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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계급론

휴머니스트

2024년 01월 22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12월 1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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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9.23MB)
ISBN 97911708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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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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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카세, 파인 다이닝, 호캉스…. ‘명품을 소비하는 청년 세대’와 관련된 말이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주머니 사정 빤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무리해서 지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과, SNS를 통해 자기를 전시하는 게 당연한 문화 속에서 나름 합리적인 소비라는 입장이 엇갈린다. 경제성장의 속도가 갈수록 주춤해지고 사회 전반적으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지는 지금, 오마카세 같은 ‘과시적 소비’가 부상하고 있다. 어째서 사람들은 자신의 재정적 여력을 꼼꼼히 따지면서도 비싼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기꺼이 돈을 쓸까? 그저 유명인을 따라 하는 게 일상이 된 사회의 일시적 현상인 걸까?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쓴 《유한계급론》은 1899년 출간 이래 자본주의 사회를 풍자하는 우화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많은 이가 부자들의 과시적 소비 행태를 거리낌 없이 묘사한 베블런의 글에 매료되었고, 이 책을 부유한 계급의 약탈적인 행태와 대기업의 횡포, 부와 소득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사회에 돋보기를 댄 ‘소비의 사회학’으로 읽었다. 하지만 베블런이 주목한 것은 인간이 어떤 경로로 특정한 제도를 형성하고 또 제도의 진화 속에서 자신들의 본성을 발현하거나 억제해왔느냐 하는 점이었다. 《유한계급론》의 부제가 ‘제도 진화의 경제적 연구’인 이유다.

그런 점에서 《유한계급론》은 19세기 말~20세기 초의 미국 사회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베블런은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에서 왜 유한계급처럼 약탈적이고 기생적인 계급이 출현하고, 많은 사람이 계급 격차에도 불구하고 유한계급의 소비 행태인 과시적 소비를 모방하는지 역사적이고 진화론적으로 면밀하게 분석했기 때문이다. 휴머니스트에서 새로 출간한 《유한계급론》은 대안적 경제를 꾸준히 고민해온 경제학자 박종현 교수가 원문의 의미를 최대한 살려 번역하고 《유한계급론》에 대한 최신의 연구를 풍부한 역주와 해설에 반영해 재탄생한 것이다. 독자들은 오늘날의 소비 행태와 인간 본성을 재기 넘치게 파헤친 이 책을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통찰력을 발휘하는 고전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들어가며

1장 서론
2장 금전적 경쟁
3장 과시적 여가
4장 과시적 소비
5장 생활의 금전적 표준
6장 취향의 금전적 규범
7장 금전 문화를 표현하는 복장
8장 산업적 활동의 면제와 보수주의
9장 고대적 특성의 보존
10장 근대에 살아남은 용맹의 유산
11장 행운을 믿는 마음
12장 종교 의례의 준수
13장 시샘을 유발하지 않는 관심의 부활
14장 고등교육과 금전 문화의 표현

옮긴이 해제
옮긴이의 글
도움받은 문헌
소스타인 베블런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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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단계가 낮은 사회의 관습과 문화적 특색이 보여주는 증거에 따르면, 유한계급 제도는 원시적인 미개 단계에서 야만 단계로 점차 이행하는 과정에서, 좀 더 정확히는 평화로운 생활 습관에서 항상 호전적인 생활 습관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출현했다. 유한계급 제도가 일관된 형태로 출현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다. (1) 공동체에 약탈적 생활 습관(전쟁이나 큰 사냥감의 사냥 또는 양자 모두)이 존재해야 한다. 말하자면 최초의 유한계급을 구성하는 남성은 폭력과 계략을 통해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익숙해져야 한다. (2) 생필품을 충분히 쉽게 획득할 수 있게 됨으로써 공동체 구성원의 상당수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노동에서 면제되어야 한다. 유한계급 제도는 가치 있는 활동과 가치 없는 활동을 구별하던 앞선 단계의 차별에 따른 결과물이다. 이러한 오래된 구별에 의하면 공훈(功勳, exploit)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일은 가치 있는 활동이 되고, 공훈의 요소가 전혀 없는 일상적이고 필수적인 일은 가치 없는 활동이 된다.
- 〈1장 서론〉, 21~22쪽

