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진화
2023년 11월 24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11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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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1장 아서 록과 해방자본
2장 금융이 없는
3장 세쿼이아캐피털, 클라이너퍼킨스 그리고 행동주의 투자
4장 애플의 속삭임
5장 시스코, 쓰리콤, 실리콘밸리의 도약
6장 계획자와 즉흥 연주자
7장 벤치마크, 소프트뱅크 그리고 “모두가 1억 달러를 필요로 한다”
8장 구글을 위한 돈, 어느 정도는 공짜 돈
9장 피터 틸, 와이콤비네이터 그리고 실리콘밸리 젊은이들의 반란
10장 중국으로 가서 자금을 휘젓기만 하라
11장 액셀 , 페이스북, 쇠퇴하는 클라이너퍼킨스
12장 러시아인, 타이거글로벌 그리고 성장주의 등장
13장 세쿼이아캐피털: 다수의 힘
14장 유니콘과의 포커게임
맺음말: 행운, 역량, 국가 간 경쟁
감사의 글
도표
연표
주석
찾아보기
언젠가 벤치마크(Benchmark)의 빌 걸리(Bill Gurley)는 이렇게 말했다. “벤처캐피털은 1점짜리 홈런을 노리는 사업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사업입니다.”
이 말은 벤처투자자들이 야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줄리언 로버트슨(Julian Robertson)은 자신이 3년 안에 가치가 두 배가 될 만한 주식을 찾아낼 수 있다는 말을 하고는 했다. 이것은 그가 보기에는 대단한 결과다. 그러나 벤처투자자들이 그와 똑같은 목표를 추구한다면 거의 대다수가 실패할 것이다. 멱법칙에 따르면, 기업가치가 단지 두 배로만 커지는 스타트업들은 비교적 소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완전히 파산하여 주식가치가 제로가 된다면, 주식시장 투자자에게는 엄청난 재앙이다. 그러나 해마다 소문난 그랜드슬램을 낳는 소수의 아웃라이어들이 나온다. 그리고 벤처투자자에게 유일하게 중요한 일은 그들을 잡는 것이다.
오늘날 벤처투자자들이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개발, 우주관광 사업, 영화 대본을 쓰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지원하면서 이러한 멱법칙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 그들은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실현될 것 같지 않다고 믿는 고위험·고수익의 기회를 좇는다. 틸은 열정과 함께 점진주의에 대한 경멸을 드러내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는 암, 치매, 노화에 따른 모든 질병, 신진대사 기능의 쇠퇴를 치료할 수 있습니다. 지구상의 어느 곳으로도 훨씬 더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수단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지구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대상에 투자하는 것은 자원을 낭비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너무 소심하게 투자하는 것, 즉 다른 사람들이 쉽게 모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수익을 올리기가 어려운 빤한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것이다. (21~22쪽)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목표는 벤처투자자의 사고방식을 설명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역사를 발명가와 기업가에 집중해서 다룬 책들은 상당히 많이 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은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이해하려는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 책에서는 애플에서 시스코, 왓츠앱, 우버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기업에 대한 투자를 면밀하게 살펴보면서, 벤처투자자와 스타트업이 관계를 맺으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벤처자본이 다른 형태의 자본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줄 것이다. 금융업자들은 수량 분석에 근거하여 희소한 자본을 할당한다. 벤처투자자들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매료시키고, 스프레드시트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금융업자들은 현금흐름을 보면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한다. 벤처투자자들은 현금흐름을 분석하기도 전에 스타트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금융업자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만 달러의 금융자산을 거래한다. 벤처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해 비교적 적은 지분을 가지고서 소유한다. 가장 본질적으로 금융업자들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할 위험을 무시하면서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의 추세를 예측한다. 벤처투자자들은 과거로부터 철저한 이탈을 모색한다. 그들은 오직 이례적인 사건에만 관심을 쏟을 뿐이다.
이 책의 두 번째 목표는 벤처투자자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벤처투자자들은 자신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때로는 확실히 맞는 말이다. 임파서블푸즈가 그 사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디오게임과 소셜 미디어가 오락거리와 정보를 제공하고 할머니에게는 멀리 떨어진 손주들을 볼 수 있게 해주지만, 스크린 중독과 가짜 뉴스를 조장한다. (29~30쪽).
