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나인
2024년 01월 08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12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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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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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1969 드센 여자
2장 1970 진정
3장 1970~1972 법 제정
4장 1972~1977 시행
5장 1977~1980 성적 괴롭힘
6장 1975~1979 법 집행
7장 1980~1990 역풍
8장 1991~1999 크리스틴, 재키, 리베카, 니콜, 얼리다, 라숀다
9장 1992~1999 학교 스포츠
10장 2000~2010 보복
11장 2000~2010 성폭행
12장 2011~2014 가속화
13장 2015~2016 임계점
14장 2017~2020 다시 역풍
15장 지난 50년의 성과
16장 향후 50년을 바라보며
감사의 말
1972년 교육개정법 제9편 전문
주
옮긴이 후기
찾아보기
민권법 제6편은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이나 활동에서 인종, 피부색, 출신국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했지만, 성별에 근거한 차별금지는 빠져있었다. 민권법 제7편은 행정직과 전문직 노동자에 적용되는 고용 보호에 성별도 차별의 근거로 포함했으나 “교육 활동에 종사하는” 교육기관 직원을 특정하여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따라서 이 규정도 학교에서 일하는 여자 교사, 교수, 행정직원은 보호하지 못했다. 이해가 안 되고 절망스러웠지만, 샌들러는 계속 읽었다. 각주까지 꼼꼼히 읽었다. 어쨌든 그는 학자가 맞았다. 그리고 드디어 그가 찾던 생명줄을 찾아냈다. (31쪽)
샌들러와 NOW의 앤 스콧은 행정명령 집행에 관해 자주 의논했다. 1970년 9월 30일 스콧이 샌들러에게 편지했다. “친애하는 버니, 지난 2년간 여성운동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당신이 새 타자기를 마련한 일이에요!” 이제 샌들러가 타자하는 글자들이 한 자씩 제멋대로 위로 갔다 아래로 갔다 하지 않고 똑바로 한 줄로 박혔다. (80쪽)
고등학교 대표 팀에서 선수로 활동하는 여학생의 수는 타이틀 나인이 제정되기 1년 전과 비교해 타이틀 나인 제정 첫해인 1972~1973년에 약 세 배로 늘어 81만 7073명이 되었다. 다른 많은 여학생이 스포츠에 참여할 생각을 안 한 이유는, 뛰면 난소에 해롭다느니 스포츠를 좋아하는 여자는 변태 동성애자이거나 문란한 이성애자라느니 하는 터무니없는 여성혐오적 미신을 주입받았기 때문이었다. 대학교에서는 1960년대에 여자 대학생이 증가한 것이 요인이 되어 그 연대 후반에 대학 스포츠에 참여하는 여학생이 두 배로 늘었다. (103쪽)
페미니스트들은 - 흔히 유색인종 여성들의 주도로 - 중첩되는 억압이 단순히 각 부분을 합친 것 이상의 문제를 초래한다는 관념을 두고 점점 더 치열하게 고심했다. 페미니즘과 반인종주의 운동을 따로 나눠 별개의 경로로 유도하는 일은, 예컨대 유색인종 여성의 체험을 주변화한다. 유색인종 여성에게 차별은 그렇게 딱딱 깔끔하게 나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시하는 해결책이 도움이 안 되고, 각종 차별 반대 운동이 서로 경쟁 관계에 놓인다. (232~233쪽)
한편 전국 각지에서 ‘비주류’ 종목 남자 선수들이 타이틀 나인을 막으려고 소송을 걸기 시작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그들은 미식축구부, 남자 농구부와 야구부가 학교의 비호를 받으며 비대해지는 현상에 항의하는 대신, 자기들 종목이 축소되는 것을 타이틀 나인의 탓으로 돌렸다. (282~283쪽)
배심원단의 평결이 있던 날, 지지자들이 법정을 가득 메웠다. 지지자 중 한 명인 프레즈노주립대 전 농구 감독 도나 피켈은 5주 내내 재판일마다 노트북 컴퓨터를 가져와 스포츠 관련 옹호자 네트워크에 상황을 요약해 발송했다. 평결일 저녁에 나간 메시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린디가 이겼어요! 린디가 이겼어요! 린디가 이겼어요! 포인트! 게임! 매치!!!!!!!”
