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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삶에 담긴 지구

홍욱희 지음
사이드웨이

2023년 12월 01일 출간

종이책 : 2023년 08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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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6.29MB)
ISBN 9791191998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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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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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전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와 맞물린 재난이 이어지고 있고, 지구의 앞날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강력한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각종 매체에서 줄기차게 제기되는 ‘인류 최악의 기후 위기’, 그 자극적인 종말의 위기론은 우리의 실질적인 삶을 얼마나 변화시키고 있을까? 40여 년간 우리나라의 주요 환경문제를 진단하고 개선책 마련에 힘썼던 환경과학자 홍욱희는, 이 책 『너의 삶에 담긴 지구』에서 우리가 이 문제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성찰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는 바로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게 진정 기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일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적인 환경 위기를 강조하는 목소리는 이미 세상에 넘칠 만큼 충분하다. 하지만 홍욱희에 따르면, 그런 당위적인 위기론만 강조하고 반복하는 일은 우리가 정말로 변화시켜야 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일들로부터 우리 시선을 돌리게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가 지구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요인, 우리가 한국 사회의 환경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란 무엇인가? 홍욱희는 그 원인을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지나친 경쟁의식, 천편일률적인 성공의 기준과 삶의 방식, 그리고 소박하지 못한 생활 습관과 극심한 물질주의라고 지적한다. 이런 속성들은 분명 대한민국의 급속한 경제 기적을 낳을 수 있게 만들어준 미덕이기도 했다. 겉으로는 어느새 가난의 탈을 벗고 엄연한 선진국이 되었는데,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과거 가난했던 시절에 머물고 있기에 우리가 이 기후 위기 시대에 그토록 역행하고 있고,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마련하기도 그토록 어렵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한 한국 사회의 시민들은 이미 많은 것을 누리면서, 물질적으로는 충분히 윤택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격심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쫓기고 있다는 것, 자신의 주위를 여유롭게 바라보고 돌보지 못하는 중이라는 것,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환경을 파괴하거나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은 중요하다. 그것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기후와 환경문제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맞닥뜨린 여러 환경 쟁점들, 예컨대 개개인이 선택하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중요성, 냉정한 국제 질서 속에서 환경문제를 풀어가는 국가의 역할,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문제,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문제, 지방소멸과 그린벨트 문제, 우리 농축산업이 마주한 친환경 먹거리 문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한국전쟁 이후 벌어진 최대의 사회적 참사라고 할 수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고 등등의 문제를 거침없이 해부한다.
그리고 저자가 이 책의 제목을 ‘너의 삶에 담긴 지구’라고 지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전 세계가 맞닥뜨린 기후 위기의 현 시점에서, 이 문제를 풀어가는 출발 지점은 결코 ‘지구’가 아니라 지구 위의 훨씬 더 구체적인 곳, 이 대한민국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그 한 사람이 지구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그를 훨씬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신념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에게 그 한 사람은, 이제 갓 중학생이 된 자신의 손녀 리아다. 홍욱희는 자기 손녀의 삶 속에 지구가 담겨 있다고 믿으며, 미래 세대의 더 나은 삶과 지구의 내일이 결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손녀와의 대화를 통해서 꼼꼼하게 펼쳐놓는다. 즉, 홍욱희는 정통한 환경과학자의 시각으로 인간의 진정한 행복을 논하고 있다. 이 책에 부쳐 “인간의 행복을 통찰하는 환경학의 탁월한 성취”라고 말했던 김준홍 포항공대 교수의 추천사는 바로 이러한 의미일 것이다.
서문

1장 | 들어가며: 봄은 침묵하지 않는다

2장 | 왜 우리가 서로를 아끼면 지구가 살아나는가

3장 | 정직하게, 소박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4장 |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 사회

5장 | 못생긴 채소를 사랑하는 마음

6장 |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들

7장 | 환경학, 가장 약한 사람을 돌보는 학문

8장 |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을 테니

9장 | 너의 행복이 이 지구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으니까

10장 | 나가며: 과학이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순 없더라도

전 지구적인 기후만 위기인 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환경문제도 여전히 우릴 에워싸고 있다. 넘쳐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나 우리 농업과 축산업의 먹거리 안전성 문제 등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하다.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을 넘어서야 한다는 목소리와 그 반대 진영의 목소리가 격렬하게 부딪치고 있고, 전국 하천 곳곳의 녹조 문제도 비상이다. 또 10년 전 일본 원전 사고의 여파로 후쿠시마 핵 오염수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국제적 환경문제가 새롭게 등장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미 잊혔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우리 사회의 환경 정의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수많은 사상자를 낸 국가적 비극이었다. 그 비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 「서문」 중에서

