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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음식문화사

마리안 테벤 지음 | 전경훈 옮김
니케북스

2024년 02월 05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1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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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16.32MB)
ISBN 979118972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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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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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요리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은 단지 음식의 질이 뛰어났기 때문은 아니다. 그건 프랑스인들이 전하는 프랑스 음식에 관한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구나 프랑스인들은 탁월한 이야기꾼들이다!”

프랑스는 어떻게 미식의 나라가 되었나
음식을 먹고,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음식을 신화로 만들어온 역사

미식의 원조이자 정수로 알려진 프랑스 요리. 그런데 정작 그 맛이 명성에 부합하는지를 두고는 이견도 있다. 프랑스 요리는 어떻게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었을까? 이 책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고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이야기한 음식을 꼼꼼하게 살핌으로써 그 답에 접근한다. 돼지고기를 날것으로 먹던 야만적인 프랑크족, 그리스도교가 식생활에 미친 영향, 빵을 둘러싼 무수한 제도와 규정, 요리책의 등장과 궁정 요리라는 모범, 혁명 이후 부르주아 요리의 유행을 비롯해 식민지의 테루아르 문제, 오늘날 프랑스와 해외 영토의 식문화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서 다루는 스펙트럼은 다채롭다. 역사적 기록 외에 문학작품과 영화라는 허구적 장르에서 음식이 재현되는 양상도 조명하는데, 소설 《보바리 부인》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영화 〈엘리제궁의 요리사〉 등에서 당대의 식생활 관습을 드러내는 다양한 묘사는 그동안의 연구에서 간과된 층을 탐색하게 해준다.
매사추세츠주 바드 칼리지의 프랑스문학 교수이자 음식문화사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저자 마리안 테벤은 다수의 음식 관련 저작을 펴내 프랑스 음식과 국가 정체성의 관계를 탐구했으며 프랑스 요리가 지닌 상징을 연구해왔다. 광범위한 역사적 자료를 탐색하며 저자는 프랑스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사부아르페르savoir-faire’를 택했다. 이 책의 원제인 사부아르페르는 프랑스어로 수완이나 기량을 나타내는데, 음식문화와 관련해서는 훌륭한 먹거리를 키우고 요리하고 감상하는 노하우와, 그것을 프랑스적인 것으로 홍보하는 노하우로 나타난다. 천혜의 자연이 조성한 테루아르에서 난 양질의 음식을 뛰어난 솜씨로 요리해 최고의 가스트로노미를 즐긴다는 믿음, 식생활을 실제 현실 너머 상상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신화와 상징에 의존해 프랑스의 고유한 것으로 만든 자신감이 바로 이 한 단어에 녹아 있는 것이다.
1장 프랑스 음식문화의 기원, 갈리아
문학 속 음식 | 데키무스 마그누스 아우소니우스, 〈모셀라〉
2장 중세와 르네상스: 빵의 시대
문학 속 음식 | 프랑수아 라블레, 《가르강튀아》
3장 프랑스가 이룬 혁신: 요리책, 샴페인, 통조림, 치즈
문학 속 음식 | 몰리에르, 《서민귀족》
4장 프랑스대혁명과 그 결과: 와인, 제빵, 정육
문학 속 음식 | 루이세바스티앵 메르시에, 《서기 2440년》
5장 19세기와 카렘: 프랑스 음식이 세계를 정복하다
문학 속 음식 | 델핀 드 지라르댕, 《파리의 우체부》 / 조르주 상드, 《마의 늪》
6장 문학적 시금석
7장 ‘육각형’의 바깥쪽: 바다 건너의 테루아르
문학 속 음식 | 마리즈 콩데, 《요리와 경이》
8장 현대: 농민은 영원히
문학 속 음식 | 뮈리엘 바르베리, 《맛》

