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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없다

이태원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
정혜승 지음
메디치미디어

2024년 01월 25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0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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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1.27MB)
ISBN 9791157069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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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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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청년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새 1년의 시간이 흘렀다. 귀가하지 않는 아이를 찾기 위해 사고현장을 찾았던 저자는 왜 정부가 이런 참사를 막지 못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명백히 정부의 잘못인데도 불구하고 정부 관계자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 상황, 사회적 애도와 관계없이 피해자 탓을 하는 여당과 언론의 태도에 분노가 솟구쳤다. 그 분노와 ‘왜?’라는 질문에서 이 기록은 시작되었다.
전직 기자 출신으로 기업과 정부에서 홍보와 소통을 담당했던 정혜승 저자는 이 책에서 전 정부와 현 정부의 실무진, 참사 유가족, 전문가 32명을 인터뷰했다.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아픔을 공유하고, 어디서 정부의 실패가 비롯되었으며, 정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고 좀 더 좋은 정부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해답을 탐색한다. 이 기록은 모두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분노와 절망 대신 해답, 희망을 찾기 위한 일이었다. 앞으로 이런 참사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하니까.
들어가는 글: 나는 왜 기록하는가

추천의 글

1장 2022년, 정부의 부재를 기록한다
고민은 아랫사람 몫이 아니다 /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공감할 줄 모르는 꽃길만 걸어온 에이스 / 정부는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 대통령실 용산 이전의 나비 효과 / 법만 앞세우는 정부의 불통 / 책임 따지고 처벌만 하면 재난은 다시 발생한다 / 책임 회피를 위한 희생양 찾기 / 사회적 애도와 거리가 먼 정치와 언론 / 말 많고 탈 많고 실속 없는 국정조사 / 그날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나
2장 정부의 실패, 왜 움직이지 않았을까
단 한 명의 장관이라도 정신 차렸더라면 / 일잘러 공무원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 대통령의 관심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이전 정부 일은 버려라, 지워라 / ‘잘나가면 안 된다,’ 복지부동이 최선의 전략 / 감사원이 대통령의 칼이 될 때 / 검찰정부는 '적'을 찾는다 / 대통령실 ‘어공’이 이상하다 / 지지율 하락도 정부를 마비시킨다 / 낯선 블랙홀, 여사님

3장 정부의 실패, 정치가 문제다
반문, ABM 타령이 유령처럼 배회한다 / 대통령이 다한다, 그게 문제다 / 대통령의 공감 주파수는 유튜브에 / 대통령이 정치를 멀리할 때 / 야당과 협치 없이 통치가 가능할까? / 분열된 정치는 정부도 바꿔버린다 / 정책 비전은 선거용, 낡은 어젠다만 시끄럽다 / 참사의 정치화? 정치는 나쁜 게 아니다

4장 정부의 존재 이유, 무엇을 해야 할까
헌법이 좌파가 아니라는 해명 /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 결국 문제는 컨트롤 타워 / 일상의 안전은 정부 책임이다 / 일터의 안전은 누구 책임일까 / ‘킬러규제’ 완화의 실체는? / 코로나가 드러낸 정부의 역할 / 외교란 무엇인가 / 영업사원 1호의 외교 / 경제정책, 대책은 있는 건가 / 정부의 곳간은 어떻게 써야 할까?

5장 공무원들이 영혼을 갖고 일하려면
공무원은 무엇으로 사는가 / 인사가 만사인데, 유능할수록 힘든 공무원 / 영혼 없는 공무원 탓은 이제 그만 / ‘소셜’이 사회주의? 조직이 똑똑해지려면 / 공무원 조직을 흔들어야 할 별정직의 자세 / 꽃가마 타는 장관 대신 실무부터 해본다면 / 기득권 카르텔 행정고시는 어떤 문제를 낳았나 / 다양성, 정부 빼고 다들 난리인 이유 / 세계 31위 정부는 여전히 투명성을 기피하지만

6장 정부란 무엇인가
행정의 부재로 자식을 떠나보낸 뒤 /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이유 / 피해자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 국익만 따지는 정부는 위험하다 / 정부는 쾌속정이 아니라 원양 정기선 / 적극적 공공정책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 안전하고 안녕한 감각을 위해 필요한 일들 / 유능한 정부를 갖는 길