1957년의 반란은 처음에는 모험자본(adventure capital)이라고 불리던 새로운 형태의 금융 덕분에 가능했다. 이 자본은 기존의 은행 대출을 받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가난하지만, 대담한 발명을 좋아하는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제공할 가능성을 약속하는 기술자들을 후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마도 8인의 반란자들이 설립한 페어차일드반도체(Fairchild Semiconductor)에 대한 자금 지원은 서부해안에서 일어난 이러한 모험의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고, 이것이 이 지역의 역사를 바꾸어놓았다. 페어차일드반도체가 140만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한 이후로, 실리콘밸리에서 원대한 아이디어와 강력한 포부를 가진 어떠한 팀들도 따로 떨어져 나와서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여 자신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조직 형태를 만들 수 있었다. 이러한 새로운 자본 덕분에 엔지니어, 발명가, 활동가, 예술적 몽상가 들이 만나고, 결합하고, 분리하고,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었다. 때로는 모험자본이 변절자본이 되기도 하고, 팀을 구성하는 자본이 되기도 했으며, 단지 실험자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든 인재들이 해방되고, 혁명이 일어났다. (36쪽)
록으로서는 다음 일을 도모할 때가 되었다. 그의 회사는 8인의 반란자들과 마찬가지로 투자금의 600배에 해당하는 약 70만 달러의 괜찮은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록은 이보다 더 나은 실적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거래를 성사시키기는 했지만, 수익 대부분이 페어차일드카메라앤드인스트루먼트에 흘러가게 했다. 록은 8인의 과학자들을 지켜주려고 했지만, 부분적으로만 그랬다. 그러나 그가 했던 일은 해방자본이 8인의 반란자들이 자기 회사를 창업하여 계속 팀을 이루게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었다. 해방자본은 인간의 재능을 풀어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새로운 종류의 응용과학과 상업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68쪽)
발렌타인은 아타리 공장을 방문한 이후로 몇 주가 지난 1974년 연말에 한 가지를 결심했다. 그는 당장 투자하지는 않기로 했다. 아타리가 너무나도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을 떼지도 않을 예정이었다. 아타리의 잠재력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그 대신에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아타리와 관계를 맺을 것이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아타리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시작할 것이다. 모든 것들이 순조롭게 진행된 뒤에(부쉬넬이 그의 전략을 수용하고 사업계획이 다른 벤처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뒤에), 발렌타인은 투자를 할 예정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는 아타리가 갖는 위험이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제거될 때에만 자금을 투자할 것이다. 따라서 온수욕조 문화를 가진 기업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행동주의와 점진주의를 결합해야 했다. (107쪽)
그런데도 애플이 자금을 모집할 때에는 벤처캐피털 업계의 스타들이 기회를 포착하지 못했다. 이것은 가장 뛰어난 벤처투자자조차도 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톰 퍼킨스와 유진 클라이너는 잡스를 만나는 것조차 거절했다. 서터힐벤처스의 빌 드레이퍼는 애플에 직원을 보냈는데, 잡스와 워즈니악이 자기 직원을 기다리게 했다는 보고를 듣고는 몹시 불쾌하게 생각하며 관심을 끊었다. 한편, 예전에 드레이퍼와 SBIC 파트너로 협력했던 피치 존슨은 이런 말까지 했다. “어떻게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습니까? 거기에 요리책을 얹어놓으려고요?” 잡스는 계속 거절만 당하다가 멀리 떨어진 뉴욕에서 최초의 컴퓨터 소매점을 운영하던 스탠 바이트(Stan Veit)에게도 손을 벌렸다. 잡스는 바이트에게 1만 달러만 투자하면 애플 지분의 10퍼센트를 가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바이트는 아쉬워하며 이렇게 회상했다. “긴 머리를 한 히피 청년과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네가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한 사람이라면 나는 1만 달러를 맡길 수 있을 거야.’” 잡스는 아타리에서 자기를 고용했던 놀란 부쉬넬에게는 5만 달러를 투자하여 애플 지분의 3분의 1을 가져가라고 제안했다. 부쉬넬은 이렇게 기억한다. “내가 너무나도 똑똑해서 ‘아니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그 일을 생각하면 우습기도 합니다. 내가 울지 않을 때는 말입니다.”
잡스와 워즈니악에게는 다행스럽게도 1976년 실리콘밸리에는 이미 벤처캐피털 네트워크가 대규모로 형성되어 있어서 다수가 거절하더라도 절망하지 않아도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세쿼이아캐피털의 돈 발렌타인에게서 길을 찾았다. (137~138쪽)
야후 팀이 결론을 내리기 전에 손정의는 두 번째로 파격적인 수를 두었다. 그는 모리츠와 창업자들에게 야후의 주요 경쟁자들이 누구인지 물었다.
