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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치버의 일기

존 치버 지음 | 박영원 옮김
문학동네 출판사SHOP 바로가기

2024년 01월 12일 출간

종이책 : 2016년 01월 2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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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9.37MB)
ISBN 9788954697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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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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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의 체호프’,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미국 소설가 존 치버의 이야기를 담은 책, 『존 치버의 일기』가 출간되었다. 세계문학사를 통틀어도 매우 희귀하고 유의미한 기록으로 꼽히는 이 책은 존 치버가 1940년대 말부터 1982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불과 며칠 전까지 35년간 써내려간 일기 중 일부이다. 존 치버는 평생 29권의 일기장을 남겼고, 그중 그의 삶을 대표할 만한 20분의 1가량의 일기들만이 선별되어 이 책에 실렸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존 치버는 교외에서 개를 키우며 가족들과 단란하게 살아가고, 일부일처제를 열렬히 옹호하며 중산층의 평범한 삶을 누리는 ‘영국 신사’와도 같은 이미지의 작가였지만 사실 그는 양성애자였고, 자신의 양성애 성향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고 깊은 회의감에 빠져있었다. 이 책에는 자식에게는 ‘힘든 성향’을 물려주고 싶어 하지 않았던 그의 생각, 1975년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요양소에 머물렀던 시간동안 있었던 일 등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서문 벤저민 치버 _007

1940년대 후반~1950년대 _019
1960년대 _313
1970년대~1980년대 초반 _629

편집자의 말 로버트 고틀립 _913
옮긴이의 말 _919

*
오전에 A가 여행과 강연 계획을 취소하자는 전화를 걸어왔다. 난 침대 옆에 서서 오른손으로는 전화기를, 왼손으로는 나의 그것을 쥐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나다. (299쪽)

*
비록 지금까지 난 어떤 죄도 지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매디슨 애버뉴를 걸어가는 동안 내 죄가 발각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나 괴로웠다. 아이들은 나를 비난하면서 나와 절연할 것이고 사랑하는 개도 내게 짖어댈 것이며 심지어 청소부 아주머니조차 내가 있는 곳을 향해 침을 뱉을 것이다. 자비는 어디에 있는가, 용서는 어디에 있는가? (520쪽)

*
나는 평생 동안 변치 않을 것처럼 보이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사람들로부터 감사받지도 못하는 일을 바닥에 박힌 못처럼 꼼짝없이 수행해야 하는 이들도 생각했다. 터키탕의 종업원과 세 명의 안마사들, 23번가의 엘리베이터 조작원, 2번가에서 담배를 파는 노인. 당신이 열 번이나 세상을 돌아다니고, 결혼하고, 이혼하고, 아이를 기르고 그 아이들이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닌다 해도 다시 돌아와보면 당신이 떠났던 그 자리에서 그들은 여전히 엘리베이터를 운행하고 새로 나온 담배를 팔면서 당신이 떠났던 당시와 변함없이 그대로 남아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므로 난 일해야만 하고 또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366~367쪽)

*
저녁식사를 하면서 글을 쓰기 위해 집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메리에게 설명하고자 애썼다. “당신이 불쌍해.” 메리가 말했다. “당신의 인생은 정말 비참하거든. 정말 당신이 불쌍해. 물론 난 당신을 그리워하거나 하진 않을 거야. 당신이 뭘 원하고 있는지 당신이 생각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장작을 조금 팼지만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아 나는 부엌으로 돌아와 어둠 속에서 이렇게 소리질렀다. “25년이나 같이 살고도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 난 당신의 사랑을 원해, 아이들이 자라서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또 품위 있는 일도 하길 원해.” 그러자 메리는 이렇게 말했다. “난 떠날 거야. 작은 아파트를 얻어 거기서 아이들과 같이 살 거야. 당신은 날 죽도록 고문하고 있어. 죽도록 고문하고 있다고.” (395쪽)