재판 전에 프레즈노주립대는 린디 비버스에게 1만 5000달러[약 2000만 원]를 줄 테니 소를 취하하라고 제안했다. 배심원단은 그에게 585만 달러[약 76억 원]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327쪽)
예일대를 고발하는 타이틀 나인 진정의 제출을 고려 중인 학생들이 있다는 얘기를 친구에게 들었다. “좋아, 좋아, 좋아!” 브로드스키가 말했다. “나도 도울게.” 그는 그동안 법대에서 성적 권리에 관한 강의를 수강하고 타이틀 나인을 공부했다. 브로드스키는 진정을 제기할 학생을 더 모집하는 일을 조용히 도왔고, 그들과 서로 아파트를 오가며 계획을 세웠다.
2011년 3월 15일, 예일대 학생 16명이 - 여성, 남성, 학생, 최근 졸업한 동문 등 - 지난 7년 동안 있었던 교내 성적 괴롭힘과 성폭력을 기록한 26쪽 분량의 진정서를 OCR에 제출했다. 그들은 대학의 무대응이 적대적인 교육 환경을 초래했다고 언급했다. (364쪽)
커튼 뒤 어둠 속에서 피노, 완주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이 그룹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하버드 법대생, 텍사스주 공화당원, 기업체 사장, 국립대성당 테너, 그 외 여러 사람이 서로 손을 꼭 붙잡았다. 그중 흑인과 갈색인의 수는 평상시에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았다. 레이디 가가가 건반을 내리치듯 두드리며 격정적으로 선율을 고조시킬 때 뒤에서 커튼이 열렸다. 젊은이 50명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그들이 들어 올린 팔에서 관객은 거기에 쓰인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그 일이 내게 일어났다.” “생존자.” “나를 무너뜨릴 수 없다.” 가장 많이 보이는 메시지는 이거였다. “우리는 당신 말을 믿어요.” (432~434쪽)
워싱턴 거리를 가득 메운 수백만 시위자가 잠시 행진을 멈추었을 때 그 군중 속에서 버니스 샌들러와 그의 친구가 웃었다. 군중의 규모뿐 아니라 그 다양성에 샌들러는 감격했다. 그리고 저 푯말들을 보라! “너무 열받아 내향인인데도 나왔음.” “내 보지는 아무나 만지라고 있는 게 아님.”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 “갈색은 아름답다.” “아직도 이런 엿 같은 일로 투쟁해야 한다니 안 믿김.” 샌들러 특유의 하얀 단발머리, 커다란 안경, 함박웃음을 알아본 사람들이 있었다. 젊은 페미니스트 몇 명이 그를 알아보고서, 수많은 사람 사이를 뚫고 샌들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역시 그를 알아본 좀 더 나이 든 여성들도 클리블랜드, 시애틀, 그 밖의 다른 도시에서 샌들러를 만난 적이 있다며 인사했다. (442~443쪽)