우리가 지구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요인, 우리가 한국 사회의 환경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지나친 경쟁의식, 천편일률적인 성공의 기준과 삶의 방식, 그리고 소박하지 못한 생활 습관과 극심한 물질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속성들은 대한민국의 급속한 경제 기적을 낳을 수 있게 만들어준 미덕이었다는 점에 그 기막힌 아이러니가 있다. 겉으로는 어느새 가난의 탈을 벗고 엄연한 선진국이 되었는데,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과거 가난했던 시절에 머물고 있기에 우리가 이 기후 위기 시대에 그토록 역행하고 있고,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마련하기도 그토록 어려운 것이리라.
- 「서문」 중에서

무엇보다도 나는 네가 행복하게 살아나가는 게 이 세계와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 출발은 이 나라에서, 우리 사회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너라는 사람이야. 내게 중요한 건 지구보다도 너의 미래이고, 그래서 난 너의 삶 속에 지구가 담겨 있다고 보는 편이야. 지구보다 앞선 존재는 바로 너니까.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에서 자라나는 공동체의 일원이자, 나의 손주이며 내 딸의 자녀로 자라나는 네가 너의 삶으로 지구를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거야.
- 「1장 | 들어가며: 봄은 침묵하지 않는다」 중에서

나무는 자라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그리고 나무를 심는 것은 결국 시간을 믿는 일이기 때문에 그래. 그리고 자연환경을 관리하겠다는 한 사회의 의지를 가장 선명하고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정책이기도 하고 말이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어. 지금 네가 접할 수 있는 산의 울창한 나무들, 10~20미터 높이의 큰 나무들은 거의 다 1960년대부터 심어진 것들이야. 우리나라의 임목축적량은 지난 반세기 동안 무려 40배가 넘게 증가했단다. 정말 상전벽해의 수준으로 울창해졌지. 놀랍지 않니, 리아야?
- 「1장 | 들어가며: 봄은 침묵하지 않는다」 중에서

자동차처럼 가전제품도 해외에서 인기가 있는 제품들을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냉장고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우리는 어디에 살든 웬만하면 마트가 바로 지척에 있는 나라야. 우리가 필요할 때는 거기 진열장에 가서 사도 좋을 식료품이 집 안의 큰 냉장고에 한가득 있는 건 불필요한 일이 아니겠니? 또 TV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 같은 걸 보면 누가 그런 냉장고를 열었는데 텅텅 비어 있는 가정도 얼마나 많니? 그렇지만 다들 일단 집에 들여놓고 보는 거야. 사람은 참 신기하게도 한번 크고 고급스러운 상품이 눈에 들어오면 그걸 절대로 잊지 못하는 존재지.
- 「2장 | 왜 우리가 서로를 아끼면 지구가 살아나는가 중에서

녹지의 양적인 측면보다 훨씬 중요한 건 삶의 여유야. 그리고 그렇듯 그 사회 구성원의 여유, 삶의 결까지 조직하고 재편하는 것까지가 내가 추구하는 환경학의 본령이자 환경론의 목표였단다. 그렇게 다들 자기 인생에 여유가 없고 무언가에 쫓기는 사회에서는, 성공의 기준이 어느 지역에 사느냐, 몇 평짜리 집에 사느냐, 몇억짜리 집에 사느냐가 되어버리지.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이 집값과 부동산 가격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사회가 된 게 바로 그 때문이야.
- 「2장 | 왜 우리가 서로를 아끼면 지구가 살아나는가」 중에서

