자 고전인 것이다.

덧없는 것을 통해 영원한 것을 감각한 현대시의 시작
저주, 추락, 불행…… 『악의 꽃』의 시인은 거의 모든 시에서 이러한 단어들로 이해될 수 있는 감정을 드러낸다. 시의 이러한 정서는 그의 비극적 인간관, 원죄 의식에서 비롯된다. 이 의식은 직전 시대의 낭만주의자들과(더 넓게는 기독교인들과) 공유하는 것인데, 이들은 인간의 탄생을 아담과 이브의 낙원으로부터의 추방과 연결 짓는다. 탄생은 곧 낙원으로부터의 추락chute이 되고 이는 곧 인간이 평생 짊어질 원죄chute originelle를 낳는다.
“비통한 불행의 선명한 광경”(「못난 수도사」)에 사로잡힌 보들레르에게 이 원죄에서 벗어날 방도는 없어 보인다. 그는 ‘생물로서의 죄’에서 벗어나는 것이 인간이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진보라고 믿었지만 그의 눈에 인간은 수렵을 하던 시대에나 문명을 만들어낸 19세기에나 똑같이 짐승일 뿐이었다. 되레 발전된 문명이 야기한 가치의 혼란으로 인해 하늘과 인간 사이에 존재했던 조응 관계는 끊어져 이 세계의 모든 것은 근원적 의미를 잃어버리고 타락한다. 이제 이 세계는 지옥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이때 보들레르는 지옥이 된 세계를 자신의 창조적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를, 인간적 조건의 한계까지 밀어붙여 새로운 조응 관계를 감각하고 이를 시적으로 재창조하기를 열망한다. 즉, 이전 시대의 시인들이 하늘의 신적 존재와 단단히 맺어진, 계시를 받아적는 충실한 사제였다면 보들레르에 이르러 시인은 스스로가 그 계시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씀으로써 사물에 깊이와 근원적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보다 막중하며 거의 불가능해보이는 임무를 맡게 된다.

보들레르는 『악의 꽃』에서 자기 시대의 덧없는 것, 저열한 것을 감각함으로써 그 감각 너머에 있는 영원한 것, 숭고한 것에 가닿으려고 했다. 명상이나 관념적 성찰 등을 통해 근원적 세계에 가닿을 수 있다고 믿었던 이전 시대의 사람들과 달리 보들레르는 지금 여기서 감각할 수 있는 세계를 면밀히 느낌으로써 감각 너머의 세계를 볼 수 있다고 믿었다. 이것이 곧 현대시를 낳은 보들레르의 시적 혁명으로, 보들레르 이후 시인들은 형이상의 세계를 그리기 위해 형이하의 세계를 떠날 필요가 없어졌다. 되레 형이하 세계의 감각을 최대화하는 것, 그것이 시인의 임무가 된다.
자연스레 보들레르의 시선은 그가 머물렀던 도시 파리의 사실적인 풍경에 머문다. 본질적인 세계를 그리기 위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과 성서 속 성인들을 소환해야 했던 이전 시인들과 달리 보들레르는 넝마주이, 썩어가는 사체, 추한 모습의 노파, 인파 속으로 사라져간 여인을 그리기 시작한다. 사물이 불변하는 자연과 달리 무수한 것이 순식간에 존재했다 사라지는 파리는 그에게 현기증을 야기하며 깊은 상처를 남긴다. 상처로 예민해진 그의 감각은 곧이어 그 너머의 세계를 발견하기에 이른다. 도시를 그린 시인, 자기 시대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린 시인 보들레르는 이렇게 시에 현대성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감각을 통해 감각 너머의 세계를 감지하기, 덧없는 것으로부터 영원한 것을 이끌어내기. 이 두 가지를 통해 보들레르는 현대시의 “최초의 견자”가 된다. 그를 통해 연애시는 동시에 숭고한 종교시가 되며 코를 찌르는 넝마주이는 그리스 영웅의 숭고함을 얻는다. 하나는 전부가 된다.

“죽음이 우리를 위로하고, 슬프다, 살게 하니,
그것이 인생의 목적이요, 삶의 희망”
황현산 선생이 타계 직전까지 번역한 『악의 꽃』, 드디어 발간
『악의 꽃』에서 죽음은 언제나 희망으로 제시된다. 죽음을 통해 세계는 질적으로 완전히 변화하기 때문이며, 탄생이 곧 추락이라 여겼던 보들레르에게 죽음은 이 세계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죽음을 통해 한계는 극복된다. 가능성은 확장된다. 그것은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을 “위로하고” “살게 하며”(「가난뱅이들의 죽음」), 단조로운 세계로 인해 권태에 휩싸인 이들에게는 “새로운 것”을 향한 여정을 가능케 해줄 “늙은 선장” 노릇을 한다(「여행」). (낭만주의에서는 인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세 가지로 사랑, 혁명, 죽음을 꼽는다. 죽음 이후의 세계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 하나의 사랑과 하나의 혁명이 한 인간에게 가져다줄 전혀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다면 보들레르가 말하는 죽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해해선 안 될 것은 그토록 죽음을 찬양하던 와중에도 보들레르 자신은 단 한 번도 자살을 꿈꾸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가 아무리 이 세계를 비관적으로 봤다 할지라도 그가 욕망한 것은 ‘빠른 죽음’을 통한 저 너머로의 회귀가 아니라 죽음이 가져다줄 세계를 최대한 이 세계 내에서 재현해내는 것이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그 빛을 볼 수는 없지만, 죽는 날까지 내내 시를 씀으로써 저 빛 속의 삶과 가능한 한 가장 가까운 삶을 이 땅의 우여곡절 안에서 실천하려고 했다.”