그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익사이트와 라이코스입니다.”
손정의는 비서 중 한 사람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받아 적게.”
그러고는 모리츠와 창업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야후에 투자하지 않으면 익사이트와 라이코스에 투자해서 야후를 망하게 할 것입니다.”
양과 필로에게, 특히 모리츠에게 손정의의 위협은 일종의 신의 계시였다. 주로 찾게 되는 인터넷 가이드가 되기 위한 경쟁에서 승자는 단 하나일 것이고, 1억 달러 수표를 쓸 수 있는 투자자가 누가 경쟁에서 승리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손정의는 디지털세계의 돈 콜레오네(Don Corleone)처럼 모리츠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모리츠는 나중에 다시는 그런 자리에 있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259~260쪽)
여름이 지나갈 무렵, 브린과 페이지는 노를 저어 도어에게로 돌아갔다. 그들은 도어에게 이렇게 말했다. “놀랄 만한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우리가 당신 생각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이제 그들은 외부에서 CEO를 영입하기를 원했고, 심지어는 그들이 원하는 사람을 지목하기까지 했다. 그들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브린과 페이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스티브 잡스를 원합니다.”
잡스를 영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도어는 서둘러서 대안을 찾았다. 그는 때로는 자신을 “소문과는 다르게 평범한 스카우터”라고 표현했다. 아서 록과 토미 데이비스 시절 이후로 벤처사업의 본질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는 사업계획을 보고 투자하지 않습니다. 현금흐름을 보고 투자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사람을 보고 투자합니다.” 도어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가동하여 컴퓨터과학자 출신의 임원을 찾으려고 했지만, 그가 첫 번째로 선택한 사람은 가장 나중에 나온 검색엔진에 자신의 미래를 맡기려고 하지 않았다. 이후로 2000년 10월에 도어는 경영자로 변신한 또 다른 컴퓨터과학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 사람이 바로 에릭 슈미트(Eric Schmidt)였고, 노벨(Novell)이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305쪽)
하루쯤 지나서 레브친이 머스크를 만났다. 머스크는 조롱하듯이 이렇게 말했다. “6대4로 결정한 것은 우리가 당신을 많이 배려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당신이 엄청난 거래를 한 겁니다. 이처럼 불공평한 합병은 당신한테는 횡재나 다름없습니다.”
레브친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고는 틸에게 전화로 불만을 토로했다. “다 끝난 일입니다. 이런 거래는 안 할 겁니다. 엄청난 모욕을 느낍니다.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힘차게 사무실을 나와 집으로 걸어갔다.
해리스가 레브친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모리츠의 부탁으로 엑스닷컴에 자리를 잡은 해리스는 경쟁보다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주주들을 특별히 의식했다. 그는 급하게 사무실을 나와 레브친을 만나러 갔다.
레브친은 아파트 세탁실로 몸을 피했다. 거기에는 웹(WEB)이라는 재미난 이름을 가진 회사에서 만든 오래된 세탁기가 있었다. 이 고물 세탁기는 25센트짜리 동전을 넣어야 작동한다.
해리스는 레브친이 옷을 접는 작업을 도와주면서 결정을 재고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얼마 전에 머스크가 6대 4를 가지고 모욕을 준 것은 잊어버리라고 간청했다. 그와 엑스닷컴 이사회는 오직 레브친을 존중할 뿐이었다. 실제로 그는 이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레브친을 달랠 만한 제안을 가지고 왔다. 그것은 5대 5로 하자는 것이었다.
드디어 레브친이 마음을 돌렸고, 합병이 진행되었다. 머스크는 상대방을 쓸데없이 조롱하다가 많은 돈을 잃었다. (333~334쪽)
틸은 친구 결혼식에서 페이팔 시절부터 오랜 경쟁자이던 머스크를 우연히 만났다. 틸의 동지들이 머스크를 페이팔에서 쫓아낸 사실을 감안하면,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머스크는 페이팔이 벌어들인 수익에서 자신의 몫을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테슬라와 화성에 새로운 정착지를 개척할 수 있을 정도로 우주 운송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하려는 점잖은 야망을 자랑하던 스페이스X라는 두 개의 새로운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페이팔 시절의 안 좋았던 기억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결혼식장에서 머스크는 틸에게 스페이스X에 대한 투자를 권했다.