축적의 목적은 재력의 측면에서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에 비해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데 있다. 금전적 비교에서 뒤처지면, 정상적이고 평균적인 개인도 자신의 불운을 탓하며 만성적인 불만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만약 이 사람의 재산이 그가 살아가는 사회나 그가 속한 계급의 정상적인 표준에 도달하면, 그때부터는 자신과 평균적 표준의 재산 격차를 계속해서 벌리려는 끊임없는 긴장에 시달린다. 이렇게 서열을 매기고 시샘을 유발하는 비교는 이를 행하는 개인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는 금전적 명성을 얻으려는 투쟁에서 자신이 경쟁자들보다 계속해서 우위에 있다고 흔쾌하게 평가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 〈2장 금전적 경쟁〉, 48~49쪽

예법에 관한 지식과 습관은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다. 세련된 취향과 예절, 생활 습관은 상층계급의 일원임을 입증하는 유용한 증거다. 왜냐하면 훌륭한 예의범절을 익히려면 시간과 몰입과 돈이 필요하고, 따라서 시간과 에너지를 일에 빼앗기는 사람은 이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훌륭한 예법에 관한 지식은 행실이 좋은 사람의 사적인 생활 중 관중에게 노출되지 않는 시간도 금전적 이득이 없는 교양을 획득하려고 가치 있게 지출되었음을 한눈에 보여주는 증거다. 결국 예절의 가치는 여가 생활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데 있다. 뒤집어 말하자면 여가는 금전적 명성을 얻는 관습적인 수단이므로, 금전적 품위를 조금이라도 갈망하는 사람이라면 예의범절에도 어느 정도는 정통해야 한다.
- 〈3장 과시적 여가〉, 69~70쪽

유한계급 신사는 (…) 이제 단순히 공격성을 띠고 성공한 수컷이 아니다. 즉, 힘과 자원 그리고 용맹으로 가득한 남자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유한계급 신사는 얕잡아 보이지 않으려면 취향도 연마해야 하는데, 소비할 재화 중에서 고급품과 저급품을 정교하게 판별하는 것이 새로운 의무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풍미를 지닌 고급 음식, 주류나 장신구, 멋진 의상이나 건축물, 무기, 게임, 춤꾼, 마약류의 감식가가 된다. 미적 감각을 연마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향으로의 요구에 응하려고 유한계급 신사는 자신의 한가한 삶을 고되게 갈고닦음으로써 과시적 여가에 어울리게 생활하는 법을 익힌다. 그는 제대로 된 재화를 자유롭게 소비해야 한다. 신사는 여기에 더해 품위 있는 방식으로 소비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신사의 여가 생활은 적절한 형식 속에서 펼쳐져야 한다. 그러므로 앞 장에서 언급했던 훌륭한 예의가 생겨난다. 고상한 예절과 생활 방식은 과시적 여가와 과시적 소비의 규범에 부합하는 사항이다.
- 〈4장 과시적 소비〉, 97~98쪽

생활표준에서 이러한 과시적 지출에 속하는 요소는 육체적 안락과 유지를 위한 소비 중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을 줄이고 아이를 적게 낳거나 아예 낳지 않게 하는 결과를 낳는데,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학자 계급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학자 계급은 그들의 삶을 특징짓는 이른바 재능의 우월성 및 성취의 희소성 덕분에 재력의 측면에서 정당화되는 수준에 비해 더 높은 사회적 등급에 관습적으로 포함된다. 학자로서의 체면 유지를 위해 필요한 지출 규모가 그로 인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삶의 다른 목적을 위해 지출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학자들의 금전적 품위에 대한 사회 전반의 기대치가 높은 것만큼이나, 상황의 영향력으로 인해 이러한 지출 문제와 관련해 무엇이 좋고 옳은지에 관한 학자 계급 자신의 기대치도 지나치게 높다. 왜냐하면 이들의 습관적 감각은 명목상 사회적으로 동등한 비(非)학자 계급의 엄청난 부나 소득 창출 능력을 표준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 〈5장 생활의 금전적 표준〉, 138쪽

최근의 출판물에서 요구되는 탁월함은 부실한 장비와 처리하기 곤란한 소재로 힘겹게 제책 작업을 벌였던 시절의 투박한 질감에 얼마나 근접할 수 있는가에 좌우된다. 이러한 제품은 수작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이 든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책은 유용성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책보다 불편하다. 따라서 이러한 책을 구입하는 행위는 구매자가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고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능력도 있음을 증명한다. 오늘날의 인쇄업자가 ‘구식’, 곧 ‘신식’에 비해 가독성이 떨어지고 지면에서 투박하게 보이는 예전 활자체로 돌아가는 것은 이러한 특징 때문이다. (…) 물론 내용을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것만을 표면적인 목적으로 두지 않는 책이라면 이러한 방향으로 한층 더 멀리 나아갈 것이다. 이런 책은 다소 투박한 활자, 펄프를 체에 걸러서 만들고 가장자리가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종이, 과도한 여백, 자르지 않은 낱장, 거칠고 엉뚱한 느낌을 주려고 공을 들인 장정이라는 특색을 보인다.
- 〈6장 취향의 금전적 규범〉, 190~191쪽

