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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곤충의 변태

과학적 지성과 예술적 미학을 겸비한 한 여성의 찬란한 모험의 세계
나무연필

2024년 01월 01일 출간

종이책 : 2024년 01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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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71.64MB)
ISBN 979118789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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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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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끝자락을 살아간 한 여성이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뒤 예술과 출판을 하는 집안에서 자라며 자연을 관찰하고 그것을 즐겨 그리던 사람. 결혼을 하고 두 딸을 낳아 기르는 와중에 좋은 집안의 여성들에게 그림과 자수를 가르치며 자신의 글과 그림을 책으로 펴낸 사람. 남편을 뒤로한 채 라바디파 종교 공동체에 기거하며 나비가 되기를 준비하는 번데기 같은 시간을 보낸 사람. 데카르트가 ‘이곳처럼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이 있을까’ 하고 감탄했던 바로 그 도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해 지식인 및 예술가와 교류하면서 끊임없이 연구를 거듭한 사람. 쉰두 살의 나이에 머나먼 남아메리카의 수리남으로 떠나 곤충을 관찰하는 모험을 기획하고 감행한 용기 있는 사람.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와 자신의 연구를 책으로 만들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감당한, 비즈니스 우면의 면모도 여실히 보인 사람.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수리남 곤충의 변태(Metamorphosis insectorum Surinamensium)》(1705)는 메리안이 둘째 딸 도로테아를 데리고 2년간 수리남으로 여행을 떠나 살아 있는 곤충들을 관찰한 뒤 양피지에 그린 60점의 그림과 그에 관한 글을 엮은 작품으로, 곤충 연구자이자 화가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 그녀의 대표작이다. 당시의 많은 연구자들이 권력자들의 후원을 받으며, 때로는 그들과 함께 아메리카를 여행한 반면, 메리안은 나이 든 여자라는 이유로 그러한 혜택을 누리기가 어려웠다. 몇 차례 후원을 청해 간신히 (후원이 아닌) 대출을 받은 그녀는 자기 자산을 정리하고 유언장까지 작성한 뒤 수리남으로 향하는 상선 평화호에 탑승한다.
서문_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이 독자에게
옮긴이 해제_ 이 세계에 머무르지 않고 저 세계를 탐험하는 여행자

1장 꽃이 핀 파인애플│2장 무르익은 파인애플│3장 작은 가시여지│4장 카사바와 털북숭이 애벌레│5장 카사바와 노란 줄무늬 애벌레│6장 하얀 꽃이 피는 마카이│7장 아메리카 체리│8장 인디언 재스민 나무│9장 홑꽃이 피는 석류나무│10장 수리남 목화나무│11장 말뚝나무│12장 바나나│13장 아메리카 자두나무│14장 큰 가시여지│15장 수박│16장 캐슈 나무│17장 라임 나무│18장 구아바 나무와 거미, 개미, 벌새│19장 구아바 나무와 붉은 구슬 달린 애벌레│20장 구미 구타 나무│21장 마르키아스│22장 붉은 백합│23장 바코버│24장 노란 꽃이 피는 마카이│25장 바닐라│26장 카카오나무│27장 소돔의 사과│28장 시트론│29장 폼펠무스│30장 그리스도 종려나무│31장 장미│32장 슬라퍼르쪄│33장 무화과나무│34장 포도나무│35장 초록색 열매가 줄줄이 달리는 나무│36장 흰 꽃이 피는 식물│37장 오커륌│38장 초록색 융털을 잎에 두른 식물│39장 작고 노란 꽃이 피는 식물│40장 파파야 나무│41장 파란 꽃이 피는 바타타│42장 머스크 꽃│43장 마멀레이드 통 나무│44장 로쿠│45장 플로스 파보니스│46장 재스민│47장 청포도│48장 타브로우바│49장 겹꽃이 피는 석류나무│50장 하얀 꽃이 피는 바타타│51장 단콩 나무와 노란 애벌레│52장 중국 사과나무│53장 미스펠 나무│54장 발리아│55장 인디언 고추│56장 보라색 꽃이 피는 물풀│57장 구아바 나무와 털북숭이 애벌레│58장 단콩 나무와 초록 애벌레│59장 물 냉이│60장 붉고 우아한 꽃

본문 주석│이 책에 등장하는 동식물 이름 목록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연보│도판 출처

