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카의 인생 수업
2024년 01월 03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1월 0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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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 정보 ePUB (14.07MB)
- ISBN 9791160028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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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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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가 속했던 스토아학파는 노년과 죽음, 마음과 행복, 돈과 명예, 화와 용서 등 인생의 현실적인 명제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행복에 도달하고자 했다. 현대사회가 더욱 진행되어갈수록,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스토아철학이 더욱 와닿게 되는 건 ‘진짜 나’에 대해 이야기해주기 때문이다. 그들이 주목한 인간 본연의 문제들은 이천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현실을 관통하는 중요한 화두이기 때문에 현대인들의 마음에도 매우 크게 와닿는다. 인생에서 어떤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이 책에 소개된 세네카의 조언을 마음 깊이 새겨두고 떠올리면 어떨까? 세네카의 철학을 언제 어디서든 떠올릴 수 있다면 그동안 누렸던 건강과 안락함을 감사히 여기게 되고, 눈앞에 닥친 고난과 고통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삶의 진리를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자연이 내게 준 소중한 선물임을 깨닫고 언젠가 마주할 죽음도 초연하고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게 되어, 궁극적으로 행복의 실체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오늘도 고요하게 흘러가는 인생을 눈부시게 살게 할 세네카의 조언!
후기 스토아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로마 제정시대 정치가로서 네로 황제의 오랜 스승이기도 했던 세네카는 12편의 에세이와 한 편의 편지 〈루킬리우스에게 보내는 도덕 편지(Epistulae Morales ad Lucilium)〉를 통해 몇천 년의 세월 동안 우리에게 크나큰 가르침을 남겨주었다. 세네카의 철학적 저서는 16~18세기에 널리 애독되었고, 특히 몽테뉴에게 강한 영향을 주었다. 이 책은 인간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투영된 음모와 투쟁, 그리고 광기 어린 행동들에서 인간 일반의 본질을 통찰하고 그들을 철학으로써 구원하고자 한 세네카의 철학을 담고 있다. 세네카는 인생의 모든 위기의 순간마다 철학을 위안 삼아 현실과 희망의 간극에서 오는 개인적인 상실감을 극복하고자 했으며, 이 책은 그 속에 담긴 지혜와 통찰을 집대성해 보여준다. 6편의 에세이를 새롭게 재구성한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인생은 지금도 고요하게 흘러가고 있으니 잘 살아야 합니다’에서 세네카는 인생이 너무 짧다고 한탄하며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마음의 평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의 평정만 유지할 수 있다면 스스로의 삶에 만족할 수 있으며, 이는 죽음과 불행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갈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장 ‘나와의 시간을 확보하고 운명의 변덕에 초연해야 합니다’에서는 지나친 욕심과 쓸데없는 일로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남긴다. 값진 인생을 산다는 것은 비단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알찬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하며, 철학을 통해서 역사적으로 위대한 현인들과 교류하고 이들의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더욱 소중하게 보내라고 일갈한다. 그리고 오롯이 내 것인 것이 얼마나 되는지 내 인생의 창고를 들여다볼 것을, 나에게 주어진 삶이 그저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여기고 언제든 주인에게 내어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갈 것을 당부한다.