틸이 이렇게 말했다. “물론이지요. 이제 지난 일은 잊읍시다.” (349쪽)
밀너가 대성공을 거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페이스북의 사용자 수와 수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후로 1년 반이 지난 2010년 말에 페이스북의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에 달했다. DST는 15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고,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는 계속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것이 하나의 분수령이 되었다. 13년 전에 손정의가 야후에 1억 달러를 투자함으로써 전통적인 벤처캐피털을 놀라게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밀너는 애초에 페이스북 주식을 3억 달러어치가 넘게 매입했다. 한편으로 손정의는 야후의 주식시장 데뷔를 앞두고 일종의 브리지 파이낸싱(bridge financing: 좀 더 유리한 조건의 장기 차입이 가능할 때까지 또는 중장기의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간 내에 불가능할 때 잠정적으로 행해지는 자금 조달-옮긴이)에 해당하는 것을 제공했다. 밀너는 너무 많은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저커버그가 당장은 주식공모에 들어갈 필요가 없게 했다. DST의 투자금은 페이스북의 성장자본 요건과 직원들의 유동성 요건을 모두 충족시켰다. 그것은 비상장 기술기업들이 주식공모를 3년 정도는 미룰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결과적으로 사적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떠나서 막대한 부를 창출하고 독점적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밀너의 페이스북 투자는 기업가의 권한이 이전보다 강화되는 단계를 예고했다. 피터 틸은 샌드힐로드에서 창업자 친화적인 대안으로서 자신의 벤처캐피털을 이끌어갔지만, 밀너는 이러한 개념을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가져갔다. 그는 나중 단계에 투자하고 훨씬 더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그가 회사에 대한 발언권을 포기하면서 수억 달러를 기꺼이 위험에 빠뜨린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틸이 창업자들을 존중하는 태도는 멱법칙에 대한 이해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 밀너의 이러한 태도는 간단히 말하여 양보에 바탕을 두었다. 그는 규모와 정교함에서 주식공모를 할 자격을 갖춘 기업에 투자했다. 따라서 그는 주식시장 투자자처럼 행동할 것이다. 그것도 수동적인 자세로 말이다. (455~456쪽)
벤처캐피털이 지원하는 기업의 확실한 성공이 때로는 한 가지 질문을 하게 만든다. 벤처캐피털이 성공을 창출했는가, 아니면 단순히 성공한 곳에 나타나기만 했는가? 그러나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벤처캐피털의 지도를 받은 스타트업의 실적이 다른 스타트업의 것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 다른 연구가 있고, 이 책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벤처캐피털이 포트폴리오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다수의 사례를 설명했다. 또한 벤처캐피털의 역량이 스타트업에 대한 지도가 아니라 투자 대상 기업의 선택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역량은 여전히 가치가 있다.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현명한 선택이 가장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그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을 끌어올린다. 그것은 사회의 저축이 생산적으로 할당되는 것을 보장한다. (635쪽)
실리콘밸리를 만들고 글로벌 경제 지도를 새롭게 쓴
벤처캐피털과 벤처투자자들의 놀랍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
★★★★★ 아마존 2022 베스트 비즈니스&리더십 도서 선정
★★★★★ 〈이코노미스트〉 2022 최고의 책 선정
★★★★★ 〈파이낸셜타임스〉 2022 올해의 책 최종후보
★★★★★ 〈테크크런치〉 2022 벤처투자자가 읽어야 할 최고의 책
세상을 바꾸는 혁신은 사실 ‘전문가’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제프 베이조스는 아마존을 창업하기 전 ‘서점’에서 일하지 않았고,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창업하기 전에 ‘자동차’업계에 종사하지 않았다. 벤처투자자 비노드 코슬라는 “내가 헬스케어 기업을 설립한다면, 헬스케어 전문가를 CEO로 영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내가 제조업 기업을 설립한다면, 제조업 전문가를 CEO로 영입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나는 맨땅에서 시작하여 기존의 가정을 뒤집어서 생각하려는 정말 똑똑한 사람을 원합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소매업의 혁신은 월마트가 아니라 아마존에서, 미디어의 혁신은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자동차의 혁신은 테슬라에서, 우주산업의 혁신은 스페이스X에서 나왔다. 비전문가이지만 똑똑한 사람들의 시도는 대부분 실패하지만, 극소수는 다른 모든 것들을 상쇄할 만큼 큰 규모로 성공한다. 이런 큰 규모의 성공을 저자 세바스찬 말라비는 ‘멱법칙(The Power Law, 거듭제곱의 법칙)’으로 지칭하며, 이것이 벤처투자의 본질이라 주장한다. 피터 틸은 이를 “벤처캐피털의 가장 큰 비밀은 하나의 성공한 펀드에서 나오는 최선의 투자수익이 나머지 펀드 전체의 수익과 같거나 이를 능가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대상에 투자하는 것은 낭비다. 하지만 소심하게 투자하는 것, 즉 다른 사람들이 쉽게 모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큰 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뻔한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것은 더 큰 실수다. 대담한 혁신가들과, 그들에게 투자하는 더 대담한 벤처투자자들이 결국 인류의 미래를 바꿔놓았다.