맺는 글
부록 | 역사 속의 요리법
주 / 참고문헌 / 감사의 글 / 사진 출처

ㆍ 잘 차려 먹는 전통은 프랑스인의 생활방식에 본래부터 내재해 있던 것처럼 보인다. 농작물이 풍성하고, 한때는 본국 경계를 넘어서는 장엄한 제국을 이루었으며, 수많은 작가와 요리사들이 글로써 찬양한 축복받은 나라 프랑스는 처음부터 가스트로노미gastronomie의 탄생지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프랑스 요리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은 단지 음식의 질이 뛰어났기 때문은 아니다. 그건 프랑스인들이 전하는 프랑스 음식에 관한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구나 프랑스인들은 탁월한 이야기꾼들이다. 요리책과 규정집과 그림은 말할 것도 없고, 신화, 의도적으로 구성된 이야기, 심지어 사실상 허구인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음식과 요리를 말할 때 늘 사용하는 용어들까지도 모두 프랑스 음식을 이해하고 세계에 확산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이 책은 프랑스 요리가 지구상에서 가장 인정받는 요리가 된 것이 우리가 그 이야기들을 모두 알고 기억하기 때문임을 역설하고자 한다. -〈여는 글〉

ㆍ 교회의 영향으로 고기 소비가 제한되면서 프랑스 식단의 중심에는 빵이 놓였고, 어떤 의미에서 중세는 빵의 시대가 되었다. 다른 곡물에 의존했던 지리적 인접 지역들과 달리, 이 시기부터 프랑스에서는 밀 재배가 우세했다. 프랑스에서 이른 시기부터 밀 재배가 지배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오늘날 프랑스에 존재하고 프랑스를 유럽의 이웃 나라들과 구분 짓는 ‘빵 문화’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 빵을 만들려면 밀을 빻아서 가루를 내야 했으므로, 방앗간은 수도원과 봉건 영주의 권력이 작용하는 또 다른 현장이 되었다. -〈2장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빵의 시대〉

ㆍ ‘충분하고 합리적이고 정당한’ 양(미남왕 필리프)으로 된 “적당한 빵”(샤를 5세)이나, 14세기 레알에서 거래된 생선의 ‘정당한 가격’(파리 의회)에 대한 왕실 법령들은 중세에 형성되기 시작한 프랑스인들의 음식에 대한 특별한 관계에 대해 말해준다. 법률 문서들과 공식 칙령들에서, 가격과 양은 공정성과 접근성을 고려해 처리되었다. 빵이나 생선을 두고 ‘합리적’ 같은 용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기이하게 보이기는 한다. 음식 선택에 관여하는 개인적 취향이나 지역적 관습과 식성 같은 인간적 속성은 그 어떤 것도 정량화될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프랑스 음식의 역사에서 ‘적당한’과 ‘정당한’이라는 말은 ‘맛있는’과 ‘건강한’만큼이나 쉽사리 음식에 적용된다. 중세와 르네상스의 법규들이 환기하는 표준 체계는 객관적 조치(정확한 무게, 규정, 벌금)가 일익을 담당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부정확하고 주관적인 특성, 철학과 신념 또한 음식과 식량 공급에 관한 사고를 침범한다. 프랑크족의 돼지고기는 야만적인 것이었으나, 나중엔 수용 가능한 것이 되었다. 그렌 드 파라디는 그 원산지가 제대로 알려지기 전까지는 기꺼이 받아들여졌다. 프랑스의 기후가 농업을 위한 최고의 기후인 것은 프랑스인들이 그러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근대 초기의 프랑스는 사려 깊은 식생활을 영적 구원에 단단히 결부시킨 성 베네딕토의 규칙들과, 신체 기질을 주제로 다루는 엄격한 약용 규칙에서 돌아서는 일대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제 프랑스인들은 맛에 의지하고 향신료가 주는 쾌락에 빠져들었으며, 모든 의미에서 ‘봉 망죄르’, 즉 잘 먹는 사람들의 나라인 프랑스의 천부적 자질들을 들먹이기 시작했다. 이제 ‘봉 망죄르’는 야만인(폭식과 투박함)과 대별되는 문명인(절제와 세련됨)을 분류하는 범주였다. 고전기 로마의 귀족들이 프랑크족을 포함하여 특히 로마제국 바깥의 민족들을 야만인으로 분류했던 것처럼 말이다. -〈2장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빵의 시대〉