나가는 글: 왜 다정함이 필요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2023년 8월 분향소가 있는 서울광장에서 국회까지 3일에 걸쳐 삼보일배, 세 걸음마다 큰절을 하며 움직였다. 희생자들을 기리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폭우 속에 고통스러운 걸음을 이어갔다. 참사 365일이 다 되어가도록 우리는 사실 아무것도 못했다. 애통하고 미안하다.
이 기록은 그분들에 대한 위로와 사과다. 또 피해자들을 비롯해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사과이기도 하다. 이런 시대를 만들어온 어른으로서 젊은 세대에게 미안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아무 잘못 없는 아이들이 진도 앞바다에서, 이태원에서 희생됐다. 정말 미안하다. 윗세대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대신 묻고 파고들고 답할 것밖에 없었다. ‘내 새끼’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다음 세대를 위한 어른의 마음을 고민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비상식이, 아이들에게 당연한 상식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 들어가는 글 ‘나는 왜 기록하는가’ 중에서

우리는 왜 10·29 참사에 이토록 분노하는가? 정부의 후속 대응도 문제지만, 처음부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됐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아예 기사 제목을 ‘확실히 막을 수 있었다(Absolutely Avoidable)’고 뽑았다. 차례로 드러나는 진실은 막연한 짐작보다 훨씬 끔찍했다. 상식있는 시민들이 다 그랬겠지만, 경찰에 급히 도움을 구하는 112에 압사 위험 신고 11건이 참사 4시간 전부터 이어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분노가 터져버렸고, 정부의 행태를 쫓아 기록을 시작한 이유가 됐다. (중략)
심지어 이태원에서 도로를 통제하던 경찰에게도 중요한 일은 따로 있었다. 경찰은 차도를 사수했다. 인도의 안전 대신 차도의 원활한 통행이 중요했다. “‘대형사고’ 무전에도… 경찰은 참사 당일 차로 확보만 집중했다”, 〈한국일보〉 11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차도로 사람들이 밀려나오지 않도록 그들을 인도로 다시 올려 보내느라 애썼다. 이태원 파출소 건너편에 순찰차를 고정 배치해 인파가 차도로 못 내려오도록 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하던 112상황실장이 한 일이라고 믿기지 않는다.
-37~38쪽, ‘정부는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중에서

정지범 울산과기대 교수는 피해자 비난 현상은 자기 방어의 일환이라 설명했다. ‘방어적 귀인 이론’이라고 한다. 피해자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도 언제든지, 누구든지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못 견디는 심리 탓이다. 피해자를 비난하며, 피해자들과 우리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안심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N번방 사건에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고,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을 비난하고, 코로나 확진자를 비난하고, 이제는 10·29 참사 피해자를 거론한다. (중략)
이 모든 것은 “나는 달라, 나는 저런 사람들이 아니야”라는 소리 없는 외침을 담고 있다. 피해자 비난 현상에는 정치적 정당화 이론도 함께 등장한다. 현재 권력구도를 지키기 위해 피해자를 비난하는 전략 역시 맥락이 있다는 얘기다. 1984년 미국 메인대의 사회심리학 박사 사라 윌리엄스는 ‘피해자들이 현재 권력을 해롭게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현재 권력을 지키기 위해 피해자 비난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보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현재의 권력 관계를 지키기 위해 피해자 비난에 참여하는 경우가 진보주의자보다 더 많다고 했다.
-58~59쪽, ‘책임회피를 위한 희생양 찾기’ 중에서