나는 계속해서 곤충을 관찰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대장정에 올라 아메리카의 수리남으로 향하게 되었다. 더욱 정확한 연구를 위해 1699년 6월 수리남으로 항해하여 1701년 6월까지 머물렀고, 길을 떠나 9월 23일에 귀환했다. 수리남에서 나는 살아 있는 곤충들을 관찰한 뒤 양피지에 60점의 그림을 세밀하게 그렸으며, 이는 곤충 표본과 함께 우리 집에서 볼 수 있다. 그 나라는 내 예상과 달리 곤충을 관찰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무더워서 그 열기에 적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네덜란드로 돌아온 뒤 몇몇 애호가들이 내 그림을 보고, 아메리카에서 그린 작품으로 최초이자 가장 탁월한 것이라고 평하면서 강력하게 출판을 권유했다. 처음에는 이 책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에 놀라 단념했으나, 결국 제작을 결심했다. 이 책은 60점의 동판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90여 가지의 애벌레, 굼벵이, 구더기를 관찰한 내용과, 이들이 어떻게 탈피하여 색깔과 형태가 변하며 종국에는 나비, 나방, 딱정벌레, 벌, 파리로 변하는지가 담겨 있다. 이 모든 곤충들은 그것들이 먹이로 하는 바로 그 식물의 꽃, 열매 등에 배치했다. 또한 서인도의 거미, 개미, 뱀, 도마뱀, 신기한 두꺼비, 개구리의 생식에 관한 내용도 추가했다. 인디언들의 증언을 몇 가지 덧붙인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메리카에서 내가 직접 살아 있는 모습을 관찰하고 그린 것이다. (6~7쪽)

카사바의 뿌리이다. 아메리카에서 인디언과 유럽인은 평소에 이 뿌리로 빵을 만들어 먹는다. 뿌리의 즙에는 강한 독성이 있으므로 뿌리를 갈아서 즙을 모두 짜낸다. 이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처리한 뿌리를 모자를 만들 때 사용하는 물건처럼 생긴 철판 위에 올려놓은 다음, 철판 밑에 작은 불을 피워서 남은 수분을 모두 날려 버린다. 그러면 러스크[수분이 적은 서양 비스킷]처럼 구워지는데, 맛있는 네덜란드 러스크와 같은 맛이 난다. 사람이나 동물이 뿌리에서 짜낸 즙을 차가운 상태로 그냥 마시면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죽는다. 하지만 이 즙을 끓이면 매우 훌륭한 음료가 된다. (41쪽)

왕관을 쓴 이 애벌레는 인디언 재스민 나무의 잎을 먹는다. 9월 20일에 애벌레는 번데기로 변했고, 10월 11일에 거기에서 이와 같이 아름다운 구름무늬 나비가 나타났다. 각 날개의 바깥쪽에 흰색 반점이 여섯 개씩 있으며, 안쪽은 붉은색과 검은색이다. 이 작은 동물을 확대경으로 관찰하면 놀랍도록 아름다우며, 그 아름다움은 글로는 형용하기 어려워 상세히 관찰할 가치가 있다. (47쪽)

사각으로 각진 이 애벌레는 수박 잎사귀에 붙어 산다. 몸의 앞부분과 뒷부분은 파란색이며, 중간은 초록색이다. 발의 피부는 달팽이처럼 끈적거린다. 7월 5일에 고치가 되었다. 이 특이한 애벌레에서 뭔가 특별한 것이 나오리라 기대했으나, 1700년 8월 10일에 평범한 나방이 나오자 실망스러웠다. 가장 아름답고 독특한 애벌레가 가장 평범한 곤충으로 변하고, 가장 평범한 애벌레가 가장 아름다운 나방과 나비로 변하는 일을 나는 수차례 보았다. (61쪽)

