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2024년 01월 23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1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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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33872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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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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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는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 작가의 소중한 유산을 다시금 독자와 나누기 위해 제목과 장정을 바꿔 새롭게 소개한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에 수록된 46편의 에세이는 작가로 첫발을 뗀 이듬해인 1971년부터 1994년까지, 작가이자 개인으로 통과해 온 20여 년에서 인상적인 순간들이 담겼다. 또한, 호원숙 작가가 개정판을 위해 특별히 허락한 미출간 원고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의 수록으로 이 책의 의미를 더했다.
다시 읽어도, 언제 읽어도 마음 깊이 스며드는 박완서 작가의 글맛은 평범한 일상을 생생한 삶의 언어로 자유롭게 써 내려간 에세이에서 더욱더 선명히 드러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체험하고 느낀 삶의 풍경이 오롯이 그려져 있어, 지금 읽어도 다시 생각해 볼 만한 유의미한 질문들을 건져 올리는 재미가 있다. 특유의 진솔함과 명쾌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글에서부터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까지, 올곧은 시선과 깊은 혜안으로 삶 이면의 진실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박완서 작가 에세이의 정수가 담겼다. 보통의 일상을 가장 따뜻하고 묵직하게 어루만지는 삶의 단편들을 리커버 특별판으로 다시 만나보자.
ㆍ책머리에
1부_눈에 안 보일 뿐 있기는 있는 것
님은 가시고 김치만 남았네 (미출간 원고)
나의 아름다운 이웃
까만 손톱
눈에 안 보일 뿐 있기는 있는 것
언덕방은 내 방
내가 걸어온 길
내가 잃은 동산
2박 3일의 남도 기행
부드러운 여행
앓아누운 산
화창한 세상
특혜보다는 당연한 권리를
유치원 뜰에서의 소원
늙은 곡예사
소멸과 생성의 수수께끼
2부_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노상 방뇨와 비로드 치마
항아리를 고르던 손
그까짓 거 내버려두자
답답하다는 아이들
머리털 좀 길어 봤자
난 단박 잘살 테야
주말농장
짧았던 서울의 휴가
추한 나이테가 싫다
봄에의 열망
보통으로 살자
겨울 이야기
잘했다 참 잘했다
비정
3부_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겨울 산책
어떤 탈출
도시 아이들
시골뜨기 서울뜨기
고추와 만추국
틈
노인
우리 동네
내 어린 날의 설날, 그 훈훈한 삶
내가 싫어하는 여자
여자와 남자
여자와 춤
여자와 맥주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그때가 가을이었으면
ㆍ어머니 박완서, 따듯한 사물의 기억 - 호원숙(작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손님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공경과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잘해주는 친척 집보다 불친절한 여관방을 차라리 편하게 여기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필요한 것이 알맞게 갖춰져 있고 홀로의 시간이 넉넉히 허락된 편안한 내 방이 언제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아릿한 향수와 깊은 평화를 느낀다.
- 「언덕방은 내 방」에서
청솔가지가 탁탁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탈 때의 활기찬 불꽃과 향긋한 송진 냄새는 내 향수의 가장 강력한 구심점이다. 낙엽과 청솔가지는 구들을 뜨끈뜨끈하게 데워줬을 뿐 아니라 좋은 화롯불이 되었다. 밥을 뜸들이고 나서 붉은빛이 도는 재를 질화로에 퍼 담고 꼭꼭 누르고, 가운데는 둥근 불돌로 재차 눌러놓으면 그 불이 온종일 갔다.
- 「내가 잃은 동산」에서
사람의 마음속엔 이런 용수철 같은 게 있는 법이다. 이 용수철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 오르지 않게 법의 규제에도 묘미가 있어야지 미련해서는 안 되겠다. 그중에도 미니스커트나 장발족 단속은 좀 어떨까 싶다. 젊은이들의 옷이나 머리란 어차피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게 마련이 아닐까?
- 「노상 방뇨와 비로드 치마」에서
그러나 무슨 재주로 사람이 집어먹은 세월을 다시 토해 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결코 세월을 토해 낼 수는 없으리란 걸, 다만 잊을 수 있을 뿐이란 걸 안다. 내 눈가에 나이테를 하나 남기고 올해는 갈 테고, 올해의 괴로움은 잊혀질 것이다. 나는 내 망년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한 만추국을 갖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 「고추와 만추국」에서
스팀 난방의 양옥, 현대적인 정갈한 부엌, 일류 음악회의 3천 원짜리 좌석을 예사롭게 예약할 수 있는 소비 생활 등등…… 나는 내 이런 공상이 모피나 보석에까지 도달하기 전에 용케 자제를 한다. 문득 남편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것과 내가 남편에게 바라고 있는 것과의 엄청난 간극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래서 초겨울 밤은 실제의 기온보다 조금쯤 더 춥다.
- 「틈」에서
나는 내 마지막 몇 달을 철없고 앳된 시절의 감동과 사랑으로 장식하고 싶다. 아름다운 것에 이해관계 없는 순수한 찬탄을 보내고 싶다.
내 둘레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 내 창이 허락해 주는 한 조각의 하늘, 한 폭의 저녁놀, 먼 산빛, 이런 것들을 순수한 기쁨으로 바라보며 영혼 깊숙이 새겨 두고 싶다.- 「그때가 가을이었으면」에서
작가정보
1931년 경기도 개풍군에서 태어나 소학교를 입학하기 전 어머니, 오빠와 함께 서울로 상경했다. 숙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지만, 6ㆍ25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1953년 결혼하여 1남 4녀를 두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불혹의 나이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2011년 1월 담낭암으로 타계하기까지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며 40여 년간 80여 편의 단편과 15편의 장편소설을 포함, 동화, 산문집, 콩트집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남겼다.
한국문학작가상(1980), 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중앙문화대상(1993), 현대문학상(1993), 동인문학상(1994), 한무숙문학상(1995), 대산문학상(1997), 만해문학상(1999), 인촌문학상(2000), 황순원문학상(2001), 호암예술상(2006) 등을 수상했고, 2006년 서울대학교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타계 후에는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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