아주 부차적인 예외가 있겠지만, 대개 값비싼 수제품 옷이 저렴한 모조품에 비해 아름다움과 유용성의 측면에서 훨씬 더 선호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는 짝퉁이 값비싼 원본을 아무리 교묘하게 모방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때 짝퉁이 우리의 감각을 거스르는 것은 모양이나 색깔 등 시각적 측면에서의 모자람이 아니다. 이때 우리의 감각을 불쾌하게 만드는 대상 중에는 아주 엄밀하게 검사하지 않으면 짝퉁임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원본에 가까운 모조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위조가 밝혀지는 즉시 그것의 상업적 가치는 물론 심미적 가치도 급격하게 추락한다. 그뿐만 아니라 짝퉁으로 밝혀진 의복의 심미적 가치는 원본과의 가격 차이에 비례해서 그만큼 떨어진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 옷은 금전적 등급이 떨어지기 때문에 심미적 차원에서의 지위도 잃는다.
- 〈7장 금전 문화를 표현하는 복장〉, 199쪽

부유한 계급의 보수주의는 눈에 아주 잘 띄기에 좋은 평판의 표지로까지 인정받는다. 보수주의는 사회에서 부유하고 따라서 평판도 높은 사람들의 특성이므로, 일정하게 명예적 가치나 장식적 가치를 획득한다. (…) 보수주의는 상층계급의 특성이기에 품위 있는 것이 되었다. 반면 혁신은 하층계급의 현상이기에 비천한 것이 되었다. 우리로 하여금 본능적인 혐오감이나 비난과 함께 모든 사회혁신가를 외면하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제대로 자각되지 않는 요인이 바로 혁신을 본질적으로 천하다고 느끼는 감각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혁신가가 대변하는 주장의 본질적 가치를 인식하면서도, 혁신가와 교제하는 것은 여전히 혐오스러운 일이고 그들과의 사회적 접촉도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 〈8장 산업적 활동의 면제와 보수주의〉, 233쪽

약탈적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기질은 경쟁 체제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생존과 생활 향상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무리를 이뤄 생활하는 집단이 주로 다른 집단과 적대적 경쟁을 벌이며 살아간다면, 이러한 기질은 집단의 생존과 성공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산업적으로 더 성숙한 사회가 되면서 경제생활의 진화는 이제 공동체의 이익이 개인의 경쟁적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선진적인 산업 공동체에서는 기업을 중심으로 집단 전체의 역량이 크게 증대하기에 생활 수단이나 생존권을 놓고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바로 지배계급의 약탈적 성향으로 인해 전쟁과 약탈의 전통을 고수하려는 경우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전통이나 기질 이외의 다른 요인으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 적대하는 일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 이제는 사회 내 어떤 집단의 물질적 이익도 다른 공동체를 앞지르는 데 있지 않다. 그렇지만 이러한 진술이 개인에 대해서도, 그리고 개인과 개인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같은 정도로 타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 〈9장 고대적 특성의 보존〉, 264~265쪽

약탈적 기질의 이러한 발현은 모두 공훈의 항목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은 부분적으로는 난폭성을 경쟁적으로 과시하려는 태도의 단순하고도 무책임한 표출이고, 부분적으로는 용맹스럽다는 명성을 얻으려고 의식적으로 행해지는 활동이기도 하다. 프로 권투, 투우, 육상, 사격, 낚시, 요트, 심지어 신체의 파괴적 효율의 요소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기량이 요구되는 게임 등 모든 종류의 스포츠는 공통의 일반적 특성을 지닌다. 스포츠는 적대적 전투를 근간으로 시작해서 기량을 거쳐 술책과 속임수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지점에 선을 긋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하다. 우리가 스포츠에 중독되는 근저에는 고대의 정신적 기질이-빼앗고 겨루려는 성향이-비교적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모험을 통해 이름을 날리고 타인에게 손상을 가하려는 강렬한 성향은 구어체로 스포츠인 정신이라고 특별하게 불리는 활동에서 두드러진다.
- 〈10장 근대에 살아남은 용맹의 유산〉, 294~295쪽