*
존과 메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결코 이혼하지 못한다. 더 낫건 더 나쁘건, 광기가 있건 제정신이건, 이들은 가장 기초적인 그 이름 때문에 영원히 묶여 있는 듯하다. 그들은 분노하거나, 서로를 경멸하거나, 언쟁을 벌이거나, 울거나, 또는 아수라장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이혼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톰, 딕, 해리는 욱하는 마음에 이혼할 수 있어도 존과 메리는 죽음이 찾아오지 않는 한 결코 갈라서지 못한다. (472~473쪽)

*
수년 동안 난 아내가 냉장고를 향해 욕설을 퍼붓는 가운데 홀로 아침식사를 해왔다. (721쪽)

*
크리스마스 아침에 내가 들은 첫번째 말은 “미친놈”이었다. 아무래도 여자가 아닌 남자를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X에게 가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를 갖게 해주지.” 하지만 그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20년이나 늦었어. 20년 전이라면 받아들였을지 모르지. 그러나 이제 당신은 배불뚝이 늙은이에 지나지 않아.” (627쪽)

*
오늘 오전 메리는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수많은 오해와 파란, 불신, 그리고 눈물의 강을 모조리 끌어안아야 하는 이 결혼생활이, 비록 승객은 부상당할지언정, 심각한 사태라곤 전혀 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381쪽)
*
내게 그토록 많은 조언을 던졌던 어둠 속의 목소리가 이렇게 말했다. “넌 피카소처럼 위대한 사람이 되지 못할 거야. 알코올중독자니까 말이야.” (640쪽)

*
희망하는 것에 대해서뿐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것까지 쓰기. 오전 9시에 시작된 알코올에 대한 나의 갈증과 11시 30분경 이따금 통제 불능의 상태에까지 이르렀던 사실에 대해 쓰기. 식료품 창고에서 몰래 술을 훔쳐오는 굴욕을 겪었음에도 형편없었던 술맛에 대해 쓰기. 낙담과 절망의 무게에 대해 쓰기. 이름 없는 공포에 대해 쓰기. 근거도 없는 불안감의 그 지독한 발작에 대해 쓰기. 실패의 두려움에 대해 쓰기. 날카로운 감정, 즉 희망의 여지마저 사라져버린 내 감정의 날카로움을 되찾기 위한 투쟁이여. (404쪽)

<b>“가슴을 울리는 경이로운 작가노트, 한 가족의 연대기,
잔인할 정도로 솔직한 자서전, 존 치버의 미완성 소설……
이 책을 그 무엇으로 읽어도 좋다.
바로 이것이 미국 현대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혁신적인 문장이다.”
_뉴욕 타임스</b>

아버지는 소설가였다.
책상 위에는 언제나 여러 권의 노트가 있었다. 그러나 ‘그 특별한 노트’는 아버지가 주로 소설을 써내려가는 노란색 노트들과는 달랐다. 아버지 본인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그 노트에 손댈 수 없었다. ‘아무도 읽어서는 안 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집안사람들에게 일종의 불문율이 되어 있었다.
노트가 쌓여갈수록 아버지는 점점 더 많은 이들로부터 위대한 작가, 문단의 존경받는 원로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스스로는 종종 이렇게 탄식했다.
“나는 상표처럼 돼버렸어…… 콘플레이크나 시리얼처럼 말이야.”
그리고 어느 날, 아버지는 아들에게 노트를 건넨다. 아들은 물론 가족 중 그 누구도 평생 손댈 수 없었던 그 금기의 노트.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일기를 읽어달라고 말한다.
“어떠니?” 아버지가 묻는다.
“흥미로워요…… 그리고 아주 아름답고요.” 아들이 답한다.
아버지는 더, 좀더 읽어보라고 말한다. 아버지의 일기장에는, 어쩌면 아들의 입장에서는 악몽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끔찍하고 추잡하고 도저히 믿기 힘든 이야기들. 이게 내 아버지의 삶이라고? 아버지는 왜 이것을 나에게 보여주는 거지? 잠시 후 아들이 간신히 고개를 들었을 때, 아버지는 울고 있었다.

