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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불만 마흔의 불안

조소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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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1월 26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1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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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3.64MB)
ISBN 979116774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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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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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즈〉, 〈보그코리아〉, 〈에비뉴엘〉에서 19년간 피처 에디터로 일을 해오며 어떤 세상사도 기사거리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갖춰온 조소현이 서른에서 마흔이라는 불확실한 시간, 다시 나아가려는 이들에게 안부인사를 전한다. 돌이켜보면 사회에 나온 후 삶의 기본값은 불안이었다. 여자, 워킹맘, 나이 같은 세부 필터를 거치면 세상은 온통 불만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불만과 불안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더 자주 불평하고 더 많이 불안에 떨수록 흐릿했던 세상이 선명하게 보였다. 엄청나게 우렁찬 목소리도, 살이 베일 듯 날카로운 관점도 아니지만 다 같이 불만과 불안을 공유하고 있다는 감각. 이 책에는 그 순간들이 담겨 있다.
프롤로그
이유를 알고 가는 길은 오래 걸을 수 있다

1부 서른의 불만
써 내려간 말
야망의 눈동자
기울어진 도시
병을 병이라 부르지 못하는 병
먹는 게 죄라면
풍요 속의 생리 빈곤
보기 좋은 털
우리의 소녀 시대
‘그녀'와의 이별
네버 엔딩 저글링
N인분의 노동
각방 라이프
네, 평창동입니다

2부 마흔의 불안
다만 가면에서 구하소서
나의 자랑 해방일지
그레이 딜레마
내 자궁에서 진짜 일어나는 일
생존을 위한 운동
술 마시는 나를 인식하는 나
스페셜리스트 콤플렉스
백수가 아니라 갭이어
40대 부장’님’의 재취업기
부모와 함께 산다는 것
여자 친구라는 노후 대책
내 나이를 받아들이는 법
쓰다 써

여자에겐 사랑이 전부라는 말이 지긋지긋하던 조에게도, 가족을 돌보는 삶만 지속되는 엄마에게도 글쓰기는 여자에게도 감정만이 아니라 생각과 영혼이 있음을 보여주는 행위였다. 순응하며 사라지길 거부한 투쟁이었다. 글을 쓰는 건 가부장제가 지운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일이다. (25쪽, 써 내려간 말)

나름대로 희망찬 소녀였던 나는 사회에 나와 완벽한 ‘쭈구리’가 됐다. 처음 정규직 제안을 받았을 때 “저 같은 애도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되물었고, 경력이 쌓여 승진할 시점이 왔을 때 “제가 무슨 차장이에요. 지금도 괜찮아요”라고 말했고, 팀장 자리를 권유받았을 때 “글쎄요, 그냥 서포트하는 역할이 저에게 잘 맞아요”라고 대답했다. 칭찬이라도 받으면 “어우, 남들도 다 하는 건데요, 뭐”라며 손사래를 쳤다. 끊임없이 내가 가진 능력을 의심하고 지레 나 자신을 끌어내렸다. (30쪽, 야망의 눈동자)

사무실의 비극은 ‘175센티미터 남성’이라는 조건을 벗어난 자들에게 일어난다. 몇 년 전 밝혀진 사무실 에어컨 적정 온도의 비밀을 기억하는지. 네덜란드 어느 의대는 사무실 에어컨 온도 가 남성의 신진대사율에 맞게 설정되어 있어 여성 대부분이 춥 게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여자들의 의자에만 카디건 이 걸쳐 있던 오랜 미스터리가 풀린 셈이다. (34쪽, 기울어진 도시)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저서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에서 남자가 월경을 했다면 의사들은 심장 마비보다 생리통에 대해 더 많이 연구했을 것이라며, 월경은 남자들만 누릴 수 있는 권리이자 권위의 표상이 되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질병으로부터 스토리텔링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그저 의학적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46쪽, 병을 병이라 부르지 못하는 병)

자신의 몫인 1인분의 노동을 하지 않아서 파트너가 끊임없이 그 일을 해야 한다면 결국 다 같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나는 설거지를 할 테니 당신은 아이를 씻기고 재우라고 부탁 같은 지시를 해야 하는 감정 노동은 설거지보다 삶을 지치게 한다. (98쪽, N인분의 노동)

우리 사회는 자랑은 스스로 해서는 안 되는 영역으로 간주해왔다. 그 탓인지 본인 입으로 자기 자랑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사람들이 멋져 보이지 않았다. 진짜 실력이 있다면 세상이 알 테고 진정한 실력자는 ‘발견되는 것’ 아닌가. 스스로 자랑한다면 그런 존재에게 느끼듯 같잖게 여겨질까 두려웠다. (124쪽, 나의 자랑 해방일지)

언젠가는 끝이 날 관계라는 걸 알기에 다시 시작한 동거. 성인이 되어 부모로부터 독립해 잘 지내다가도 문득 해 질 무렵 엄마의 된장찌개 냄새, 아빠와 걷던 산책길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건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아서다. 나의 모든 시절을 기억하는 세상의 유일한 사람들. 나이 든 부모와 산다는 건, 함께하는 기억을 조금 더 늘리는 일이다. (191쪽, 부모와 함께 산다는 것)

