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 2

이수학 지음

아뜰리에나무 2023년 12월 11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대관령 하늘목장과 서소문역사공원을 설계한 조경가 이수학이 ‘태도_조경|행위|반성|시작, 2002’ 이후 이십 년 만에 부제 없이 다시 '태도'라는 이름으로 묶어낸 책이다. 그림으로만 그려진 어린이놀이터부터 만들어지다 멈춘 조각 정원, 대학교 캠퍼스에서 삼백만 평의 초지에 이르기까지 열일곱 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린 그림과 도면, 모형과 낙서, 작업 이후에 쓴 글을 통해 설계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풀어낸다.

목차

6 _차례

9 _지도 위에 남겨진 기억과 땅 위의 망각 사이에서 소환된 사건으로서 제례와 망각으로 추동되는 일상은 어떻게 시간의 틈을 빠져나가는가 |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현상설계

91 _나의 설계는 그들이 손댈 수 없는 자리에 그려져야 한다. 그리고 그 각인은 소거되기 위한 새김이어야 마땅할 것이다. 지금 나는 정유년이나 무술
년에 있다 |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관광 자원화 사업 _서소문역사공원

241 _미겔 데 세르반데스 사아베드라가 류인에게 주문했다는 ‘맘브리노투구를 쓴 라 만차의 돈 끼호테 조각’을 보고 싼초 빤사가 내린 평가가 소더비
경매가에 미친 영향을 승정원 서기 환 가요 데 안드라다는 왜 언급하지 않았는가 | 홍천 해밀숲수목원 류인조각정원

333 _중국굴피나무 열매의 날갯짓이 품었던 꿈은 을숙도로 날아든 넓적부리도요가 본 남지나해의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 중앙운동장 공원 되기

403 _새벽녘 두 개의 둥근 달이 뜨고 어슴푸레하게 푸르른 대기 속에 지평선이 검붉은 윤곽을 드러내는 지금쯤 직녀성을 떠난 배가 견우성의 중력권
으로 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 국립과천과학관 중장기과학공원 조성을 위한 개념설계 | 공룡동산 개선 사업

499 _들쑥날쑥 엉금앙금 꼬불구불 요리조리 길쭉걀쭉 우당탕탕 미끈축축 슬금살금 | 네 개의 어린이놀이터

577 _침목 빠진 철길 따라 흐트러진 푸른 풀과 기울어진 전봇대, 녹슨 쇳덩어리들 사이로 검은 개 지나고 꽃향기도 없이 도로는 부러졌고 발전소는 폐
쇄됐으며 강은 늪처럼 변한 흉한 소문 속 긴 송수관이 만든 터널 지나 모래 둔덕 가득한 방 지나 안이면서 밖인 벽으로 둘러싸여 부지불식간에 비가 쏟아지는 텅 빈 차원의 공간 앞에 욕망이 울고 소망이 입을 닫는다. 여긴 어디인가 | 마포 석유 비축기지의 재생 및 공원화 사업을 위한 국제설계경기
설계지침서 | 시흥 맑은물 상상누리 문화재생 2단계 조성사업 설계 제안공모

611 _색인과 호명 | 사의와 호명 | 흘려보내는 말

책 속으로

이곳은 지상의 모든 형해를 묻고 깊이 없는 우주로 들어가는 밤의 암흑과 산란하는 햇빛 알갱이가 호명하는 사물들로 가득한 낮의 광명이 순환한다. 낮이 밤으로 돌아가며 해거름의 파란 시간을 거치고 밤에서 낮으로 이행은 미명을 지나야 한다. 어둠과 빛이 섞이는 짧은 순간, 미처 밤으로 돌아가지 못해 미명에 남겨진 어둠 일부는 숲으로 숨어들어 빛과 섞이면서 그늘을 만든다. 이 그늘이 식물을 키우고 동물을 부르며 풍경을 짓는다. 만약 풍광이라는 낱말에서 바람은 빛 속에 남겨진 어둠의 다른 이름이고 그리고 만약 조경이 바람 빛을 찾아내어 풍경을 짓는 일이라면 조경은 결국 빛 속에서 어둠의 지분으로 그늘을 만드는 일이다.
···
밤하늘의 별이 빛나는 곳에 우주가 있고 달이라 불리는 사로잡힌 별을 거느린채 태양의 주위를 한없이 맴도는 지구라는 행성이 있으며 거기 공룡은 발자국만을 남기고 떠난 지 오래지만, 한때 지축을 울리는 발걸음으로 숲과 들을 어슬렁거렸다. 너무 크거나 작은 어떤 세상, 이미 지나가 버렸거나 아직 도래하지 않은 순간. 어쩌면 조경 설계라고 하는 것은 존재하고 있으나 볼 수 없고 상상할 수 있으나 감각할 수 없고 말할 수 있으나 실체 없는 것을 실재하여 느낄 수 있는 현존의 세계를 만드는 행위다. 그것은 841x594mm의 종이 안에 238,280m2의 땅을 1/1,200의 축척으로 넣는 일이며 겹겹이 감싸인 작약 꽃잎 속에 숨어 있는 오롯한 한 우주를 보는 것이다. 이것은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감각하고 감각이 경관적 상상력과 만나 펼쳐지는 새로운 차원의 경관을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수많은 착시와 거대한 착각으로 이루어진 부조리한 세계다. 이 부조리한 세계가 품고 있는 틈에서 벌어지는 차이가 경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출판사 서평

태도는 작품집도 아니고 설계설명서도 아니고 이론서는 더더욱 아니다. 태도는 이것들 사이 어디쯤에 놓인다. 이 형식을 부르는 이름은 아직 없다. 그럼에도 조경에 관한 이야기이며 무엇보다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설계 방법으로 보면 한 시대가 막을 내린 이야기이며 꿈이라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
작업의 과정은 설계와 사유, 사물과 인식, 그려진 것과 만들어진 것의 간극에서 불완전한 합일과 오롯한 좌절을 풍부한 그림과 간결한 글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는 설계하는 일은 여느 노동과 다르지 않으며 쓰는, 그리는, 만드는 모든 행위와 다르지 않고 조경 또한 사물과 인식 사이에서 흔들거리며 희미한 빛과 동요 속에 떨리는 자신을 놓아두는 일로 나무와 풀, 콘크리트와 철판을 재료로 도시와 땅에 관해 조경이 꾸어 마땅한 꿈을 이야기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수학

이수학Astelle arbor var. quercus Namoo은 처녀자리 초은하단의 국부은하단 속 오리온 팔 끝에 있는 태양계 중심별의세 번째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의 극소 미립자다. 우주 시간의 찰나로 지내면서 정원, 마당, 공원, 광장, 거리, 마을, 도시의 하부 구조와 관련된 일을 했다. 그의 모든 작업은 철저하리만치 끝끝내 지구별에서 실현되지 못하였으나 그의 꿈은 당신의 마음에 나무 한 그루 심어 마음의 뜰과 숲을 만드는 일이었고 그리고 ... 그 풍경 속으로 함께 들어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