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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마리스

코맥 매카시 지음 |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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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11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11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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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42.68MB)
ISBN 9788954697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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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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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3일,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서부의 셰익스피어’ ‘포크너와 헤밍웨이의 계승자’라 불리며 해마다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작가 코맥 매카시가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패신저』와 『스텔라 마리스』는 2022년 매카시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작이자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로드』 이후 16년 만에 남긴 장편소설로, 삶과 죽음, 세계의 절대적 진리와 유한한 인간 존재 등 그가 작가 인생 60년에 걸쳐 쌓아온 작품세계가 집대성된 결정체와도 같은 작품이다.

1980년대부터 구상해왔다고 알려지며 무성한 소문 속에서 기대를 모았던 이 작품들의 정체가 최초로 공개된 것은 2015년, 그의 데뷔작 『과수원지기』 출간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였다. 작업중인 작품에 대해 거의 밝힌 적이 없던 매카시의 신작 제목 ‘패신저’와 몇몇 구절이 공개된 것도 놀라웠지만 평생 노출을 극도로 꺼리며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해왔던 그가 작품의 등장인물을 직접 소개했다는 사실은 독자들을 흥분으로 몰아넣었고, 그로부터 7년 뒤 공개된 연작 형식의 두 장편소설 『패신저』와 『스텔라 마리스』는 오랜 시간 동안 쌓여온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키는 대작이었다.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해 인류 최초의 핵폭탄을 만드는 데 일조한 과학자 아버지를 둔 남매가 각각의 주인공인 두 작품은 작가가 커다란 관심을 기울여온 수학과 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신과 인간,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가장 철저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가 평생 천착해온 주제의식을 총망라하면서도 새로운 획을 긋는 이 작품들은 “이미 걸출한 작품 목록에 더해지는 훌륭한 신작이자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작가로 손꼽히는 매카시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예리하다는 증거”(NPR) 등의 극찬과 함께 출간 즉시 열렬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60년에 걸친 작가로서의 여정에 묵직한 마침표를 찍었다.
스텔라 마리스
옮긴이의 말

뭐든 바꿀 수 있다면 뭘 바꾸겠습니까?
뭐든.
네.
여기 있지 않는 걸 선택하겠어요.
이 상담실에.
이 행성에. 52쪽

나는 세상의 참상을 봤다고 상상하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란 걸 알아요. 그럼에도 본 걸 안 본 걸로 되돌려놓을 수는 없어요. 이 세기만큼 섬뜩한 세기는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 더는 우리가 이런 걸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렇지만 자기 문제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세상의 문제가 뭘 의미할 수 있겠어요? 88쪽

인간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가.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이런 말을 한 기억이 나요. 우리는 무엇인가? 아마티를 안고 거기 침대에 앉아서. 아마티는 너무 아름다워 진짜 같지가 않았어요.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고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기라도 한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106쪽

나는 방정식을 사랑했어요. 합계를 위한 기호들을 거느린 커다란 시그마를 사랑했어요. 수식으로 전개되는 서사를 사랑했어요. (…) 나는 그 방정식들이 그걸 묘사하는 페이지의 상징들 안에서만 생명이 유지되는 어떤 형식을 가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거기 내 눈앞에 실재한다는 걸 이해했어요-정말로 이해했어요. 그게 현실 속에 있다는 걸. 그건 종이 안에, 잉크 안에, 내 안에 있었어요. 우주 안에. 149~150쪽

나는 늘 내가 발견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죽었는데 아무도 모른다면 그게 애초에 여기 있지도 않았던 상태에 가장 가까울 거라고. 255쪽

나는 오빠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세상의 표면 밑에는 억누르기 힘든 참상이 있고 또 늘 있었다는 거. 현실의 핵심에는 깊고 영원한 악령이 있다는 거. 모든 종교가 이걸 이해하고 있죠. 그리고 그건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또 이 세기에 일어난 그 섬뜩한 분출이 이례적이라거나 그걸로 끝이라고 상상하는 건 그냥 어리석음일 뿐이라는 거. 264쪽

세상의 첫번째 규칙은 모든 게 영원히 사라진다는 거예요. 그것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만큼 우리는 환상 속에 살고 있는 거예요. 296쪽

고요 속의 바람. 지금도 더러워진 잠옷을 입고 복도의 들것에 누워 벽을 바라보고 있는 환자들을 보면서 인간의 의미가 뭔지 자문할 때가 있어요. 그 인간에 나도 포함되는가, 하고 묻곤 했죠. 299쪽

마지막 눈에서 마지막 빛이 희미해져 새카매지고 그와 더불어 모든 사변을 영원히 가져갈 때 나는 심지어 이런 진리들이 그 마지막 빛 속에서 딱 한 순간 빛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둠과 추위가 모든 걸 차지하기 전에. 309쪽

