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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

홍은전 지음
봄날의책

2024년 01월 15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0월 20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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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6.74MB)
ISBN 979119288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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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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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뜰한 마음, 사려 깊은 문장들로 이뤄진 애틋한 산문”(인터넷서점 송진경 엠디)이라는 평을 받았던 전작 《그냥, 사람》의 미덕을 그대로 간직한 채, 탈시설-자립운동, 싸우는 장애인운동활동가, 동물권(및 동물권활동가) 등을 중심에 놓고 편편의 글을 풀어갑니다. 고통받는 존재들, 슬픔에 잠긴 존재들이 있는 첫 번째 자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성실히 기록한 ‘두 번째 사람’이자 ‘두 번째 동물’인 홍은전의 글들입니다.

‘탈시설’을 향한 생생한 투쟁 기록,
반려동물 ‘카라’와 함께 살면서 동물권에 대한 인식과 경험을 넓혀간 기록,
장애인운동의 기록, 특히 장애인활동가 박길연, 박김영희, 박명애, 이규식, 박경석, 노금호, 그리고 장애인운동을 하는 비장애인활동가 김정하, 조민제, 임소연의 경이롭고 황홀한 삶과 투쟁의 빛나는 장면들이 담겨 있습니다. “저항하는 인간들은 모두 복잡하고 미묘해서 고유하게 아름답습니다.”

책 속 어느 이야기 하나 놓치지 아쉽지만, 특히 근사하고 애틋하고 뜨거운 글들, 예컨대 대구 장애인활동가 노금호의 이야기를 다룬 〈혼자 극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 “2021년 4월 30일, 한국 사회 최초로 장애인 거주시설이 탈시설을 향한 자기의지로 문을 닫았다”는 평을 받은 ‘사건’을 이끈 비장애활동가 김정하가 등장하는 〈사라진 신발〉,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홍은전이 솔직하게 드러난 〈고양이에게 약 먹이는 법〉, 〈건네지 못한 장미〉는 꼭 읽어주세요. 아, 은별과 형숙 그리고 조운이가 등장하는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헴리브라를〉도요.

5부에는 “너무 신이 나서 책을 끌어안고 발을 굴렀던” 《짐을 끄는 짐승들》에 실린 홍은전의 ‘추천의 글’, 장애인시설과 동물권 활동에 함께한 이야기가 자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참고로, 책에 실린 몇몇 이야기는 《이규식의 세상 속으로》, 《전사들의 노래》, 《유언을 만난 세계》, 《집으로 가는, 길》 《짐을 끄는 동물들》 등, 더 길고 깊은 책들로 이어지고 확장됩니다.

〈덧붙임〉
책의 제목 ‘나는 동물’은 ‘좋은 동물’이 되고 싶은 홍은전의 간절한 바람이자, 정직한 다짐입니다.

팟캐스트 ‘책읽아웃’ 특별방송(346-1, 346-2) ‘홍은전 작가와의 대화’(오은, 황정은 진행)를 함께 들으신다면 모든 이야기가 훨씬 실감 나실 것입니다.
서문

1
나는 동물이다
짐을 끄는 짐승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2
아주 오래된 격리
짐작과는 다른 일들
선을 넘는 존재들
탈시설 지원법을 제정하라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닭을 실은 트럭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영랑호를 그대로
장애인 시설 폐쇄법이 필요하다
슬픔이 하는 일
자기 몫의 숙제
싸우는 인간의 탄생
혼자 극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

3
혜화역 엘리베이터의 유래
사라진 신발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그들이 온다
심장에 박힌 눈동자들
유언을 만난 세계
소리 없는 유언
동물의 눈
고양이에게 약 먹이는 법
잘못된 만남
탈시설은 혁명이다
영원한 트레블린카

4
21세기 가장 극렬한 존재 투쟁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헴리브라를
어떤 생애의 탄생
서지 않는 열차를 멈춰 세우며
건네지 못한 장미

5
P 정신요양원
실패할 것이 분명한 이야기
아우슈비츠로 가는 길은 도살장에서 시작되었다
아름답고 비효율적이 세계로의 초대

명애의 인생은 오직 야학을 만나던 마흔일곱에 시작되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엔 놀라운 생기와 빛깔이 드리워졌다.
“너무너무 좋았어요. 지금도 야학 이야기만 하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그가 ‘너무너무’를 남발했다. 스무 살 남짓한 교사들이 서투른 솜씨로 매일 해주는 밥도 너무 맛있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줄 알았던 자신이 손이 불편한 누군가에게 밥을 떠먹여 줄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았다. 바람에 머리가 날리는 것도 너무 좋았고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나가는 것도 너무 좋았다.
- 〈짐작과는 다른 일들〉