아메리카에는 하룻밤 새에 나무를 빗자루처럼 모조리 앙상하게 만들 수 있는, 아주 커다란 개미들이 있다. 가위처럼 서로 엇갈리게 난, 휘어 있는 두 개의 이빨로 나무 잎사귀를 잘라 내어 아래로 떨어뜨린다. 그러면 나무는 유럽의 겨울나무처럼 보인다. 밑에서는 수천 마리의 개미들이 잘라 낸 잎을 보금자리로 운반한다.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 굼벵이 상태인 새끼들을 위해서다. 날아다니는 개미는 모기처럼 알을 낳으며, 이 알은 굼벵이나 구더기가 된다. 이 구더기는 두 종류로 어떤 것은 고치가 되고 어떤 것은 번데기가 되는데, 대부분 번데기가 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번데기를 개미 알이라고 부르지만, 개미 알은 훨씬 작다. 수리남에서는 이 번데기를 닭 모이로 주는데, 닭은 귀리나 보리보다 이를 더 좋아한다. 이 번데기에서 개미가 나온다. 개미는 탈피를 하고 날개가 생기며, 그다음에 알을 낳으면 알에서 굼벵이가 나온다. 더운 나라에는 겨울이 전혀 없으니 개미들은 겨울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도 형언할 수 없이 부지런하게 알을 보살핀다. (67쪽)

수리남에서 포도나무는 몹시 무성하게 잘 자라며, 이를테면 파랑, 초록, 흰색 종류가 있다. 가지를 잘라 땅에 꽂아 두면 6개월 뒤에는 익은 열매를 즐길 수 있다. 매달 그렇게 한다면 1년 내내 포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수리남에서 포도를 재배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 애석하다. 연중 여러 차례 포도를 수확할 수 있으니, 수리남으로 포도주를 들여올 필요가 없고 오히려 네덜란드로 포도주를 수출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101쪽)

이 식물은 숲속에서 발견했는데, 더위 때문에 혹은 금방 시들어 버려서 베어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의 인디언들을 시켜 뿌리째 캐내 집으로 가져오게 한 다음 내 정원에 심었다. 뿌리가 새하얗다는 점만 빼고는 담배와 유사하며 투베로사와 같은 흰 꽃을 피운다. 꽃이 지면 6개월 후에 다시 꽃이 핀다. 이 식물의 이름과 특성은 수리남에서 알려진 바가 없다. 그곳 사람들은 그와 같은 것을 탐구하려는 마음 또한 없다. 사실 그들은 내가 그 나라에서 사탕수수가 아닌 다른 뭔가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비웃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접근만 가능하다면 수리남의 숲에서 더 많은 식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숲에는 엉겅퀴와 가시덤불이 워낙 빽빽하게 우거져서, 노예들의 손에 먼저 도끼를 들려 보내 내가 얼마간 지나갈 수 있게끔 길을 내도록 해야만 했다. 매우 성가시고 힘든 일이었다. (105쪽)

플로스 파보니스(Flos Pavonis)는 키가 2.8미터쯤 되며, 노란 꽃과 붉은 꽃이 피는 식물이다. 씨앗은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에게 분만을 촉진하는 용도로 쓴다. 네덜란드인 밑에서 일하면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인디언들은 자녀에게 노예 생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낙태할 때 이 씨앗을 사용한다. 기니와 앙골라에서 온 흑인 여자 노예들에게는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노예 상태에서는 아이를 원하지 않을 것이고, 아이를 갖지도 않을 것이다. 사실 그들은 일상에서 겪는 가혹한 처우 때문에 자살을 감행하기도 한다. 자기 친구들이 사는 나라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에게서 직접 들은 말이다. (123쪽)

언젠가 인디언들이 내게 랜턴 플라이를 아주 많이 가져다주었는데(그것들이 밤에 그렇게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내가 알기 전이었다), 나는 그것들을 큰 나무 상자 안에 넣어 두었다. 밤이 되자 그것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바람에, 우리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 침대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집 안에서 무엇이 소음을 내는지 모른 채 촛불을 켰다. 곧 우리는 그 상자 안에서 나는 소리임을 알아차렸고, 놀라서 상자를 열었다. 그런데 더 깜짝 놀라서 상자를 바닥에 내던져 버리고 말았다. 상자가 열리면서 불꽃이 뿜어 나오는 듯했던 것이다. 그렇다. 그 안에서 그토록 많은 생물체가, 그토록 많은 불꽃이 나왔다. 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그것들을 다시 모았고, 이 작은 생물체들의 광채에 무척 감탄했다. (131~133쪽)