“우리는 정말 비슷한 감각을 공유하고 살고 있었다”
같은 시대를 보내며 매일 다시 나아가는 이들을 위한 독려편지

서른부터 불만이란 감정이 머릿속을 잠식했다. 막연한 감정만 생겼던 20대와 달리 드디어 문제점의 정체가 파악되기 시작했다. ‘왜 종일 일하던 의자가 그렇게 불편했을까?’, ‘그냥 밥을 먹을 뿐인데 왜 항상 죄책감이 드는걸까?’ 억울해서 화가 끓다가 어찌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일상을 흐물거리게 만들었다. 마흔을 통과하면서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더해진다. 정상에 오른것도 아닌데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불안에 초조하고 조급해진다. ‘부장인 나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부모님이 아프면 어떡하지?’
머리로 이해가 가지 않는 점들이 많아서 무수한 표본을 찾아다녔다. 비슷한 고민을 풀어낸 책을 찾았으며, 같은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 생각해보면 그 원인은 매우 자주 외부에 있었다. 이 감정의 정체가 내가 유난해서 느끼는 것이 아님을 확인했을 때 불만은 더욱 거세졌지만 불안은 일면 잦아들었다.
신기한 것은, 이런 고민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도움말을 구했던 지인과 전문가도 극히 일부일 텐데 ‘여자’, ‘직장인’, ‘엄마’, ‘나이’ 같은 필터를 거치고 나면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가 남았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비슷한 감각을 공유하고 살고 있다는 기분, 불만과 불안의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쓰고 있는 공저자들을 만난 반가움을 얻었다. 해답을 알고 시작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허공에 오물거리는 셀프 다짐이나 상대에게 공을 떠넘기는 물음표로 글을 얼버무리곤 했지만 그럼에도 나아가고 싶다는 것을 느꼈다. 몰라서 해맑을 수 없다면 제대로 알고 사유하고 싶었기 때문에.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희망하며 쓴 글”
스스로에게서 문제를 찾던 사람이 세상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되묻는 찬찬한 과정

조소현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속 한 일화를 소개한다. 울프가 케임브리지 대학교 도서관에 발을 내디디려 하자 친절한 신사가 나타나 “여자는 도서관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힌다. 이때 울프는 “도서관에 입장이 허용되지 않다니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라고 묻는 대신 “나를 들여보내지 않다니 도서관 문지기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고 물었다. 조소현은 이 책 《서른의 불만 마흔의 불안》 역시 “항상 나에게 문제를 묻던 내가 상대나 사회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자문하게 된 찬찬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저 푸념 내지는 한탄으로 끝날 수 있는 숱한 불만과 불안, 그 실체를 목격자의 시선이 아니라 경험자의 마음으로,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희망하며 쓴 글”이라는 윤혜정(국제갤러리 이사, 《인생, 예술》 저자)의 추천사는 이 책의 의미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좀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무구한 욕망을,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순진한 바람을 갖고 사는 우리들에게 우리가,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불만과 불안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변화에 다다르면 좋지만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 모두 삶의 재료가 된다”
불만과 불안, 꺼끌꺼끌해도 씹다 보면 고소해지는 맛을 음미하는 법

“지긋지긋하고 편하지 않지만 일면 하고 싶은 일이다. 처음부터 입안 가득 퍼지는 단맛도 있지만 꺼끌꺼끌해도 씹다 보면 고소해지는 맛도 있다. 꺼끌하다 느낀 순간 뱉지 않은 덕분에 흐릿했던 시야가 조금씩 선명해진다. 이유를 알고 가는 길은 오래 걸을 수 있다.”

최근 한 배우가 인터뷰에 언급함으로써 수년 전 출판된 책 《불안의 서》가 증쇄에 들어가는 일이 생겼다. 800페이지에 달하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책에 관심이 쏠린 건 배우가 인상 깊은 구절로 ‘모든 사람 이 24시간 동안 잘 때만 빼고 느끼는 감정이 불안’이라 꼽으면서 밝힌 자신만의 불안을 치우는 법이 옳아 보였기 때문이다. 정말로, 우리는 모두 불안에 시달리고 불안은 그렇게 매일 치워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소현은 말한다. 불안한 그 감정은 나를 자꾸만 움직이게 했다고. 지금 이 순간에도 무엇이든 하게 했다고. 이 책을 읽는 우리의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소현과 마찬가지로, “불안한 채, 불평을 하면서” 일상과 세상의 당연한 질서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나를 깨우고 싶은 독자라면 반갑게 환영할 책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조소현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싱글즈〉 〈보그코리아〉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고 지금은 〈에비뉴엘〉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 19년간 피처 에디터로 일을 해오며 어떤 세상사도 기사거리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갖췄다. 확신을 팩트로 충족하는 편이라 비슷한 고민을 풀어낸 책을 찾고 안구건조가 올 때까지 검색을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으며 글을 써왔다. 그렇게 그러모은 것이 내면에서 내림차순으로 정돈이 될 때마다 마감도 하나씩 끝이 났고 중학생 이후로 자란 적 없는 키가 큰 느낌도 찾아왔다. 평소 단독으로 일하기보다 같이 일하고, 혼자 살기보다 가족들과 와글거리며 지낸다. 그런 덕분에 계속해서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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