3장 ‘덧없는 쾌락을 좇지 말고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에서는 쾌락이 아닌 미덕을 따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세네카는 육체적인 쾌락을 주는 것들과 낯선 것들에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을 것을 당부하며, 미덕이 맨 앞자리에서 기준점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쾌락에게 맨 앞자리를 내어준 사람은 쾌락에 종속되기에 쾌락이 지나치면 숨이 막힐 것이고, 쾌락이 부족하면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4장 ‘현인은 부의 주인이 되지만 바보는 부의 노예가 됩니다’에서는 부와 소유에 대한 세네카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세네카는 자신이 재산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이를 소유하는 데 거부감이 없음을 밝히며, 행운의 여신이 가져다준 재산을 굳이 거부하지 않고 잘 간직해두었다가 스스로 미덕과 선행을 실행함에 있어서 이를 잘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그 모든 것은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그저 현명함의 선물을 받은 것이기에 언젠가는 돌려주어야 할 것으로 여긴다며 부에 대한 철학을 밝힌다. 5장 ‘어쩌자고 짧은 인생을 남에게 화나 내며 낭비하나요’에서는 화란 무엇이고 화로 인해 우리가 겪는 어려움과 잘못된 행동들은 무엇인지, 화를 이기지 못한 사람들과 잘 이겨낸 사람들의 예를 들어가며 철학적이고 현실적으로 직언하고 있다. 이 책이 쓰인 시기는 한참 전이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철학자나 심리학자의 화에 대한 글보다 더욱 와닿는 부분들이 많다. 세네카의 충고를 통해 화의 노예가 된 자신을 고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장 인생은 지금도 고요하게 흘러가고 있으니 잘 살아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생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죽음의 포로가 되지 말고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다
수명이 짧은 게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낭비하는 게 문제입니다
제대로 사용하는 법만 익히면 우리의 인생은 충분히 깁니다
남을 위해 살아가지 말고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세요
스스로를 위해 할애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보세요
인간이 유한한 존재임을 망각하지 마세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를 위해 바치세요
그저 오래 살지 말고 제대로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여유 없이 바쁘게 살아간다면 부와 권력도 부질없습니다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남을 위해 내어주지 마세요
다가올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합니다
다가올 미래는 불확실하고, 과거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이미 고정된 과거의 시간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주어진 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아야 합니다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감사히 살아가야 합니다
인생이 짧게 느껴지는 건 현재를 소홀히 하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고 해서 충분히 산 게 아닙니다
2장 나와의 시간을 확보하고 운명의 변덕에 초연해야 합니다
남의 일로 분주한 사람은 모두 가련한 존재입니다
바쁘게 사는 이들의 인생은 깊은 심연 속으로 사라집니다
소중한 시간을 하찮게 여기면 인생은 짧고 불안합니다
자기 인생을 남의 손에 순순히 내어주면 안 됩니다
스스로 여가를 즐기고 있다고 인식해야 진정한 여가입니다
위대한 철학자들과의 만남이 진정한 의미의 여가입니다
큰 축복과 행운을 받은 이라도 불행할 수 있는 게 인생입니다
대중들로부터 벗어나서 자기 인생의 창고를 돌아보세요
힘들고 괴로운 일이 닥쳐도 마음을 다스리면 해결됩니다
온갖 욕망으로 갈등이 일면 스스로 멈추어야 합니다
생사에 큰 가치를 두지 말고 덧없는 것이라 여겨야 합니다
항상 불운에 대비하는 사람은 큰일이 닥쳐도 놀라지 않습니다
불행한 일이 내게 닥친다고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요?
고난이 닥친다고 해서 흥분하는 건 어리석고 바보 같은 짓입니다
누군가에게 올 수 있는 불행은 내게도 언제든 올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다수의 선택을 받은 것과 나의 행복은 상관이 없습니다
영혼의 눈으로 진실을 찾아야 어둠 속을 비틀거리지 않습니다
3장 덧없는 쾌락을 좇지 말고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행복한 삶을 이루기 위한 삶의 세 가지 태도
공포와 욕망이 닿을 수 없는 곳에 행복한 삶이 있습니다
욕망과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야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미덕 안에 존재합니다
덧없는 쾌락을 탐하는 이는 늘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술과 욕정, 야망과 탐욕에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짜릿한 쾌락을 기대할수록 영혼은 더욱 비참해집니다
쾌락이 아닌 자연을 인생의 안내자로 삼으세요
쾌락을 주는 것들에게 주도권을 내주지 마세요
이성을 통해 최고의 선을 이룰 수 있게 됩니다
완전히 다른 쾌락과 미덕을 한 수레에 담지 마세요
미덕보다 나은 것은 없고 그 자체로 충분한 보상입니다
쾌락을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쾌락을 즐기고 산다면 행복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짜릿한 쾌락으로는 불안을 떨칠 수 없습니다
욕정을 좇으며 산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미덕이 맨 앞자리에서 기준점을 잡아야 합니다
소소한 쾌락과 고통에 흔들리면 제대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오직 미덕을 통해서만 최고의 선은 높은 곳에 오릅니다
4장 현인은 부의 주인이 되지만 바보는 부의 노예가 됩니다
앞으로 조금 덜 아프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가능한 한 올바른 방식으로 살려고 노력할 따름입니다
부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지가 핵심입니다
질투에 눈이 멀어 함부로 비난하면 안 됩니다
제가 가진 모든 것은 모든 이들의 것이라 생각합니다
행운의 여신이 주는 선물을 굳이 거부하지 않습니다
가난도 기꺼이 받아들이지만 부자가 되는 것도 좋아합니다
현인은 재산을 소유하되 덧없는 것으로 여깁니다
자연은 모든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풀라고 말합니다
부유해도 우쭐거리지 않고, 가난해도 받아들일 것입니다
고통을 억누르며 살기보다는 적당히 여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제게 선택권이 있다면 더 좋은 부분을 취하고 싶습니다
평생 부자로 살 수 있을 것처럼 부유함에 집착하면 안 됩니다
스스로를 고양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살아갑니다
자신의 악덕은 보지 못하면서 남의 허물을 탓하면 안 됩니다
현인은 자신의 부를 언제든 돌려줘야 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가진 것을 지키고자 집착하면 인생은 짧고 비참해집니다
5장 어쩌자고 짧은 인생을 남에게 화나 내며 낭비하나요
화를 내며 시간을 낭비할 정도로 인생은 길지 않습니다
상대에게 화를 낸다고 해서 도대체 무엇이 달라지나요?