최근 몇 년 동안 보수와 우익 종교 단체는 학교 스포츠에서 선수로 뛰는 트랜스젠더 소녀와 여성에 대해 히스테리를 부추기려고 페미니즘 용어까지 포섭해 활용했다. 타이틀 나인이 남자에게 돌아가 야 하는 자원을 여자에게 주어 남자 스포츠를 망친다는 구닥다리 신화 대신 - 그 신화가 사그라드는 데 족히 35년이 걸렸다 - 보수는 이제 타이틀 나인이 시스젠더 여성의 선수 활동 기회를 트랜스젠더 여성이 “훔치도록” 놔두어 여자 스포츠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두 가지 주장은 더 중요한 이슈를 보지 못하게 한다. 여자 스포츠는 어떤 여성이 참여하든 지금도 계속 남자 스포츠보다 뒷전으로 밀린다. 그렇다면 모든 여성에게 공평성을 확대하는 일에 직접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저들은 남자 스포츠가 여전히 자원을 독식하는 점을 인정하거나 모든 사람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재편하기보다는 트랜스젠더 소녀들을 공격하는 편을 택했다. (485~486쪽)
타이틀 나인은 지금까지 여성과 남성과 그 중간인 사람 수백만 명이 학습권을 누리고, 교육 분야에 취업하고, 학교 스포츠에 참여하도록 도왔으며, 성적 괴롭힘과 성폭행 생존자 지원을 위한 정책 개선에도 기여했다. 또한 타이틀 나인은 임신한 학생을 계속 학교에 다니게 하고, 퀴어와 트랜스젠더 학생을 위한 보호 장치를 만들고, 용접기사는 남자, 미용사는 여자라는 식의 고정관념에 개의치 않고 학생이 원하는 대로 ‘커리어기술교육’을 받도록 기회를 열어주었다. 여러모로 타이틀 나인의 첫 50년은 성공이었다. (497쪽)
타이틀 나인의 역사는 변화무쌍한 나비 떼, 계속되는 운동과 새로운 시작의 모험담, 진전과 좌절의 연대기, 그리고 이전의 진전과 좌절을 모르더라도 일을 밀어붙이는 추진의 역사다. 이 책의 결말은 간단히 말해서 이 이야기에 결말이 없다는 것이다. 문화의 변화가 법의 변화보다 뒤처질 수 있고, 또는 그 반대일 수도 있지만, 민권의 근본적인 공정함을 인정하는 흐름을 없던 일로 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문제에 이름을 붙이면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 눈가리개를 벗은 사람은 본 것을 안 본 것으로 되돌릴 수 없다. (507~508쪽)
“20세기에 제정된 법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성과”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완성해야 할 전 세계적인 혁명”
‘타이틀 나인’의 태동과 탄생, 투쟁의 반세기
2022년 창립 50주년을 맞은 브랜드 나이키는 1972년 창립 해에 미국 의회가 ‘타이틀 나인’(Title IX)을 통과시킨 일이 브랜드의 DNA 구축에 역사적 사건이 되었다고 발표한다. 특히 여성 스포츠의 판도를 바꾼 것으로 자주 언급되는 법안, 1972년에 제정된 이래 교육뿐 아니라 법, 스포츠, 인권, 페미니즘 분야 등에 두루 영향을 미치며 사회를 진전시킨 미국 교육개정법 제9편, ‘타이틀 나인’의 50년 여정을 다룬 책이 출간되었다.
타이틀 나인은 미국 교육에서 성차별을 금지한 최초의 법으로, 여성 입학과 채용의 기회 및 스포츠 활동의 기회 확대, 성폭력 근절과 예방, 소수자 권리 보호 등으로 점차 그 적용 범위를 넓히며 전방위한 힘을 발휘해왔다. 한국어판은 총 624쪽으로, 그중 주석만 80여 쪽에 달한다. 저널리스트인 저자 셰리 보셔트가 얼마나 많은 문헌을 검토하고 여러 사람을 취재한 뒤 집필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타이틀 나인을 둘러싸고 여러 갈래에서 모여든 이들, 차별에 저항하고 법을 지키기 위해 싸운 사람들의 역동적인 서사를 한 권의 책에 압축적으로 엮어냈다.