우리는 ‘피해자다움’, ‘약자다움’의 프레임이 작동하는 사회다. 실업급여 받으러 갈 때 선글라스라도 써서 조금이라도 있어 보이면 돌 던지고 싶어하는 이들이 꼭 있다. 우리가 학교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에버랜드를 가든, 이태원을 가든, 비행기를 타든, 배를 타든 어디서든 안전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깜빡하는 이들이 꼭 있다. 놀러갔다가 사고를 당해도 피해자 잘못이 아니라 인재를 막지 못한 책임을 따져야 하는데 엇나간 얘기만 한다. 피해자가 발생할 때마다 그가 생전에 얼마나 전도유망했는지, 돈 잘 버는 직업에서 잘 나가고 있었는지, 잘 생겼는지, 예뻤는지, 그래서 안타깝다고 떠드는 뉴스에 익숙하다. 가족들은 우리 애가 놀러가지 않았다고, 거기에 일터가 있었다고, 어제까지 일하다가 어쩌다 하루 간 거라고, 어느 대학을 나왔다고 무너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항변해야 한다.
축제를 즐기다가, 터널을 지나다가, 지하차도를 지나다가 사고를 당한 이 중 누구도 잘못한 것이 없거늘 왜 그럴까?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 언제든 일상 속에서 사고를 당할 수 있다. 피해자의 잘못이 결코 아니라고, 아무것도 변명할 필요가 없다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왜 우리는 지켜주지 못하는가? 아직도 참사로 희생된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게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78~79쪽, '그날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나' 중에서

I는 검찰공화국이라는 피상적 비판 대신 언어와 논리, 방식이 완전 다른 검찰 엘리트 통치를 꼼꼼하게 복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검찰청 매운맛 버전을 용산에 꾸린 이들이다. 대통령을 검찰총장으로 모셨던 검찰 사람들 아니면 어떤 주제든 ‘씨알도 안 먹히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들은 ‘총장님’을 조직의 ‘보스’로 모셨고, 자기들만의 집권 서사를 갖고 있다. “우리 총장님께서…”로 시작하는 수난일기다. 이른바 ‘윤비어천가’의 첫 장은 항상 ‘우리 총장님’이라는 점에서 국민의힘 쪽에서 합류한 이들과 검찰 출신들의 서사는 결을 달리한다. ‘총장님 시련 겪을 때 뭐하고 있었냐’가 충성심의 밀도를 결정한다.
“검찰은 어떤 사안을 볼 때 우리 편이냐, 적이냐, 이게 굉장히 중요해요. 여의도 출신들의 감각과 사뭇 다릅니다. 여의도 사람들은 적이 아니라 착한 수준에서 상대를 적대시하는 정도죠. 검찰 성골들은 계속 적을 찾아요. 시민단체, 노조, 차례로 적으로 삼아 공격하죠. 대통령이 두 가지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고 합니다. ‘전격’, 그리고 ‘압수수색’. 기습공격을 통해 적을 물리치는 게 권력 행사의 방식입니다.”
-124~125쪽, ‘검찰정부는 ‘적’을 찾는다’ 중에서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이 왜 정치를 더러운 것처럼 피해야 할까? 특정 정당과 엮이는 것이 불편할 정도로 정당이 신뢰를 잃어버린 것도 유감이지만, ‘탈정치’는 매우 정치적인 프레임으로 악용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유족들은 어느새 피해자가 아니라 정치꾼으로 몰린다. 죽음을 정치화한다는 시선 때문에 숨죽이면서 무력감과 좌절감에 시달려야 했다. 진심 어린 사과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전부일 텐데 언제나 정치적 공방에 끌려다니곤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뭉치고, 유가족들이 모이고, 집단적 목소리를 내는 모든 게 정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리고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굳이 이렇게 책까지 쓸 정도로 이번 사태에 진심이었던 나는 어떤가? 참사의 여러 가지 원인을 씨줄 날줄 엮듯 살펴보고, 정부 조직의 작동 방식에, 국정 운영 과정에 혹여 보완하고 바꿀 것은 없는지, 어떻게 하면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뭔가 바꿀 수 있을지 찾는 중이다. 결국 시스템 문제이고, 제도 문제일 수도 있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프로세스와 철학 문제일 수도 있다. 이런 논의 과정이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혹시 피해야 하는가?
-190~191쪽, ‘참사의 정치화? 정치는 나쁜 게 아니다’ 중에서