세계 저편에 어른거리는 절대 진리와
닿을 수 없는 빛을 향한 위태로운 열망의 기록

『스텔라 마리스』는 웨스턴 남매의 여동생 얼리샤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로, 마치 정신과 상담치료의 녹취록처럼 1972년 위스콘신주에 위치한 정신의학 시설 ‘스텔라 마리스’의 문턱을 제 발로 넘은 얼리샤가 의사와 나눈 일곱 차례의 대화로 구성된다. 편집성 조현병을 진단받고 장기간 시각·청각적인 환각 증상을 겪으며 이미 두 차례 이곳에 입원한 적이 있는 얼리샤는 스무 살의 시카고대학 수학과 박사과정생이다. 어릴 때부터 가족에게조차 두려움을 안길 만큼 천재적인 지능을 타고난 그녀는 세계의 절대적 진리를 담고 있는 듯한 수학의 경이에서 구원을 얻고자 했지만, 인간인 이상 그 진리에 결코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씩 무너져내리며 자신의 존재가 완전히 지워지기를 바란다.
얼리샤의 병리학적 증상이 학문적 좌절과 관계가 있으리라 짐작한 의사는 그녀의 비협조적인 태도에도 끈질기게 대화를 시도하며 상담을 계속해나간다. 한때 그녀의 모든 것이었다가 결국 절망을 안긴 수학과 그녀에게만 보이고 들리는 기이한 환각, 그리고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거쳐 얼리샤의 내면으로 조금씩 들어가는 사이 그녀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묻혀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죽음의 문턱에서 그녀를 떠나려는 오빠 보비라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모든 인간 존재와 세상을 향해 건네는 거장의 마지막 악수

보통의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지능의 소유자 얼리샤는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때문에 지극히 인간적인 질문에 맞닥뜨린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고 그 한계는 어디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수(數)와 음(音)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듯 인간이 인지하기 전부터 이미 완성된 형태로 존재해온 영역에 매혹된 얼리샤는 숨겨진 진리를 찾고자 하지만 그녀가 맞닥뜨린 것은 허망한 결론뿐이다. 인간이 아무리 정교한 이론과 섬세한 악기를 만들어내도 수와 음의 비밀을 완벽히 파헤칠 수는 없다는 것. 그 경이를 인간의 언어로 포착해 명명하는 순간 절대성이 상실된다면, 어떠한 천재도 세계 저편에서 어른대는 진리를 손에 넣기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동시에 혈육을 향한 자신의 사랑 또한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감정이라는 사실 역시 그녀로 하여금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다.
문장부호를 비롯해 많은 것을 덜어낸 특유의 건조한 문체로 결코 닿지 못할 저 너머의 빛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한 편의 서늘한 비가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마지막을 예감하는 한 인간이, 그 모든 존재를 향한 작가의 연민이 있다. 그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무자비한 세계의 폭력성과 인간의 가장 어두운 본성에 대해 그려오던 코맥 매카시가 절망이 가득한 채 무너져내리는 세계에서 마침내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보았던 『로드』를 거쳐 이 작품에 이르러 세상을 향해 마지막으로 건네는 악수이기도 할 것이다.

마지막 눈에서 마지막 빛이 희미해져 새카매지고 그와 더불어 모든 사변을 영원히 가져갈 때 나는 심지어 이런 진리들이 그 마지막 빛 속에서 딱 한 순간 빛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둠과 추위가 모든 걸 차지하기 전에. 본문에서

작가정보

Cormac McCarthy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서부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며, 윌리엄 포크너와 허먼 멜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정신을 계승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개성적인 인물 묘사, 시적인 문체, 대담한 상상력으로 유명하다.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코맥 매카시를 필립 로스,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은 바 있다.
1965년 첫 소설 『과수원지기』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바깥의 어둠』 『서트리』 등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갔다. 매카시에게 본격적으로 문학적 명성을 안겨준 작품은 1985년 작 『핏빛 자오선』이다. 이 작품은 〈타임〉 지에서 뽑은 ‘100대 영문소설’로도 선정되었다. 서부를 모태로 한 국경 삼부작 『모두 다 예쁜 말들』 『국경을 넘어』 『평원의 도시들』을 발표하며 서부 장르소설을 고급문학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매카시는 이후 『로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을 출간하며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평단과 언론으로부터 코맥 매카시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받은 『로드』는 2007년 퓰리처상, 2006년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을 수상했으며, 미국에서만 350만 부 이상 판매되는 성공을 거두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2006년 극 형식의 소설 『선셋 리미티드』를 발표했으며, 2009년에는 “지속적인 작업과 한결같은 성취로 미국 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에게 수여되는 펜/솔벨로상을 받았다. 2022년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물리학자 아버지를 둔 남매의 이야기를 다룬 연작 형식의 장편소설 『패신저』와 『스텔라 마리스』를 출간했다. 2023년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번역가로 활동하며 현재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 옮긴 책으로 『로드』 『선셋 리미티드』 『신의 아이』 『패신저』 『스텔라 마리스』 『제5도살장』 『바르도의 링컨』 『호밀밭의 파수꾼』 『에브리맨』 『울분』 『포트노이의 불평』 『미국의 목가』 『굿바이, 콜럼버스』 『새버스의 극장』 『아버지의 유산』 『사실들』 『왜 쓰는가』 등이 있다. 『로드』로 제3회 유영번역상을, 『유럽문화사』로 제53회 한국출판 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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