한 사람이 겪은 성차별적 억압이 세상을 바꾸는 혁명이 되기까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운 성차별 금지법의 역사
자녀 양육 때문에 한차례 학업을 포기했던 유대계 미국인 버니스 레스닉 샌들러는 36세에 공부를 다시 시작해 박사 학위 취득을 앞둔 41세 때 교수직 채용에 지원한다. 그러나 면접 없이도 일자리를 제안받는 남성들과 달리 모교에서조차 면접 기회를 얻지 못한 그는 “여자치고 드세기 때문”이라는 이해 불가한 설명을 듣는다. 1960년대는 반전운동과 민권운동을 조직하며 정치 감각을 연마한 젊은 여성들을 주축으로 성차별이 논의되고 풀뿌리 여성운동이 전개되던 변혁의 시기.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가 창설되고 여성 권리 지도자들이 세운 전국여성단체(NOW)가 교육과 직장 내 성차별 금지 강화를 요구하던 때이다. 이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 버니스 샌들러는 자기가 겪는 상황이 다름 아닌 ‘차별’임을 각성하게 되고 ‘학자답게’ 참고문헌을 뒤져 법적 근거를 찾기 시작한다. 1963년 평등임금법에서 1964년 민권법 제6편과 제7편을 거쳐 1967년 존슨 대통령의 행정명령 11375호까지. 이 행정명령 11375호에 따르면 연방정부와 계약을 맺은 대다수 대학에서 성차별은 금지된다.
이로부터 연방계약이행 사무국(OFCC) 부국장 빈센트 매컬루소, 벨라 앱저그 하원의원, 셜리 치점 하원의원, 이디스 그린 하원의원, 패치 타케모토 밍크 하원의원, 버치 바이 상원의원과 마벨라 바이, 알렉산더 대 예일 소송의 원고 및 민권 변호사 패멀라 프라이스, 알렉산더 대 예일 소송의 원고 앤 올리바리어스, 캘리포니아주립대 프레즈노 체육부 행정관리자 다이앤 밀류티노비치, 캘리포니아주립대 프레즈노 배구 감독 린디 비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프레즈노 소프트볼 감독 마지 라이트, 타이틀 나인을 알자(KYIX)의 공동 창립자 대나 볼저와 알렉산드라 브로드스키, 대학강간근절(EROC)의 공동 창립자 안드레아 피노 실바와 애니 클라크, 강간반대 활동가 와카트웨 완주키, 여성및소녀교육전국연합(NCWGE) 의장 마거릿 덩클, 전국여성법률센터(NWLC)의 공동 창립자 마샤 그린버거, 평등교육권사업(PEER)의 창립자 할리 녹스, 대학대항여성체육협회(AIAW) 법률고문 마고 폴리비, 럿거스대학교의 젊은 법학 교수였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 드라마 〈미세스 아메리카〉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분한 극우단체 이글포럼의 필리스 슐래플리까지 여러 인물들이 수시로 얽히며 추진된 타이틀 나인의 태동, 탄생, 투쟁이 담긴 대장정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모든 사람이 평등할 때까지는 아무도 평등하지 않다.”
