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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읽기

세창명저산책 92
윤은주 지음
세창출판사

2024년 01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06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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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2.82MB)
ISBN 9788955867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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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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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
1961년 예루살렘에서 열린 아이히만 전범 재판을 참관한 한나 아렌트는 한 가지 결론을 내린다. ‘아이히만은 선천적인 악인이 아니라, 그저 생각함에 무능력했던 평범한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대중은 충격에 휩싸였다. 생각함에 무능력하다면, 누구든 아이히만처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아렌트는 재판에서 무엇을 목격했기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을까?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을 주장하게 된 사상적 배경은 무엇일까? 어떤 이유로 아이히만은 냉혹한 괴물이 되었을까? 인간의 ‘악’에 대한 섬뜩한 통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았다.
들어가며

1장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다
1. 치열한 삶을 살아 내다
2. 라헬, 의식 있는 패리아로서의 삶
3. 유대적이거나 반유대적인
4.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구성

2장 유대인 문제: 추방, 수용, 그리고 최종 해결
1. 유대인이 가진 우연한 조건
2. 유대인 말살 정책의 시작
3. 정언 명법의 왜곡과 조작된 언어

3장 신 앞에서는 유죄지만 법 앞에서는 무죄다
1. 침묵의 기억, 떠도는 시간
2. 자유를 갈망하다
3. 아돌프 아이히만과 대면하다
4. 신 앞에서는 유죄, 법 앞에서는 무죄

4장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
1. 양심의 또 다른 모습
2. 낯선 도덕관념에 대한 도덕적 혹은 사법적 책임
3. 악의 평범성

5장 아이히만 이해하기
1. 재판 그 이후
2. 제대로 생각하기
3. 이야기하기
4. 아이히만 이해하기

한나 아렌트 연보
참고문헌

p.25 관조적 삶에 머물렀던 이전의 철학과는 달리,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견지해 나간 아렌트는 말과 글을 무기로 20세기라는 전쟁터를 헤쳐 나가며 치열하게 살았다.

p,43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1961년 당시 아렌트가 예루살렘에서 열린 아이히만 재판에 『더 뉴요커』의 객원기자로 참여하여 작성한 글을 모은 것이다. 사실성을 담보하는 신문 기사답게 당시 독일 나치가 유대인을 추방하고 수용收容하며 ‘최종 해결’을 통해 학살했던 과정과 아이히만 재판의 기록을 정리하고 있으나, 재판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는 아렌트의 시점을 보여 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p.62 아이히만은 죽음의 위협을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신이 맹세한 대로 모든 명령에 복종했고, 의무를 완수하는 데 상당한 자부심을 가졌다고 말하였다.

p.82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파괴된 사람은 자신의 상황이 어떠한지,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가져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박탈한 현실이 어떠한지 생각하지 못한다. 자신이 한 일이 비인간적이며 부도덕적이라도 말이다.

p.113 재판 전 진행된 장시간의 대질 신문에서 자신의 행위가 유죄라면 어떤 의미에서인가라는 질문에, 변호사 세르바티우스를 통해 아이히만은 “나는 신 앞에서는 유죄라고 느끼지만
법앞에서는 아니다”라는 답변을 남겼다.

p.133 아이히만은 자신의 업무로 인해 희생될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피할 수 없는 명령을 따른 결과에 대한 도덕적 책임과 양심의 가책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p.150 생각함과 말함의 무능력에 빠지는 건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악행의 본성은 평범하다. 그러나 누구나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면, 누구나 아이히만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p.182 만약 아렌트가 수용과 용서라는 기본적 의미에 갇혀 있었더라면, 아이히만에 대한 그녀의 입장 역시 다른 시온주의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폭력적 성향이 있는 근본악의 전형으로 수백만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잔혹한 결정을 하고도 뉘우침이 없었던 아이히만을 격렬하게 비난하고, 살인자로서 유죄판결을 내리는 데 아무 의심 없이 동참했을 것이다. 하지만 법정에서 만난 아이히만은 아렌트의 예상과 어긋나는 평범한 인물이었다.

인간의 ‘악’에 대한 섬뜩한 통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단순한 재판 참관기가 아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1961년 예루살렘에서 진행된 ‘아이히만 재판’을 기록한 보고서다. 재판 참관 보고서이기 때문에 원전을 그냥 읽을 때는 분량도 많고, 평범한 기록도 많고, 무엇보다 아렌트가 왜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배경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 책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전체적인 내용을 압축한 것은 물론,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적 배경, 아돌프 아이히만의 행적 등을 제시하여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원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예루살렘 ‘정의의 집’
정의의 명분을 잃다

1961년 4월 1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정의의 집’이라는 이름의 재판소에서 한 전범의 재판이 열린다. 마른 체구, 커다란 안경, 깔끔한 정장, 당당한 자세. 시종일관 침착한 태도를 보이는 이 사람, 바로 피고인 아돌프 아이히만이다. 수천 명의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았던, 유대인 말살 정책의 실무자인 그가 너무도 순순히, 그리고 당당히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방청석의 유대인은 물론 재판을 진행하는 재판장마저도 그의 악랄한 모습이 낱낱이 드러나고 전 세계에 보도되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분노로 가득 찬 유대인의 바람과는 달리, 아이히만은 대단히 차분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한다. “저는 상부가 시키는 일을 성실히 수행했을 뿐입니다. 나치 정권 아래의 독일에서 히틀러의 말은 곧 법이었습니다. 법을 준수하는 것은 공직자가 당연히 지켜야 할 덕목입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의 생각이 점점 꼬이기 시작했다. ‘정의의 집’에서 사람들은 아이히만을 단죄할 정의의 명분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방청석 속에서 ‘한나 아렌트’라는 이름의 한 객원기자만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아이히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왜곡된 정언 명법과 조작된 언어
옳고 그름의 기준을 잊다