ㆍ 놀랍게도, 인쇄된 요리책들을 통해 상류층 고급 요리가 의기양양하던 시기는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기아가 발생했던 시기와 겹친다. 나쁜 날씨 탓에 곡물 수확이 재난 수준으로 감소했고, 이는 곧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1630년, 1649년, 1652년에 전국을 초토화하는 심각한 기근이 계속해서 발생한 끝에, 1661년에는 ‘중세 기근’이 벌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17세기 중반 왕정에 저항한 일련의 반란이었던 ‘프롱드의 난’은 수확과 파리로의 유통을 방해함으로써 곡물 부족 현상을 가중시켰다. 1693년과 1694년에 보통 때와 달리 춥고 습한 봄여름 날씨 때문에 다시 한번 혹독한 기근이 발생했고, 그 뒤로 프랑스는 굶주림으로 만연하게 된 질병과 급감한 출생률로 심각한 인구 감소를 경험했다. 결국 17세기의 곡물 부족 현상은 18세기 혁명의 불길을 일으킨 곡물 부족 현상보다도 더 높은 사망률을 초래했다. 상류층 고급 요리가 엄청난 기아를 배경으로 부상하게 된 우연은 요리책과 궁정 요리의 매우 장식적인 측면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궁정에서 식사하는 이들은 심지어 파산 직전까지 자기 신분을 드러내는 복장을 하고 외모를 꾸미는 데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소비하며 과시했고, 그들처럼 이 요리책들 또한 부를 과시했다. 17세기 요리책들이 창조하고 전시한 프랑스 요리는 파리의 상류층과 나머지 프랑스인 사이의 격차를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파리와 나머지 지역들은 식량 공급 면에서 주인/노예의 관계를 이루었으며, 이런 관계는 교통망이 발전하고 정부가 중앙집권화될수록 더욱 심화되었다. 시골의 농민들은 파리 시민들의 바닥 모를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들의 고된 노동으로 이룬 결실을 사실상 징발당하고 있었다. 이로써 파리는 곧 참된 수도가 되고, 파리와 지방 사이의 영구적인 격차가 발생했다. -〈3장 프랑스가 이룬 혁신: 요리책, 샴페인, 통조림, 치즈〉

ㆍ 오늘날 프랑스 요리는 곧 오트 퀴진으로 이해된다면 그 공은 19세기의 사건들에 돌아간다. “근대적 사회 현상으로서 가스토로노미가 19세기 초 프랑스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요리의 우월성을 가장 큰 목소리로 자랑스레 알린 인물들은 최상위 계층에 속했으며, 우리에게 익숙한 삼총사를 이루었다. 마리앙투안 카렘, 장앙텔름 브리야사바랭, 알렉상드르 발타자르 로랑 그리모 드 라 레니에르가 바로 그들이다. 이러한 공식에서 가스트로노미는 프랑스에 속한다. 그리고 고급 요리는 프랑스를 근대로 이끌었다. 흔히 알려진 프랑스 요리에 대한 지식은 19세기의 음식과 그 기술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이들 세 사람이 가스트로노미의 복음을 강력한 엘리트 계층과 독서하는 대중에게 오래 지속되도록 넓게 퍼뜨리며 지울 수 없는 프랑스 음식의 초상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19세기는 프랑스 요리의 전부이며 핵심이 되었다. 이러한 관점은 이 시기가 또한 셰프이자 요리책 저자인 마리앙투안 카렘을 통해 법칙이 만들어지고 그 법칙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는 과정의 정점이었음을 고려하면 이해된다. 카렘은 매우 철저하게 프랑스 요리를 정의했고, 그를 따르던 이들은 그 기술을 매우 널리 퍼뜨려서 프랑스 요리는 유럽의 궁정들과 전 세계 국가 만찬을 위한 고급 요리의 유일한 본보기가 되었다. 오늘날 미슐랭 별점을 받은 레스토랑들의 ‘고전’ 프랑스 요리는 대체로 이러한 근본에 충실하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카렘과 그의 가스트로노미 형제들을 환영했던 시대는 격동의 1789년 대혁명 직후에 찾아왔고 1830년 혁명과 1848년 혁명을 겪고 세 번의 공화국은 물론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의 서로 다른 두 황제와 함께 두 번의 제국을 거쳤으며 금세 끝난 두 번의 반란(나폴레옹의 백일천하와 1871년 파리 코뮌)을 지켜보았다. -〈5장 19세기와 카렘: 프랑스 음식이 세계를 정복하다〉