애니미즘적 사고 습관이 신봉자들의 일반적인 사고 체계에 미치는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효과는 근대 산업에서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바로 그 지능을 낮춘다는 점이다. 이때 발휘되는 효과는 사람들이 숭배하는 초자연적 힘이나 성향이 [애니미즘의 위계에서] 상위와 하위 중 어디에 놓여있는지에 따라 제각각 달라진다. 이는 행운이나 성향에 관한 야만인과 스포츠인의 감각에 대해서도, 같은 계급의 구성원이 통상 지니는 의인화된 신에 대한 고도로 발달한 믿음에 대해서도 해당한다. 또한 이는 신앙심 깊은 문명인을 전범으로 삼는 좀 더 잘 발달한 의인관 문화에 대해서도, 다른 것에 비해 얼마나 더 설득력이 있는지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타당하다. 대중이 고등한 의인관에 집착함으로써 발생하는 산업적 장애는 비교적 경미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서양 문화에 존재하는 고등 종교에서도 인과관계를 뛰어넘는 성향이라는 인간적 감각은 소멸되지 않고 여전히 남아있다.
- 〈11장 행운을 믿는 마음〉, 328~329쪽

이 모든 것은 한편에서는 사람들을 의인관으로 이끄는 바로 그 기질이 사람들을 스포츠로도 이끈다는 점을 보여주고, 다른 한편에서는 스포츠, 특히 운동경기를 습관화하는 것이 종교 의례의 준수에서 만족감을 찾는 성향을 발달시킨다는 점을 입증하는 듯하다. 역으로, 종교 의례에 대한 습관화는 시샘을 유발하는 비교를 부추기거나 행운에 의지하는 습관을 조장하는 운동경기 또는 모든 종류의 게임에 대한 선호를 발달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정신적 생활의 이 두 방향, 곧 종교와 스포츠는 실질적으로 같은 범주에 속하는 성향을 표출한다. 약탈적 본능과 애니미즘적 관점이 우세한 야만적 인간 본성은 통상 두 가지 모두에서 영향을 받기 쉽다. (…) 의인관적 종교는 그들의 모습에 영향을 미친 경제적 단계의 분화에 부응하는 사고 습관을 그들의 신에게도 부여한다. 의인관적 신은 서열에 관한 모든 문제를 까다롭게 따지는 존재로 여겨지며, 자신의 주인됨을 천명하고 힘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즉 최종 심판자로서의 권력에 습관적으로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 〈12장 종교 의례의 준수〉, 344~345쪽

품위 있는 방식의 삶을 위한 훈련이 경제적으로 가져온 숨겨진 영향은 부정적이다. 경제적 가치의 핵심이 물질적 결과인 상황에서, 새로운 효과는 동일한 물질적 결과를 더 비싸거나 덜 효율적인 방법으로 달성하도록 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를 선전하는 활동은 대부분 새로운 취향을 주입하거나 새로운 예절 규범의 여러 항목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지위와 금전적 품위의 원리에 관해 유한계급이 만들어놓은 틀에 맞춰졌고, 상층계급의 생활체계에 부합하도록 조정되었다. 산업적 과정 밖에서 생활하는 유한계급이 정교하게 만들어낸 규범에 기초한 예절의 적정성에 관한 새로운 세목이 하층계급의 생활체계를 침범한다. 이때 이렇게 침범한 세목이 하층계급의 생활에서 일어나는 긴급한 요구를 반영해 그들 사이에 이미 유행하던 기존의 세목보다 더 적절하게 부응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 〈13장 시샘을 유발하지 않는 관심의 부활〉, 390쪽

대학이 앞을 향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는 마지못한 양보의 성격이 있다. 과학이 대학의 교육과정 속으로 들어온 것은 아래에서가 아니라 바깥에서였다. 인문학이 과학에 어쩔 수 없이 터전을 내주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자기중심적 소비 체계에 따라 학생들의 성격을 빚어내는 획일적인 방향으로 개조되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제 인문학은 적정성과 탁월성이라는 관습적인 표준에 따라 참되고 아름다우며 선한 것을 관조하고 향유하는 체계가 되는데, 그 대표적인 모습이 바로 품위 있는 여가(otium cum dignitate)다. 인문학의 대변자들은 자기들에게 익숙한 고대의 고상한 관점으로 치장된 언어에 따르면 “대지의 열매를 소비하려고 태어났다.”는 격언에 담긴 이상을 수호하고 있다. 대학이 유한계급 문화에 의해 형성되었고 그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태도는 놀랍지 않다.
- 〈14장 고등교육과 금전 문화의 표현〉, 438~439쪽