화는 너무나 확연히 드러나며 가차 없는 응징을 지향합니다
무턱대고 화를 내지 말고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상대방의 과오를 용서하려는 아량을 가져야 합니다
사악한 격정에 어떻게든 굴복하지 않아야 합니다
화를 내는 것보다 더 고단한 일이 있을까요?
진실을 알 때까지 적당한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때로는 당신을 질책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화를 치유하는 최고의 방법은 잠시 늦추는 것입니다
화를 우정으로 바꾸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요?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화의 신호를 억눌러야 합니다
화를 자극하는 사람들을 애당초 피해야 합니다
당신을 화나게 만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평소에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변명을 믿어주세요
상대가 했던 것처럼 똑같이 되갚아줄 필요는 없습니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 스스로를 점검하고 반성하세요
굳게 마음을 먹고 있다면 화를 참아낼 수 있습니다
타인의 화를 진정시키는 법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 숨쉬고 있는 소중한 시간들은 얼마 후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최대한 인간답게 살아야 합니다. 타인을 위협하거나 공포를 느끼게 해서는 안 됩니다. 엄청난 손해를 입거나 부당한 일을 겪더라도, 경멸을 당하고 비웃음을 듣더라도 덧없는 인생사를 초월해 인내해야 합니다. 세상사에 휘둘려 살다 보면 어느새 우리 앞에 죽음이 다가와 있을 테니까요. p.45
오랜 세월이 지나도 파괴되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혜를 바탕으로 이룩한 것들은 세월의 힘을 비껴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지혜로움은 사라지거나 줄어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대를 거듭해 나가며 더욱 존경심을 얻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손에 닿는 것은 질투의 대상이 되기 쉽지만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은 오로지 경탄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혜를 바탕으로 이룩한 것들은 세월의 힘을 비껴가기에 철학자의 삶은 광활한 수준으로 연장되기 마련입니다. 그들은 다른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법칙에서 자유롭습니다. pp.90-91
엄청난 힘을 가진 권력자들조차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힘의 기초도 견고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힘의 속성 자체가 별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생겼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엄청난 힘을 가지고 인간의 경지를 넘어서는 순간에도 순수하게 즐겁지 못한데, 정작 본인 입으로 불행을 말하는 순간에는 어떠할 것인가요? 그렇기 때문에 남들은 꿈도 꾸지 못할 엄청난 축복을 받았어도 불행할 테고, 행복이 최고조에 이른 순간도 쉽사리 현실을 믿지 못합니다. 자신의 손에 쥔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 다른 하나가 필요하고, 하나의 소원을 이루고 나면 또 다른 기도를 시작합니다. p.93
철학은 만물의 실체와 의지, 성질과 형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줍니다. 앞으로 우리들의 영혼이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육신에서 해방되고 나면 자연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도 알려줄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도대체 어떤 거대한 힘이 한가운데서 우주를 지탱하고 있으며 가벼운 성분들을 공중에 떠다니게 하는지, 또 어떤 힘이 뜨거운 것은 머리 위에서 타오르게 만들고 별자리들이 위치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지 등 온갖 경이로운 이치를 가르쳐줄 것입니다. p.96
우리는 운명의 사슬에 묶여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느슨한 금 사슬에 묶여 살아가고, 또 어떤 사람은 팽팽한 철 사슬에 묶여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또한 무슨 소용인가요? 인간은 모두 똑같은 포로이며, 다른 사람을 사슬로 묶은 자 스스로도 사슬에 얽매여 있기 마련입니다. 그저 한 손이 조금 더 가벼운 상태일 뿐입니다. 누구는 높은 관직에 매여 살고, 또 누구는 부유함에 매여 살고, 또 어떤 사람은 고귀한 태생의 무게에 눌려 살고, 또 누구는 출신 성분이 미천하다는 이유로 상처를 받습니다. 어떤 사람은 엄청난 권력을 가진 자의 기세에 눌려 살고, 어떤 사람은 스스로를 지배하며 삽니다. 누구는 저 멀리 귀향을 가서 살고, 또는 사제가 되어 속세를 등지고 살아갑니다. 이처럼 인간은 모두 어딘가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pp.98-99
어딘가 부족함이 있거나 어떤 가혹한 일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는 이유로, 아니면 질병이나 죽음, 육체적인 불구 혹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어떤 장애물을 만났다는 이유로, 우리가 지나치게 흥분하고 후회한다면 그 또한 어리석고 바보 같은 짓이 아닐까요? 우주의 법칙이 흘러가는 결과로 인해서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마땅히 참고 이겨내야 할 것입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가혹한 운명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참고 견디는 것은 우리가 신에게 엄숙히 선서했던 바가 아닌가요. 우리는 신의 지배 아래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그러니 신에게 복종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자유의지에 따른 것입니다. pp.107-108