선을 넘는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모욕과 멸시가 화살처럼 빗발치고 거대한 동물이 백주 대로에서 총을 맞고 살해된다. 그러나 진실을 본 존재는 반드시 선을 넘는다. 그리고 선을 넘은 존재들만이 볼 수 있는 어떤 세계가 있다. 나는 그들로부터 더 아름답고 위험한 세계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목숨을 걸고 탈주하는 비인간 동물과 짐승 취급을 거부하며 인간이 되기 위해 투쟁하는 장애인, 그리고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동물이 되기 위해 싸우는 어떤 인간 동물들 사이에서 나는 이 세계를 다르게 감각하는 법을 배운다.
- 〈선을 넘는 존재들〉

사람들은 비장애인인 내가 장애인운동을 하는 것을 ‘연대’라고 하거나 다른 이의 해방을 돕는 것이라 여긴다.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장애인운동이란 이 세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목소리이자 이 사회의 설계를 완전히 바꾸는 운동이다. 버스를 점거하고 달리는 자동차를 향해 뛰어든 그들은 내 인생도 아름답게 망쳐놓았고, 그것이 나를 구원했다.
-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어떤 인간도 ‘짐승처럼’ 살게 해서는 안 된다며 떠나온 그 자리에 인간은 ‘짐승들’을 남겨두었다. 그리고 그들에겐 역사상 유례없는 학살이 자행되었다. 거대한 학살보다 끔찍한 것은 거대한 출생이다.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이 불의와 폭력이 그들의 숫자만큼 태어난다.
- 〈닭을 실은 트럭〉

나는 정하에게 이 힘든 일을 왜 계속하느냐고 물었다.
“콧줄 끼고 누워서 생활하던 분이 계셨어. 그분이 탈시설하신 뒤에 찍은 사진을 봤거든. 야간 개장한 경복궁이었는데…….”
역류성 식도염이 도졌다며 정하가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면서 말했다.
“웃고 계셨어. 시설에 살 땐 표정이 없는 분이었는데.”
세상 사람들은 절대로 모르는 희미한 아름다움을 정하는 아주 많이 알 것이다. 그 말을 할 때 정하도 희미하게 웃었다. 그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 잘 아는 얼굴이었다.
-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규식은 생애 내내 이야기를 억압당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권리인지 뼈저리게 알았다. 이야기한다는 것은 타인과 관계 맺는 일이고 우정을 나누는 일이며 그들로부터 날마다 배우고 성장하는 일이라고, 규식이 말했다.
- 〈어떤 생애의 탄생〉

내겐 소중한 사람이 언론에서 그저 ‘불쌍한 장애인’으로 취급되는 건 무척 모욕적이었다. 세상의 말과 글에 반격하고 싶었다. 장애인운동은 싸우는 만큼 세상이 나아지고 가장 약한 곳에서 세계가 확장된다는 믿음을 안겨줬다. 경이로웠고 황홀했다. 차별받은 존재가 저항하는 존재로 변신하는 일을 이 사회의 기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 〈서지 않는 열차를 멈춰 세우며〉

한 발짝만 내디디면 벼랑 끝인 이들에게 이 사회는 신호를 지키라고 했다. 그러나 선을 넘지 않고서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열차를 막았고, 동시에 어떤 죽음을 막았다. 우리는 누군가의 이동을 방해했고, 동시에 차별과 배제를 방해했다. 우리는 선량한 시민들의 발목을 잡았고, 아프고 늙고 가난한 사람들을 버리고 폭주하는 야만적인 사회의 발목을 잡았다.
- 〈서지 않는 열차를 멈춰 세우며〉

작가정보

저자(글) 홍은전

스물셋에 우연히 노들장애인야학을 만나 장애인운동을 시작했고 서른여섯부터 인권기록활동가로 살아가다 마흔에 고양이 카라를 만나 동물권의 세계에 사로잡혔다.
존엄이 짓밟히는 현장에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한다. 문제 그 자체보다 문제를 겪는 존재에게 관심이 있고 차별받는 존재가 저항하는 존재가 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노란들판의 꿈》 《그냥, 사람》 《전사들의 노래》를 썼고,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 《아무도 내게 꿈을 묻지 않았다》 《유언을 만난 세계》 《집으로 가는, 길》 등을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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