‘교외의 체호프’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미국 소설가 존 치버의 이야기이다. 세계문학사를 통틀어도 매우 희귀하고 유의미한 기록으로 꼽히는 『존 치버의 일기』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한국어판 924쪽, 방대한 분량의 이 일기는 존 치버가 1940년대 말부터 1982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불과 며칠 전까지 35년간 써내려간 일기 중 일부이다. 존 치버는 평생 29권의 일기장을 남겼고, 그중 그의 삶을 대표할 만한 20분의 1가량의 일기들만이 선별되어 이 책에 실렸다.
존 치버는 노년에 이르러, 평생 가족들에게조차 신경증적으로 보여주길 꺼렸던 이 일기들을 도서관 사서에게 가져다주기도 하고 아들에게 꺼내 보이며, 누군가로부터의 이해와 인정을 애타게 갈구하는 듯했다. 그는 이 일기를 통해 무엇을 남기고 싶었을까. 이미 세인들로부터 충분히 기억할 만한 작가로 인정받은 그가 죽기 전, 무엇을 그토록 이해받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의 아들이 비로소 이 일기를 읽어나가기 시작했을 때, 존 치버는 왜 조용히 눈물을 흘렸을까.
여기 아주 가끔 구원받고 대부분의 시간을 절망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견뎌내야 했던 매일을 처절할 정도로 생생하고 집요하게 기록한 한 작가가 있다.

<B>완벽한 작품에 이르기 위한 한 소설가의 투쟁의 기록,
한 남자의 상처투성이 인생을 위한 연습장</b>

일기 속의 아버지는 (…) 그렇게 재치 있고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일기의 내용은 침울한데다 자주 천박했다. 일기엔 동성애에 관한 내용이 아주 많았다.
(…) 아버지가 지니고 있었던 양성애적인 면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아버지가 지녔던 그와 같은 배반의 범위를 알고 있었을 뿐이다. 아버지 내면의 인생에 깃들어 있던 분명한 절망을, 아버지의 통찰력에 담겨 있던 냉소적인 본성을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콘플레이크가 되는 일에 큰 관심을 가졌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침식사 메뉴인 콘플레이크이기 이전에 작가였다. 아버지는 또 한 남자이기 이전에 작가였다. _벤저민 치버의 서문에서

존 치버의 아들 벤저민 치버는 아버지의 일기를 읽어내려가며 크게 놀라게 된다. 그 일기는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고도 의외의 내용들로 가득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소설가 존 치버는 교외에서 개를 키우며 가족들과 단란하게 살아가고, 일부일처제를 열렬히 옹호하며 중산층의 평범한 삶을 누리면서 자신과 비슷한 이웃들의 삶을 예리하게 응시하는 ‘영국 신사’와도 같은 이미지의 작가였다. 그러나 일기장 속의 남자는 여기저기 망가져 있었고 위태로워 보였다.

동성애라는 단어를 듣게 될 때마다 나의 세계는 둘로 쪼개지는 듯하다.
_1966년의 일기에서

존 치버는 양성애자였다. 그는 자신의 양성애 성향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고 깊은 회의감에 빠지면서도, 끊임없이 남자들과 육체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 앞에서는 일부일처제를 지지한다고 밝히곤 했다. 그는 아들이 자신의 양성애 성향을 선천적으로 물려받았을까봐 두려워하고 경계했다. 자신의 ‘힘든 성향’이 아들에게 물려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때는 모든 미국인들이 동성애를 걱정하던 해였다. 물론 다른 것들도 걱정하긴 했지만 그들의 그 다른 걱정은 출판되고, 논의되고, 또 사람들에게 환기되었던 반면, 동성애에 대한 우려는 말해지지 않고 어둠 속에만 잠겨 있었다. 그 사람이? 그가 그랬을까? 그들이? 내가? 내가 그럴 수 있을까? _1959년의 일기에서

그가 아내 메리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내는 존 치버가 “인생에서 알게 된 모든 것”이었다. 그는 아내와의 평화로운 결혼생활과 아이들에게 제공할 안정적인 환경이 계속 유지되길 꿈꿨지만, 결혼생활은 매일 서로를 조금씩 허물어뜨리는 전쟁과도 같았다.