1. 지금까지 우리는 베블런을 어떻게 이해해왔는가
- ‘시대의 이방인’이라는 오해를 뛰어넘자 드러난 베블런의 진면목

1857년 노르웨이 이민자들의 자녀로 태어난 소스타인 베블런은 오랫동안 ‘시대의 이방인’이자 ‘올림푸스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초연함’을 고수하는 오만한 천재로 알려져왔다. 《파워 엘리트》를 쓴 사회학자 찰스 라이트 밀스는 베블런을 전형적인 외부자(outsider)로, 저명한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기득권에 맞서는 투박한 개척자로 해석했다. 베블런의 첫 책이자 그에게 가장 큰 명성을 안겨준 《유한계급론》은 바로 그런 관점에서 오랫동안 읽혀왔다. 미국 사회를 날카롭게 묘사한 비평서이자 우화로, 또 한계효용학파가 주도하는 주류경제학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사회학적·인류학적 접근을 모색한 책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하지만 베블런을 이단적인 학자에 머무르게 했던 세간의 인식과 달리, 베블런의 실제 삶은 훨씬 더 학계의 중심에 놓여있었다. 칼턴칼리지와 존스홉킨스대학, 예일대학, 코넬대학 등 여러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최고의 학자들에게 가르침을 받은 베블런은 철학과 역사학, 사회학, 경제학을 두루 익혔고, 미국 최고의 연구 중심 대학인 시카고대학에서 가르치면서 유명 저널에 이론적 작업과 실증적 연구를 여러 편 올렸다. 1906년 봄 베블런이 스탠포드대학 경제사회과학부 교수 후보에 올랐을 때 한계효용학파 경제학자인 앨린 앨봇 영이 총장에게 한 “미국의 경제학자들 중 학문의 폭과 분석의 섬세함에서 베블런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다.”라는 보고가 베블런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유한계급론》을 미국 사회에 대한 우화나 ‘소비의 사회학’을 다룬 저작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지나치게 일면적이다. 베블런은 당대의 미국, 즉 남북전쟁 이후의 미국에서 야만 문화로의 회귀를 읽었다. 사람들이 전쟁에 익숙해지면서 약탈적 사고 습관이 부활했고, 부족주의가 연대의식을 대체했으며, 모두에게 유용성을 제공하는 것보다 남들의 시샘을 불러일으키는 행태가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한계급론》은 야만 문화의 성행과 대기업의 횡포, 부와 소득의 양극화라는 자본주의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이해해보려는 경제학적 작업이었다.

“발전 단계가 낮은 사회의 관습과 문화적 특색이 보여주는 증거에 따르면, 유한계급 제도는 원시적인 미개 단계에서 야만 단계로 점차 이행하는 과정에서, 좀 더 정확히는 평화로운 생활 습관에서 항상 호전적인 생활 습관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출현했다. (…) 유한계급 제도는 가치 있는 활동과 가치 없는 활동을 구별하던 앞선 단계의 차별에 따른 결과물이다. 이러한 오래된 구별에 의하면 공훈(功勳, exploit)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일은 가치 있는 활동이 되고, 공훈의 요소가 전혀 없는 일상적이고 필수적인 일은 가치 없는 활동이 된다.”
- 1장 〈서론〉, 21~22쪽

“베블런이 경제학자로 성장한 시기는 근대 미국의 형성기였다. 북유럽에서 이민자들이 대규모로 유입되었고 중서부 목초지로의 이주가 본격화되었으며, 산업화·기계화·도시화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또한 자본주의적 기업의 법인적 형태가 본격화되고, 대량 소비를 자극하는 도구가 출현하는 등 미국의 제도적 인프라가 근본적인 변형을 겪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런데 베블런에 따르면, 미국에서 남북전쟁 이후의 시기는 야만 문화로의 회귀 현상이 발생한 시대다. 사람들이 전쟁에 익숙해지면서 약탈적 사고 습관이 다시 등장했고, 부족주의가 연대의식을 대체했으며, 모두에게 일상의 유용성을 제공하려는 충동을 대신해 시샘을 유발하는 구별의 감각이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1870년대부터 준약탈적 사업 습관을 선호하는 정서, 신분에 대한 강조, 전반적인 보수주의의 물결이 퍼져 나갔고, 1880년대에는 이러한 물결이 더욱 뚜렷하게 감지되었다. 베블런은 이러한 변화를 세기말에 출간된 《유한계급론》 속에 반영했다.”
- 〈옮긴이 해제〉, 457~458쪽