절반이 아닌 전부를 위한 진전과 추진의 연대기
타이틀 나인이 제정된 당시 가장 먼저 대상이 된 교육계 성차별 이슈는 여학생 입학과 여자 교원 채용이었다. 타이틀 나인이 입학과 채용에 있어 차별을 제재하자 대대적인 개선이 이뤄졌다. 그다음은 여학생과 여자 운동선수/팀과 지도자들의 스포츠 활동 참여의 기회가 열렸다. 남자 운동선수/팀과 동등한 시설과 예산, 장학금 지원을 요구할 근거가 마련되자 극심하게 기울어져 있던 운동장이 조금씩 바로 세워졌다. 압도적으로 많은 비율의 여학생이 스포츠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미국 여자 스포츠가 여러 종목에서 최강의 수준에 이르게 된 직접적 계기로 꼽힌다. 그다음은 미국 대학에 만연해있던 심각한 학내 성폭력을 근절하고 예방하는 데 기여했다. 타이틀 나인에 따르면 연방 기금을 받는 모든 대학은 성폭력 및 성희롱으로부터 학생과 교원을 보호해야 한다. 대학이 가해자의 평판을 두둔하거나 성폭력 피해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경우 학업과 근무를 더는 이어갈 수 없어 학교를 떠나거나 성적이나 성과가 떨어지거나 정신적·물적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해 대학이 보상해야만 한다. 나아가 성적 지향 때문에 괴롭힘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여 성소수자 학생 권리 보호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몇 년간 트랜스젠더 선수의 스포츠 참여와 관련해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는 미국에서 조 바이든 정부는 타이틀 나인 개정을 통해 성전환자나 여성·남성으로 규정할 수 없는 학생을 차별에서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런 효과에도 불구하고 타이틀 나인이 교육계에 한정하여 적용하는 성차별 금지법이라는 점, 즉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아닌 것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옮긴이 후기’에서 옮긴이 노시내는 타이틀 나인이 반대에 부딪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마련하지 못한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임을 상기한다. 타이틀 나인은 1964년 민권법 제6편에 성차별 금지 조항을 추가해 더 광범위한 차별금지법으로 확대하려 했던 시도, 헌법에 성차별 금지를 명시한 ‘평등권 수정안’(ERA)을 통과시켜 교육만이 아닌 여러 분야에 적용되는 성차별 금지법을 마련하려 했던 시도 등이 불발된 결과인 셈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아니기에 타이틀 나인은 성차별 외에 다른 형태의 차별이 겹치는 다중 차별에서 적용이 모호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장애가 있고 유색인종인 학생이 성차별을 당했을 경우, 장애인 차별과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요소가 중첩되더라도 타이틀 나인으로는 성차별만 적용받는다. 장애인 차별이나 연령 차별 같은 다른 차별금지 조항이 각기 제정되어 있기에, 다중 차별 피해자는 혼란스럽고 어느 법에 호소해야 더 유리할지 스스로 알아내고 판단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공익인권변호사 류민희, 인권운동가 미류, 예술사회학자 이라영 추천
우리에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
한국의 독자에게 이 책이 필요한 이유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은 2006년 이후 국회가 최소 11건의 법안 초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등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언급한다. 외신이나 유엔 문서를 참고했을 이 분석은 2006년 국가인권위 권고 이후 17~21대 국회에서 총 11건의 안이 제출됐으나 통과되지 못했음에 근거한다. 저자는 또 법을 통과시키는 것보다 이어지는 반발(백래시)에 맞서 싸우는 과정이 훨씬 어려웠다고 말하는 한편, 그 끝나지 않는 저항의 과정에서 사회가 발전했고 그에 따라 인식과 이해가 향상되었다고 회고한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류민희 변호사는 ‘추천의 글’에서 “차별금지 법제는 차별에 이름을 부여하여 사회가 맞서야 하는 대상을 분명히 하고, 이 싸움을 개인이 아닌 모두의 과업으로 만든다”고 하면서 “어떤 법은 시공을 넘어 세상을 바꾸는 혁명이 된다. 만약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까?”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지난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간 단식농성 했던 인권운동사랑방의 미류 활동가는 “‘차별금지법 없음’에 익숙한 사회에서 그것의 있음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법안을 들여다본들 단어들만 있을 뿐이다. 이 몇 단어들을 구름판 삼아 도약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을 수 있다면 어떨까?” “심판의 언어로 상상되던 법이, 이들의 용기를 연결하는 장소로 다시 보이면 설레지 않을 수 없다. 법을 짓고 법을 뚫고 싸운 이들의 역사에 우리를 연결하는 일은 더욱 설렐 것이다”라고 말한다. 예술사회학자 이라영은 “이 저항과 투쟁의 길이 무엇보다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 곧 관계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에 고취됐다”라고 하면서 “지름길은 없다는 것. 모든 저항에서 만남과 관계가 소중하다는 것. 우리를 다시 일으킬 주문이 되길 바란다”라고 당부한다.