최근 며칠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적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으랴. 화요일에 우리는 연인이었고 수요일에는 전사(戰士)였다. 난 미친놈이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심지어 애정 어린 행동을 할 때도 그랬다. 메리는 집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는 이번주에만 두번째다. 오늘 저녁식사를 하던 중 앞으로 내가 잊어야 하고 또 다시는 언급하게 되지 않을 말을 메리로부터 들었다. “여자에게 더 나쁜 일은 뭘까? 전립선에 문제가 있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 아니면 동성애자와 결혼하는 것?”
_1970년의 일기에서

그의 단편소설에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부부가 등장해 고요한 파국에 이르는 장면들이 유난히 많은 것은 이러한 존 치버의 실제 결혼생활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1975년 지독한 알코올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요양소에 머물렀던 시간들도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가 스스로 요양소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제불능의 알코올중독자였다는 사실은, 교도소라는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인간성의 극치를 보여준 걸작 『팔코너』를 낳았지만, 그의 인생에는 지울 수 없는 상처였다. 그는 요양소에서 갇혀서도 일기를 쓴다. 금단증상과 이 요양소를 벗어나는 순간 다시 술을 마시게 될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과 환멸에 사로잡힌 채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치버는 계속 썼다.

<b>그러니, “인생이란 얼마나 불가해한가”
어둠 속에 벌거벗은 채 앉아 있는 한 작가의 초상</b>

존 치버는 ‘교외의 체호프’라는 낭만적인 별칭으로 불려왔지만, 이웃들의 삶을 저 높은 곳에서 조망하고 관조하는 작가는 아니었다. 자기분열과 갈등의 한복판에서, 치버는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고 그 속에서 몸부림치며 살아간 작가였다. 외로움에 뼈가 저리고 그래서 남녀불문 끝없이 사랑을 찾아다니며, 다른 작가들을 질투하기도 하고 원고료와 출판사들의 관심을 갈구하던 작은 인간이었다.
그는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간 존 업다이크, 헤밍웨이 등을 동경하면서도 강렬한 경쟁심을 느꼈다. 심지어 소설가 필립 로스가 치버의 장편소설 『팔코너』를 잘 읽었다고 지나가는 말로 칭찬하고는, 그에게 곧바로 업다이크의 전화번호를 좀 알려달라고 말하자, 그는 묘한 감정을 느끼며 이렇게 쓴다.

소설가들 사이의 경쟁의식은 소프라노들 사이의 그것만큼 강하다. _1977년의 일기에서

그러나 존 업다이크가 사망했다는 부고를 받자 그는 자신의 일기장에 통렬한 추도문을 쓴다. 알고 보니 그 부고는 장난전화로 밝혀졌지만, 이렇게 존 치버의 일기장에는 그의 하루에 일어난 자잘한 사건들과 감정의 파고가 그대로 포착되어 있다.

이런 것들은 사소하지만, 그야말로 사소하기 이를 데 없지만 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전에 수백 번이나 그랬듯이 나는 벌거벗은 채 식당으로 가서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_1969년의 일기에서

존 치버의 일기는 어둠 속에 벌거벗은 채 앉아 있는 한 남자의 독백이다.
온갖 사소한 아픔과 불행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생의 국면들과 한 작가가 완벽에 이르기 위해 거쳐간 35년간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흔치 않은 기록물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오늘날의 작가지망생에게는 가난과 중독, 우울 속에서도 매일 빈 종이를 메우는 일만은 멈추지 않았던 한 대가의 지독한 성실성에 대한 자극과 창작의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 불가해한 인생의 문제들을 끝내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려 했던 한 인간의 집요함과 위대함에 감탄하게 한다.

이미 문학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작가마저도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토록 고뇌하고 몸부림치며 자기 스스로를 증명할 한줄기 빛을 찾아 헤맸다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우리들에게는 희망일까, 절망일까.
이제, 당신이 이 일기장을 열어 확인할 차례다.