2. 베블런에게 《유한계급론》은 어떤 책이었는가
- ‘제도 진화의 경제적 연구’라는 야심 찬 기획의 실현

《유한계급론》은 보통 제목으로만 알려져있다. 하지만 원래 이 책에는 ‘제도 진화의 경제적 연구(An Economic Study in the Evolution of Institutions)’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베블런이 오랜 숙고 끝에 붙인 이 문구는 책의 주제를 명확하게 요약한다. ‘제도 진화의 경제적 연구’는 인간의 경제 제도가 어떻게 출현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했는지 파악하는 것에 《유한계급론》의 목적이 있음을 드러낸다. 여기서 베블런은 고도로 산업화된 사회에서 왜 유한계급이 출현하고 과시적 소비가 나타나는지를 진화론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베블런에 따르면, 유한계급은 폭력과 기만으로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음으로써 지배적인 위치에 오른 야만인이 산업사회에서 진화한 결과다. 그리고 인간의 자기중심적이고 약탈적인 본성에 따라 경쟁심과 호전성, 자기과시 본능을 발휘하는 유한계급의 대척점에는 인간의 집단 고려적이고 평화적인 본성에 따라 부모 성향, 장인 본능, 호기심 본능을 발휘하는 산업 계급이 있다.

베블런의 논의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이들 계급을 도덕적으로 평가하거나 단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자기중심적·약탈적 본성과 집단 고려적·평화적 본성 모두 인간에게 내재해있고, 각각의 본성에 따른 여러 본능 중에서 장인 본능은 약탈적 본성과 평화적 본성 모두 나름의 방식대로 키워 내기 때문이다. 베블런은 평화로운 미개 시대를 상찬하고 폭력적인 야만 시대를 비난하는 것으로 분석을 대신하지 않는다. 그보다 미개 시대와 야만 시대, 수공업 시대를 거쳐 기계 시대에 들어서면서 사유재산 제도와 소유권에 기반을 둔 유한계급 제도가 정착하며, 이 과정에서 금전적 제도로서의 ‘사업(business)’과 산업적 제도로서의 ‘산업(industry)’이 공존하고 갈수록 산업이 사업에 대해 우위를 행사하는 양상을 포착한다.

그렇다면 유한계급을 비난하기 위해 끄집어낸 것으로 알려졌던 과시적 소비 및 여가의 성격과 이를 분석한 베블런의 진의도 보다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과시적 소비와 과시적 여가는 그저 남들보다 우위에 서고 싶다는 세속적 욕망의 표현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유한계급이 사회에서 수행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의무이고 다른 계급이 사회의 유지와 보존을 위해 따라야 하는 문화이자 규범인 것이다. 베블런이 거듭 강조하는 제도는 바로 이와 같은 문화, 규범, 관습의 총체이며, 이것이 진화하는 과정을 경제학적으로 밝히는 데 《유한계급론》의 존재이유가 있다.

“유한계급 신사는 (…) 이제 단순히 공격성을 띠고 성공한 수컷이 아니다. 즉, 힘과 자원 그리고 용맹으로 가득한 남자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유한계급 신사는 얕잡아 보이지 않으려면 취향도 연마해야 하는데, 소비할 재화 중에서 고급품과 저급품을 정교하게 판별하는 것이 새로운 의무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풍미를 지닌 고급 음식, 주류나 장신구, 멋진 의상이나 건축물, 무기, 게임, 춤꾼, 마약류의 감식가가 된다. 미적 감각을 연마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향으로의 요구에 응하려고 유한계급 신사는 자신의 한가한 삶을 고되게 갈고닦음으로써 과시적 여가에 어울리게 생활하는 법을 익힌다.”
- 〈4장 과시적 소비〉, 97쪽

“약탈적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기질은 경쟁 체제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생존과 생활 향상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 그러나 산업적으로 더 성숙한 사회가 되면서 경제생활의 진화는 이제 공동체의 이익이 개인의 경쟁적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선진적인 산업 공동체에서는 기업을 중심으로 집단 전체의 역량이 크게 증대하기에 생활 수단이나 생존권을 놓고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바로 지배계급의 약탈적 성향으로 인해 전쟁과 약탈의 전통을 고수하려는 경우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전통이나 기질 이외의 다른 요인으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 적대하는 일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 〈9장 고대적 특성의 보존〉, 264쪽

3. 새로운 《유한계급론》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대안적 경제를 고민하는 경제학자의 충실한 번역과 해설

이번에 새로이 《유한계급론》을 번역한 박종현 경상국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마르크스의 화폐이론과 케인스의 금융이론으로 학위를 받고 국회도서관 금융 담당 연구관으로 일하면서 입법과 정책의 생산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해왔다. 경상국립대에 부임한 이래 사회연대경제 분야에서 좋은 삶의 가능성을 찾고 있는 옮긴이는 경제적 삶에 대한 사회적 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한 제도학파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베블런을 꾸준히 탐독해왔다.