“신 앞에서는 유죄지만 법 앞에서는 무죄다.” 아이히만이 자기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내세운 논리다. 아이히만은 재판 중에 자기가 수행한 유대인 말살 과정을 세세히 진술했다. 재판정 입장에서는 그처럼 반인륜적인 폭력에 최소한의 저항도 없이 복종했다는 점이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다. 아이히만의 진술을 들은 아렌트는 잔학한 행위의 원인과 관련하여 두 가지 부분을 지적한다. 하나는 칸트의 정언 명법을 왜곡함으로써 히틀러를 향한 복종을 윤리적 행위로 받아들였던 아이히만 개인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치밀하게 조작된 언어 사용을 통해 유대인 말살의 반인륜적인 성격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 언어적 문제였다. 아이히만은 경찰 신문 과정에서 자신이 칸트가 말한 의무에 대한 정의를 따라 살아왔음을 밝히며, “나의 의지의 원칙이 항상 일반적인 법의 원칙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정언 명법을 언급했다. 아이히만은 철저히 독일 나치 구성원으로서 자기 모든 행동의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기준을 히틀러의 명령으로 삼은 것이었다.
조작된 언어의 문제도 반인륜적인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일조했다. 아무리 판단의 기준을 히틀러에게 맡겼다고 해도, 유대인 ‘제거’, ‘박멸’, ‘학살’ 같은 명백한 단어는 무의식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나치의 보고서에는 ‘최종 해결’, ‘특별취급’ 등 일상 언어로 자극적인 단어를 대체하고 있었다. 아이히만 역시 대체된 일상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점차 반인륜적인 학살 행위에 무감각해졌고, 대단한 범죄가 아니라 단순한 업무로 유대인 말살 정책을 대했던 것이다.

생각함과 말함의 무능력
악의 근원을 읽다

예루살렘에서 뉴욕으로 돌아온 아렌트가 아이히만 재판에 관한 보고서를 출판하자 세간에는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아이히만이 저지른 범죄 사실을 인정하지만, 그러한 아이히만의 악행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생각함과 말함의 무능력에서 나온다.” 그 누구보다 괴물 같았어야 할 아이히만을 평범한 사람으로 표현한 것도 모자라, 평범한 대중에게 당신이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여지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법정에 있던 모두가 아이히만의 정상적인 상태와 평범한 모습을 애써 외면하려고 했을 뿐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아렌트는 있는 그대로 세상에 전달했을 뿐이었다. 아렌트가 세상에 발표한 것처럼 누구나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생각함과 말함의 무능력이 아이히만의 전쟁 범죄의 원인이었다. 아이히만은 생각의 전권을 히틀러에게 맡기고, 자기 행동이 어떤 파급력을 불러올지, 자기 행동에 따른 상대의 입장은 어떨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의도적으로 관용어나 상투어를 사용해 끔찍한 전쟁 범죄를 가리키는 용어를 대체했다. 해당 단어가 일상적인 언어인 만큼, 날이 갈수록 유대인을 향한 끔찍한 범죄도 일상적인 느낌을 주었다. 그는 1961년 법정 진술에서도 습관처럼 의례적인 단어로 범죄 용어를 대체했다. 만약 그가 개인적으로라도 기존의 언어를 유지했다면, 윤리의식이나 책임감에서 벗어나 현실감을 상실할 정도로 망가지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아렌트가 본 악의 근원은 평범함 그 자체였다. 악의 평범성.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생각함과 말함의 무능력. ‘악’에 대한 아렌트의 새로운 통찰은 선과 악의 기로에 선 인간의 선택권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말하고자 한 바가 무엇이었는지 저자는 이렇게 짐작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아이히만을 품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면, 누구나 아이히만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윤은주

숭실대학교 철학과에서 「그람시의 실천 철학에서 본 아렌트의 정치적 행위 개념」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숭실대학교 베어드교양대학 강사로 있다. 정치철학을 전공하지만 현실 정치보다는 정치적 행위 주체로서의 인간에 더 관심이 있다. 특히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서 팟캐스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대중을 위한 인문학 강의도 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가에 관한 답을 찾으려 애쓰는 과정에서 아렌트를 만났고, 여전히 그 답을 찾는 중이다. 저서로는 『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할 서양 고전』(소울메이트, 2015)이 있으며, 공저로 『관용주의자들』(교우미디어, 2016), 『교실 밖 인문학 콘서트』(스마트북스, 2020) 외 다수가 있다. 「아렌트의 정치적 행위에서 본 마키아벨리의 정치」(2007), 「다름의 인정과 차이의 지양」(2008), 「정치와 비-정치의 경계」(2009), 「정치적 행위 주체로서의 여성과 혁명」(2010), 「정치적 행위에서 다름의 인정 - 말하기와 듣기의 관계」(2013), 「정치적 행위에서 사회적인 것의 수용」(2015), 「정치적 행위와 서발턴의 유목적 정체성」(2017) 등 아렌트 관련 논문이 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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