아쉬울 때가 많아. 과거 우리나라가 경제 발전과 산업화에 매진하던 개발지상주의 시기엔 정부가 잘못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았어. 그때는 정부를 비판하고 사회정의를 외치면서 당위적인 목소리를 내는 게 옳았지. 지금은 어떨까? 지금은 국가가 무엇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될 수는 없어. 그동안 정부도 할 만큼 했고,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3만 불을 넘길 만큼 발전도 했고, 또 우리도 가질 만큼 가진 때가 된 거야. 지금 우리는 30~40년 전은 물론 불과 10년, 20년 전과도 매우 많이 달라졌는데, 아직도 우리의 바뀐 여건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참 많은 듯해서 늘 안타까워.
- 「3장 | 정직하게, 소박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중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선진국이 되면 삶의 방식이 다양해진단다. 그리고 그런 다양성 속에서 사회적 차별이나 낭비가 많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건 분명해.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든지 자연친화적인 지역 연계 사업들도 많이 생겨났어. 그런 현상은 이제 사람들이 비로소 자기 나름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일면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어. 우리는 코로나 덕분에 그런 사회의 분위기가 촉진되고 있어서 이제는 조금 더 그런 방향으로 개인의 삶을 바꿔갈 수 있는 여지가 생겼어. 우리는 모두 다 조금씩 다른 취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중요하고, 그렇게 각자가 자기 생활을 다양하게 꾸리면서 삶의 질을 높이면 자동적으로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단다.
- 「3장 | 정직하게, 소박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중에서

기본적으로 우리는 사회를 불신하기 때문이야. 그러니 우리 사회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놓은 법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낮아. 법은 공정한 것이라기보단 네 편, 내 편을 가리기 위한 도구의 역할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적지 않아.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나와 인연이 있다거나 내 편을 들어줄 만한 사람, 내 가족 같은 끈끈한 사람을 대한민국 공동체보다 더 신뢰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야.
- 「4장 |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 사회」 중에서

그러니까,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어쩌면 기후재난에 대한 강력한 우려의 목소리가 아닐지도 몰라. 바닷가에 가까운 아파트를 지을 땐 훨씬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우선이라는 거지. 50평으로 할 것을 30평으로 아파트 규모를 낮추고, 바닷가에서 10미터 떨어뜨릴 것을 30미터 떨어뜨리고 하는 세심한 정책 방향, 개발의 기조가 필요한 것 아닐까? 그것은 물론 지역의 개발업자들과 정치인들의 탓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오직 그들만의 문제일까? 바닷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또 아주 높은 위치에서 바다를 전망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과연 얼마나 정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
- 「4장 | 수돗물을 마실 수 있는 사회」 중에서

나는 환경과 기후에 관해 이야기하기 이전에 지금 여기서 살아가는 너의 행복, 너의 미래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잖니? 너의 건강과 행복을 가장 먼저 신경 쓰는 게 우리 지구를 지킬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있고, 또 이 시점의 대한민국의 기후·환경 패러다임은 바로 그러한 접근법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잖아. 그렇게 ‘너의 삶에 담긴 지구’라는 나의 이런 생각은 바로 밥상의 변화, 식탁 위의 실천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고도 할 수 있어. 거대한 기후 위기 때문에 무엇 무엇을 줄이자든지 애써 불편함을 감수하자든지 하는 것보다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리아 너의 건강을 위해서 우린 우리의 농업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어.
- 「5장 | 못생긴 채소를 사랑하는 마음」 중에서

나는 온라인 대형 유통 플랫폼의 새벽 배송을 볼 때마다 참 안타깝단다. 물론 싱싱한 채소를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지만 말이야. 당근 몇백 그램짜리면 비쌀 때도 아마 한 3천 원 정도 할 텐데, 그런 상품 하나가 그보단 몇 배나 큰 종이 박스에 담겨서 이웃집에 배달되어 있더라고. 나는 그런 배달용 폐박스가 쌓이는 걸 볼 때마다 덜컥 겁이 날 정도야. 그거야말로 어마어마한 자원의 낭비가 아닐 수 없으니깐. 그런 편리한 배달 시스템은 소비자가 원하는 거니깐 누가 거기에 대고 시비를 걸지도 못해. 결국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각이 좀 더 필요한 것 아닐까? 싸고 편한 게 언제나 좋은 건 아니라는 자각 말이야. 적어도 우리 지구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 「5장 | 못생긴 채소를 사랑하는 마음」 중에서