박종현 교수는 《유한계급론》이 지금까지도 미국 사회에 대한 우화나 소비의 사회학으로 읽히는 데 문제의식을 갖고, 베블런이 이 책을 쓸 때 고민했던 ‘제도 진화의 경제학’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번역에 공을 들였다. 《유한계급론》이 고전인 것은 분명하지만, 인간 본성과 경제 제도의 변화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살펴본 동시대적 작업임을 강조하고자 했다. 옮긴이는 이를 위해 원문의 의미를 최대한 살려 번역했고, 《유한계급론》과 베블런의 생애에 대한 최신 연구를 주석과 해제에 적극 반영했다. 이 책에 짙게 깔려있는 진화론의 역사적 맥락부터 당시의 경제학에 대한 베블런의 관점, 베블런이 주로 언급한 개념, 여성 참정권 운동과 정착촌 운동 등 당대의 민감한 현안에 이르기까지 충실히 해설함으로써 독자들이 《유한계급론》을 더욱 생동감 있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독자들은 인간 사회를 진화론에 입각해 면밀하게 분석한 《유한계급론》을 통해, 오늘날 더욱 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유한계급과 과시적 소비의 본질을 이해하고 개인의 자기중심적 본능을 모두의 공생을 위해 움직이게 할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은 《유한계급론》을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유한계급과 자본가가 지배하는 ‘악한 사회’를 향해 분노를 터트리거나 근면 계급과 노동자가 주도하는 ‘선한 사회’를 촉구하는 것과는 다른 그림이 펼쳐지고 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베블런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의 임무는 변화의 조건이나 메커니즘을 과학자의 냉철한 태도와 인과적 방법에 기초해 최대한 엄정하게 해석하는 것이었다. 다만 우리가 《유한계급론》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변화가 실제로 일어날지 여부는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들의 사고 습관이나 제도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 〈옮긴이의 글〉, 474~475쪽

“오늘날 우리 사회는 (…) 격렬한 경쟁심을 내면화한 사람들이 서열을 가르면서 타자에 대한 증오와 갈등을 키우는 가운데 모두가 불행해지는 상황으로 스스로를 내몰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그동안 가져왔던 경제적·사회적 삶의 방식을 새롭게 바꿔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시샘을 유발하지 않는 관심에 집중하고 타고난 장인 정신과 한가로운 호기심을 최대한 북돋고 한껏 발휘하면서,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활동의 즐거움과 긍지와 보람을 느끼는 세상을 만들어가야만 한다. 베블런의 통찰에 따르면, 그것은 사람들의 사고 습관이 얼마나 바뀔 것인지, 타고난 자기중심적 본능과 경쟁심이 공동체의 발전을 향해 움직이도록 이끌 규범과 제도를 어떻게 세울지에 달려있다.”
- 〈옮긴이의 글〉, 475~476쪽

4. 옮긴이 인터뷰
- 연대와 호혜, 장인 정신을 권장하는 조직의 생존 경험이 쌓일 때 ‘거대한 전환’이 가능하다

(1) 《유한계급론》이 출간된 지도 124년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왜 지금 《유한계급론》을 읽어야 할까요? 이 책과 우리의 시대적 상황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날의 시대적 상황은 야만의 복귀와 만연한 증오,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기후위기로 거칠게 요약할 수 있겠는데요. 《유한계급론》은 우리 시대의 야만적 기원과 변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철저하게 비판할 수 있게 해줍니다. 특히 오늘날 미국 사회는 자유주의에 기반을 두면서도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여성 혐오 등 비자유주의적 유산에 깊이 오염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베블런의 관점에 따르면, 이러한 유산은 미국인이 약탈적이고 폭력적인 야만 시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군사화된 자본주의, 경쟁적으로 조직화된 이윤 중심의 비즈니스 기관(부재자 소유권의 중심인 투자은행, 헤지펀드, 영리기업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정치 기관, 공공 정책 및 군사력)이 대표적이죠. 이러한 성향이나 기관이 미국 사회의 초석인 권력·명예·부의 불평등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야만성이 과거에 비해 평화적인 건 사실이지만, 그 안에는 타인을 정복하고 지배하며 압도하려는 충동이 새겨져 있죠.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치가 급속하게 양극화되고 증오의 정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비교하고 시샘을 유발하는 경쟁심이 계속 자극받는 것도 이러한 흐름을 부채질하고 있고요.