<b>[ 책속으로 추가 ]</b>

*
이번에 출판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내가 자만하게 될 거라는 메리의 말에 성공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실패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나 내가 두려워하는 바는 성공에 따르는 책임감이다. 나는 무대 뒤편에서 살아가는 쪽을 선호하는 사람에 해당되는 듯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우울할 때 좋은 소식을 상상하며 나 자신을 위로하듯, (불행하고 외롭다고 여겨져) 잠을 이루지 못할 때면 내 책이 4쇄, 5쇄씩 인쇄되거나 베스트셀러 목록에 내 이름이 올랐다는 상상으로 기운을 내곤 한다. (199~200쪽)

*
난 반쯤 잠든 상태에서 이렇게 생각했다, 모든 기쁨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사랑은 조선소 노동자들이 먹는 타르트 같은 거라고. (108쪽)

*
나는 중얼거렸다.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그러나 어쩐지 나는 신의 자비라는 영역 바깥에 서 있는 것만 같다. (23쪽)

*
우리가 비통함이나 슬픔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 자신과 (거의 실낙원에 가까운) 이 세상이 성장 가능한 관계로 결부될 수 없다는 데서 기인하는 듯하다. 그 이유를 알 만할 때도 있고 모를 때도 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끔 우리는 이 세상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탁월함을 극대화시키는 렌즈가 깨져 있음을 발견한다. 토요일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110쪽)

*
해 질 무렵의 시골 풍경을 바라보던 내 입에선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인생이란 얼마나 불가해한가.” (190쪽)

*
열정적인 사랑에 빠졌던 작년 가을을 생각해본다. 천장에 금이 가는 줄도, 침대 밑에 먼지가 쌓이는 줄도 모를 정도의 사랑이었지만 악의와 당황 속에서 그 사랑은 어떻게 끝나버렸던가. 그러나 장차 우리를 죽이는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 이는 현기증에 고생하던 남자가 택시에 치여 죽어버리는 경우와 비슷하다. 나는 낭비할 시간이 없음에도 내게 주어진 날을 낭비하고 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더 저널」과 「절도범」이 있고 다른 초고도 계속 써나가야 한다. (109쪽)

*
나는 테라스에 앉아 스콧 피츠제럴드의 고뇌에 대해 읽었다. 그도 그랬듯이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과도한 음주를 즐기고 자기파괴적이었던 작가들의 통탄할 만한 이야기를 위스키잔을 한 손에 든 채 볼을 눈물로 적셔가며 읽어가는 그런 사람 말이다. (492쪽)

*
산을 통과중인 특급열차 안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자와 뒤엉켜 구르는 꿈을 꾸었다. 육신이란 얼마나 바보 같은 존재인가, 이 살과 뼈는 또 얼마나 어리석은가. 여자를 건드리기나 하질 않나, 아프다고 수시로 투덜거리질 않나, 까다로운 요구만 해대지 않나, 사기꾼이나 못된 에이전시의 요구에 잘 속기나 하질 않나, 제멋대로 굴질 않나, 겁쟁이가 되질 않나, 거기에 또 얼마나 변덕스럽기만 한가 말이다. (212쪽)

*
천국이란 다름 아닌 친구와 연인에 관한 여린 추억에 불과할지 모른다. (241쪽)

*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을 때 나 자신에 대해 정말이지 큰 죄책감과 부끄러움, 슬픔, 그리고 불쾌함을 느꼈다. 온갖 종류의 삶들이 우리 주변에 놓여 있었지만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신이여,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우리는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지요? (277~278쪽)

*
내가 역사에서 보잘것없는 작가로 자리매김당할까봐 신경쓰여 하는 말이 아니다. 내가 정말로 크게 신경쓰는 것은 재능을 술과, 게으름과, 분노와, 짜증으로 낭비한 작가로 낙인찍히는 일이다. 나는 더이상 결핍과 흐릿한 조명이 켜진 방과 위통에 얽힌, 흔해빠진 불편함을 글의 소재로 다루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시간, 알코올, 그리고 죽음을 다룰 것이다. (367쪽)