권리와 입장이 첨예하게 갈라지는 법안을 꺼내어 논의하고 싸우고 통과시키고 적용하고 다듬고 지켜나가고 개정하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 우리 사회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앞선 노력과 헌신 덕에 새로운 길이, 더 넓은 인식의 확장과 이해의 가능성이 열린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까? ‘없음’에 익숙해 상상하기 어려운 ‘있음’을 향해 나아가기. 이 모든 저항에서 만남과 관계가 소중하다는 것을 붙잡고 다시 일어서기. 이 책으로 그 동력을 얻길 바란다.
** 추천사 이어서
셰리 보셔트는 페미니스트들이 교육계의 성 불평등에 반대하고 여성과 소녀의 동등한 접근권과 기회 보장을 위해 수십 년에 걸쳐 벌인 투쟁을 이 책에 담아낸다. 후퇴와 승리, 시위와 집회, 의회와 법정에서의 투쟁을 전부 기록한다. 중요한 시기에 출간된 중요한 책. 타이틀 나인을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싸워야 할 당위를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 캐서린 스필러 | 《미즈》 편집장
한 개인의 체험이 어떻게 전국적인 운동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이 흥미진진하게 술술 읽힐 것이다.
- 데버라 T. 애시퍼드 | 호건러벨스 LLP 수석 변호사
하나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진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지침서이기도 하다. 정말로 중요한 책이다.
- 루시 제인 블레드소 | No Stopping Us Now 저자
저자는 타이틀 나인을 설명하면서 교차적 페미니즘을 핵심적인 요소로 훌륭하게 옹호했다. 흑인 여성과 다른 유색인종 여성들 이야기를 부수적으로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서사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제시한 것을 보고 참 기뻤다.
- 나카이 애디 | 작가, 편집자
지난 50년간 학교에서 젠더 형평성을 향상해온 타이틀 나인에 바치는 탁월하고 감동적인 찬사. 이 획기적인 법을 수호한 인물들, 즉 법안 발의자와 옹호자들, 생존자와 운동선수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젠더 고정관념을 깨부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책의 중심에 놓인다. 면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한 책이자 희망으로 가득한 이 책은, 모든 사람을 위한 젠더 정의를 위해 계속되는 우리의 투쟁에 영감을 제공한다.
- 노린 페럴 | 평등권옹호회 대표
나는 타이틀 나인의 역사에 관한 충실하고 정확한 기록이 없었던 점을 자주 안타까워했다. 타이틀 나인은 여성이 투표권을 얻은 이래로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 공백을 메워줄 것이다. 타이틀 나인의 역사에서 핵심을 이룬 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음으로써, 책은 더 광범위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그들도 어떻게 하면 타이틀 나인과 교육계의 젠더 형평성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지 이해를 높이는 일에 도움을 줄 것이다.
- 버니스 레스닉 샌들러, 2019년 사망하기 전 원고 전반부를 읽고 남긴 말
작가정보
(Sherry Boschert)
저널리스트, 작가, 블로거. 에머스트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인류학을 공부했다. 일간지, 잡지 등 여러 매체에서 편집자와 기자로 일했고 1991년부터 2014년까지 MDedge.com(구 국제의료뉴스그룹)의 샌프란시스코 지국장 등을 지내며 의료뉴스 보고서를 발행했다. 2006년 첫 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s)를 출간했고, 2022년 타이틀 나인(Title IX) 법 제정 50주년에 맞춰, 반세기에 걸쳐 펼쳐진 성차별 금지법의 여정과 시대의 반발에 맞선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망라한 이 책을 발표했다. 1997년 게이및레즈비언의학협회 미디어가시성상, 2001년 전문언론인협회 공로상, 2005년 여성 단체와 성소수자언론인협회 특별 표창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sherryboschert.com | @sherrybosch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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