어떤 이유로 미덕을 추구하느냐고 질문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그건 최고의 선 너머에 무엇이 있느냐고 묻는 셈이니까요. 미덕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느냐고 묻는 것인가요? 미덕은 그 자체를 바랍니다. 미덕보다 나은 것은 없고, 그 자체로 충분한 보상입니다. 미덕만으로 충분한 보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이 질문에 제가 이렇게 대답한다면 어떤가요? “최고의 선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 견고한 영혼의 본성이며, 그 자체로 선견지명과 숭고함, 건전함, 자유, 조화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pp.149-150
진실은 무엇일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게으르게 욕정만을 좇으며 사는 자들이 ‘행복’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 아래 본인의 사악한 행동을 감추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진짜 쾌락이 아니라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쾌락이라고 믿고 싶은 것에 불과합니다. p.160
제가 말하려는 것은 미덕에 대한 것이지 저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악덕을 비난하려고 할 때는 제일 먼저 저 자신의 악덕을 곱씹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가능한 올바른 방식으로 살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독설이 악의를 가득 보인다고 해도 최상의 것을 위해 살려는 저를 끌어내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당신은 그 독으로 스스로를 죽이고 또한 다른 사람들까지 죽이려고 하지만, 최상의 것을 위해 살고자 나아가려는 저의 마음과 미덕을 찬양하며 저 멀리서부터 차근차근 가고자 하는 저를 결코 방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p.179
현인들의 삶과 죽음은 악의에 찬 무리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마련입니다. 그뿐인가요, 탁월한 업적을 세워 위대한 명성을 얻은 자들을 두고 이방인을 마주한 개처럼 짖어대기 바쁩니다. 그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요? 누군가의 미덕은 악의에 가득 찬 사람들이 저지르는 온갖 사악한 행동에 대한 비난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나쁘게 끌어내려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질투에 눈이 멀어서 고귀한 것들과 자신의 오명을 비교해보지만, 그 행위가 스스로에게 얼마나 큰 해악을 불러올지는 미처 알지 못합니다. 만약 미덕을 찬양하는 자들이 그토록 탐욕스럽고 욕심이 많으며 야망에 눈이 멀었다면 미덕이라는 이름 자체도 싫어하는 자들은 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요? pp.182-183
하루하루가 내 뜻대로 흘러가고 연이어 축하연회를 벌인다고 해도 그러한 이유로 자기애가 깊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융성한 날들이 뒤바뀌어서 매달 손실이 이어지고 슬픔과 갖가지 불운으로 마음이 황폐해진다고 해도, 아무리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저 스스로를 비참하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며, 어떤 날이 와도 저를 저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불운한 날이 닥치지 않도록 오랜 시간 충분히 대비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통을 억누르며 살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 p.203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연을 보며 화를 내지 않을 것입니다. 무성하게 우거진 숲에 과일나무가 자라지 않는다고 해서, 잡초와 가시덤불로 가득한 곳에서는 맛있는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고 해서 화를 내는 것은 얼마나 우매한 짓인가요? 타고난 자연의 결함을 탓하는 자는 없습니다. 진정한 현자는 언제나 평온한 태도로 실수를 저지르는 자들을 감싸 안습니다. 죄를 지었다고 해서 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전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자애로운 마음가짐으로 세상에 나섭니다. ‘나는 수없이 많은 죄인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술에 취한 자들, 욕망에 사로잡힌 자들, 감사할 줄 모르는 자들, 탐욕스러운 자들 그리고 광기에 사로잡힌 자들까지!’ 현자는 병에 걸린 환자를 다루는 의사처럼 온화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볼 것입니다. p.240