ㆍ 브리야사바랭의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내게 말해보라. 그러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줄 것이다”라는 경구에 관해 듣게 될 것이다. 프랑스 음식을 다룬 영화를 묻는다면? 아마도 〈바베트의 만찬〉을 답으로 얻게 될 것이다. 프랑스 요리는 레스토랑 문화와 최고급 메뉴를 지배할 뿐 아니라, 문학과 영화 안에서 요리에 관한 우리의 의식, 곧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 먹을 수 있는, 그 순간을 보존하는 음식에 관한 상상의 구현을 점유한다. 문학과 영화에 담긴 음식 이미지는 현실적일 수는 있지만 진짜 현실은 아니다. 이러한 재현물은 우리가 어떻게,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먹는지에 관한 선택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반복의 힘을 통해 오래 지속되는 이미지는 음식에 관한 그 특정한 순간을 대중이 집단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준다. 프랑스 음식 이야기는 프랑스 요리를 세련됨과 엘리트 계층에 대한 선망에 결부시키는 데 의존한다. -〈6장 문학적 시금석〉

ㆍ 프랑스 음식의 역사는 가스트로노미도 아니고, 테루아르도 아니고, 농민도 아닌, 이 모든 것이다. 그것은 절대 단일체가 아니라, 겹겹이 쌓인 층이다. 오트 퀴진과 부르주아 요리, 파리와 지방, 도시와 시골로 된 요리 예외주의의 진정한 밀푀유이다. 프랑스 음식의 전체적 조망은 프랑스의 경계 바깥에서 들어온 농산물과 요리를 포함하되, 명목상으로든 실제로든, 그것들을 변형해 프랑스의 것이 되도록 만든다. 과학과 예술이 만나 최고의 빵을 생산하고 AOC 와인과 치즈의 높은 수준을 확정한다. 무엇보다도, 프랑스 음식의 역사는 식생활을 실제 현실 너머 상상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신화와 상징에 의존한다. 치즈의 전설, 와인 발명가, 소스 이름에 관한 이야기는 프랑스 사람들을 위한 ‘리외 드 메무아르(기억의 장소들)’이 되었다. 공유된 음식의 역사는 (만들어진 것이든 아니든) 국민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연대감을 형성하며, 프랑스인들은 공유된 요리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홍보하는 데 예외적일 만큼 뛰어난 기술을 발휘했고, 그리하여 그들의 요리 정체성은 너무도 철저하게 규정되어 세계에 울려 퍼진다. -〈맺는 글〉

가스트로노미의 발명
-잘 먹는 즐거움과 고급 요리의 단초

프랑스인들은 식도락이나 미식 문화를 함축하는 가스트로노미라는 용어가 사전에 등재되기 훨씬 이전에 이와 관련된 개념과 태도를 발명했다. 고대의 문헌자료를 보면 프랑스인의 조상인 골족과 프랑크족이 일찍이 로마제국 시기부터 잘 먹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는 훗날 프랑스인이 요리 혁신과 좋은 음식에 대한 천부적 기호를 지녔다는 주장의 근거로 쓰이게 되었다. 그들은 돼지고기와 치즈, 따뜻한 빵과 함께 하천에서 잡은 다양한 물고기를 즐겨 먹었는데, 그중에서도 물고기는 클로비스 1세에 의해 프랑크왕국이 세워지고 그리스도교가 도입된 이후 사순시기의 금육 의무를 교묘히 비껴갈 수 있게 해주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그리스도교의 영향으로 수도원의 식생활 관습이 주민 전체로 확산됨에 따라 수도원 체제가 식량 생산과 요리 창작에서 권력을 장악하고 영향력을 발휘했다. 교회의 영향으로 고기 소비가 제한되면서 빵이 프랑스 식단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으며, 직접 경작한 채소가 식단에 포함되었다.
음식문화의 역사에서 르네상스와 중세는 상류층을 위한 세련미를 지향하고 가스트로노미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기존의 음식 선택이 의학적 원칙을 따랐던 데 비해, 이 시기부터 쾌락과 개인적 취향을 우선하는 식생활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특히 프랑스 궁정에서는 호화로운 향신료, 파리 근교 밭에서 수확한 신선한 과일과 채소, 급성장하던 와인 산업으로 생산된 최고급 와인, 그리고 엄청난 양의 고기를 함께 차려낸 진수성찬을 들었다. 프랑스는 이른 시기에 중앙집권화가 이루어진 데다 소비와 유행의 중심으로서 파리를 중시한 덕분에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국민 요리가 발전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시기에 등장한 초기 요리책들은 앞으로 등장하게 될 상류층을 위한 세련된 프랑스 요리의 축소판이었다.