곤충에 ‘꽂힌’ 50대 여성 과학자이자 화가,
남아메리카의 수리남으로 관찰 여행을 떠나다

수리남에서 메리안은 2년간 동식물을 관찰하여 스케치하고, 각종 표본을 만든다. 이는 녹록치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수리남의 더위가 문제였다. 깊은 숲으로 들어가는 길에 빽빽하게 우거져 있는 엉겅퀴와 가시덤불도 문제였다. 그러나 그 와중에 새로운 곤충을 발견하고 이를 기록하는 기쁨이 있었다. 자그마한 곤충의 생김새, 무늬, 털의 빛깔까지 관찰했고, 때로는 자신이 머물던 집 정원으로 곤충을 가져와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메리안은 열대병에 걸리고 만다. 죽을 고비를 넘긴 뒤에 계획했던 3년의 여행을 단축한 채 그녀는 딸과 함께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온다. 메리안을 돌보기 위해 원주민 여성 한 명도 같이 배에 올랐다.
수리남에서 관찰한 것을 책으로 펴내기까지는 4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자신의 기록을 세상에 선보이고 싶기도 했거니와 주변의 권유도 있었다. 수리남 여행에 들었던 경비를 갚으려면 돈이 필요했을 것이다. 출판업자의 집안에서 성장했고 줄곧 자신의 책을 펴내왔으니, 요즘 말로 치면 ‘독립출판’에 자신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많은 출판업자들이 그렇듯 수익을 장담할 순 없었다. 그녀 자신이 서문에 밝혔듯 책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에 놀라 단념했다가 마음을 고쳐먹을 만큼 나름의 투자가 필요한 일이었다. 메리안은 그림을 그리고 원고를 쓰는 와중에 암스테르담의 신문에 광고도 하며 책의 존재를 알려 나갔다.
다행히도 출판은 대성공이었다. 메리안은 이번에 출간한 한국어판의 모본이 된 네덜란드어판, 그리고 라틴어판을 동시에 출간했다. 전자가 네덜란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면, 후자는 네덜란드 바깥의 유럽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을 터. 러시아의 표트르대제를 비롯하여 나라 안팎의 많은 이들이 메리안의 책을 사들였다. 연구자를 비롯하여 타국의 동식물에 관심을 갖는 애호가들도 매료시키는 책이었다. 물론 신항로를 타고 전해오는 머나먼 타국 물정에서 느끼는 호기심이 그들의 기저에 있었을 것이다.

열대 곤충과 그 먹이식물을 함께 그린 60컷의 그림,
이에 대한 정밀한 관찰의 기록

무엇보다도 《수리남 곤충의 변태》의 그림에서는 메리안의 기획이 돋보인다. 그녀는 하나의 곤충이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 성충이 되기까지의 모습을 그 먹이식물과 함께 한 장의 그림 안에 담아냈다. 곤충의 일생을 한눈에 들어오게 작업한 것이다. 현대의 연구자들이 그녀의 그림에서 생태주의적 세계관의 맹아를 보는 듯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기획 때문이었다. 또한 당대에 출간된 많은 동식물지(動植物誌)들에서 그림이 동식물을 설명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메리안은 자신의 그림이 그러한 용도로만 쓰이기 않기를 바랐다. 전자의 그림 상당수에 설명을 위한 숫자나 글이 여럿 덧붙여진 반면, 메리안은 그러한 것들을 화폭 안에 들이지 않고 그림 자체로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내고자 한 것이다. 이는 동식물을 연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취미로 이를 애호하는 이들까지 독자로 염두에 둔 메리안의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메리안의 아이디어와 예술적 재능 때문에 곤충 연구자로서 메리안의 업적이 다소 덜 부각되기도 한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협회(Maria Sibylla Merian Society)의 창립자인 생물학자 케이 에더리지(Kay Etheridge)는 이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실제로 많은 자연주의 삽화가들이 메리안의 그림에 영향을 받은 만큼이나 후대 생물학자들이 그녀를 기리며 여러 동식물의 속명 등에 그녀의 이름을 붙였다. 린네의 이명법(二名法, binomial nomenclature)이 확립되기 이전에 이루어진 메리안의 섬세하면서도 정밀한 곤충 연구는 이후 많은 이들의 연구에 초석 중 하나가 되어주었던 것이다. 또한 《수리남 곤충의 변태》에 현지인, 특히 현지 여성들의 목소리가 깃들어 있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식물과 곤충을 음식으로 또는 약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기록하는 등 메리안의 연구에는 동시대 여성들이 보여주곤 했던 동식물에 대한 실용적 관심 또한 드러나 있다.