24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에서는 36명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국무조정실은 공직자 63명에 대해 징계 조치를 요구했고, 충북도 행정부시장 등 5명의 해임을 요구했다. 약 100명의 공직자가 문책 대상인데 높으신 분들, 최고책임자들인 선출직 공무원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만 쏙 빠졌다. 꼬리 자르기다. 결국 유족들이 김 지사와 이 시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재난안전 업무를 담당한 일선 공무원들이 모든 형사적 책임을 떠맡는 일만 반복됐다. 반성? 책임? 사과? 대통령의 호통에 따른 조치만 남았다. 그럼 다음 번에는 달라질까? (중략)
앞서 정부는 1조 5,000억 원을 들여 2021년 경찰청·소방청·해양경찰청·지방자치단체 등 333개 재난 유관 기관이 동시에 소통할 수 있는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소방과 해경, 해군이 각기 다른 통신망을 사용해 효율적 대응을 못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조치였다. 하지만 첨단기술과 예산을 다 쏟아부은 재난안전통신망은 이태원 참사 당시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 위기관리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위기관리센터를 비롯해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 212~213쪽, ‘일상의 안전은 정부 책임이다’ 중에서

노태강 전 차관은 한 인터뷰에서 “국민들 앞에 드러난 것 이상으로, 양심적으로 고민하고 저항했던 공무원들이 많다”는 점을 기억해달라고 했다. 지시사항 거부하다가 산하기관으로 좌천된 직원들이 너무 많아서 나중엔 사람이 없어 다시 부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그는 공무원이 영혼을 지키려면 제도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소신 있게 할 말 하다가 부당하게 공무원 신분을 박탈당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이 없단다. 공무원에 대한 평가와 감시에 시민들이 개방적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지금도 절차가 있지만 누가 참여할지는 공무원이 정하는데, 평가자 선정 자체를 민간에 맡기자고. 역시 국민 무서운 줄 알면 일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일까?
“영혼 없는 공무원은 위에서 시키면 옳은지 그른지 의도적으로 판단을 안 하지요. 여러 가지 불이익을 고려해서 스스로 판단능력을 닫아버리는 거예요. 국민들은 이런 공무원들이 미우시겠죠. 하지만 공무원들이 밉다고 그들이 가진 ‘공공성’까지 미워하면 안 됩니다. 일 안 하고 복지부동 하는 공무원이 있으면 국민들이 당당하게 항의하고 따져야 하지만, 공무원들이 불합리한 지시에 대해 자유롭게 자기 판단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지켜줘야 해요.”
-272~273쪽, ‘영혼 없는 공무원 탓은 이제 그만’ 중에서

그는 오로지 서울광장 분향소만 오간다. 서울광장 건너편 덕수궁에도 가본 적 없다. 몸도 마음도 부축할 힘이 더 필요하다. 정부 지원으로 사회복지사와 상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보였다. “진상규명과 사과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 일이 램프의 요정 지니에게 비는 소원만큼 판타지 같아요. 같이 가면 길이 된다고요? 사막에서 길을 만들었더니 모래바람이 다시 길을 없애는 분입니다. 이제는 길을 내는 것보다 표지석을 세우고 싶어요. 우리가 여기를 지나왔다는 표지석, 그게 특별법입니다.”
10·29 참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추모 기념물이 어디에 있으면 좋겠냐는 얘기에 내가 이태원 아니냐고 반문했더니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나왔다. “대통령, 장관부터 다들 다시는 실수하지 않도록, 참사 기억공간은 용산구청, 행정안전부, 서울시청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행정안전부 벽 하나에 참사 희생자들, 산재 희생자들 이름 다 새겨야 한다고 믿어요. 행정안전부라면서요. 사람 죽지 않는 게 안전이잖아요. 기억해야 할 것 아닙니까? 사고 나면 정부는 빨리 잊혀지기를 바라고, 유가족들은 합동분향소에서 버티고, 단식하고, 행진하고, 거리로 나오는 일이 반복됩니다. 무슨 공식 같아요.”
- 314~315쪽, ‘행정의 부재로 자식을 떠나보낸 뒤’ 중에서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여론을 결집시키는 마당이 없어지면서 시민으로서 개인은 무력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저마다 뉴스를 끊어버리고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것이 가장 손쉬운 해결책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꼴 저 꼴, 이놈 저놈 다 보기 싫은 마음, 서로 마음이 통한다. 하지만 다들 알고 있다. 잠시 마음은 편해질 수 있어도 그렇게 현실의 현안을 피하면 점점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은근 마음이 뜨거운 시민의 딜레마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연결되는 방식 중 하나가 바로 민주주의다. 사람들이 외로움으로 고립되는 대신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포개도록 이끄는 것이 사실 민주주의의 기본 기능이다. 어쩌다 투표 한 번 하고, 효능감 떨어지는 선거제도에 툴툴거리는 대신 서로 연결되는 공동체를 복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서관이나 카페, 공원 등 서로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서 교류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정부와 지자체가 만들어야 한다는 노리나 허츠의 결론은 어찌 보면 소소하지만, 한편으로는 실용적이고 실질적이다. 정치를 어려운 말로 포장해 멀고 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고, 지저분해서 상종 못할 동네처럼 만드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 만약 정부 역시 내 삶과 별다른 관계가 없다고 여겨진다면, 주권자로서 정부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 354~355쪽, ‘나가는 글: 왜 다정함이 필요한가’ 중에서