*
나는 미국 작가의 임무는 간통을 범한 여인이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불안에 휩싸이는 모습을 그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조명 아래에서 파울볼을 향해 손을 내미는 400여 명의 사람들을 묘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429쪽)

*
나는 나 다음에 올 사람보다 낫진 않지만 과거의 나보다는 낫다. (744~745쪽)

*
한 숙녀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하는 꿈을 꾸었다. “난 당신이 지금껏 경쟁하며 살아왔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당신 얼굴만 봐서는 당신이 이겼는지 졌는지 알 수가 없네요.” (505쪽)

*
“당신은 너무 불행해.” 그녀가 말했다. “너무 불행해서, 이건 내 생각이지만 당신은 잔인할 수밖에 없을 거야.” (513쪽)

*
내게 오직 비참함과 옹졸함, 그리고 거부만을 안겨주는 사랑을 생각하며 나는 울었다. 그것도 얼마나 서럽게 울었던가. 오늘 나는 다시 눈물을 흘리며 (그렇다고 엉엉 울진 않았다) 오직 나와 따뜻한 음식을 나눌 사람을 찾아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갔다. (777쪽)

*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내 인생에는 설명하기 곤란한 것들이 너무나 많고 그래서 어쩌면 다시 술을 마시게 될지도 모른다고. 이는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그야말로 비도덕적인 광기다. (891쪽)

*
“이제 우린 다시 사는 법을 배워야만 해.” 늙은 개의 말에 난 이렇게 대꾸했다. “웃을 수 있다면 난 살 수 있어.” 이어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난 지치지도 않고 계속 웃기 시작했다. (888쪽)

*
용서와 연민으로, 나 자신의 인격 속에 숨어 있는 무서운 특이성과 마주하기. (514쪽)

*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가난하다. 집세는 아직 내지 못했고 먹을 것도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 보면 먹을 것이 더 적다. 식용 혓바닥 통조림과 달걀이 있을 뿐이다. 청구서는 쌓여 있다. 나는 일주일에 이야기 한 편을,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쓸 수 있을지 모른다. 시도해본 적은 있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난 다시 시도할 것이다. (46쪽)

작가정보

저자(글) 존 치버

저자 존 치버(John Cheever, 1912~1982)는 ‘교외의 체호프’라 불리는 20세기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1912년 매사추세츠 주 퀸시에서 태어났다. 세이어 아카데미에서 제적당한 경험을 소재로 한 단편 「추방」을 발표하면서 열여덟 살에 등단했다. 다양한 잡지에 작품을 발표했으며, 영화 시나리오 작가 및 대학 방문교수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교외에 사는 저소득층과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첫 작품집 『어떤 사람들이 사는 법』(1943)을 필두로 『기괴한 라디오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1953) 『여단장과 골프 과부』(1964)를 비롯한 여러 작품집을 펴내면서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후기로 접어들어 장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첫 장편 『왑샷 가문 연대기』(1957)로 전미도서상을 받았고, 속편 『왑샷 가문 몰락기』(1964)로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며 윌리엄 딘 하우얼스 메달을 수상했다. 이후로도 현대인의 소리 없는 절망과 복잡한 삶의 양상을 그려낸 『불릿파크』(1969) 『팔코너』(1977) 등의 뛰어난 장편을 발표하였으며, 특히 『팔코너』는 〈타임〉 선정 영문학 100대 작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1978년에 출간한 『존 치버 단편선집』은 12만 5천 부가 팔려나가며 치버에게 일약 세계적 명성을 안겼고 이 책으로 퓰리처상(1979), 전미비평가협회상(1979), 전미도서상(1981)을 모두 수상하는 기록을 남겼다. 암 투병중이던 1982년 3월 마지막 장편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를 출간하고 4월 27일 카네기홀에서 미국 예술아카데미로부터 문학부문 국민훈장을 받았다. 같은 해 6월 18일 70세를 일기로 뉴욕 주 오시닝에서 사망하기 6주 전의 일이었다. 평생 160여 편의 단편을 발표한 ‘단편소설의 거장’이자 ‘최고의 문장가’ 존 치버는 매사추세츠 주 노웰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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