주변부에 있던 한 인간의 삶과 업적,
20세기에 들어 새롭게 조명되다

당대에 일약 암스테르담의 저명인사가 된 인물이지만 이후로 메리안의 존재는 희미해졌으며, 그녀가 다시 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말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살아생전에도 여성이라는 점이 하나의 장벽이었는데, 바로 그 점이 그녀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과학계에서 ‘여성’ 과학자에 대한 관심이 일면서 그녀가 새로이 호명된 것이다. 메리안에게는 이 외에도 여러 장벽이 있었다. 그녀가 국민국가가 건설되기 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활동한 인물이라는 점은 현재의 독일과 네덜란드가 모두 그녀를 오롯이 자신의 시민으로 기리는 데 다소 문턱이 되기도 했다. 또한 둘째 딸 도로테아가 메리안의 작품 중 상당수를 러시아로 가져가면서 그 작품들이 다수 러시아에 보관되어 있는 점도 그녀의 활약상을 연구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그러나 새롭게 떠오른 이 여성의 얼굴은 결국 독일의 지폐와 우표에 새겨졌고, 구글은 그녀의 생일에 기념 로고를 제작했으며, 마거릿 애트우드는 자신의 작품 《홍수의 해》에서 그녀를 성인(聖人)으로 등장시켰고, 롤플레잉 게임 ‘대항해시대’에서는 모험하는 캐릭터로까지 만들어냈다. 그녀의 그림이 뉴욕과 런던의 경매에서 고가에 판매된 것은 물론이다. 오래전 한 여성이 성취해낸 이 기록을 통해 우리에게는 아직 낯설지만 매력적인 한 인물을 비롯하여 그녀가 보여준 경이로운 자연의 세계를 만나게 되길 바란다.

작가정보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신의 곤충 연구자이자 화가. 유년 시절부터 자연을 벗 삼아 곤충과 식물을 관찰하고 그리는 일을 즐겨 했다. 아버지는 출판업자였으나 그녀가 세 살 때 세상을 떠났고, 화가이자 공방 운영자인 새아버지가 재능을 알아보고서 그녀에게 그림을 가르쳤다. 열여덟 살에 새아버지의 제자 요한 안드레아스 그라프와 결혼했고, 이후 남편의 고향 뉘른베르크로 이주했다. 이 시절 그림과 자수를 가르치거나 자수 도안을 판매하면서 공방을 운영했으며, 《꽃 그림책》 1·2·3권과 이들을 묶어 펴낸 《새로운 꽃 그림책》, 그리고 《애벌레의 경이로운 변태와 독특한 꽃 먹이》 1·2권을 세상에 내놓았다.
서른여덟 살 때 남편을 뒤로한 채 두 딸과 노모를 데리고 네덜란드 프리슬란트주의 라바디파 공동체에 입회했다. 재능 있는 한 인간으로서 신앙생활은 물론 학문 활동에도 매진했다. 5년간의 공동체 생활 이후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막바지에 있던 암스테르담으로 거처를 옮겼다. 쉰두 살의 나이에 어렵사리 자금을 마련하여 둘째 딸과 함께 남아메리카의 수리남으로 향하는 뱃길에 오른다. 무더운 열대기후로 인해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곤충과 식물을 관찰해 스케치하고 표본을 만들었다.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온 뒤 《수리남 곤충의 변태》를 집필해 출간했다. 수리남 곤충의 변태 과정과 그 먹이식물을 60점의 동판화에 담아낸, 과학과 예술이 조화롭게 결합된 작품이었다. 일흔 살에 뇌졸중으로 삶을 마감한 뒤, 둘째 딸이 마무리하여 《애벌레의 경이로운 변태와 독특한 꽃 먹이》 3권을 펴냈다.
많은 자연주의 삽화가들이 그녀의 그림에 영향을 받았으며, 후대 생물학자들은 그녀를 기리며 여러 동식물의 속명 등에 그녀의 이름을 붙였다. 또한 시대적 한계 속에서도 관심을 놓지 않으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 여성으로도 호명되고 있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뒤, 도시를 계획하고 집 짓는 일을 했다. 네덜란드에 살면서 북해 연안 저지대의 다양한 모습을 글로 기록하고 네덜란드 작가들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지은 책으로 《플랑드르의 화가들》과 《루르몬트의 정원》이 있고, 옮긴 책으로 《터키 과자》, 《공화국》, 《유목민 호텔》, 《히메로니무스 보스의 수수께끼》, 《음악에 색깔이 있다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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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수리남 곤충의 변태
    과학적 지성과 예술적 미학을 겸비한 한 여성의 찬란한 모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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