(2) 확실히 《유한계급론》은 오늘날의 야만성을 이해하는 데 적합한 텍스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베블런은 야만 시대의 진화적 결과로 유한계급이 등장했다고 보는데요. 유한계급은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의 유한계급이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을지요.

이 책에서 말하는 유한계급은 산업적 직무에서 면제되며 명예가 따르는 활동을 별도로 배정받는 특권 계급을 뜻합니다. 유한계급은 사회의 발전 단계에 따라 모습이 다릅니다. 고대 왕국으로 대표되는 초기 야만 시대와 중세 봉건제로 대표되는 후기 야만 시대에는 전사 계급과 사제 계급이 전형적인 유한계급이 됩니다. 야만 시대부터 근대까지 유한계급에 속하는 특색을 모두 보여주는 사람은 바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는 야만인의 두 가지 특성인 난폭성과 기민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가운데 이를 과시해 부와 명성을 움켜쥐었죠.

트럼프 외에도 오늘날의 유한계급을 대표하는 인물로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이 떠오릅니다. 이들은 《유한계급론》의 표현을 빌자면 ‘산업의 수장(captain of industry)’이죠. 베블런이 산업의 수장에 대해 묘사한 바와 우리에게 친숙한 사업가들이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해봐도 재밌을 겁니다. 저명한 펀드매니저, 유명 연예인, 운동선수도 오늘날의 대표적인 유한계급이고요. 현대의 유한계급은 패션, 고급 주택, 고급 휴가, 유명 인사와의 교제를 SNS에 과시합니다. 물론 우리는 유한계급이 서열을 가르고 시샘을 자아내기 위해, 곧 사회적 지위와 신분 관계를 재생산하기 위해 부를 과시하는 방식에 주목해야 하죠.

(3) 베블런이 《유한계급론》을 포함한 여러 저작에서 일관되게 주장해온 바는 무엇인가요? 특히 그에게 진화론이 갖는 위상은 남다른 것 같은데요. 베블런의 관심사와 진화론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합니다.

베블런은 경제생활이 시대를 초월한 법칙에 따라 펼쳐진다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단히 비판적이었습니다. 그는 경제생활이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맥락 그리고 역사적 전통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이 과정에서 관습과 문화, 제도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믿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경제적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사회적·경제적 환경도 부단히 변화하는데, 경제학은 제도가 환경 변화에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하는지를 해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베블런은 당시 발전 과정에 있던 진화론의 도움을 받아야만 경제학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어요. 진화론은 우연에 의한 자연선택 메커니즘을 통해 생명체가 진화한다는 것을 성공적으로 입증했으니, 경제학은 진화론이 확보한 개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 8장 〈산업적 활동의 면제와 보수주의〉의 첫 문단에서 베블런과 진화론의 관계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니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4) 선생님께서 ‘옮긴이의 글’에 말씀해주신 것처럼 집단 연대감과 장인 정신, 한가로운 호기심이 우리 사회에 절실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덕목을 어떻게 만들고 키울 수 있을까요?

《유한계급론》에 따르면, 집단 연대감과 장인 정신, 한가로운 호기심은 근대 산업사회의 정신에 부합하는 인간 본성입니다. 따라서 이들 본성이 확산된다면 근대 산업사회는 한층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평화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근대 산업사회의 규범은 기본적으로 유한계급이 좌우하는데, 이들은 서열을 매기고 시샘을 유발하는 관심, 경쟁심, 약탈적 본능을 선호하니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베블런은 산업사회의 정신에 부합하는 본성이 확산되는 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봤습니다. 그는 기계를 제작하거나 사용하는 엔지니어가 이러한 성향을 발전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봤고요. 유한계급 중 자연을 사랑하거나 사물의 이치를 파헤치는 데 큰 관심을 두는 사람들에게서도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오늘날로 가져오면 변화는 삶터와 일터의 두 차원에서 시작될 수 있을 겁니다. 삶터에서는 독서클럽이나 풀뿌리 시민자원모임을 통해 호혜와 연대, 집단 연대감을 체험하고 훈련할 수 있을 것이고요. 일터에서는 열린 소통, 직원의 권한 강화, 신뢰 확립에 기초한 고몰입 경영이나 참여지향적 경영을 실행해볼 수 있겠어요. 직원협동조합이나 사업자협동조합 같은 제도를 활용한다면 이러한 방향으로 더욱 용이하게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연대와 호혜, 장인 정신, 한가로운 호기심을 권장하는 조직이 경쟁심과 약탈적 본능, 사업의 논리를 강조하는 조직과의 경쟁에서 생존하는 경험이 쌓이고 널리 알려진다면 ‘거대한 전환’이 본격화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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