이번 『악의 꽃』 완역판은 황현산 선생 사후 5년이 지나 발간되었다. 유족이 선생의 작업실에 놓여 있던 컴퓨터에서 번역 원고 파일을 발견한 것은 두 해 전, 파일의 이름은 ‘악의 꽃(1) 번역 원고’였고, 최종 수정 시간은 2018년 7월 1일 오전 8시 56분이었다. 선생은 곧 마지막으로 입원하였고 2018년 8월 8일 숨을 거두었다.
선생은 생전 트위터를 활용하여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펼쳤는데, 2015년 9월 14일 오전 5시 37분에는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나 죽은 후에 미래가 어찌되건 무슨 상관인가. 그러나 그 미래를 말하는 나는 살아 있지 않은가. 좋은 미래가 나 죽은 다음에야 온다고 해도 좋은 미래에 관해 꿈꾸고 말하는 것은 지금 나의 일이다. 그것은 좋은 책을 한 권 쓰고 있는 것과 같다.

선생은 『악의 꽃』 번역을 통해 ‘좋은 책을 한 권 쓰는’ 그 마음을 죽음 직전까지 실천하였다. 꿈꾸었던 세계를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바로 이 세계 안에서 실현하고자 했던 작은 움직임, 이것이 이번 『악의 꽃』 완역판을 내놓을 수 있었던 동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석이 달려 있지 않은 이 원고를 최대한 그대로 출간하기로 결정할 수 있었던 판단의 기저에는 독자를 믿었던 선생의 번역 철학이 있다. 번역은 반역일 수밖에 없음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번역을 위해 노력하였던 선생이 『악의 꽃』 번역을 생전에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을 읽을 독자들의 통찰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에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번역하면서 이상한 결심을 했다. 프랑스어 시를 한국어로 번역하다보면 용납할 수 없는 구멍을 만들어내는 시구들이 가끔 있다. 그래서 번역을 5년 넘게 미뤄둔 시가 있다. 그러나 그 5년 동안에 내 번역의 역량이 달라졌는가. 달라지지 않았으며, 앞으로 5년 후에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저 구멍을 의식한 채 내 부족한 번역을 최종 번역으로 확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확정을 결심할 때의 내 자세는 지극히 능동적이어야 한다. 그 용납할 수 없는 구멍이 메워지는 것은 내 번역 역량에 의해서가 아니라 두 언어를 둘러싼 문화적 환경의 발전과 독자들의 드높아질 통찰력에 의해서일 것이기 때문이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285쪽)

※ 보들레르와 『악의 꽃』에 관한 해설은 많은 부분 황현산 선생님의 생전 저작(비평문, 산문, 강의록 등)을 참고했습니다.

작가정보

1821년 파리, 신앙심과 예술적 조예가 깊은 집안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에 아버지를 여읜다. 젊고 아름다운 어머니는 육군 소령과 곧 재혼한다. 명문 중학교에 기숙생으로 입학하나 품행 불량으로 퇴학당한다. 파리로 상경해 법학을 공부하지만 술과 마약, 여자에 탐닉하며 자유분방한 생활을 한다. 불안과 가난 속에서 왕성한 창작을 이어간다. 미술비평서 『1845년 살롱전』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1847년 중편소설 「라 팡파를로」를 발표한다. 프랑스 최초로 미국 시인 에드거 앨런 포의 책들을 번역하여 소개한다. 1857년 시집 『악의 꽃』을 출간하나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는다. 1860년 중독과 시 창작에 관한 에세이 『인공 낙원』을 출간하고, 1863년 피가로에 미술비평 ‘ 현대 생활의 화가’를 연재한다. 1866년 시집 『떠다니던 시편들』을 출간하고 이듬해 4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45년 목포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기욤 아폴리네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프랑스 현대시에서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를 연구하며 문학평론가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 『전위와 고전』 『황현산의 현대시 산고』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우물에서 하늘 보기』 『밤이 선생이다』 『잘 표현된 불행』 『말과 시간의 깊이』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아폴리네르의 『알코올』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 『동물시집』, 말라르메의 『시집』,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 보들레르의 『악의 꽃』 『파리의 우울』,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 등이 있다. 팔봉비평문학상, 대산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창립, 초대 회장을 맡았다. 2018년 8월 8일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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