빵의 시대에 이은 고급 요리의 부상
-모든 사람이 빵을 먹을 권리와 궁정 요리에 대한 동경

프랑스에서는 이웃 나라들에 비해 이른 시기부터 제빵용 밀가루를 얻기 위한 밀 재배가 지배적으로 이루어졌고, 빵을 집에서 굽기보다 시장에서 사 먹는 일이 보편화됨에 따라 전문 직종의 구조와 규율로 통제되는 제빵사 훈련 체계가 확립되었으며, 관련 직업도 세분화해 발전했다. 특히 중세 프랑스인들은 합리적인 가격의 빵을 요구했다. 대체로 도시에서 먹는 빵과 시골에서 먹는 빵, 부르주아 계층이 먹는 빵과 노동계층이 먹는 빵이 달랐으나, 빵마다 정확한 명칭과 중량이 규정되었다. 빵에 대한 왕실 법령과 규정은 공정성과 접근성을 고려해 합리적이고 적당한 양과 가격을 유지하도록 강제했으며, 이러한 기조는 생선이나 정육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편 샴페인과 치즈의 발명 등 혁신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17세기에 들어 인쇄되기 시작한 수많은 요리책은 프랑스 요리의 진미와 기교를 정의하는 규칙과 기술을 기록해 정립하며 궁정풍의 기품 있는 요리 모델을 뒷받침했고, 고급 요리를 프랑스어가 장악하게 되었다. 이 시기는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기근이 발생해 시골 지역은 만성적인 곡물 부족에 시달리던 때였으므로 파리의 상류층과 나머지 프랑스인 사이의 격차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짐작할 만하다. 경제가 팽창하고 귀족 권력의 토대에 변화가 생기면서 부유한 부르주아 계층이 등장해 귀족인 척 행세하기 시작했을 때도 요리사를 고용해 상류층의 음식문화를 흉내 내는 것이 관건이었으며, 요리책에서도 부르주아 요리가 다뤄지게 되었다. 이에 대응해 궁정 귀족들은 음식의 질에 관한 허영과 애착과 기나긴 토론으로 자신들의 식사 관습을 차별화하려 했다.
혁명과 두 명의 황제가 등장하는 정치적 격동에 이어 공화국이 수립된 19세기에 프랑스 요리는 전설적인 셰프 마리앙투안 카렘, 《미식 예찬》으로 유명한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 《미식가 연감》을 쓴 그리모 드 라 레니에르의 활약과 함께 가스트로노미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대혁명 이후에 궁정풍의 우아한 요리가 다시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었고, 파리에서는 귀족들의 몰락으로 일자리를 잃은 요리사들이 거리로 나와 최초의 레스토랑들을 열었다. 레스토랑의 탄생은 파리 사람들이 정치로부터 주의를 돌리게 했으며, 음식을 주문함으로써만 멋스러운 부유층의 생활에 참여할 수 있었던 방문객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테루아르에 대한 신뢰와
농민이라는 상징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이후 문학과 신화 등으로 이루어진 허구의 영역에서는 프랑스 땅의 풍요로움에 대한 찬사가 서사를 지배했다. 프랑스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약속된 테루아르의 땅이라는 자부심은, 식민지를 확장해가던 19세기와 그 전후 프랑스 음식과 식민지 음식의 분리를 유지하는 데도 이용되었다. 농업 부문에서 프랑스인들은 식민지에 조성한 시험용 정원에서 프랑스 식물학자들이 직접 식민지 농산물을 재배하며 프랑스의 테루아르를 이식하려 했고, 식민지 토양에 프랑스 작물을 도입하려 애썼다. 그러나 수없이 실패한 뒤에는 프랑스에 필요한 특정한 식민지 토종 작물을 재배하게 하는 쪽으로 옮겨갔고, 세계대전이 발발해 프랑스 내에 심각한 식량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박람회를 열어 식민지 음식을 홍보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의 사고방식 속에서 프랑스 테루아르의 음식과 식민지 음식 사이에 차등이 있다는 생각은 완강하게 지속되었고, 누가 프랑스인이고 타자인지에 대한 인식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쳤다. 식민지의 음식이나 민족은 프랑스 요리라는 관념 안에 전혀 통합되지 못했다.
두 차례 세계대전과 독일의 점령을 거치면서 프랑스는 식량 문제와 배급을 겪었고, 1940년대부터 농업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면서 소농들이 대규모 농장에 통합되며 농촌 체계가 재편되었다. 이를 가스트로노미의 선두라는 정체성에 대한 위협으로 인지한 프랑스는 프랑스 음식의 프랑스다움을 공식화하고자 했으며, 농민주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현대 자본주의의 침입으로부터 프랑스 농업을 지켜내고자 했다. 20세기 초에는 테루아르의 구분을 기반으로 프랑스 각지의 와인과 치즈 등 고급 식품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원산지명칭통제(AOC) 제도가 마련되었다. 자동차의 발명으로 지역을 여행할 수 있게 되자 파리 사람들은 지방 요리를 발견하고 찬양하며 그 지위를 끌어올렸다. 1945년부터 1975년까지 놀라운 경제 성장을 달성하고 식품과 유통이 산업화면서 전 국민의 식습관이 균질화되었고, 1970년대에는 단순함과 가벼움으로 고전 요리를 혁신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결국 1980년대에는 미테랑 정부의 주도하에 퀴진 드 테루아르로 회귀해 지역의 향토 요리들이 각광받게 되었다. 프랑스 요리는 다시 농민과 토양으로 돌아온 셈이다.