이 참사는 1994년부터 2011년 사이, 그 15년 동안 벌어진 사고였으니 그리 오래된 과거의 일도 아니었어. 가습기 살균제 사고는 정부의 공식 추산으로는 사망자 1,100명, 피해자 3,472명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사망자와 피해자가 각각 2만 명과 95만 명 정도에 이르렀다는 추산도 있어. 단순히 피해자 규모만 살펴보더라도 이는 세계적 규모의 참사라고 부를 만해. 환경적인 측면에서 태풍이나 홍수, 가뭄과 지진 등 자연재해를 제외한 단일 사건 사고로는 2만 5천 명 정도가 목숨을 잃은 1986년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2만 명 가까운 사망자를 냈던 1984년 인도 보팔에서의 화학물질 유출 사고 정도를 언급하는데, 1994년부터 2011년 사이에 빚어진 우리나라 가습기 살균제 참사도 이에 비견될 수 있어.
- 「6장 |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들」 중에서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이후엔 정부 당국의 부적절한 조치들과 공무원들의 책임 회피가 커다란 문제점으로 제기되었고, 매우 아쉽긴 해도 국민들의 분노와 함께 일정 수준에서 단죄되며 뒤처리가 마무리되었지. 앞의 두 참사에 비교할 때,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는 가해자들이 누군지가 오히려 더 분명해. 바로 이윤 추구에만 몰입했던 대기업들과 그런 기업들을 적절히 규제하고 관리하지 못했던 우리나라 정부야. 그래서일까? 지금도 수십만 명의 억울한 피해자들이 제대로 숨도 쉬기조차 힘든 엄청난 고통 속에서 불행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데, 정부와 국회와 법원은 피해자 보상 대책 마련에 그렇게 소홀하고 언론 역시 피해자 단체의 활동을 애써 외면하고 있어.
- 「6장 |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들」 중에서

환경학은,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의 삶을 연구하는 학문이야. 환경과 생태계를 연구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위한 학문이라고 봐야겠지. 그래서 환경학은 자연과학 계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의 지혜를 가장 적극적으로 구현하고 받아들이는 학문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어. 인간이 좀 더 풍요롭고 만족스럽게 살기 위해 주변 환경을 어떻게 가꾸고 관리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면, 과연 자연과 인간의 가장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이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가장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단다.
- 「7장 | 환경학, 가장 약한 사람을 돌보는 학문」 중에서

우리가 그동안 환경 보전과 산림녹화에 전심을 다하고 노력했던 덕분에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정도에서 이 정도로 자연 환경을 유지하고 가꾸고 있는 나라를 찾는 건 쉽지 않은 게 분명해. 그러면 이제는 그 풍요로운 자연의 일부를 우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단다. 우리 국민 중에서 제일 앞장서서 자연환경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계층이 누굴까? 나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계시는 노인분들, 혹은 가족 없이 홀로 살아가는 독거노인분이라고 생각해. 나는 이분들에게 우리의 자연환경 일부를 돌려주어야 한다고 봐. 그린벨트의 일정 부분을 수용해서 노인들을 위한 시설을 들여놓아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 「7장 | 환경학, 가장 약한 사람을 돌보는 학문」 중에서

우리나라에선 2017년 고리 1호기, 2019년 월성 1호기 원전이 폐쇄되었고, 2023년엔 고리 2호기가 설계 수명이 만료되어 운전을 멈추었어. 그런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런 단계적 폐쇄 정책에 금이 가고 있어. 한국수력원자력은 이 고리 2호기의 수명을 연장해서 2025년부터 재가동하려는 절차를 밟고 있단다. 이건 정말 잘못된 결정이야. 이렇게 오래된 원전은 폐쇄해야 마땅하고,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따라야 해. 우리나라에서 초창기에 만들어진 발전소는 시스템 자체가 현재와 다르고, 그런 구식 시스템을 쓰던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도 이미 폐쇄된 지 오래야.
- 「8장 |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을 테니」 중에서

맞아. 각 지자체별로 지역 주민들과 오랫동안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할 거야. 지자체가 나서서 더욱 열과 성을 가지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겠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아마 지름길은 없을 거야. 우리가 ‘혐오시설’이라 여기는 필수적인 사회 기반 시설을 모두 자기 주위에 짓는 일을 반대한다면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할 수밖에 없단다. 결국 이 플라스틱 문제, 쓰레기 문제에서도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바뀌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지 않니, 리아야?
- 「8장 |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을 테니」 중에서