우리는 악덕의 근본적인 원인과 맞서 싸워야 합니다. 화는 ‘내가 상처를 입었다’는 믿음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잘못된 믿음에 쉽게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받은 상처가 너무 확연해 눈에 띄더라도 절대 분노하지 말아야 합니다. 때로는 잘못된 믿음이 진실인 양 위장하고 있기도 하니까요. 진실을 알 때까지 적당한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모략을 일삼는 목소리에 쉽게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타고난 결함에 맞서며 진실을 알게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인간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쉽게 믿는 경향이 있으며,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분노에 휩싸이곤 합니다. 중상모략과 미심쩍은 행동에 마음이 흔들려서 악의 없이 미소를 지어보이는 사람을 오해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요? 눈앞에 없는 사람이라도 가급적 감싸주고, 화내는 것은 잠시 뒤로 미루어두는 편이 그의 죄를 캐묻고 처벌하는 것은 나중에 해도 되지만 한 번 처벌을 하고 나면 결코 되돌릴 수 없습니다. pp.244-245
온갖 세상사를 자로 잰 듯이 공정하게 재판한다면 그 누구도 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분노는 ‘나는 죄가 없다, 나는 아무 잘못도 없다’라는 생각에서 시작됩니다. ‘나는 그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믿고 싶은 것 뿐입니다. 그래서 처벌을 받거나 질책을 받았을 때는 곧바로 반감부터 품습니다. 본래 저지른 잘못에 고집과 오만함까지 더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 누가 자신은 어떤 위법 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런 자가 있다고 해도 그저 법이라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인간이 지켜야 할 적법한 행동의 범위는 지극히 제한적인 법의 범주를 한참 넘어서는 것입니다. 효심, 친절함, 자애로움, 정의로움, 명예로움 같은 감정들은 한낱 법령 속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장 제한적인 법의 범주 안에서조차 완벽히 무죄라고 주장하기 힘듭니다. 정말 법을 어겼을 수도 있고, 법을 어기려고 생각만 했거나 혹은 이를 바랐을 수도 있으며, 타의에 의해 충동을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의도했던 일이 성공하지 못해 결백한 상태로 남았을 수도 있습니다. pp.247-248
우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상대가 했던 것처럼 똑같은 행동으로 되갚아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를 화나게 만들고 자극하는 사람을 못 본 척 넘어가는 사람은 언제라도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꿋꿋한 태도로 버텨낼 수 있습니다. 엄청난 타격을 받아도 미동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위대함입니다. 이는 몸집이 거대한 야생동물이 개가 왈왈거리며 짖는 소리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혹은 바다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바위가 높은 파도에도 꿈쩍하지 않고 맞서는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쉽게 화에 휩쓸리는 사람은, 되도록 화를 내지 않고 해악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을 보면서 배워야 합니다. 그 어떠한 해악에도 꿈쩍하지 않는 사람은 한쪽 팔에 고결한 선을 품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을 시험하는 운명을 향해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pp.264-265
작가정보
Lucius Annaeus Seneca
후기 스토아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네로 황제의 가정교사이기도 했던 세네카는 기원전 4년 스페인의 유력한 가문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성장했다. 뛰어난 웅변술을 가졌지만 천식과 결핵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던 세네카의 출세는 다른 사람들보다 다소 늦은 서기 33년에야 이루어진다. 서기 54년 네로가 황제로 등극하자 세네카는 최측근이 되어 네로 황제의 통치를 보좌한다. 서기 59년 네로 황제가 모친을 죽인 후 폭정이 극으로 치닫자 세네카는 관직에서 물러나 학문과 집필 활동에 몰두한다. 서기 65년 황제 암살 음모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으로 네로 황제에게 자결하라는 명을 받은 세네카는 스스로 혈관을 끊고 독약을 마심으로써 세상을 떠났다. 『화 다스리기De Ira』 『서간집』 『대화』 등의 역사적인 저작들과 비극 9편을 남겼다.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번역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세종대학교, 부산대학교, 서울디지털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중앙대학교, 동서울대학교, EBS에서 번역학, 영문학, 영상번역 등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OnStyle, MGM, 하나TV 등 공중파 및 케이블 채널과 부산국제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활동했으며 소니, 디즈니, 20세기폭스, CJ엔터테인먼트 등 개봉관 영화 번역가로도 활동했다. 현재 엔터스코리아에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하울의 움직이는 성』 『제로의 기적』 『가디언의 전설』 『서약』 『비밀의 정원』 등 40여 편의 작품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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