음식은 프랑스를 정의하는 국가적 정체성일 뿐만 아니라
프랑스 공동체의 삶을 가장 잘 설명하는 현상이다!
2010년 ‘프랑스의 미식’은 유네스코의 인류문화유산 목록에 올랐고, 현대 프랑스 요리는 여전히 세계 최고로 꼽힌다. 동시에 프랑스 식생활은 패스트푸드와 냉동식품은 물론 베이글, 도넛, 케밥 등 외래 음식을 포함하는데, 세계화된 식품 산업과 이민자들이 들여오는 요리 전통은 여러 세기에 걸쳐 형성된 프랑스 요리의 이미지를 파괴하는 위협이 되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할랄 음식에 대한 찬반은 프랑스 내에서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드러났듯이 프랑스 음식은 단일체가 아니라, 겹겹이 쌓인 층이다. 오트 퀴진과 부르주아 요리, 전문 셰프의 음식과 할머니의 가정식, 온갖 물자가 모여드는 수도 파리의 식탁과 지역의 특색이 드러나는 시골 식탁이 수많은 층을 이루고 있다. 음식 소비가 아니라 생산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아도 현대화된 식품 산업과 농업 전통 양쪽이 공존한다. 오랜 역사 내내 프랑스 음식은 프랑스의 경계 바깥에서 들어온 농산물과 요리를 아우르며 프랑스의 것이 되도록 만들어왔으며,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를 통해 프랑스의 음식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그리고 이야기는 지금도 재생되고 있다. 변화에 직면한 현대 프랑스 역시 새로움과 융합을 포용하면서도 자국의 역사와 지역 테루아르의 가치를 유지하고 보존할 길을 찾아가며 계속 이야기를 수정해갈 것이다.

작가정보

Maryann Tebben
미국 노터데임 대학교에서 불문학과 행정학을 공부하고,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매사추세츠 사이먼 록스 바드 칼리지에서 불문과 교수이자 음식문화사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프랑스 근현대 문학과 여성 및 살롱 문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문화사가로서 프랑스 음식이 지닌 상징을 연구하며 프랑스 음식과 국가 정체성 간의 관계를 오랜 기간 탐구해왔다. 저서로 《프랑스의 음식문화사Savoir-Faire: A History of Food in France》《소스-글로벌 히스토리Sauces: A Global History》가 있고, 〈‘몬 칼라루’-마리즈 콩데, 여성 요리사로서 자전적 글쓰기‘Mon callalou’: Maryse Condé Writing Herself as Female Cook〉〈소스의 기호학-국가 정체성과 파스타 소스의 명칭Semiotics of Sauce: National Identity and Naming of Pasta Sauces〉 등 다수의 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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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프랑스의 음식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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