왜 참사는 반복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가
참사를 막지 못한 근본 원인을 추적해간 어느 기록광의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1년 전 2022년 10월 29일 밤, 저자가 살고 있는 용산구 일대에 위협적 사이렌 소리가 계속 울려 퍼졌다. 라디오와 TV에 속보가 떴고, 귀가하지 않는 아이를 찾아 저자는 그날 밤 사고현장을 찾았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출간한 이 책 《정부가 없다》의 서두는 바로 그날 밤, 저자가 경험했던 지옥 같은 공포의 순간에서 시작된다.
‘내 아이가 저 도로에 누워 있으면 어떡하지?’ 겁에 질려 남편과 거리를 헤매던 저자는 아이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감을 느꼈지만 그것도 잠시, 가족을 찾아, 친구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이들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지옥을 경험하게 될 다른 이들 걱정에 공포가 밀려왔다.
밤새워 뉴스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던 저자의 비통함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는 것이 곧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도 아니었다”는 정부의 안전 최고책임자의 발언은 마치 ‘정부의 부재’를 확인해준 천둥소리마냥 크게 울렸다.
명백히 정부의 잘못인데도 불구하고 정부 관계자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 상황, 사회적 애도와 관계없이 피해자 탓을 하는 여당과 언론의 태도에 저자는 분노가 솟구쳤다. 그 분노와 ‘왜?’라는 질문을 따라가면서 이 기록은 시작되었다.
기자 출신으로 기업과 정부에서 홍보와 소통을 담당했던 저자는 이 책에서 전 정부와 현 정부의 실무진, 참사 유가족, 전문가 32명을 인터뷰했다.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아픔을 공유하고, 어디서 정부의 실패가 비롯되었으며, 정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고 좀 더 좋은 정부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해답을 탐색한다.
2023년 8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분향소가 있는 서울광장에서 국회까지 삼보일배를 했다. 희생자들을 기리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폭우 속에 고통스러운 걸음을 이어갔다. 우리는 세월호 이후 또다시 애꿎은 목숨들을 잃었다는 사실에,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 정부의 배신에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
저자는 이 책은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와 사과이자, 피해자들을 비롯해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사과라고 말한다. 이런 시대를 만들어온 어른으로서 젊은 세대에게 미안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말이다.
추천사를 쓴 용혜인 의원은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로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시민들에게 이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이 책을 통해, ‘유능하고 다정한 정부는 가능하다’는, ‘정부를 만드는 것은 결국 주권자인 국민들’이라는 위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이 책은 기록광인 ‘정혜승 작가 안의 정혜승 기자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긴 기록기사’라고 추천사를 쓴 김혜리 기자는 말한다. 책의 문체는 담담하고 건조하지만, 김혜리 기자의 말처럼 독자들은 저자가 글을 쓰는 내내 2022년 10월 29일 밤의 위협적 사이렌 소리를 듣고 있었을 거라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정혜승

문화일보 기자, 다음 대외협력실장, 카카오 커뮤니케이션ㆍ정책 부사장,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 디지털소통센터장, alookso 대표를 거쳤고, 청와대 국민청원 기획자라고 소개한다. 가방끈을 늘려 기술정책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나 써먹지는 못했다. 독서모임 트레바리 클럽장, 서점 북살롱텍스트북 목요일 매니저, 팟캐스트 ‘조용한생활’ 책 코너 패널, 북리뷰 브런치 작가 등 책을 쓰고, 읽고, 모임하고, 팔고, 떠들고 정리하는 걸 즐기고 있다. 《홍보가 아니라 소통입니다》, 《힘의 역전1, 2》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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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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