결국, 가치관과 세계관의 문제일 거야. 이건 기후와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보편적인 대한민국 시민의 관점에서 살펴볼 만한 사회정의에 관한 문제이기도 할 거야. 사회정의와 환경정의가 맞물린 문제일 거고. 그러니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문화의 기준을 마련할 것인가를 차차 정립해 나가야겠지. 나는 꼭 내 주장만 옳다고 생각하진 않아. 조금 더 엄격한 사람도 있고, 조금 더 느슨한 사람도 있겠지? 정의를 묻는 일엔 한 가지 답이 있을 수 없으니깐, 모든 의견과 관점이 다 소중하다고 할 수 있을 거야.
- 「9장 | 너의 행복이 이 지구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으니까」 중에서

그렇지만 나는 다른 건 다 제쳐놓더라도, 단 하나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있어. 바로 우주 관광이야. 요즘 미국을 중심으로 비싼 돈만 내면 우주에 나갈 수 있는 상품이 생겨서 아주 떠들썩하게 인기가 많다더라고. 몇십억을 내서 로켓을 타고 지구를 몇 바퀴 돌다가 오는 일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그건 정말 미친 짓이라고 생각해. 로켓을 쏘아 올릴 때 필요한 연료의 양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거든. 우주에 한 번 나갔다가 오는 동안 그렇게 자원을 낭비하고, 성층권과 오존층을 파괴하면서 엄청난 온실가스를 펑펑 내뿜을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어. 그런 취미는 우리 후손에 대한 파렴치한 일이라고 생각한단다.
- 「9장 | 너의 행복이 이 지구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으니까」 중에서

미시간대학교에서 썼던 내 박사학위 논문은 마이크로컴퓨터를 사용해서 유해 물질의 독성을 실험하고, 거기에서 나온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였어. 당시 이 분야에선 미국 최초의 논문이었고, 그래서 학계의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단다. 이 연구는 환경독성학(environmental toxicology) 계열에 속하는데, 환경독성학은 환경에 유포된 화학물질이 인간과 다른 생물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평가하는 학문이야. 『침묵의 봄』에서 카슨이 풀어냈던 문제의식과도 연결되는 분야지. 나는 KIST에서 우리나라 하천의 수질오염을 분석할 때 농약이 하천을 오염시키는 현상을 직접 확인했잖아. 그래서 농약이 섞인 물을 정수했을 때 그 농약의 독성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 그런 이유로 낮은 농도의 독성 물질을 검출해 그 위험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려 노력했지.
- 「10장 | 나가며: 과학이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순 없더라도」 중에서

맞아. 나는 현대 과학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한편으론 낙관적이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 게놈프로젝트는 내게 환원론적인 사회생물학에서 비롯된 가장 강력하고 극단적인 경우라고 느껴졌는데, 나는 이런 단순한 환원주의에 반박할 수밖에 없었지. 과학계에서 어떤 한 가지 진리를 발견하면 그 진리가 과학 바깥의 세상을 훨씬 낫게 바꿔줄 수 있다거나, 어떤 놀라운 과학기술이 세상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이상론을 나는 믿지 않아. 오히려 그런 이상론은 자칫 너무도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단다.
- 「10장 | 나가며: 과학이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순 없더라도」 중에서

우리의 생각, 우리의 삶이 조금만 바뀔 수 있다면,
지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으로

대한민국의 물질주의와 획일적인 삶의 방식,
플라스틱 쓰레기와 원자력발전소 문제,
가습기 살균제 참사 등등의 환경 쟁점을 거침없이 해부한다!


