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한 형태
2024년 01월 03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12월 13일 출간
- eBook 상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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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71718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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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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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하루라는 말로 연애의 시작을 확인하지도, 확인받지도 않았지만, 아니 연애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도, 귀로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J 형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쓰고 싶은 게 생겼다. 밤마다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노트에 손으로 썼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언제든 접속해서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한 번씩 꺼내 보는 이야기면 좋을 것 같아서였다. (17~18쪽)
형태의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달라졌을까?
두 줄로 나란히 그어지던 선이 하나로 이어졌다. 나와 형태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막대기를 버리고 서로를 향해 마주 섰다. 가까이 조금 더 가까이. 요란하던 파도가 일순 잠잠해졌고 모래알이 유난히 반짝였다. (30쪽)
그게 두고두고, 이날 이때까지도 마음에서 반짝이더라. 너한테도 그걸 주고 싶었어. 반짝이는 걸? 아니 두고두고를.
두고두고.
오랜 시간을 두고 여러 번에 걸쳐서, 라는 뜻을 가진 말. (33쪽)
학교 밖에서 땀 흘려 일하고 일한 만큼 돈을 받는 게 좋았다.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현장으로 실습 나간 친구들에게 듣는 얘기는 욕을 섞지 않고는 차마 할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35쪽)
강단이 있어서 그 사건 이후에도, 희철을 먼저 떠나보내고도, 학교에 다니며 멸시당하고, 감시당하고, 차별당하며, 살아 있었다. 그게 희철의 몫까지 살기로 한 건지, 그냥 자기 몫의 삶을 살고자 한 것인지 물어보진 않았다. 어느 쪽이든 살아간다는 게 중요하니까. (40쪽)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림자들을 연이어 보고 또 보다 보면 가슴이 저릿저릿했다. 내 그림자를, 주변 사람과 생물, 사물의 그림자를 살펴보게 됐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마음이었다. 일기장에 매일 하나씩 그림자를 위한 단어를 적었다. (49쪽)
“시시하겠지?”
고유가 캡슐을 매만지며 물었고,
“시시할걸.”
나는 대답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걸 손에 쥐고 움직이기로 했다. 아직 빛이 남아 있을 때, 다리가 놓인 곳까지. 천천히. 형태가 오는 중이니까. 누군가가 돌아왔다가 떠나는 눈부신 여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니까. (69~70쪽)
“누군가가 돌아왔다가 떠나는 눈부신 여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니까.”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말 대신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약속
김준성문학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하고 시와 소설, 산문을 자유로이 오가며 참사 속에서도 모두의 안부를 물어온 김현 시인의 신작 소설 《고유한 형태》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알았던 ‘재오’에게는 피로 이어지지 않은 작은엄마 ‘미희’가 있다. 재오의 엄마와는 절친한 사이로,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두 사람은 서로를 살뜰히 보살피며 함께 살아간다. 작은엄마의 아들 ‘형태’와 재오는 학교에서는 데면데면하게 굴지만 엄마들 앞에서는 적당히 친한 척을 하며 너스레를 떨 줄도 안다. 일찍이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한 재오에게 내색하지도 놀리지도 않던 형태의 이사를 앞둔 겨울, 어느 해변에서 두 사람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하루”를 보낸다.
그로부터 3년, 재오는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엄마의 일을 도우며 이따금 서울에 놀러가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고 또 헤어진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누군가를 위해 살아 있어주면서, 한 사람이자 두 사람으로서 완성되는 기억의 ‘고유한 형태’를 깨달아가는 재오. 어느 날, 형태가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마중하기 위해 시외버스 터미널을 찾는다.
“누군가가 돌아왔다가 떠나는 눈부신 여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니까”, 너무 빠르게 지나가더라도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말 대신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말로 바꾸어 약속하는 마음을 담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편지를 독자에게 건넨다.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50권의 책으로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연재는 매주 수요일 위즈덤하우스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위픽’을 통해 공개된다. 구병모 작가의 〈파쇄〉를 시작으로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를 찾아간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한다. 3월 8일 첫 5종을 선보이고, 이후 매월 둘째 수요일에 4종씩 출간하며 1년 동안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또한 책 속에는 특별한 선물이 들어 있다. 소설 한 편 전체를 한 장의 포스터에 담은 부록 ‘한 장의 소설’이다. 한 장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야기 한 편을 새롭게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황모과 《10초는 영원히》
김희선 《삼척, 불멸》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
정해연 《모델》
정이담 《환생꽃》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전건우 《앙심》
최양선 《그림자 나비》
이하진 《확률의 무덤》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
이유리 《잠이 오나요》
심너울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최현숙 《창신동 여자》
연여름 《2학기 한정 도서부》
서미애 《나의 여자 친구》
김원영 《우리의 클라이밍》
정지돈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
이서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
이경희 《매듭 정리》
송경아 《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
현호정 《삼색도》
김현 《고유한 형태》
김이환 《더 나은 인간》
이민진 《무칭》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조현아 《밥줄광대놀음》(근간)
김효인 《새로고침》(근간)
전혜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근간)
김청귤 《제습기 다이어트》(근간)
최의택 《논터널링》(근간)
김유담 《스페이스 M》(근간)
전삼혜 《나름에게 가는 길》(근간)
최진영 《오로라》(근간)
이혁진 《가장 완벽한 주행》(근간)
작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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