피터 틸과 일론 머스크의 성공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구글이 원한 CEO가 스티브 잡스였다?
손정의는 어떻게 야후를 집어삼켰나?
벤처투자의 역사를 통해 투자의 진화 과정을 탐구하다!
우리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성공한 기업들의 창업가와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잘 안다. 하지만 그들에게 투자한 벤처투자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투자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 책은 실리콘밸리의 시작으로 눈을 돌려, 벤처투자의 기원부터 살펴본다. 벤처투자는 실리콘(반도체)을 처음으로 밸리(서부해안)에 들여왔던 윌리엄 쇼클리의 회사에서 일어난 반란에서 시작된다. 쇼클리의 고압적 리더십에 넌더리가 난 8인의 반란자들은 다른 길을 찾는다. 기존의 은행 대출을 받기에는 너무 위험하고 가난하지만, 대담한 발명을 좋아하는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제공할 가능성을 약속한 이 반란자들에게 아서 록이 자금 지원을 한 것이 실리콘밸리의 첫 번째 벤처투자다. 벤처투자 덕분에 발명가와 몽상가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었다. 물론 벤처투자자도 엄청난 성공을 얻었다. 8인의 반란자들이 만든 페어차일드반도체에 투자한 아서 록은 투자금의 600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그런데 벤처투자자들의 지원은 자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벤처투자자들은 본인들이 투자한 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경영진을 고용하거나 다른 기업과의 협력을 돕기도 한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역시 벤처투자자였던 존 도어의 추천을 받은 경우다. 물론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원한 CEO는 스티브 잡스였지만. 피터 틸과 맥스 레브친이 만든 콘피니티와 일론 머스크가 만든 엑스닷컴은 벤처투자자들의 의견에 따라 합병해 페이팔로 이름을 바꿨고, 결국 창업자와 벤처투자자들 모두에게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투자로 세계 최고의 기업들을 만들어내는 벤처투자자!
그들은 무엇에 이끌려 기업을 발굴하고,
어떻게 성장시켜 막대한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가?
소수의 성공이 막대한 이익을 낳는 벤처투자의 법칙을 밝혀내다!
벤처투자자들이 항상 성공을 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에서의 멱법칙은 결국 성공하지 못한 수많은 실패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투자의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고의 벤처투자자들은 의식적으로 자신의 운을 창조한다. 투자자가 알 수 없는 마법에 의해 영감을 지닌 발명가를 만나는 것이 성공이라면, 이 만남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오히려 체계적으로 일한다.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어떤 종류의 스타트업들이 번창할 것인가를 예상하는 한편, 행동과학을 통해 인지편향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이렇게 체계적인 노력으로 성공한 벤처케피털이 애플, 구글, 링크드인, 왓츠앱, 드롭박스 등에 투자한 세쿼이아캐피털이다. 그러나 《투자의 진화》는 벤처투자가 거둔 성공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잘못된 투자로 오히려 더 큰 위험에 처한 위워크와 우버의 사례는 무분별한 투자가 어떤 실패를 낳는지를 보여준다.
벤처투자는 때때로 운이 엄청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투자자들에게는 영리함과 더불어 “냉담한 창업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활력,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는 필연적인 암흑기를 견뎌내기 위한 인내력, 재능은 있지만 제멋대로인 창업자를 격려하고 지도하기 위한 감성 지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도하고 실패하라. 이것이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낫다. 무엇보다도 멱법칙이 갖는 논리를 기억하라. 성공에 따르는 보상은 명예로운 좌절에 따르는 비용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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