언제부턴가 미디어에서는 줄기차게 전 세계 곳곳의 기후재난을 보여주며 ‘인류 최악의 기후 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매해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우려는 압도적이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세계 각계의 명사들이 지구의 내일을 걱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RE100’(‘Renewable Energy 100’, 2050년까지 전력 100%를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조달하겠다는 다국적기업과 환경단체들의 캠페인)이 대선 후보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만큼 그런 기후 위기론의 목소리는 이제 낯설지 않다. 동시에 아직 세계에서는 기후변화와 지구의 위기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고, 우리나라 일각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학자나 정치인이 없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극단적인 의견에 환호하며 기후변화 대책 운동 자체를 냉소하기도 한다. 도대체 왜 이 문제는 그토록 복잡하고, 논쟁적이며, 그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가?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하여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너의 삶에 담긴 지구』의 저자 홍욱희는 말한다. 기후 위기는 우리가 분명히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며,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저자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너무도 짧은 시간 동안 급작스럽게 상승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지적하면서, 이 문제는 인류의 가장 절박한 과제로 떠오르며 점점 그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동시에 홍욱희는 기후 위기 문제가 우리가 그 위협을 늘어놓고 ‘심각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통해 해결되진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금처럼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하고, 우리가 이토록 윤택하고 편리한 삶을 누리는 이 시점엔 환경문제가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바로 직결된 측면이 크다. 그래서 그 사회 구성원 각자가 생각을 바꾸고 생활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그 문제가 도저히 해결될 수 없다. ‘나부터’ 바뀌지 않고 누군가를 탓하기엔, 국가를 탓하기엔, 대기업을 탓하기엔 이미 시대가 너무 변해버렸다.
40여 년간 우리나라의 주요 환경문제를 진단하고 개선책 마련에 힘썼던 환경과학자 홍욱희는, 그러므로 이 책 『너의 삶에 담긴 지구』에서 우리가 이 문제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성찰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기후 위기를 풀어가는 출발은, ‘지구’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 되어야 한다.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고민은 지구라는 추상적인 개념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곳, 이 대한민국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상적이고 실용적인 곳에서부터 조금씩 그 해결책을 찾아나가고, 자신의 습관을 바꿔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무작정 기후가 위기라느니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느니 하면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는 우리 자신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거기서부터 출발해서 우리가 어떤 일을 실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일이 절실하다는 게 환경과학자 홍욱희의 관점이다.
정직하고, 소박하며, 다양한 삶이 중요한 이유
자신이 살아가는 바로 그 자리에서 지구의 내일을 생각한다는 것

왜 지구의 운명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안에 담겨 있는가? 홍욱희는 기후와 환경은 그야말로 우리의 삶 전체와 연결된 분야이며, 우리 모두가 지금과는 조금씩 다르게 살아야 앞으로 이 지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거 우리가 개발도상국이었던 시절에는 환경문제가 환경문제로서 그칠 수 있었다. 그래서 일정 수준의 경제력과 과학기술로 그것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지금부터는 우리도 자기의 삶을 조금은 더 소박하거나 불편하게 바꿔간다거나, 과감하게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 세계의 다른 나라가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은 이미 그렇게 생각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 『너의 삶에 담긴 지구』는 그렇듯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결과 디테일을 역사적이고도 동시대적으로 조망한다는 점에서 다른 여느 기후·환경 도서들과의 뚜렷한 차별점이 있다.
홍욱희는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지나친 경쟁의식, 천편일률적인 성공의 기준과 삶의 방식, 그리고 소박하지 못한 생활 습관과 극심한 물질주의가 어떻게 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낭비하는지를 조목조목 지적한다. 안타깝게도, 그런 속성들은 분명 대한민국의 급속한 경제 기적을 낳을 수 있게 만들어준 미덕이었다는 데 기막힌 아이러니가 있다. 겉으로는 어느새 가난의 탈을 벗고 엄연한 선진국이 되었는데,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과거 가난했던 시절에 머물고 있기에 우리가 이 기후 위기 시대에 그토록 역행하고 있고,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마련하기도 그토록 어렵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홍욱희는 격심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쫓기면서 자신의 주위를 여유롭게 바라보고 돌보지 못하는 우리의 생활관습과 태도를 지적하며, 획일적인 유행과 풍조에 편승하지 않고 각자만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하는 일이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얼마나 소중한지를 역설한다.
그래서 홍욱희의 환경론은 사회적 압력에 떠밀리지 않고 자신만의 행복을 올곧게 추구하려는 이들을 위한 환경론이다. 그리고 자신이 선 바로 그 자리에서, 기후 문제를 자기 삶의 반경으로 끌어오고 고민하려는 정직한 이들을 위한 환경론이다. 그는 기후 위기를 외치면서도 대형 백색가전제품이나 좀 더 큰 자동차를 소유하려는 사회적 욕망, 슈퍼태풍 등 기후재난의 위협을 강조하면서도 ‘오션뷰 욕망’에 사로잡힌 채 해운대의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대한민국의 이중성을 지적한다. 저자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캠페인성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뿐만 아니라, 자기 거주 지역 근처에 소각장(자원회수시설)을 설립하는 것을 ‘유해 혐오시설 반대’라고 치부하는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욱희는 우리 땅에서 길러진 농축산물이 무조건 더 낫다는 식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우리가 왜 ‘못생긴 채소를 더 아껴야 하는지’를 주장한다. 또 그는 우리가 왜 수돗물을 아직도 믿지 못하고, 수돗물 직접 음용률이 세계 최하위 수준을 맴도는지를 묻고 있다. 이 모든 사안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기후와 환경 쟁점은 결코 우리 자신의 일상과 떨어져 있지 않다는 맥락에서 그렇다.

40여 년간 줄곧 환경과 생태를 연구했던 과학자가 들려주는,
세계적인 기후 위기, 그리고 대한민국 환경문제의 가장 중요한 측면들

물론 각 개인의 실천을 뛰어넘은 국제적인 공조와 협약, 과학기술의 혁신적인 발전, 자연과 생태에 대한 공동체적 신념 등도 더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현실주의자다. 홍욱희는 선진국들이 외치는 ‘새로운 기후정의의 미래’에 그들이 주도하는 패권적인 세계 질서의 성격이 얼마나 짙게 깔려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더불어 저자는 1955년 대한민국이 세계 최빈국이었던 시절에 태어나고 청소년기를 보내서, 우리나라의 물질적인 풍요와 과학기술, 보건의료 수준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더 인간답게 만들었는지도 알고 있다. 홍욱희는 지난 대한민국의 급속한 산업화 시기에 벌어진 온갖 환경문제를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며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힘써왔다. 그는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발전했던 과정을 온몸으로 통과했고, 그 과정에서의 경제 개발과 환경 보전이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도 중요한지를 절감했다. 마침내, 그는 이제 우리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선택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지혜로운 선택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국가의 역할을 전면적으로 성찰하는 일은 환경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필수적이다. 홍욱희는 과거 대규모 환경 사업에 그림자처럼 뒤따르던 부패와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되짚으며, 돈이나 권력 같은 것에 사회의 정당한 규칙과 규범이 흔들리는 일은 절대로 벌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명문화된 법규와 공적인 매뉴얼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지적하고, 공동체 전체의 규범과 신뢰를 쌓는 일이 한 공동체의 기틀을 세우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홍욱희에 따르면, 그것은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민감하고 첨예한 쟁점에 있어서도 가장 면밀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측면이다. 그는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의 공헌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감독, 나아가 그 발전의 문제를 둘러싼 미래지향적인 마스터플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더불어 과거 자신이 박사학위 논문을 썼던 환경독성학과 직결되는 사안이자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어째서 한국전쟁 이후 가장 비극적인 사회적 참사인지를 철저하게 분석한다. 홍욱희는 이 문제를 계속 이렇게 외면하고 방치하고 있는 공동체라면 더 이상 환경과 지구의 미래를 고민할 자격이 없는 게 분명하다고 아프게 못 박는다.
결국, 훙욱희는 시간의 힘을 강조한다. 그는 인간의 세계관과 자연관이 긴 시간을 통해 바뀌어야만 이 지구의 위기도 진정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것이다. 더불어 이 문제에는 결코 한 가지 정답이 없다는 것, 우리가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경청하며 우리의 삶을 더욱 성숙하게 가꿔나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너의 삶에 담긴 지구』 원고 전반에 세심히 펼쳐놓는다. 그렇듯 이 세계를 다채롭고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관점은 홍욱희가 견지하는 생물학적인 종합주의의 시각과도 잘 연결된다. 홍욱희는 자신이 국내에 최초로 소개했던 린 마굴리스, 스티븐 J. 굴드 등의 이론을 쉽게 설명하면서, 그들의 진화론적인 통찰이 어떻게 우리가 지구의 미래를 지켜가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역설한다. 『가이아』를 집필해서 환경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제임스 러브록의 이론도 마찬가지다. 인간 역시 지구의 다른 생명체, 심지어 물이나 산소 같은 무기물과도 평등한 위치라는 것을 우리에게 각인시켜 주었던 러브록의 이론은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 모두가 이 행성의 주인이라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미래는 곧 지구의 미래이기에
지구의 미래는 그들이 맞이할 내일이기에

『너의 삶에 담긴 지구』의 저자 홍욱희는 1973년 서울대학교에서 생물학과 생태학을 공부하기 시작해, 1977년 현재 카이스트(KAIST)의 전신인 한국과학원(KAIS)에 입학하여 생물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79년부터는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환경공학실에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울산, 남해 공업단지의 환경오염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일, 한강과 낙동강의 수질오염 개선 대책을 수립하는 일, 서울시 각 가정에서 배출되는 생활 쓰레기의 공학적 처리 방법 연구 등등 그야말로 대한민국 환경문제의 전 분야를 다루었던 바 있다. 그는 KIST를 거쳐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환경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대학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전력공사 책임연구원과 세민환경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그렇게 홍욱희는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나라의 주요한 환경문제를 개선하는 데 힘쓰면서도 20세기 최고의 환경 저술이라 손꼽히는 『침묵의 봄』을 감수하고, 스티븐 J. 굴드와 린 마굴리스 등의 책을 번역해 우리나라에 진화론의 동시대적 성취를 가장 앞장서서 소개했던 환경생태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를 비롯해 10여 권의 뛰어난 과학 도서, 환경 도서를 번역하면서 일찍부터 국내 환경학적 담론의 기반을 마련했다.
홍욱희에 따르면, 인간이 인간을 서로 어떻게 대하는지와 인간이 자연과 상호 관계를 맺는 방식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간과 자연의 모든 생명이 서로 동떨어져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이런 생각은 생태학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일컬을 수 있다. 홍욱희는 자신의 환경적인 통찰은 그러한 사고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받았으며, 그래서 자신의 환경학이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을 연구하는 학문, 인간의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학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환경학은 자연과학 계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의 지혜를 가장 적극적으로 구현하고 받아들이는 학문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홍욱희는 우리가 사회를 얼마나 성숙하게 만들어 나가는지와 우리가 어떻게 자연환경을 지켜가는지가 서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고 믿고 있다. 즉, 지구의 미래를 우려하며 자연 생태계를 지키고 환경을 아끼는 세상에선 인간이 다른 인간을 사랑하고 아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한다면, 홍욱희에게 인간이 다른 인간의 아픔을 외면하는 사회는 지구의 미래나 자연의 가치 따위를 논할 자격이 없는 후진적인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너의 삶에 담긴 지구』에서는 이 두 측면이 긴밀하면서도 촘촘하게 맞물려 있다.
이 책의 저자 홍욱희는, 단지 그렇게 생각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는 오랫동안 그렇게 행동하고 살아왔다. 그는 녹색 혁명이 인류를 기아에서 구출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작은 텃밭에서 직접 작물을 기르며 자연주의적인 농법이 왜 소중한지를 오래도록 체감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어디서든 수돗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 동료 환경학자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일도 다반사다. 동성애를 부정하는 것은 생물학과 의학을 부정하는 일이라고 카랑카랑 목소리를 내고, 진화론의 과학적 내용을 교과서에서 삭제한 교과부를 향해 청원서를 작성하는 일에 앞장서기도 했다. 또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이들을 위해서라면 그린벨트를 일정 부분 해제하는 것까지 검토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되기 훨씬 전부터 ‘지금 온난화가 이처럼 심각하게 빨리 진행되고 있는데, 평창이든 강원도 어디든 조만간 진짜 눈이 없어지게 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대신 올림픽에 그처럼 막대한 돈을 들이는 게 맞느냐’라며 올림픽 개최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던 바 있다. 홍욱희의 『너의 삶에 담긴 지구』에는 바로 그렇듯 자신의 앎과 삶을 오랫동안 일치시키며 살아온 한 환경과학자의 목소리가 차곡차곡 펼쳐진다. 자신의 손녀를 향한 사랑이 원고의 행간마다 듬뿍 담겨서, 그리고 지구와 더불어 살아갈 우리 미래 세대가 더욱 풍요롭고, 더욱 행복하고, 더욱 안전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한 채로.

작가정보

저자(글) 홍욱희

1977년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물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환경공학부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후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환경학 박사학위를 받고 동대학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한국전력공사 책임연구원과 세민환경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생물학의 시대』, 『위기의 환경주의 오류의 환경정책』, 『21세기 국가수자원정책』, 『한국의 환경비전 2050』(공저), 『인간은 유전자로 결정되는가』(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20세기 환경의 역사』, 『기후변화의 정치학』, 『가이아』, 『다윈 이후』, 『마이크로코스모스』, 『회의적 환경주의자』 등 10여 권이 있다. 20세기 최고의 환경 저술로 손꼽히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감수했으며, 40여 년간 활발히 우리나라의 주요 환경문제를 진단하고 개선책 마련에 힘쓰는 한편 다양한 매체에 생명윤리와 환경윤리에 관한 글을 발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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